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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버서사이-미소녀 천재 대마법사 전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디귿(D)
작품등록일 :
2022.05.12 14:41
최근연재일 :
2023.04.19 19:10
연재수 :
1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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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글자수 :
761,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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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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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69. 카델 침공(2)

DUMMY

* * *


학장과 리암은 심각한 표정으로 망원경을 내렸다. 두 사람의 표정은 샤이르 일행이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음을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젠장, 왜 하필 이런 때에······.”


“낙담할 시간 없습니다.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언제나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던 학장의 얼굴은 다급함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리고 지금 당장 바······.”


학장의 눈에 산봉우리 위로 살짝 올라온 보름달이 들어왔다.


“보름이었군요.”


“네. 하필 보름입니다.”


학장은 말을 잃고 고개를 숙였다. 도대체 보름이 이 상황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궁금했지만, 샤이르를 비롯한 친구들은 차마 묻지 못했다.


“우리끼리라도 움직여야 합니다.”


학장은 눈에 힘을 주고 리암에게 빠르게 말했다.


“일단 졸업 시험장으로 전서구를 보내야 합니다. 그리고 교내에 남은 교수와 학생들을 모두 모아주세요. 그들이 복귀할 때까지 어떻게든 남은 인원으로 버텨야 합니다.”


“학부생들은 아직 수성전 훈련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어떻게든 지휘해야죠. 고민할 시간 없습니다. 어서 움직여 주세요.”


합리적 판단과 결정이 중요한 때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한 리암은 바로 계단으로 몸을 날렸다.


“제가 전서구를 보내고, 교수들과 학생들에게 알리겠습니다. 학장님께선 이곳에서 지휘를 내려주세요.”


“알겠습니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것 같으니 서둘러 주세요.”


리암은 이미 계단을 벗어나 달리고 있었다. 학장과 리암의 반응으로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다.


“잘 했어요. 여러분이 발견하지 못했다면 대응도 하지 못할 뻔 했습니다.”


“심각한 상황인가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만약을 대비한 준비를 해야겠죠. 우리는 이제부터 수성전을 준비할 겁니다.”


“수성전이요?”


학장은 샤이르의 일행의 놀란 시선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동안 다양한 물자를 나르고 정리하느라 물자 창고에 관해선 누구 보다 여러분이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그들이 올 때까지 여러분과 저는 물자 분배를 준비합니다.”


“저희가 뭘 어떻게······.”


어안이 벙벙한 네 사람은 학장의 말뜻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명할 시간이 없습니다. 세부적인 지시는 제가 하겠습니다. 일단 활과 화살부터 창고 밖으로 꺼내 놓아요.”


심각하고 다급한 학장의 표정과 목소리에 네 사람은 계속 당황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창고 들어가 학장의 지시대로 활과 화살을 창고 밖으로 꺼내기 시작했다.


* * *


교수들과 달리 성벽에 오른 학생들은 우왕좌왕했다. 아무리 교수들이 소리치고 지시를 내려도 쉽게 통제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긴급소집은 학생 중 누구도 겪어보지 못했다. 심각한 표정의 교수들이 정신없이 학교를 뛰어다니며 학생들을 소집했다. 영문도 모른 체 교수들의 지시로 성벽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훈련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았다. 그런데 난데없는 수성전 준비라니. 이해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피부로 느껴지는 강한 긴장과 압박은 그들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주목!”


도저히 안 되겠다고 판단한 리암의 고함이 성벽을 울렸다.


“빠르게 설명하겠다. 지금 카델을 향해 정체불명의 집단이 다가오고 있다. 그들의 목적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어떤 통보도 없이,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접근한다는 건 분명 선한 목적은 아닐 것이다. 최악의 경우 그들의 목적이 카델을 향한 공격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수성전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건 훈련이 아닌 실제상황이다. 그러니 넋 놓고 있지 말고 교수님들의 지시에 따라 움직여라.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건 실제상황이다.”


‘정체불명의 집단’, ‘카델을 향한 공격’, ‘실제상황’이란 단어가 나올 때마다 학생들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상상조차 못했던 상황에 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불안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뿐이었다.


“정말일까? 누가 감히 카델을 공격해?”


“훈련이 아니라잖아. 실제상황이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잖아.”


“뱀의 협곡으로 오는 건가? 거긴 대규모 병력이 지날 수 없는 곳이잖아.”


“맞아. 칼날 산맥을 넘을 수도 없잖아.”


“그럼 정말 훈련인 건가? 실제상황을 상정한?”


“평가 아닐까? 전공생도 시험 기간 중이잖아. 우리가 모르는 어떤 시험일 수도 있어.”


불안은 의심을, 의심은 억지 위로를, 또는 비합리적인 희망을 야기했다. 그렇게 현실을 부정하는 분위기로 흘렀다.


