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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버서사이-미소녀 천재 대마법사 전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디귿(D)
작품등록일 :
2022.05.12 14:41
최근연재일 :
2023.04.19 19:10
연재수 :
1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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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글자수 :
761,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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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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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63. 가을 졸업시험(16)

DUMMY

“으··· 응······.”


겨우 의식을 차린 듯 했지만 정신이 온전히 돌아오진 못했다. 언제 시작될지 모를 대장몬스터의 공격범위에서 벗어나야 했지만 루리아를 내버려둘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축 늘어진 루리아의 팔을 어깨에 걸치고 몸을 일으켰다.


“뼈하고 가죽밖에 없는 애가 왜 이렇게 무거워?”


힘겹게 몸을 일으킨 아현은 루리아를 질질 끌며 발을 옮겼다. 대장몬스터의 공격이 시작되기 전에 최대한 멀리 몸을 피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언니! 피해!”


피아의 외침에 고개를 들자 거대한 나무도끼가 날아오고 있었다.


‘젠장! 젠장! 젠장!’


클로틸다는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믿고 싶지 않았다. 첫 공격이 성공했을 때 짧은 희망을 봤다. 그러나 대장몬스터의 전투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공격대형은 무너졌고 열쇠는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계속 되는 공격으로 전력은 점점 감소했고, 이젠 루리아와 아현마저 위기에 빠졌다.


바람마법을 이용해 대장몬스터의 나무도끼의 속도를 떨어뜨리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차라리.’


마법스킬 - 강풍


클로틸다의 마법은 대장몬스터가 아닌 아현과 루리아의 발치에 명중했다.


퍼엉!


굉음과 함께 아현과 루리아의 몸이 충격의 여파로 멀찍이 날아갔다. 조금만 실수했어도 마법이 두 사람에게 맞을 수 있는 위험한 시도였다. 그러나 다행히 마법은 원하는 자리에 정확히 명중했고, 두 사람이 받은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았다.


“루리아!”


엉덩방아를 찧긴 했지만 큰 부상 없이 바닥에 착지한 아현은 제일 먼저 루리아를 찾았다.


“루리아! 루리······.”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아현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문 뒤에 숨어있던 샤이르가 축 늘어진 루리아를 두 팔로 안고 있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사뭇 진지한 얼굴로 위풍당당하게 루리아를 안고 있었다.


‘뭐야··· 개 멋있잖아.’


미운 짓만 골라서 하는 샤이르지만, 가만히 뜯어보면 제법 훌륭한 편이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은 준수한 편이었고, 다부진 몸에 키도 컸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제법 훌륭한 외향을 가진 샤이르와 품에 안긴 인형 같이 아름다운 루리아, 그리고 샤이르를 향한 루리아의 마음에 지금의 상황이 어우러지니 아름다운 명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안전을 위협받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지구의 10대 소녀만큼이나 친구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쟤 지금 뭐 한 거야?”


“우리가 알던 그 개싸가지 도련님 맞아?”


아무리 루리아라 할지라도 샤이르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몸을 날렸다는 사실은 얀느와 칼리에게 꽤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놀람도 잠시, 대장몬스터의 공격은 다시 샤이르와 루리아를 향했다.


공격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샤이르는 루리아를 감싸 안으며 몸을 웅크렸다.


퍼억!


묵직한 소리가 바로 귓가에서 들렸다. 그러나 충격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샤이르는 질끈 감은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렸다. 대장몬스터의 발을 두 팔로 막고 서있는 피아가 있었다.


“오~ 새끼··· 제법인데.”


개념도 싸가지도 없는 철부지 도련님이라고 생각했던 샤이르의 반전 모습을 본 피아는 기특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꿀꺽!


그러나 피아에 대한 원초적인 공포가 있는 샤이르는 그 미소마저 불안했다. 잔뜩 긴장한 샤이르의 표정과 흔들리는 눈빛에 피아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뚜따!”


피아의 신호에 뚜따는 들고 있던 거대한 벽돌 잔해를 대장몬스터의 머리에 명중시켰다. 머리에 충격을 받은 대장몬스터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피아는 팔에 힘을 줬다.


“으라라라!”


우렁찬 기합소리와 함께 대장몬스터의 몸이 뒤로 기울어졌다. 그러나 바닥에 넘어지지 못했다. 대신 피아의 힘에 끌려 큰 원을 그리고 있었다. 그 거대한 몸집이 피아의 두 팔에 휘둘려 벽에 부딪쳤다.


쿠웅!


와르르르


대장몬스터의 몸이 벽에 꽂히며 벽돌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덩달아 엄청난 굉음이 방을 울렸다.


