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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버서사이-미소녀 천재 대마법사 전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디귿(D)
작품등록일 :
2022.05.12 14:41
최근연재일 :
2023.04.19 19:10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3,327
추천수 :
176
글자수 :
761,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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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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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49. 가을 졸업시험(2)

DUMMY

* * *


“교수님! 리암 교수님!”


명랑한 목소리가 성벽을 울렸다. 한창 땀을 뻘뻘 흘리며 짐을 나르던 샤이르 일행이 걸음을 멈추고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다. 탐스러운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이제 막 계단을 뛰어오르는 낯선 여학생이 있었다.


“오! 젤뚜르다!”


단숨에 계단을 올라 성벽을 타고 달려오는 여학생을 리암은 반갑게 맞았다.


“누구지? 처음 보는 얼굴인데.”


칼리는 겨우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나도 처음 봐. 너희도 모르는 사람이야?”


샤이르와 루리아도 모르는 눈치였다. 허리까지 오는 검은 생머리, 샤이르와 비슷한 큰 키, 시원시원한 이목구비가 매력적인 미인이었다. 눈에 확 띄는 이런 미인을 지금까지 보지 못한 게 신기할 정도였다.


“선밴가?”


그나마 합리적인 추측이었다. 학생들은 학년 별로 거의 마주칠 일이 없는 독립된 공간을 사용했다. 기숙사, 식당, 교육관은 물론이거니와 야외 훈련장도 따로 있었다. 그래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마주칠 일은 거의 없었다.


“여긴 어쩐 일이야? 졸업시험 준비로 바쁠 때 아닌가?”


“지나다가 교수님 보여서 인사하러 올라왔죠. 아무리 바빠도 인사 할 시간 정도는 있어요.”


계단을 뛰어오른 사람치고 숨 한 번 헐떡이지 않는 젤뚜르다는 꾸밈없이 밝은 미소로 대답했다.


“하하하. 역시 예쁜 녀석은 말도 예쁘게 하는구나. 하하하. 이 녀석들아, 인사해라. 너희 선배다.”


“아, 안녕하세요.”


네 사람은 어색하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반가워. 난 검술학과 4학년 젤뚜르다. 네가 샤이르구나?”


젤뚜르다는 먼저 샤이르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샤이르는 바로 손을 맞잡지 못했다. 낯선 선배가 자신을 알고 있을 줄 모르고 있었다.


“손 어색하게 계속 이렇게 둘 거야?”


“아··· 죄송합니다. 마법학부 샤이르 모흐란입니다.”


“그래. 그래야지.”


젤뚜르다는 샤이르가 손을 잡자 크게 흔들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다음엔 루리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네가 루리아?”


“네. 루리아 아르리안입니다.”


루리아는 여전히 무덤덤한 얼굴로 낯선 선배의 손을 잡았다. 젤뚜르다는 개의치 않고 샤이르에게 했던 것처럼 손을 위아래로 크게 흔들었다.


“알아. 아마 카델에서 아르리안 가의 장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걸. 그리고······.”


얀느와 칼리는 내심 시원한 성격의 미인 선배와의 악수를 기대하고 있었다. 어서 빨리 이름을 불러주며 손을 내밀길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누가 칼리고, 누가 얀느지?”


눈물이 났다. 한 묶음으로 묶이는 조연의 설움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심지어 손도 내밀지 않았다.


“이 녀석··· 날 보러 올라온 게 아니구나?”


“이힛··· 들켰네요? 맞아요. 이 친구들 만나러 온 거예요. 헤헤헤.”


“어디 보자··· 선배의 위엄을 살려 어리석은 후배들에게 훈계하러 온 것 같지는 않고··· 졸업시험 때문이구나?”


“역시 교수님! 아직 한 마디도 안 꺼냈는데 바로 알아보시네요? 맞아요. 졸업시험 때문에 이 친구들에게 부탁 좀 하려고요.”


“그런 일이라면 내가 빠져주는 게 낫겠구나. 천천히 이야기들 나누거라.”


리암은 대답도 듣지 않고 훌쩍 자리를 떠났다.


