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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버서사이-미소녀 천재 대마법사 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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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D)
작품등록일 :
2022.05.12 14:41
최근연재일 :
2023.04.19 19:10
연재수 :
1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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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76
글자수 :
761,699

작성
23.03.1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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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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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70. 카델 침공(3)

DUMMY

* * *


어둠이 완전히 내린 칼날 산맥 위로 환한 보름달이 두둥실 떠올랐다. 달빛에 반사된 칼날 산맥의 뾰족한 봉우리가 유난히 날카롭게 보였다.


세 척의 배는 서서히 달빛을 가로질러 내려왔다. 멀리 있을 때도 크기가 범상치 않았는데 달빛을 등진 선박의 크기는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 정도였다.


성벽 위 여기저기 침 삼키는 소리가 무겁게 메아리쳤다. 밤이 되면서 제법 잦아든 을씨년스런 바람보다도 긴장으로 가득한 성벽 위 분위기가 훨씬 차가웠다.


쿠웅!


거대한 세 척의 배가 드디어 바닥에 닿았다. 그 크기만큼 육중한 무게가 땅에 닿는 순간 엄청난 울림이 성벽을 흔들었다.


“도대체 뭘까요?”


“글쎄요. 그저 우리의 우려가 기우였길 바랄 따름입니다.”


일말의 희망을 바라는 학장의 얼굴은 근심과 걱정으로 가득했다. 리암의 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세 척 모두 아틀라네스 호와 견줄만한 크기다. 그렇다면 삼천에서 사천 이상의 적이 타고 있을 확률이 높다. 최소한 만 명 이상··· 적이라면 막아낼 수 있을까?’


카델의 거대한 성벽은 일반 병사라면 그 수가 아무리 많아도 뚫어낼 수 없다. 그러나 상대의 정체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다. 적인지 아군인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저 거대한 배를 하늘에 띄워서 이곳까지 올 수 있는지, 이곳까지 온 목적이 무엇인지, 배 안에 어떤 이들이 타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너무 노골적이다. 모습을 숨길 의도가 전혀 없다. 적이 아닌가? 아니다. 적이 아니라면 적어도 시야에 들어올 거리에서 자신들의 정체를 밝혔을 것이다. 그렇다면 적? 보란 듯이 모습을 드러내며 나타난 적···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말인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리라. 적이라면, 아무 준비도 없이 세계 최고의 무관학교를 노릴 리 없다. 긴장으로 손바닥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다양한 경험이 있는 그였지만, 지금처럼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은 처음이었다.


드르르륵


돛을 내리듯 쇠사슬이 미끄러지는 소리가 소름 돋게 세상을 울렸다. 이윽고 배의 옆면이 열리며 서서히 아래로 내려왔다.


쿵!


거대한 문이 완전히 열려 바닥을 찧으며 먼지바람이 일었다.


‘하선인가······.’


그러나 리암의 예상과 달리 아무런 움직이나 소리도 없었다. 그저 평소와 다르지 않은 건조한 바람만이 벌판을 지나 성벽에 닿았다. 우려와 달리 아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자 잔뜩 긴장하고 있던 학생들의 허탈한 안도의 한숨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모두 긴장을 풀지 마라!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리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생전 처음 들어보는 울부짖음이 마른 바람을 타고 성벽으로 날아들었다. 이윽고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형체가 배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캬아악! 캬릉! 꺄르륵!


한데 뭉쳐 정확한 모습을 알아보긴 힘들었지만 분명 인간의 형태였다. 두 다리로 뛰고 두 팔을 휘두르는 인간의 형태였다. 그러나 그 소름 돋는 울부짖음은 인간이 낼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다.


“반응하지 마라. 지시가 있을 때까지 절대 반응하지 마라!”


어둠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적들이 물밑 듯이 몰려왔다. 수천에 달하는 적들은 성벽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렸다. 먼지바람을 일으킬 정도로 맹렬하게 몰려오는 적들의 달음질에 성벽에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기다려. 기다려.”


