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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버서사이-미소녀 천재 대마법사 전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디귿(D)
작품등록일 :
2022.05.12 14:41
최근연재일 :
2023.04.19 19:10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3,313
추천수 :
176
글자수 :
761,699

작성
23.03.18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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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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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71. 카델 침공(4)

DUMMY

“아르카 뿔소라니? 그걸 어떻게······.”


분타는 황급히 리암에게서 망원경을 빼앗아 들었다. 비스듬한 문을 밟고 내려오는 형체는 분명 아르카 뿔소였다.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건지 아르카 뿔소는 이따금 고개를 흔들며 포효하면서 제 스스로 배에서 내리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직접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분타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르카 뿔소는 대륙의 북부 밀림 지역에 서식하는 5급 몬스터다. 엄청난 덩치와 압도적인 힘만 놓고 보면 4급 혹은 3급에 준하지만 초식 습성과 온순한 성격으로 5급으로 분류 됐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습성과 성향에 따른 분류일 뿐이다. 공격력은 논외였다. 거대한 뿔을 들이밀고 달려드는 돌진 공격은 2급 몬스터에게도 위협적일 정도였다.


“스스로 배에서 내려오고 있어. 절대 길들일 수 없는 몬스터 아니었어?”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학장님, 만약 아르카 뿔소가 달려든다면 성문이 버티지 못할 겁니다.”


아무리 카델의 성문이라 하더라도 아르카 뿔소가 작정하고 달려든다면 파괴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문제는 누구도 아르카 뿔소의 돌진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저 놈이 언제 달려들지 모릅니다.”


“어떻게 막겠다는 말입니까? 우리가 가진 힘으론 무립니다.”


“그렇다고 성문이 뚫리도록 기다리자는 말입니까? 뭐가 됐든 시도를 해봐야죠.”


교수들의 다급한 언쟁 속에 학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아르카 뿔소의 특성을 되뇌며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다.


‘일단 한 번 달리면 목표를 쓰러뜨릴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성문을 향해 돌진할까? 성벽을 노린다면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성문을 노리겠지? 성문이 버텨줄까? 아니, 무리다. 최악의 경우 부서진 성문으로 들어온 아르카 뿔소가 건제하다면? 성벽 위의 농성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어떻게든 성문을 뚫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여전히 교수들의 언쟁은 계속 되고 있었다.


“저 괴물의 특성이 뭐였지? 무지막지한 돌진 말고 또 뭐가 있지?”


“가죽. 두껍고 튼튼한 가죽. 웬만한 공격으론 상처 내기도 힘들어. 우리가 가진 무기론 흠집도 못 낸다고.”


“그런 절망적인 얘기 말고! 약점. 약점이 있을 거 아니야?”


“목젖! 유일하게 가죽이 얇은 곳이 목젖이야.”


“그럼 목젖을 공격하면 되겠네요.”


“불가능해. 앞으로 돌진할 때 고개를 숙이면 목젖은 다른 가죽에 가려져서 공격할 수 없어.”


“또! 또 다른 약점은 없어?”


“불을 무서워한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한 번 목표를 정하면 아무 것도 보지 않고 무작정 달리는 놈에게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고······.”


다양한 분석과 의견이 나왔지만 답은 찾아지지 않았다.


‘유일한 약점인 목젖은 공격이 불가능하고, 남은 가능성은 불인가? 그러나 저 큰 덩치가 두려워할 만한 불을 만들 수 있을까? 연료가 없다. 연료··· 기름? 아니야. 연속성이 있어야 해. 기름은 순식간에 타버린다. 기름을 태우고도 지속될 만한 연료가 없다. 그것 보다 놈의 움직임을 영구적으로 막는 것이 최선이다. 어떻게? 얼음마법 밖에 없다. 그러나 저 큰 덩치를 얼릴 수 있을 만큼의 물을 어디서······.’


학장의 눈에 해자가 들어왔다. 빠르게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나갔다. 성문을 향해 돌진하는 아르카 뿔소, 해자, 얼음마법. 가능성이 있었다.


“그만. 잠시 집중해 주세요. 방법을 제시하겠습니다.”


학장의 한 마디에 교수들의 언쟁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 * *


성벽을 내려와 중앙도서관 탑을 향해 달리는 와중에도 샤이르는 콘잘스키의 지시를 납득하기 어려웠다.


“비록 세 명이 한 명보다 낫겠지만, 저런 괴물까지 나타난 지금 같은 상황에선 당장 필요한 전력이 더 중요한 거 아닙니까?”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능력이 필요한 때를 대비하려는 겁니다. 미안하지만 언쟁을 주고받을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빨리 움직여 주세요.”