어둠 속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네 명의 교수는 너무 놀라 턱이 빠져라 입을 벌리고 있었다.


“뭐야, 쟤? 쟤 뭐냐고?”


젤뚜르다 파티를 감독하던 교수가 클로틸다 파티의 감독 교수를 다그쳤다.


“몰라. 우리도 황당한 건 마찬가지라고.”


“실력을 숨기고 있는 건 알았는데 저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두 교수의 대답이 마냥 어이없게 들렸다.


“저걸 눈치 못 챘다고? 그러고도 너희들이 교수냐? 저게 어떻게 학부생이야? 저건 거의 그 누구냐? 그······.”


“뭐? 누구? 리암?”


“그래! 그 무식한 놈! 거의 그 놈 학생 때 수준이잖아.”


“나도 그 생각했다. 근데 아까 일반 목각허수아비 상대하는 거 보니까 그놈 전공생 때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진 않더라.”


“불 건너 강 구경··· 아니,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그렇게 쉽게 말이 나오냐?”


“어쩌겠어.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별 일 없이 시험 끝내길 바라야지.”


“별 일? 뭔 별 일? 저런 애가 있는데 사고라도 생기겠어?”


“사고? 그러네. 사고일 수도 있겠네. 에이, 그래도 설마 그런 일까지 생기려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못 알아들을 소리로 불안하게 하지 말고 속 시원해 말 해.”


“아니··· 설마 대장몬스터를 잡진 못하겠지?”


젤뚜르다 파티의 감독 교수는 피아와 클로틸다 파티의 감독 교수를 번갈아 쳐다봤다.


“설마······.”


감독 교수들만큼이나 학생들도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놀랐다. 열쇠를 찾기 위해 분주하게 시선을 돌리던 클로틸다, 몸을 짓누르고 있던 벽돌 잔해를 걷으며 몸을 일으키던 젤뚜르다, 루리아를 안고 있는 샤이르, 샤이르의 믿을 수 없는 행동에 감격하고 당황해 하던 칼리와 얀느, 타미와 아현까지 피아가 보여준 괴력에 경악했다.


그러나 뚜따는 놀라지 않았다. 피아의 힘을 직접 온몸으로 체험한 뚜따만큼은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대신 쓰러진 대장몬스터를 향해 달려들었다.


“야! 뭐 해?”


이 정도로는 큰 충격을 주지 못하리란 걸 모를 리 없는 뚜따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차라리 대장몬스터가 일어나기 전에 공격대형을 재정비 하는 게 합리적이었다. 그러나 뚜따는 피아의 말을 무시하고 훌쩍 몸을 날려 대장몬스터의 어깨 위에 올라섰다.


“야! 쓸 데 없는 짓 하지 말고 물러서!”


빠악!


뚜따는 피아의 외침도 무시하고 대장몬스터의 머리에 주먹을 날렸다.


빠악! 빠악! 빠악!


뚜따는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대장몬스터의 움직임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온 신경을 집중해 쉬지 않고 주먹을 뻗었다.


“안 먹힌다고!”


“물방울도 언젠가 바위를 뚫는다!”


‘할 수 있어. 나는 할 수 있어.’


피아가 혼신의 일격을 가격했던 자리를 정확히 기억했다. 그 자리만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비록 피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공격하면 언젠간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다.


“가랑비에 속옷 젖··· 흐갸아악!”


호기롭게 주먹을 뻗던 뚜따의 몸이 대장몬스터의 손에 맞아 공중으로 날아갔다.


“으이그··· 멍청한 놈.”


방의 반대쪽 벽까지 날아가 바닥을 뒹구는 뚜따를 보며 피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들 무사하지? 전부 전투 대형으로!”


젤뚜르다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처음 대형을 유지했다. 겨우 정신을 차린 루리아와 샤이르도 대형에 합류했다. 다만 뚜따는 아직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어떤 변칙적인 공격이 올지 몰라! 다들 대장몬스터 움직임에 주의해!”


“열쇠는?”


“지금 열쇠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럼 뭐 중요해? 열쇠 없음 낙제야!”


“누가 그걸 몰라? 지금 여기서 한두 명이라도 부상당하면 열쇠 찾는 건 고사하고 전멸되는 건 순식간이라고!”


“열쇠! 부상 상관없어. 열쇠 있어야 통과야!”


‘에휴~ 또 시작이네.’


다시 불붙은 젤뚜르다와 클로틸다의 논쟁으로 보이는 감정싸움에 나머지 학생들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하아······.”


피아도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다른 친구들의 한숨과 달랐다.


“스승님이 가급적 무기 들지 말라고 했는데··· 선배.”