수천의 적들은 순식간에 불을 밝혀놓은 구역에 닿았다. 활의 사정거리였다. 화살을 걸어 시위를 당기고 있던 학생들은 리암의 지시가 떨어지길 숨죽여 기다렸다.


“지금이다! 쏴라!”


팅! 팅! 팅!


활시위 튕기는 소리와 함께 백 여 개의 화살이 바람을 가르며 적들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너무 미약했다. 성벽 너머 벌판을 가득 메운 수천의 적들에 비해 시위를 떠난 백 여 발의 화살은 너무 초라했다.


키엑! 카악!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적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더군다나 적들은 화살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동료가 피를 토하고 쓰러져도 그 위를 밟고 앞으로 달렸다.


“쏴라! 쉬지 말고 쏴라.”


리암이 지시하기 전에 이미 학생들의 시위는 당겨지고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적의 공격, 생전 처음 겪는 전투는 극한으로 공포를 자극했다. 마주한 적 없는 공포를 향해 할 수 있는 건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성벽 위에서 화살을 날리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궁술에 익숙하지 않은 백 명도 되지 않는 학생들이 날리는 화살은 가시적인 효과를 만들지 못했다. 어느새 적들은 해자 앞까지 다가왔다.


“뭐야, 저게?”


“저것들은 대체 뭐야?”


해자 앞을 밝히는 횃불에 드디어 적의 모습이 드러났다. 어둠에 가려 확인할 수 없었던 적의 모습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형태의 생물이었다.


“학장님?”


교수들의 시선이 학장에게 쏠렸다.


“나도 처음 봅니다. 도대체 저게 무엇인지······.”


도마뱀처럼 튀어나온 주둥이, 횃불에 반짝이는 비늘은 도저히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도마뱀과 인간을 합쳐 놓은 듯한 리자드맨과 비슷하게도 보였다. 그러나 리자드맨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꼬리도 없고, 얼굴형도 인간에 가까웠다. 크기도 달랐다. 성인 남자의 서너 배에 달하는 리자드맨과 달리 성인 남자와 비슷한 키와 체격이었다.


“다행히 이성은 없어 보입니다.”


적들의 행동은 상처 입은 짐승에 가까웠다. 지휘체계는 보이지도 않고, 오로지 맹목적인 공격성만 보였다. 달리기를 멈추지 못해 뒤에서 미는 힘에 해자에 빠진 수가 상당했고, 일부는 무작정 성벽에 매달렸다. 그러나 얼마 못가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무기도 클로(Claw)가 전부인 것 같군요.”


양 손목에 고정된 날이 세 개인 갈고리 형태의 클로 외엔 변변한 방어구도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저 무의미한 공격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공포 속에 몸부림치며 미친 듯이 활시위를 당기는 학생들과 달리, 학장 주변에서 상황을 분석하는 교수들은 침착했다. 아무리 수가 많더라도 저런 병력으론 절대 카델의 성문을 뚫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방심하지 마세요. 분명 다른 수가 있을 겁니다.”


“예. 긴장하고 있겠습니다. 그나저나······.”


성벽 위에 가득한 공포는 확실히 문제가 있었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스스로 무너질 판이었다.


“학생들이 걱정입니다. 눈앞에 산적한 큰 위험은 없으니 일단 진정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학장도 그제야 학생들을 둘러봤다. 조금이라도 상황을 이성적으로 분석하면 당장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이미 공포에 짓눌린 학생들은 그럴 겨를이 없었다.


“그렇군요. 학생들부터 다독입시다. 리암 교수.”


리암은 크게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 힘차게 소리쳤다.


“주목!”


그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해자 인근에서 아우성치던 적들 일부의 고개마저 움직였다. 귀를 누르는 듯한 소리에 학생들의 몸은 일순간에 굳었다.


