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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버서사이-미소녀 천재 대마법사 전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디귿(D)
작품등록일 :
2022.05.12 14:41
최근연재일 :
2023.04.19 19:10
연재수 :
1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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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3
추천수 :
176
글자수 :
761,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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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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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3. 가을 졸업시험(6)

DUMMY

* * *


“탐색, 전략, 전술, 협력, 구성, 판단력, 정확한 명령과 체계, 체력. 요약하자면 이 정도야. 다른 내용은······.”


아현은 ‘던전을 위한 파티의 이해와 실전’이란 제목이 적힌 책을 덮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 우리에겐 크게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아.”


끔찍이도 책을 싫어하는 피아는 조사에서 배제됐다. 억지로 책 앞에 앉아봐야 실효가 없을 거라는 아현의 판단이었다. 대신 아한지와 쌓은 다양한 경험을 기대했다.


“우리가 신경 쓸 건 체력하고 협력 정도인가? 선두에 나하고 뚜따가 설 테니 탐색도 우리 몫이겠네. 나머지는 클로틸다 선배의 임무 같은데? 파티라는 게 파티장의 임무가 엄청 중요하구나.”


기대했던 것처럼 아현의 간단한 설명만 듣고도 피아는 본질을 제대로 파악했다.


“내가 읽은 책에도 그 정도가 전부야. 각 요소에 따른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선 특별한 게 없었어. 파티장은 임무에 맞게 전략, 전술을 세우고, 합당한 파티원을 모집(구성)한다. 파티원 개개인에 맞는 정확한 임무를 지시하고, 명령에 따른 운영과 효율적인 체계를 확립한다. 실전에 돌입했을 때 가장 중요한 점은 판단력과 협력이다. 그리고 또··· 어쩌고저쩌고~ 체력은 기본이라는 것도 똑같네.”


타미도 책을 덮으며 덧붙였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닥치고 파티장 말에 복종해’라는 거지? 내가 잘못 이해한 거 아니지?”


“오~ 너 보기랑 다르게 제법 똑똑하다? 괜히 학부 상위권이 아니······.”


잊고 있었다. 뚜따의 학부 내 성적은 독보적이었다. 비록 무술 실력은 피아에 미치지 못하지만, 피아의 편입 전까지 1등을 놓친 적이 없었다. 거기에 이론 점수까지 최상위권이었다. 힘만 센 모질이는 사실 뚜따가 아니라 피아였다.


“이정도면 파티원이란 건 파티장에게 고용된 용병이나 다를 게 없잖아. 이게 맞는 건가? 우리가 책 내용을 잘못 해석한 거 아냐?”


아현도 타미와 같은 생각이었다. 말은 하고 있지 않지만 피아와 뚜따도 미심쩍긴 마찬가지였다.


‘게임할 땐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현실이라 다른 건가? 아니면 내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나?’


“우리 임무가 그렇게 단순한 거라면 일부러 공부를 시키진 않았을 것 같은데······.”


“그럼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거야? 책에 나온 것 외에 우리가 알아야 할 게 있다는 거야?”


“그건 모르지. 일단 다른 책을 더 찾아보자.”


클로틸다를 만나기 전 학부생 도서관을 이용할 시간은 지금 밖에 없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 책 한 권이라도 더 확인할 요량으로 타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꽂이를 향해 발을 뻗었다. 그때 성천의 목소리가 타미의 발을 멈췄다.


“전제가 잘못된 거 아닐까?”


“전제?”


네 사람의 시선이 성천에게 향했다. 파티에 합류하지 않은 덕에 아현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구석에 그림자처럼 찌그러져있던 성천의 목소리는 실로 오랜만이었다.


“너희 파티는 클로틸다 선배가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거잖아. 그리고 목적은 졸업시험이고. 일반적인 파티라면······.”


“아!”


성천에게 집중됐던 시선이 빠르게 아현에게 돌아갔다.


“우리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선배가 주축이 돼서 우릴 섭외했다는 전제를 바탕에 깔고 있던 게 실수였어. 보통의 파티라면 목적이 뭐가 됐든, 능력과 효율에 맞는 임무를 맡는 게 맞아. 타당성을 따져 결정하는 게 파티장의 몫이고. 그런데 우린 자연스럽게 선배가 모든 걸 다 맡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파티장이 지시와 명령의 권한을 가진 건 맞지만, 임무는 효율적으로 나누는 게 맞다? 책에서 확인한 요소들은 우리의 몫이기도 하다는 거구나.”


게임에서도 순간적인 판단 능력을 바탕으로 적절한 명령을 내리는 파티장 혹은 길드장의 역할은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다양한 임무가 한 사람에게 몰리지도 않았다. 던전의 형태와 맵의 분석, 전략 구상, 적합한 인원 보충, 물주까지 저마다 역할이 있었다.