“역시 멋져. 눈치도 있고. 너희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네 사람의 표정은 기대와 전혀 달랐다. 심지어 루리아의 표정도 살짝, 아주 살짝 일그러져 있었다.


“아하하··· 맞아. 가끔 무대뽀 같을 때가 있기도 하지. 그래도 좋은 분이셔. 겪다 보면 너희도 언젠간 느낄 거야. 언젠가······.”


생각해 보니 자신 없는 확신이었다. 아직도 리암이라면 치를 떠는 동기가 제법 있었다.


“아무튼! 너희한테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어서 왔어. 한 번 들어볼래?”


젤뚜르다의 제안은 클로틸다가 아현 일행에게 얘기한 그대로였다. 다만, 훨씬 진지하고 자세한 설명 덕에 더 물을 필요 없이 한 번의 설명으로 끝이 났다.


“나도 학부생 때 같은 제안을 받았어. 덕분에 좋은 기회가 됐고. 결과만 놓고 보면 결코 나쁜 기회는 아니야.”


잠자코 듣고 있던 샤이르가 물었다.


“시험은 언제죠?”


“한 달 뒤. 그래도 일주일 내로 답을 줘야해. 연습할 시간이 필요하잖아?”


“그런데 전 지금 정학 중인데 가능한가요?”


“당연히 가능하지. 내가 그런 것도 알아보지 않고 너희를 찾아왔겠어?”


“지금 저희 상태가 어떻든 상관없다는 말씀이네요. 확실히 좋은 기회긴 한데··· 너희들 생각은 어때?”


칼리와 얀느는 너무 놀라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눈을 뜨고, 턱이 빠질 정도로 입을 벌리고 샤이르를 쳐다봤다. 처음이었다. 샤이르는 단 한 번도 두 사람에게 의견을 물은 적이 없었다. 심지어 루리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아현의 마법에 머리 맞은 게 잘못됐네. 그때 머릴 크게 다친 거야. 그러지 않고 저럴 리가 없어.’


‘역시 사람은 제대로 처맞아야 정신을 차리는 건가? 그런 거였으면 더 처맞았어야 되는데··· 피아가 날뛸 때 말리지 말았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당한 게 많았던 얀느와 칼리는 샤이르의 갑작스런 변화에 감동보다 아쉬움이 더 컸다.


“왜 저희죠?”


루리아의 질문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너희보다 아현하고 피아한테 관심이 갔었어. 왜 그런지 이유는 너희가 더 잘 알 거야.”


전공학과생인 3,4학년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실력을 가진 피아, 월반이 언급되고 학장을 비롯한 모든 교수가 극찬을 아끼지 않는 재능의 아현. 샤이르 일행 뿐 아니라 이제는 카델의 모든 학생이 아는 사실이었다.


“근데 현실적인 문제가 걸리더라. 일단, 먼저 선수 친 년이 있어. 대가리 색깔만큼이나 제정신이 아닌 년이 하나 있는데, 그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년이 먼저··· 아니다. 그 얘기는 그만두자.”


젤뚜르다는 클로틸다에 대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우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그 두 사람 외에 남은 두 사람을 따로 섭외해야 하는 거였어. 같이 어울리는 성천을 섭외하자니··· 그 친구한테 미안한 말이지만, 실력이 너무 부족하더라. 내 계획에 맞지 않는 친구였어. 그런데 너희는 구성이 아주 좋아.”


젤뚜르다는 한 명씩 자세히 응시했다. 샤이르··· 루리아··· 얀느, 칼리.


‘응? 방금 뭐야?’


‘우린 보는 척만 한 거야?’


어쩔 수 없는 조연의 설움이었다.


“샤이르와 루리아는 마법과 무술 실력이 두루 뛰어나니 더할 나위 없고, 얀느와 칼리는 마치 쌍둥이처럼 무술 호흡이 아주 뛰어나지. 내가 구상한 계획에 가장 적합한 구성이었어. 더군다나 너희끼리의 유대감도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


‘유대감? 우리한테 그런 게 있었나?’


얀느와 칼리는 물론이고 루리아에게도 생소한 단어였다. 그러나 사정을 모르는 타인의 눈엔 1년 가까이 붙어 다니는 모습은 그런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할게요. 저희 모두··· 할게요.”