“이놈들아! 똑똑히 봐라. 적들은 절대 이 성벽을 오를 수 없다. 성문도 뚫을 수 없다.”


그러고 보니 성벽을 기어오르는 적은 몇 있지만 대부분 얼마 못가 떨어지기 일쑤였다. 게다가 공성전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투석기나 사다리 같은 장비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양 손목에 클로를 낀 괴상하게 생긴 생명체의 아우성과 몸부림만 있을 뿐이었다.


“대기! 무기를 내려놓고 대기 한다.”


겨우 공격을 멈추고 이성을 찾기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교수들이 다가갔다. 아직 짙게 남아있는 공포의 여운을 달래기 위함이었다.


* * *


“저 끔찍하게 생긴 것들은 도대체 뭐야? 너희도 처음 봐?”


얀느는 물론이고 샤이르와 루리아도 고개를 저었다.


“무기까지 갖춘 걸 봐선 제법 머리도 쓸 줄 아는 것 같은데 저렇게 무작정 덤벼드는 이유가 뭐지?”


“하는 짓 봐선 무기를 만들 머리는 없어 보이는데? 저기 봐. 성벽을 오르려고 용 쓰는 것들이 아직도 저렇게 많잖아.”


성벽을 오르다 떨어져 해자에 빠져도 다시 성벽에 매달렸다. 수 없이 떨어지는 동료를 보면서 아직도 성벽에 매달리는 적이 부지기수였다.


“그렇다면 누군가 무기를 공급했다는 건데······.”


샤이르의 말에 그들의 시선이 세 척의 배로 향했다.


“설마 아직 뭐가 더 남은 건 아니겠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그런 소리하면 꼭 무슨 일 생기는 거 모르냐?”


얀느가 칼리의 방정맞은 입을 나무라는 사이 루리아가 조용히 한 마디를 얹었다.


“아직 시작도 안 했을지 몰라.”


“야아~ 너까지 왜 그래? 이런 상황에서 불안한 소리는 주문 같은 거라고.”


합리적인 의심이라는 것을 얀느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애써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루리아는 얀느의 기대와 희망에 조금도 관심 없다는 듯 불길한 주문을 계속 내뱉었다.


“고작 이런 일차원적인 공격이나 할 생각으로 여기까지 오진 않았을 거야. 아마 다음 전략이 있을 거야.”


“자꾸 불안한 소리 하지 말라니까. 그러다 진짜 무서운 게 튀어나오면 어쩌려고······.”


꿔어어어!


불안이 현실이 되는 소리가 먼 어둠속에서 들려왔다.


* * *


교수들은 빠르게 학생들을 훑으며 불안을 잠재우려 노력했다. 일부는 이미 현실을 정확히 직시했고, 일부는 교수의 노력에 호응했지만, 몇몇은 성벽 앞을 가득 메운 적들을 보며 불안을 지우지 못했다.


“어떤가요? 다들 잘 버티고 있나요?”


다시 모인 교수들에게 학장이 물었다.


“대부분 진정된 듯 보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두려움에 떠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교수들의 대답은 대부분 비슷했다. 학장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당연한 일이겠죠. 아직 어린 학생들이니··· 교수님들이 신경을 써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더 험난한 상황이 닥칠지 모르니 학생들을 잘 다독여야 합니다.”


“학장님, 학생 일부가 보이지 않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콘잘스키의 다급한 목소리에 학장은 놀라 소리쳤다.


“아현과 피아, 성천이 보이지 않습니다.”


“제대로 확인한 것 맞습니까? 한 명도 아니고 세 명이나 없다니요. 이 난리를 모를 리 없을 텐데 도대체 어디서······.”


‘아차! 중앙도서관 탑.’


재시험 준비를 위해 세 사람에게 중앙도서관 탑의 출입을 허락한 사실이 뒤늦게 떠올랐다. 그곳이라면 이 난리를 모르는 것도 이해가 됐다.