‘더 라스트 게임’에서 상위 랭커로 이름을 날렸던 경험을 살린 정확한 분석이었다.


“오! 역시 마법학부 최고 우등생! 소문으로 듣던 것보다 훨씬 대단한데? 이러면 클로틸다 선배가 준 숙제 완료인가?”


자신감 넘치는 뚜따의 목소리는 모두의 마음을 대변했다.


* * *


루리아의 침착한 설명에 리암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론적인 부분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실전을 겪지 않고선 알 수 없는 부분까지 정확히 짚어냈다.


“그렇기 때문에 소규모 던전에 임하는 5인 파티에 가장 중요한 점은 파티장의 정확한 지시, 그에 따른 순종, 그리고 파티원 간의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체력은 기본이고요.”


완벽한 답변에 부연설명을 붙일 필요도 없었다.


“정확해. 이거··· 말 꺼낸 게 민망하구나. 카델에 들어오기 전에 파티와 던전 경험이 있었던 거니?”


“로메노스 왕립 마법학교 졸업 과제로 던전과 파티의 이해에 대한 논문을 썼어요. 직접적인 경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몇 번 도전한 적이 있고요.”


현 학부생 중에 경험만큼은 피아를 따라올 학생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더군다나 명문 아르리안 가문의 장녀라면 고생과 거리가 멀 거라 생각했다. 선입견에 기인한 부끄러운 오산이었다.


“대단하구나. 한편으론 존경스러울 정도다. 나는 그 나이에 힘만 센 철부지였다. 졸업도 겨우 했었지. 그래서 제자들만큼은 나와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했다. 창피하고 어리석은 내 얘기를 들려줄 생각이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구나.”


“교수님 얘기요?”


“들려주세요. 듣고 싶어요!”


얀느와 칼리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적어도 리암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동안 휴식이 늘어날 거란 계산이었다.


“하하하. 이 능글맞은 놈들··· 내가 너희 속셈을 모를 줄 알고?”


정곡을 찔리자 뜨끔했다.


“그래. 날씨도 더우니 내 한 번 속아주마.”


리암은 샤이르 일행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지금 모습만 보면 믿기지 않겠지만, 나도 카델의 학생이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도 가을 시험은 던전 공략이었지.”


* * *


첫 번째 졸업시험 날짜가 확정되면서 파티를 결성해야 하는 4학년 전공생들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타 학과생과 친분이 있는 학생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학부가 달랐고, 전공도 연관이 없으면 같은 학년이라 해도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학생들은 원하는 학과를 직접 찾아야 했다.


“반가워. 봉술학과지? 난 화염마법학과 학생이야. 혹시 파티 구했어?”


“혹시 검사 필요하지 않아? 난 바람마법과 상성이 좋은 편이야.”


“우리 파티에 들어오지 않을래? 지금 무투가 한 명에 검사 두 명이야. 마법사가 필요한데 관심 있니?”


“우리도 같이 하면 좋겠는데··· 실력 확인은 필요해. 점심시간에 훈련장에서 볼까?”


“얼음 마법사 필요한 파티 있어? 실력은 자신 있어! 날 데려가면 후회하지 않을 거야! 얼음 마법사 필요한 파티!”


쉬는 시간이면 각 학과 복도엔 파티를 구하는 학생들의 소란이 끊이지 않았다. 서로 실력 좋은 파티원을 찾는 건 기본이고, 본의 아니게 여러 곳에서 파티 권유를 받아 난처해지는 학생도 여럿 있었다.


그러나 리암은 여유가 넘쳤다. 훌륭한 파티원을 찾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저 쉬는 시간의 소란을 피하기 바빴다.


“고만고만한 실력으로 고생들 한다. 진짜.”


창 너머 들려오는 복도의 소란이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다음 수업 때문에 멀리 피신할 수 없는 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뭐 하니?”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또 너냐?”


학부 동기이자 검술학과생인 멜리나였다. 상대를 확인한 리암은 시건방진 조소를 지었다. 지금의 리암을 생각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표정이었다.


“또, 또! 말 그렇게 밉게 한다. 친구를 만났으면 반갑게 인사 해주면 어디가 덧나니?”


“했잖아. 사람마다 방식이 다른 것뿐이야.”


다시 고개를 돌린 리암은 귀찮다는 듯 눈을 감았다.


“하여튼 재수 없어. 실력이 뛰어나면 뭐 하냐? 인성도 좋아야지. 네가 그러니까 친구가 없는 거야.”


“그딴 건 약한 녀석들한테나 필요한 거야.”