샤이르는 세 사람의 표정을 빠르게 확인하고 대답했다.


‘지 멋대로 대답할 거면서 아까는 왜 물어본 거야?’


‘어쩐지··· 사람이 그렇게 쉽게 변할 리가 없지. 저 새끼는 더 처맞았어야 돼.’


얀느와 칼리도 마음은 굳히고 있었다. 사양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좋은 제안이었다. 그러나 대답은 언제나처럼 샤이르의 몫이었다. 샤이르의 시선이 빠르게 지나며 표정을 읽은 건 보지 못했다.


* * *




우당탕


계단의 끝에 닿기 직전 뒤에 있던 아현이 성천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그 바람에 성천은 두 개 남은 계단을 딛지 못하고 넘어졌다.


“악! 뭐야? 왜 그래?”


성천만큼이나 피아도 황당한 눈으로 아현을 쳐다봤다.


“어머, 미안. 실수.”


미안한 구석은 고사하고 최소한 연기하는 성의도 없었다. 표정도 당당하고 뻔뻔했다.


“야, 너······.”


“다음부터 조심할게.”


아현은 넘어진 성천을 지나쳐 먼저 탑을 빠져나갔다. 어이가 탈출한 성천은 일어날 생각도 못하고 엎어진 채 아현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황당함에 할 말을 잃은 건 피아와 클로틸다도 마찬가지였다.


“너··· 이제 어떻게 하냐? 완전히 찍힌 것 같은데.”


* * *


가을 초입의 밤공기는 제법 차가웠다. 아현은 겉옷을 여미고 어슴푸레한 어둠을 헤쳐 익숙한 오솔길을 걸었다. 얼마 전부터 별다른 약속이 없음에도 저녁식사 후 걸음은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향했다.


저만치 아른거리는 가로등 아래 익숙한 금발이 바람에 살짝살짝 흔들렸다. 아현의 인기척을 듣고 고개를 돌린 건 루리아였다.


“왔어?”


“일찍 왔네. 저녁은 먹었어?”


“응. 내일도 버티려면 안 먹을 수 없더라고.”


중앙도서관 탑 앞에 설 때마다, 계란을 오를 때마다 투정했던 자신을 책망했다. 저 가녀린 팔과 다리로 하루에 몇 번씩 무거운 짐을 지고 성벽을 오르내렸을 걸 생각하니 괜히 미안한 마음이 일었다.


“네가 고생이 많네. 크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런 중노동을 시키고.”


“그러는 너야 말로. 잘 했다고 칭찬을 들어도 모자란데 우리랑 같이 벌을 받잖아.”


‘미안··· 루리아. 도서관에 간 건 벌이 아니라 상이었어.’


살짝 미소 지으며 걱정하는 루리아의 얼굴을 보자 가슴이 미어졌다.


“그래도 꼭 나쁜 것만은 아니더라.”


“왜? 무슨 일 있었어? 혹시 샤이르랑······?”


“아냐. 그런 거. 생각하지 못한 좋은 기회가 생겼어.”


‘어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


루리아를 만나면 가장 먼저 해줄 이야기가 클로틸다의 제안이었다. 그런데 정작 루리아의 입에서 먼저 나왔다.


“오늘 낮에 검술학과 4학년 선배가 우릴 찾아왔어. 가을 졸업시험에 함께 하자고.”


“뭐? 너도?”


“너도?”


루리아와 아현은 서로 놀라 소리쳤다.


“아··· 그 선배가 머리 색깔 특이한 년이구나.”


아현도 클로틸다에게 제안 받은 상황을 설명했다. 설명이 끝나자 루리아가 젤뚜르다의 짜증 섞인 표정을 떠올리며 말했다.


“왜? 너희한테 제안한 선배가 클로틸다 선배 얘기를 했어?”


“응. 예의 바르고 친절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선배 얘기할 때는 다른 사람으로 변했어.”


“그래? 사이가 안 좋은가?”


“그렇다기 보다··· 적대적이라기보다 경쟁적인 느낌이 더 강해 보였어.”


“그래? 그럼 우린 당분간 또 적이 되는 건가? 히히.”


아현의 장난스런 말투에 루리아도 마주 웃었다.