‘한 명이라도 아쉬울 때 세 명의 공백은 크다. 그런데 누굴 보내지? 그 셋을 데려오기 위해 누굴 보낸단 말인가.’


당장 어떤 공격이 닥칠지 모르는 상태에서 세 학생을 부르기 위해 공백을 만들긴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스스로 알아차릴 때까지 내버려 둘 수도 없었다.


“중앙도서관 탑에 있을 겁니다. 내가 재시험 때문에 출입을 허락했는데··· 누굴 보내죠? 그 셋의 능력이 필요한 상황이 올지 모릅니다.”


“샤이르를 보내시죠.”


의술 교수 분타의 대답은 의외였다.


“샤이르라니요? 출중한 학생 아닙니까?”


교수들은 분타의 대답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학장의 생각도 다른 교수들과 같았다.


“맞는 말씀이지만, 안타깝게도 오늘 아침에 손목이 부러졌습니다. 그 상태로는 활도 제대로 쏠 수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샤이르를 보내세요.”


“제가 전달하겠습니다.”


콘잘스키는 대답과 함께 몸을 돌렸다. 그 순간 불길한 소리가 대지를 울렸다.


꾸워어어!


세 척의 배 중 선두에 위치한 배가 흔들리는 게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보였다. 좌우로 크게 흔들리는 배에 학장을 비롯한 교수들의 시선이 쏠렸다.


‘도대체 얼마나 거대한 것이 있기에 저 큰 배가 흔들리는 거야?’


리암은 망원경을 들어 활짝 열린 배의 옆문을 주시했다.


꾸어어!


다시 한 번 정체불명의 울음소리가 대지를 흔들었다. 곧이어 어둔 그림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아르카 뿔소?”


울음소리의 정체를 확인한 리암의 떨리는 목소리에 학장을 비롯한 교수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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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 카델 침공(3) 23.03.18 16 0 13쪽
70 #69. 카델 침공(2) 23.03.18 16 0 13쪽
69 #68. 카델 침공(1) 22.09.01 32 0 19쪽
68 #67. 카델의 문지기(2) 22.08.23 30 0 18쪽
67 #66. 카델의 문지기(1) 22.08.14 32 0 19쪽
66 #65. 돌대가리? 닭대가리? 그리고 모질이 22.08.11 27 0 20쪽
65 #64. 가을 졸업시험(17) 22.08.08 27 0 15쪽
64 #63. 가을 졸업시험(16) 22.08.08 25 0 20쪽
63 #62. 가을 졸업시험(15) 22.08.05 24 0 19쪽
62 #61. 가을 졸업시험(14) 22.08.03 23 0 16쪽
61 #60. 가을 졸업시험(13) 22.08.02 25 0 18쪽
60 #59. 가을 졸업시험(12) 22.08.01 27 0 17쪽
59 #58. 가을 졸업시험(11) 22.07.28 31 0 18쪽
58 #57. 가을 졸업시험(10) 22.07.27 37 0 21쪽
57 #56. 가을 졸업시험(9) 22.07.25 26 0 18쪽
56 #55. 가을 졸업시험(8) 22.07.21 26 0 17쪽
55 #54. 가을 졸업시험(7) 22.07.20 24 0 16쪽
54 #53. 가을 졸업시험(6) 22.07.18 27 0 12쪽
53 #52. 가을 졸업시험(5) 22.07.13 26 0 17쪽
52 #51. 가을 졸업시험(4) 22.07.07 27 0 19쪽
51 #50. 가을 졸업시험(3) 22.07.05 28 0 16쪽
50 #49. 가을 졸업시험(2) 22.06.29 26 0 19쪽
49 #48. 가을 졸업시험(1) 22.06.27 28 0 17쪽
48 #47. 샤이르와 루리아(5) 22.06.18 29 0 20쪽
47 #46. 샤이르와 루리아(4) 22.06.17 28 0 14쪽
46 #45. 샤이르와 루리아(3) 22.06.17 26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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