“너 그러다 파티도 못 구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졸업시험 안 볼 거야?”


“인원 모자라는 파티 들어가면 돼.”


“누가 너 같은 개싸가지를 받아준대? 네가 빌어도 받아줄 파티는 없을 걸.”


“뭐야, 너? 시비 걸러 왔어?”


한쪽 눈만 뜨고 멜리나를 쳐다봤다.


“어. 맞아. 싸가지 없는 동기 정신 좀 차리라고 시비 걸러 왔다.”


당당한 멜리나의 표정에 할말을 잃은 리암은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러세요. 힘이 없으면 그렇게라도 발악을 해야······.”


빡!


리암은 뒤통수에 느껴지는 통증에 놀라 몸을 벌떡 일으켰다.


“무슨 짓이야? 죽고 싶어?”


“나쁜 새끼··· 꼭 말을 그렇게 해야 시원하냐?”


멜리나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뭐야? 가만히 있다가 봉변당한 건 난데 왜 울고 지랄이야?’


어이가 없어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 이유 없이 다가와 시비건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걸핏하면 핀잔에 구박이었다. 좋은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너무 귀찮아 대꾸를 안 해도 지랄, 적당히 받아줘도 지랄, 맞받아쳐도 지랄······. 오늘은 또 울고 지랄이다.


“왜 또? 뭐가 문젠데? 때린 건 너잖아.”


“병신 새끼.”


진심어린(?) 작별 인사를 남기고 멜리나는 도망치듯 사라졌다.


“뭔데? 왜 또 지랄인데?”


* * *


샤이르 일행의 따가운 눈총이 리암에게 쏟아졌다. 심지어 루리아까지 비난의 표정을 확실히 짓고 있었다.


“그렇게 보지 마라. 그땐 나도 어렸다.”


“와! 교수님 그렇게 안 봤는데 약간 실망스럽네요. 악!”


리암은 얼굴을 들이밀며 빈정대는 칼리의 이마에 손가락 딱밤을 날렸다.


“부끄럽지만 그땐 철이 없었다. 하늘 아래 나만 잘난 줄 알았지. 동기 중엔 이미 상대가 없었어. 그래서 더 기고만장 했지.”


“교수님이 그런 학생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네요?”


엄청난 혹이 솟은 칼리의 이마를 보며 얀느는 단어 선택에 신중했다.


“벌써 10년도 더 전 일이다. 아직도 철들지 못했으면 카델에서 교수직을 할 수 없었겠지.”


“그 분은 언제부터 교수님을 좋아하셨던 거예요?”


샤이르가 물었다. 루리아는 아무도 모르게 샤이르의 표정을 살폈다.


“학부 때부터였다. 3년이 넘도록 그렇게 눈치를 줬는데 동기 중에 나만 모르고 있었더구나. 내가 그런 쪽으로 너무 둔했던 거지. 하하하. 나중에 그 친구한테 얼마나 혼났는지 모른다. 하하하.”


대답을 들은 샤이르의 표정이 복잡했다. 심각한 샤이르의 표정을 훔쳐보는 루리아, 얀느, 칼리의 속마음은 같았다.


‘여기 그런 병신 새끼가 하나 더 있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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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69. 카델 침공(2) 23.03.18 16 0 13쪽
69 #68. 카델 침공(1) 22.09.01 33 0 19쪽
68 #67. 카델의 문지기(2) 22.08.23 30 0 18쪽
67 #66. 카델의 문지기(1) 22.08.14 32 0 19쪽
66 #65. 돌대가리? 닭대가리? 그리고 모질이 22.08.11 27 0 20쪽
65 #64. 가을 졸업시험(17) 22.08.08 27 0 15쪽
64 #63. 가을 졸업시험(16) 22.08.08 25 0 20쪽
63 #62. 가을 졸업시험(15) 22.08.05 24 0 19쪽
62 #61. 가을 졸업시험(14) 22.08.03 23 0 16쪽
61 #60. 가을 졸업시험(13) 22.08.02 25 0 18쪽
60 #59. 가을 졸업시험(12) 22.08.01 28 0 17쪽
59 #58. 가을 졸업시험(11) 22.07.28 31 0 18쪽
58 #57. 가을 졸업시험(10) 22.07.27 37 0 21쪽
57 #56. 가을 졸업시험(9) 22.07.25 26 0 18쪽
56 #55. 가을 졸업시험(8) 22.07.21 26 0 17쪽
55 #54. 가을 졸업시험(7) 22.07.20 24 0 16쪽
» #53. 가을 졸업시험(6) 22.07.18 2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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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6. 샤이르와 루리아(4) 22.06.17 28 0 14쪽
46 #45. 샤이르와 루리아(3) 22.06.17 27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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