“그건 싫은데. 난 그냥 네 편하면 안 될까?”


‘와··· 미친!!! 내가 이래서 저녁마다 널 보러 온다.’


아현은 당장이라도 코피가 쏟아질 것 같아 손으로 코를 막으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 * *


사다리 끝에 아슬아슬 매달려 제 몸통만한 책들을 정리하며 아현의 말을 듣던 피아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아현을 쳐다봤다.


“요즘 저녁마다 사라진다 했더니 루리아랑 놀고 있었던 거야?”


“어? 어······.”


“동생은 그 작고 초라한 방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두고 말이지?”


피아의 얼굴 가득 서운함이 짙게 묻어있었다.


“아니··· 바람 쐬러 가다가 몇 번 우연히 마주친 거야. 언니가 피아를 일부러 혼자 둘 리 없잖아.”


대답과 달리 일부러 피아와 동행하지 않았다. 피아의 성격상 지난 일에 대한 앙금 따위 벌써 잊은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루리아는 달랐다. 그렇지 않아도 낯을 많이 가리는데, 지난 일에 대한 미안함이 남아 있어서 일부러 혼자 만났던 것이다.


“서운해~ 나만 쏙 빼놓고 말이야.”


“루리아가 아직 너한테 미안한 게 조금 남은 것 같아서 그래. 그 아이 마음이 조금 편해지면 그때 같이 보자.”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그렇게 예쁜 얼굴로 꽤 소심하네. 난 벌써 다 잊었는데. 그런데 또 맞붙게 돼서 어째? 클로틸다랑 그쪽 검술학과 선배가 경쟁관계라며?”


“확실한 건 아니야. 느낌이 그렇다는 거지. 근데 같은 학과라면 모를까, 전공이 완전 다른데 경쟁관계가 될 수 있나?”


“아니. 어딜 봐서 내가 그딴 년이랑? 비교불가. 그년의 자격지심.”


아현은 등 뒤에서 들리는 독특한 목소리에 흠칫 놀랐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평소와 다른 진지한 얼굴의 클로틸다가 서있었다.


‘도대체 뭐지? 지난번에도 그렇고 전혀 기척을 느끼지 못했어.’


기와 기척을 숨길 수 있는 무술가도 아닌 마법사가 지척에 올 때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러니까 그런 예상 금지. 불쾌해. 아주.”


“아, 죄송해요. 제가 오해했나 봐요.”


험담하다 들킨 것처럼 죄스러웠다.


“괜찮아. 네 잘못 아냐. 오해할 여지를 만든 그년이 나빠. 썩을 년. 물에 빠져도 주둥이만 뜰 년. 후배들한테 쓸데없는 소리는 왜 해?”


예상보다 격한 반응에 젤뚜르다의 이야기는 가급적 자제하기로 다짐하는 세 사람이었다.


“그러나 난 신경 안 써! 그딴 허접한 년이 뭐라고 지껄이든 알게 뭐람? 그치? 아무튼, 그건 됐고. 찾아봤어? 새로운 파티원?”


“네. 저는 마법학부 동기인 타미가 좋을 것 같아요. 마법 성적도 굉장히 우수하고, 무엇보다 선배 말처럼 운동신경이 발군이에요. 보시면 무척 마음에 드실 거예요.”


“타미··· 타미··· 아, 깜깜한 애! 알아. 좋아. 지난 학기까지만 해도 그 아이도 후보였어. 이쁜이는?”


“저는······.”


피아는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왜? 쓸만한 애 없어?”


“아뇨. 한 친구가 있긴 한데······.”


“누구?”


“뚜따라고······.”


“알아! 뚜따! 무투학과에서 주목하던 학부생. 이쁜이 편입 전까지 무술학부 기대주. 아주 좋아. 근데 왜 망설여? 하기 싫대?”


“그런 건 아닌데··· 저랑 일이 조금 있었거든요.”


피아는 두 달 전 뚜따에게 고백 받았던 일과 응당한 정의의 심판을 모두 털어놨다.


“꺄르르르. 맞을 만 했네. 근데 그게 왜? 그 뒤로 어색해?”