부상자라는 이유로 전선에서 배제돼 전령 노릇이나 하는 입장에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 하지만 설득이 아닌 지시였다. 샤이르에게 거부할 수 있는 권리는 없었다.


‘세 사람의 능력이 필요한 때? 아현과 피아의 능력이 출중한 건 인정하지만 그 정도라고? 이 상황에서 고작 동급생보다 뛰어난 실력이 필요할 일이 어딨다는 거지? 더군다나 성천은? 그 녀석은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는 낙제생이잖아.’


“그리고 루리아 학생은 지금 바로 학장님께 가보세요.”


“저만요?”


“네. 학장님께서 지시할 사항이 있을 겁니다. 학장님은 성문 위 중앙 망루에 계십니다. 학장님께 가는 길에 타미 학생과 올루 학생이 있으면 함께 가세요.”


“무슨 일인데요?”


“설명할 시간이 없습니다. 서두르세요. 나는 반대쪽으로 가서 두 학생을 찾겠습니다.”


콘잘스키는 루리아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성벽을 달렸다.


“뭐야? 무슨 일이야? 너랑 그 친구들은 갑자기 왜 찾는 거야?”


“나도 모르겠어. 아무튼 나도 다녀올게. 다들 조심해.”


“그, 그래. 너도 조심하고. 샤이르도 조심히 다녀와. 여긴 우리가 잘 지키고 있을 테니까.”


끼익!


중앙도서관 탑의 문을 열자 끝없는 나선 계단이 샤이르를 반겼다. 머리 위 어둠을 향해 끝없이 이어진 나선 계단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젠장, 높은 줄 알고 있었지만 이건 너무한 거 아니야?”


그러나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당장 세 사람에게 사태를 알리고 빨리 전선으로 돌아가야 했다.


* * *


“아르카 뿔소가 성문을 향해 섰습니다.”


아르카 뿔소의 움직임을 주시하던 교수가 소리쳤다. 학장은 주위를 둘러싼 학생과 교수들에게 다시 한 번 계획을 상기시켰다.


“기회는 한 번 뿐입니다. 제가 신호하면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쏟아 부으세요. 결빙(結氷)이 확인되더라도 절대 멈추면 안 됩니다. 아시겠죠?”


“네.”


“그럼 모두 각자 위치에 가세요.”


학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이들은 빠르게 자리를 잡고 섰다.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


타미는 주변을 둘러보며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2학기 학부생은 자신을 포함한 올루와 루리아, 그리고 4학기 마법학부생 전부와 콘잘스키를 비롯한 두 명의 마법학부 보조 교수가 비장한 표정으로 성 밖을 향해 서 있었다.


“지금 그런 거 따질 때야? 약한 소리 하지 말고 집중이나 해!”


불안하고 두려운 건 올루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괜히 타미에게 신경질을 부렸다.


“알았어.”


타미는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성 밖을 향해 돌렸다. 먼 어둠 속에서 거대한 아르카 코뿔소의 윤곽이 보였다. 언젠가 몬스터 백과사전에서 읽었던 아르카 뿔소에 대해 내용 중 한 구절이 떠올랐다.


-지상에 존재하는 어떤 생명체도 아르카 뿔소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지 않는다. 한 번 목표를 정하면 절대 멈추는 법이 없는 그 공격으로부터 무사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그려진 끔찍한 상상에 삼켜진 타미는 당장이라도 바닥에 주저앉고 싶었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걱정마. 학장님은 대륙에서 몇 안 되는 명인 마법사야. 분명 성공할 거야.”


“그, 그렇겠지?”


루리아의 위로에 억지 미소를 지었지만 온몸을 휘감은 공포는 여전했다. 그래도 주저앉지 않을 정도의 용기는 생겼다.


“발 구름 합니다!”


아르카 뿔소를 주시하던 교수의 외침이 성벽을 울렸다.


“시작하세요!”


학장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루리아를 포함한 마법학부생과 세 명의 교수는 해자를 향해 빙결마법을 시전했다.


“가능한 모든 마나를 쏟아 부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학장의 목소리가 그들의 어깨를 흔들었다. 그러나 해자에 당장 눈에 띄는 큰 변화는 없었다. 조금씩 살얼음이 생기긴 했지만 성벽에서 떨어지고, 해자로 뛰어드는 적들에 의해 깨져 이내 자취를 감췄다. 그래도 누구 하나 멈추지 않았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결빙현상은 없더라도 해자의 물 온도를 낮추기 위해선 가시적 효과가 없는 마법을 계속 시전해야 했다.