어깨를 축 늘어뜨린 피아가 몸을 돌려 젤뚜르다를 마주봤다.


“선배. 그 칼 한 번만 빌려줄 수 있어요?”


“뭐?”


“자기 무기 함부로 건네주는 거 아닌 건 잘 아는데 한 번만 빌려줄래요?”


“갑자기 왜? 무슨 방도가 생각난 거야?”


“방도랄 건 없고··· 뚜따 말이 맞는 것 같아서요.”


“응?”


“아까 저 놈 대가리에 한 방 먹일 때 느낌이 살짝 온 것 같아서요.”


“내 검으로 네가 공격하면 먹힐 것 같다는 거야?”


피아는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실력을 너무 과신하는 건가?’


피아의 실력이 더 뛰어나다는 건 명확한 사실이다. 그러나 애초에 학생이 상대할 수 없을 정도의 능력을 가진 대장몬스터를 쓰러뜨리겠다는 발상은 너무 무모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건 얘밖에 없긴 한데······.’


고민은 깊지 못했다. 이미 대장몬스터는 몸을 일으켜 공격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젠장! 어쩌다 학부생한테 의존하는 지경까지 온 거야.’


젤뚜르다는 눈을 질끈 감고 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피아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젤뚜르다가 내민 검을 받아들었다.


“어떻게 도울까?”


“한 번이요. 딱 한 번만 제가 저 놈 대가리를 공격할 수 있는 틈을 만들어줘요. 그거면 돼요.”


“그래. 알았어.”


젤뚜르다는 서둘러 소리쳤다.


“다들 잘 들어! 피아가 저 놈 머리를 공격할 거야.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그 한 번의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해! 무슨 말인지 알겠지?”


한 번의 기회, 피아와 뚜따가 없지만 그리 어려운 주문은 아니었다.


“마법사 두 명은 피아를 보조해. 나머지는 저 놈의 움직임을 막는다!”


클로틸다의 시선이 아현을 향했다. 피아의 보조를 맡자는 눈빛이었다. 아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피아의 듬직한 등에 집중했다.


“간다!”


먼저 몸을 날린 건 젤뚜르다였다. 그녀의 임무는 대장몬스터의 공격을 유도해 시선을 끄는 것이었다. 계획은 적중했다. 대장몬스터는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젤뚜르다를 향해 나무도끼를 휘둘렀다.


부웅


엄청난 속도로 휘둘린 나무도끼를 피해 멀찍이 벗어나자 이번엔 발차기가 날아왔다. 피할 수 없는 속도였다.


퍼억!


급히 팔과 다리로 방어했지만 발차기에 맞은 젤뚜르다의 몸은 반대쪽 벽까지 날아갔다. 그 순간 클로틸다가 소리쳤다.


“지금!”


마법스킬 - 강풍


클로틸다의 지시와 동시에 루리아, 샤이르, 타미의 마법이 한 발로 중심을 잡고 있는 대장몬스터의 몸을 가격했다. 그러나 피아를 보조할 클로틸다와 아현이 빠진 공격으론 중심을 완전히 무너뜨리지 못했다.


대장몬스터가 휘청거리며 다시 중심을 잡으려는 그 짧은 기회를 피아는 놓치지 않았다. 한 번의 도약의 대장몬스터의 머리맡까지 뛰어오른 피아는 두 손으로 검을 쥐고 치켜들었다. 그때 대장몬스터의 손이 피아를 향해 뻗어갔다.


“우리도 있다. 이 자식아!”


얀느와 칼리가 온몸을 던져 팔꿈치 안쪽을 공격했다. 두 사람의 공격으로 대장몬스터의 손은 피아에 닿지 못했다. 대신 피아가 휘두른 검이 대장몬스터의 머리를 가로질렀다.


사악!


소름이 돋을 정도로 날카로운 소리가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무거운 고요가 찾아왔다. 방 안의 시간이 정지한 듯 학생들의 시야 속 상황은 한 장면에서 멈췄다. 검을 휘두른 피아, 대장몬스터의 팔꿈치 안쪽에 몸통박치기 한 칼리와 얀느, 그리고 대장몬스터까지 조금의 움직임도 없었다.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정지했던 시간이 다시 천천히 흘렀다. 중력에 이끌려 바닥으로 내려오며 착지자세를 잡는 피아, 자세도 못 잡고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하는 얀느와 칼리, 대장몬스터는 기능이 정지한 듯 몸에 힘이 빠지며 서서히 뒤로 넘어갔다.


타악


털썩!


쿠웅!