“아뇨. 제가 필요할 때만 부탁하는 것 같아서 미안해서요.”


“그렇게 안일하면 안돼. 손 놓고 있으면 뺏겨. 칼에 미친년한테.”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아현이 불쑥 끼어들었다.


“왜?”


“그 선배는 이미 파티 섭외 끝냈어요. 샤이르, 루리아, 얀느, 칼리. 이렇게 네 명하고 함께 할 거라던데요.”


“어떻게 알았어?”


“루리아한테 들었어요. 자세한 얘기는 못 들었지만, 어제 찾아와서 같이 하자고 했다던데요.”


“뭐? 음흉하게 눈치만 보다가 먼저 선수를 쳐! 간사한 년! 아아악! 열 받아! 그년한테 또 졌어! 젠장! 빌어먹을!”


클로틸다는 눈앞에서 장난감을 빼앗긴 어린애처럼 제자리에서 방방 뛰기 시작했다.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나?”


아현은 피아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내 말이. 고작 파티원 먼저 모집한 걸로 저렇게 화를 내는 거 보면 엄청 신경 쓰는 거 아니야?”


“쉿. 듣겠다.”


응석부리는 아이처럼 한참 짜증을 내던 클로틸다는 씩씩거리며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아현과 피아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어색한 미소를 방긋 지었다.


“아니지. 아니야. 별 거 아니야. 어차피 시험도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야. 우린 우리 몫만 잘 하면 돼. 신경 쓸 필요 없어.”


이해시키거나 안심시키기 위한 말인지 자기암시인지 헷갈렸다. 그러나 아무도 더 묻지 않았다. 머리카락 색깔만 특이한 게 아니라 정신상태도 평범하지 않은 선배의 신경을 건드려서 좋을 게 없을 거란 판단이었다.


아현은 대신 주제를 돌리는 걸 선택했다.


“절대평가라고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건데요?”


“적절한 질문.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니 설명할게. 어제 잠깐 설명한 배점 방식은 각 파티의 성과에 따라 결정. 잘 하면 가점, 못하면 감점. 시험마다 차이가 있지만, 가을 시험은 무조건 절대평가!”


19년의 짧은 인생, 중학교 고등학교 6년을 입시라는 한 가지 목표만 바라봤다. 원론적인 실력 평가가 아닌 입시를 위한 평가만 있었다. 한정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평가는 언제나 상대적이었다. 경쟁자를 밟고 올라서야만 내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잔인한 경쟁이 못마땅했다. 그러나 결정권은 허락되지 않았다. 그저 정해진 규칙을 따라야만 했다.


그런 아현에게 절대평가라는 방식은 어색했다. 오로지 실력과 과정이 만든 결과만으로 평가되는 방식이 낯설었다.


“그럼 경쟁할 필요가 없는 거네요.”


“응. 당연하지. 졸업을 결정하는 시험인데 경쟁할 필요 없잖아.”


당연한 소리가 그저 낯설었다.


“점수만 지켜도 무사통과. 작년 가을 시험 평균이 100점 내외. 감점 감안해도 안전빵으로 통과 예정. 그러나 난 감점 받을 생각 없지롱.”


“그럼 엄청 유리한 거네요. 합격점을 받고 시작하는 거나 마찬가지니 감점만 안 받으면 무난히 졸업이잖아요.”


“유명인, 잘 들어. 너희 무시하는 거 아냐. 근데! 학부생과 전공생의 차이는 커. 엄청 커. 감점 안 받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야. 운이 나쁘거나 작은 실수만 있어도 250점 까먹는 건 순식간이야. 그러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추가점 주는 거 아니겠어?”


“아······.”


“물론 계획은 있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계획. 내 계획이 틀렸을 수도 있고, 너희가 못 따라올 수도 있어. 예상 못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어. 막상 시험대에 서기 전까진 모르는 일. 그래서 방심 금물.”


“그렇군요··· 추가점수가 워낙 높아서 쉽게 생각했나 봐요. 죄송해요.”


“괜찮아. 나도 3년 전에 그랬어. 그러나 나한테 있어, 아주 멋진 계획. 계획대로 된다면 최소한 감점으로 통과 예정. 이름하야··· 졸라 버티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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