꿔어어엉!


묵직하게 공기를 울리는 포효와 함께 발 구름 하던 아르카 뿔소가 거대한 뿔을 앞세우고 성문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벌판을 가득 메운 수많은 적들은 아르카 뿔소의 돌진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 일부는 뿔에 찔리고, 머리에 받히고, 발에 치였다. 마치 산에서 거대한 바위가 굴러떨어지며 작은 나무들을 부러뜨리는 것처럼 순식간에 길이 생겼다.


“500미터 전방입니다.”


“좀 더 힘을 내세요. 아직 부족합니다.”


누구도 힘을 아끼지 않았다. 아르카 뿔소가 성문을 부수고 들어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잘 알고 있었기에 여유를 가질 수 없었다. 올루와 타미, 그리고 4학기 학생 일부는 모든 마나를 소진하고 탈진하듯 자리에 주저앉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300미터 전방입니다.”


“집중하세요! 집중!”


4학기 학생의 절반 이상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지금쯤이면 결빙현상이 눈에 보여야 했다. 그러나 아직도 해자 속 물은 그대로였다.


‘아직 부족하다.’


“200미터!”


‘제발, 제발······.’


“100미터!”


간절한 염원 덕이었을까. 해자의 물이 하얗게 변하며 결빙현상을 보였다. 학장은 손을 뻗어 마나를 집중했다.


“지금입니다!”


거대한 뿔을 앞세워 미친 듯이 성문을 향해 돌진하던 아르카 뿔소의 앞다리 한 짝이 해자에 빠지기 직전 학장은 가용한 모든 마나를 끌어올려 마법을 시전했다.


마법 스킬 : 급속 냉각


푸욱


뿌옇게 살얼음 진 해자에 아르카 뿔소의 앞다리가 빠지는 순간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비록 성문 앞 일부였지만, 급속하게 얼어버린 물은 아르카 뿔소의 앞다리를 붙잡기에 충분했다.


‘됐다!’


아무리 아르카 뿔소라 하더라도 앞다리가 묶여서야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런데 믿지 못할 상황을 벌어졌다.


우득!


해자에 빠져 물과 함께 얼어붙은 앞다리가 끊어졌다.


꾸워어어엉!


엄청난 울부짖음이 성벽을 흔들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달려오며 붙은 가속력과 뒷다리의 힘은 그대로 아르카 뿔소의 몸을 앞으로 밀어버렸다.


꽈앙!


엄청난 충격음과 함께 성문 위 망루에 서 있던 모든 이들의 몸이 흔들렸다. 학장을 비롯해 조금 전까지 마법을 시전했던 마법사들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모두 바닥에 넘어졌다.


‘안 돼. 안 돼.’


성벽을 흔들 정도의 충격 원인은 한 가지 밖에 없었다. 학장은 떨리는 손으로 바닥을 짚고 몸을 일으켜 성벽 아래로 고개를 뻗었다.


“아··· 아아······.”


학장은 절망의 신음을 뱉으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리암과 교수들도 황급히 성벽 아래로 고개를 뻗었다.


앞다리가 반쯤 잘린 아르카 뿔소는 바닥에 쓰러져 몸부림치고 있었다. 잘린 다리에선 피가 철철 흘러 얼어붙은 해자에 가득했다. 문제는 뿔이었다. 아르카 뿔소의 뿔이 성문 깊숙이 박혀있었다.


“고··· 공격! 공격! 아르카 뿔소를 공격하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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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8. 카델 침공(1) 22.09.01 32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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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6. 카델의 문지기(1) 22.08.14 32 0 19쪽
66 #65. 돌대가리? 닭대가리? 그리고 모질이 22.08.11 27 0 20쪽
65 #64. 가을 졸업시험(17) 22.08.08 27 0 15쪽
64 #63. 가을 졸업시험(16) 22.08.08 25 0 20쪽
63 #62. 가을 졸업시험(15) 22.08.05 24 0 19쪽
62 #61. 가을 졸업시험(14) 22.08.03 23 0 16쪽
61 #60. 가을 졸업시험(13) 22.08.02 25 0 18쪽
60 #59. 가을 졸업시험(12) 22.08.01 27 0 17쪽
59 #58. 가을 졸업시험(11) 22.07.28 31 0 18쪽
58 #57. 가을 졸업시험(10) 22.07.27 37 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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