연속되는 소리와 함께 시간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가뿐히 바닥에 착지한 피아, 뒤엉켜 바닥에 떨어진 칼리와 얀느, 그리고 머리가 반으로 잘린 대장몬스터가 쓰러지는 소리가 마지막으로 방을 울렸다.


“어?”


대장몬스터가 쓰러지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 뚜따가 놀라 고개를 들었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대장몬스터의 모습을 본 뚜따는 화들짝 놀라 황급히 몸을 일으켜 뒤로 물러났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전혀 움직임이 없었다. 머리도 두 동강이 나있었다.


“어?”


놀란 뚜따의 얼굴이 피아를 향했다.


“네 말이 맞았어.”


활짝 웃는 피아의 말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역시 한 곳만 노리니까 결국 먹히더라.”


“네··· 네가 한 거야?”


뚜따의 떨리는 손이 잘린 대장몬스터의 머리를 가리켰다.


“응. 근데 나 혼자 한 건 아니야. 다 같이 했어.”


얀느와 칼리가 서로를 부축하며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남은 마나를 전부 끌어 바람마법을 시전했던 루리아, 샤이르, 타미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젤뚜르다도 잔해를 헤치며 나오고 있었다.


‘정말 다 같이 한 건가? 그런데 저건 아무리 봐도······.’


절단면이 너무 깔끔했다. 차라리 머리가 박살이 났다면 모를까, 주먹질 몇 번으로 만들어질 절단면이 아니었다. 누가 봐도 검의 일격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였다.


“역시! 파티는 대단해! 쓰러뜨리지 못할 줄 알았는데 힘을 합치니까 되네. 괜히 파티를 맺는 게 아니구나. 아하하.”


결과가 썩 만족스러운 피아는 신나서 소리쳤다. 하지만 그녀를 제외한 학생들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무슨 소리야? 너 혼자 했잖아.’


‘정말 우리 도움으로 쓰러뜨렸다고 믿는 거야?’


클로틸다와 아현은 피아가 공격하는 순간 마법으로 보조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너무 빨라서 아무 것도 못 했어. 보조마법으로 도와줄 틈도 없었다고.’


다른 학생도 마찬가지였다. 대장몬스터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균형을 무너뜨렸다. 피아를 노리는 공격도 온몸으로 막았다. 그러나 과연 도움이 되긴 했을까?


‘우리가 도와서 성공할 수 있었던 건가?’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았을까?’


지금까지 눈으로 확인한 피아의 전투 장면을 떠올리면 충분히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다들 뭐해? 열쇠 찾자. 열쇠.”


피아는 언제나처럼 마냥 해맑은 얼굴로 소리쳤다.


‘몰라. 진짜 몰라. 얘 지금 자기가 얼마나 엄청난 일을 한 건지 전혀 모르고 있어.’


‘뭐야, 쟤··· 무서워.’


어둠 속에서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교수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 진짜 잡았어?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거 아니야?”


“나도 내가 보고 있는 게 뭔지 모르겠다. 설정 잘못한 거 아니지?”


“일반 몬스터면 몰라도 대장몬스터는 난이도 설정이 아예 없잖아요.”


다른 던전과 달리 아이템 획득 던전의 대장몬스터는 고정 난이도였다. 애초에 학생들이 처치할 수 없도록 만들었으니 난이도 설정이 필요하지 않았다.


“맞다! 그럼 이제 아무 문제 없는 거네.”


“뭐가요?”


“네가 저 학부생 실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잖아. 그래서 일반 몬스터 난이도 설정 잘못 한 거고.”


‘와, 이런 식으로 나한테 다 떠넘긴다고? 진짜 너무 하네.’


다소 억울한 면이 있었지만 일단 잠자코 듣기로 했다.


“그런데 대장몬스터까지 처치할 수 있는 실력이라면, 애초에 일반 몬스터 난이도는 무의미했던 거잖아. 결국 우리 잘못이 아니라는 거지.”


“어? 그러네요?”


“그렇긴 뭐가 그래. 임마!”


“네?”


실력 검증 미흡과 난이도 조절 실수에 대한 걱정이 순식간에 사라진 클로틸다 파티 담당 교수의 밝은 얼굴과 달리 젤뚜르다 파티 담당 교수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졸업시험에 학부생을 영입하는 취지가 완전히 깨진 거잖아. 이게 우리만 알고 넘어갈 일도 아니고··· 저 학생 하나 때문에 앞으로 시험 제도 자체가 바뀔 수도 있잖아.”


던전 공략 시험이 생긴 이래 처음 벌어진 사건이 가져올 여파가 얼마나 클지 불을 보듯 뻔했다. 최악의 경우 시험 종목 자체가 변경 될 수도 있었다.