무관이 되려 카델에 들어왔다곤 하나 대부분 10대의 어린 학생이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들 대부분은 평화 속에 자라왔다. 눈앞에서 직접 전쟁이나 전투를 경험한 적도 없었다. 그런 그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침략의 위협은 현실적이지 못했다.


“정신 못 차리지!”


귀를 찌를 듯한 리암의 목소리는 가슴까지 답답하게 만들 정도였다.


“생각하지 마라! 판단하지 마라! 그냥 움직여! 빨리 움직이란 말이다!”


리암의 반응에 일부는 혹시 모를 희망의 불꽃을 껐지만, 아직 많은 학생은 이 상황에 의심을 거두지 못했다. 그럼에도 완강한 리암과 교수들의 지시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훈련이든 시험이든 일단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학장을 비롯한 교수들의 지시에 따라 학생들의 수성전 준비는 빠르게 준비됐다. 모든 물자가 배치되는데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각자 위치에 자리를 잡은 학생들에게 갑옷과 무기가 지급됐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갑옷은 벗지 마라. 무기도 놓지 마라. 최악의 상황에서도 너희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동료다.”


익숙하지 않은 갑옷을 걸치는 학생들을 보며 리암은 다시 말을 이었다.


“여러분의 임무는 학부와 무관하다. 주변에 배치한 무기를 이용해 적이 성벽 위로 오르는 것을 막는 것이다. 수성전에 관해선 수업 시간에 충분히 배워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비록 실전 경험이 없는 것이 아쉬우나 잘 해낼 거라 믿는다.”


“저기 봐!”


누군가의 외침에 성벽 위에 정렬해 있던 교수와 학생들의 시선이 성벽 너머로 향했다. 이젠 노을이 거의 사라지고 어둠이 제법 내려온 서쪽 하늘에 거대한 배 세 척이 떠 있었다.


하늘을 나는 배를 직접 목격한 교수와 학생들은 충격에 빠졌다. 알려진 어떤 마법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며, 동화에나 나올 것 같은 기현상이었다. 만약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믿지 못할 상황이었다.


“동요하지 마라. 동요하지 말고 각자 맡은 자리로 간다! 교수님들은 학생들을 지도해 주십시오!”


그러나 리암의 바람과 달리, 교수들의 지도에도 충격에 빠진 학생들은 쉽게 통제되지 못했다.


* * *


드디어 카델의 거대한 성벽이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로 접근했다. 바다를 건넌 뒤 이틀 내내 비슷한 모양의 뾰족하고 삭막한 산봉우리만 보던 하비르는 망원경을 들었다. 가까이서 보니 더 거대해 보이는 성벽에 감탄하며 성벽 위로 시선을 돌렸다.


“예상보다 인원이 적군요.”


성벽 위를 바쁘게 움직이는 인간의 수는 백 명 남짓 밖에 되지 않았다. 세 척의 배에 가득한 병력과 비교하면 초라한 숫자였다. 하비르의 기운 빠진 목소리에 타쿤이 얼른 대답했다.


“제대로 된 전투를 기대하셨을 텐데 아쉽게 되셨습니다.”


“너무 싱겁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그래도 도라마들의 전투력을 측정할 수 있는 기회는 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그 걸로 위안을 삼아야지요. 오랜만에 먼 길을 나섰는데 보잘 것 없는 승리라는 성과 외에 여흥이 없다는 게 다소 아쉽긴 합니다.”


“이제 시작이지 않습니까? 앞으로 이어질 전투를 대비한 몸풀기라고 생각하시죠. 하하하.”


“대륙 최고의 무관학교인 카델을 상대로 몸풀기라니··· 타쿤의 호탕함은 언제 봐도 든든합니다. 하하하.”


“그렇습니까? 하하하.”


“물론이죠. 이번 출정에서 그대의 호탕한 무예를 다시 볼 수 있어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저야 말로 사령과 다시 한 번 전장에 설 수 있어. 하염없이 기쁠 따름입니다.”


“하하하. 그 무뚝뚝하던 타쿤이 이제는 제법 입바른 소리도 할 줄 알게 되었군요. 하하하. 듣기는 좋습니다. 제게 뭔가 바라는 게 있는 건 아닙니까?”


“그럴 리가요. 전 항상 진실만을 말합니다. 하하하. 바라는 게 있을 리가 없죠. 다만 궁금한 건 한 가지 있습니다.”


호탕하게 웃던 타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하비르는 물어보라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주작 님의 말이 마음에 걸립니다. 모르고 있다면 존재하지 않는다던 말.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의민지 알 수가 없습니다. 세상 모든 걸 다 알고 있다는 말이 아니라는 건 알겠습니다만······.”


하비르는 쓴웃음을 지으며 짧은 한숨을 뱉었다.


“후우··· 아까 주작 님의 살기를 느꼈죠? 어땠나요?”