“하아··· 일복이 터지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는 구나. 매년 똑같은 시험 치러도 할 일이 피똥 쌀 정도로 많은데, 새로 시험을 만들려면··· 하아······.”


“에휴······.”


교수들의 한숨과 걱정을 모르는 학생들은 열심히 방을 뒤졌다. 난잡한 잔해를 뒤지며 한창 씨름하던 중 칼리의 밝은 목소리가 방을 울렸다.


“찾았다!”


모든 시선이 칼리에게 쏠렸다.


“여기! 열쇠 여기 있어요!”


“잠깐!”


열쇠를 막 쥐려던 칼리는 클로틸다의 찢어질 듯한 외침에 손을 멈췄다.


“기다려. 열쇠 건들지마.”


“무슨 짓이야?”


칼리를 향해 다가가는 클로틸다를 젤뚜르다가 막아섰다.


“대장몬스터 우리 이쁜이가 잡았어. 그러니 우리가 우선권.”


“미쳤냐? 무슨 헛소리야? 우리는 그동안 놀았냐?”


“안 놀았지. 처맞고 나가떨어졌지.”


“네가 드디어 죽고 싶어졌구나?”


젤뚜르다는 클로틸다에게 성큼 다가서며 칼자루를 쥐었다. 흉흉한 살기가 금방이라도 칼을 뽑아 휘두를 것만 같았다.


“선배, 선배! 진정하세요. 다 잘 해결 됐잖아요.”


“맞아요. 이제 아이템만 가지고 탈출하면 되는데 이러지 마세요.”


칼리와 얀느가 황급히 달려와 젤뚜르다의 팔을 붙잡았다. 클로틸다에겐 타미와 아현이 붙었다.


“진정해요. 아이템은 같이 들면 되잖아요.”


“저기 봐요. 피아랑 루리아가 같이 들잖아요. 그러면 되죠?”


두 사람은 일부러 선배들이 잘 보이도록 서서 똑같은 속도로 손을 뻗었다. 비슷한 속도로 열쇠를 향해 다가간 손은 동시에 열쇠를 집어 들었다.


“봤죠? 동시에 잡았어요.”


피아는 일부로 손을 앞으로 내밀어 확인시켰다. 젤뚜르다와 클로틸다는 열쇠를 확인하곤 반대쪽으로 고개를 획 돌렸다.


“이제 탈출만 남았나? 아직 남은 몬스터가 있을지 모르니 같이 움직이는 게 낫겠지?”


“다 같이 움직이면 금방 끝나겠네. 얼른 움직이자.”


피아가 먼저 성큼성큼 출구로 향했다. 그러나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젤뚜르다의 차가운 목소리에 걸음을 멈춰야 했다.


“잠깐. 출구를 나설 때 누가 열쇠를 들지?”


“빡대가리냐? 당연히 우리. 열쇠 한 번 만지게 해준 것도 다행인줄 알아.”


“피아의 공로는 나도 인정해. 그런데 우리 도움 없었으면 가능했을 것 같아?”


“당연. 너 따위 도움 없이도 됐어.”


“하, 네 수준에? 학부생 도움이나 받는 년이? 피아 없었으면 네 주제에 여기까지 오기나 했을 것 같냐?”


“지랄. 쪽팔리게 칼이나 내준 년이.”


“파티원 없었으면 아직도 구석에 숨어있을 년.”


“직진 밖에 모르는 무식한 년.”


“말도 제대로 못하는 미친년.”


“뇌까지 근육인 년.”


아현은 한숨을 푸욱 내쉬며 루리아를 쳐다봤다. 루리아도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른 친구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현이 먼저 터벅터벅 기운 빠진 걸음을 옮기자 친구들도 그 뒤를 따랐다. 파티원이 전부 떠난 줄도 모르고 클로틸다와 젤뚜르다는 욕배틀을 멈추지 않았다. 시험이 종료될 때까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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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53. 가을 졸업시험(6) 22.07.18 28 0 12쪽
53 #52. 가을 졸업시험(5) 22.07.13 26 0 17쪽
52 #51. 가을 졸업시험(4) 22.07.07 27 0 19쪽
51 #50. 가을 졸업시험(3) 22.07.05 28 0 16쪽
50 #49. 가을 졸업시험(2) 22.06.29 26 0 19쪽
49 #48. 가을 졸업시험(1) 22.06.27 28 0 17쪽
48 #47. 샤이르와 루리아(5) 22.06.18 29 0 20쪽
47 #46. 샤이르와 루리아(4) 22.06.17 28 0 14쪽
46 #45. 샤이르와 루리아(3) 22.06.17 27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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