“순간 목이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 끔찍한 살기는 생전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여쭙는 겁니다. 만약 그 살기가 아니었다면 주작 님의 말에 의문을 품지도 않았을 겁니다.”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내가 알던 자가 맞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다만, 아까 느낀 살기와 존재감을 생각하면 한 가지 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한껏 얼굴을 앞으로 내민 타쿤에게 하비르는 속삭이듯 빠르게 말했다.


“알고 있었다면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모르고 있는 것이다. 가 아닐까요.”


하비르의 대답을 듣는 순간 타쿤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가능하다. 아까 느낀 존재감이라면, 감히 나는 바라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거대했던 그 존재감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전하께서 그녀에게 나도 모르는 단독 임무를 주신 이유를 알겠더군요.”


확실히 이상했다. 지휘관으로 임명된 기쁨에 눈이 멀어 무심코 지나쳤다. 이번 출정에서 서열에 드는 건 주작과 자신뿐이었다. 비록 왕국이 아닌 일개 무관학교라곤 하지만 첫 출정에 백 위 언저리 서열 두 사람을 주축으로 보내는 게 합리적은 선택은 아니다. 그러나 주작이 숨기고 있는 능력을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적어도 전하와 대장군은 주작의 진짜 능력을 알고 계신다는 건가?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내 무례도 밝혀질 가능성이 높다. 젠장, 고작 인간 계집 하나가 내 원대한 꿈에 걸림돌이 되는 건가?’


다시없을 기회라고 생각했던 출정이 되려 독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타개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뾰족한 묘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인간의 능력이야 뻔하다 생각했는데 제 오만이었던 것 같습니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말로만 듣던 드래곤과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드래곤이라··· 정말 그렇군요. 그 이질적이면서 절대적인 존재감이 마치······.”


하비르는 말끝을 흐리며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무언가 찾기라도 하듯 한참이나 남서쪽을 향했다. 타쿤은 궁금증을 참으며 하비르가 입을 열길 기다렸다.


“이런 행운이······.”


“무슨 말씀이신지······.”


“아, 느끼지 못했나요? 저 위대한 존재를?”


하브리의 시선을 따라 집중하고 있었다. 그가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했지만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었다.


“송구합니다. 제 부족한 능력으론 느끼지 못했습니다..”


고개 숙인 타쿤의 어깨를 두드리며 하비르는 부드럽게 말했다.


“감각의 차이이니 느끼지 못한 게 잘못은 아닙니다. 그리고 저 이질적인 존재감을 처음부터 느끼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질적인 존재감? 위대한 존재? 설마?’


“설마··· 드래곤이 있는 겁니까?”


하비르는 대답 대신 빙그레 웃었다.


“그 말씀은 사령께선 이전에 드래곤을 마주친 적이 있단 말씀이십니까?”


“너무 오래 전··· 어릴 때라 기억은 잘 안 나는 군요. 그래도 저 특별한 존재감만큼은 여전히 기억합니다. 이런 곳에서 드래곤의 존재를 느끼다니 좋은 징조군요. 돌아가는 길에 직접 마주하는 행운이 따랐으면 좋겠군요.”


하비르는 난감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리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사실... 잊고 있었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신데도 건방지게 잊고 있었습니다....

못난 글이지만 1부 완결까지 매일 업로드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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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0. 카델 침공(3) 23.03.18 16 0 13쪽
» #69. 카델 침공(2) 23.03.18 17 0 13쪽
69 #68. 카델 침공(1) 22.09.01 33 0 19쪽
68 #67. 카델의 문지기(2) 22.08.23 31 0 18쪽
67 #66. 카델의 문지기(1) 22.08.14 33 0 19쪽
66 #65. 돌대가리? 닭대가리? 그리고 모질이 22.08.11 27 0 20쪽
65 #64. 가을 졸업시험(17) 22.08.08 28 0 15쪽
64 #63. 가을 졸업시험(16) 22.08.08 26 0 20쪽
63 #62. 가을 졸업시험(15) 22.08.05 24 0 19쪽
62 #61. 가을 졸업시험(14) 22.08.03 24 0 16쪽
61 #60. 가을 졸업시험(13) 22.08.02 25 0 18쪽
60 #59. 가을 졸업시험(12) 22.08.01 28 0 17쪽
59 #58. 가을 졸업시험(11) 22.07.28 31 0 18쪽
58 #57. 가을 졸업시험(10) 22.07.27 38 0 21쪽
57 #56. 가을 졸업시험(9) 22.07.25 26 0 18쪽
56 #55. 가을 졸업시험(8) 22.07.21 26 0 17쪽
55 #54. 가을 졸업시험(7) 22.07.20 24 0 16쪽
54 #53. 가을 졸업시험(6) 22.07.18 2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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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6. 샤이르와 루리아(4) 22.06.17 29 0 14쪽
46 #45. 샤이르와 루리아(3) 22.06.17 27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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