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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버서사이-미소녀 천재 대마법사 전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디귿(D)
작품등록일 :
2022.05.12 14:41
최근연재일 :
2023.04.19 19:10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3,330
추천수 :
176
글자수 :
761,699

작성
22.07.2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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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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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57. 가을 졸업시험(10)

DUMMY

“다들 뒤로 물러나!”


리암은 서둘러 소리쳤다. 그런데 파티원은 이미 뒤로 멀찍이 물러나 있었다.


“쳇! 기대한 내가 바보지.”


멜리나를 비롯한 파티원 누구도 미지의 적을 겁내지 않았다. 리암을 만신창이로 만든 엄청난 대장몬스터를 상대해야 함을 알면서 자신만만했다. 무모한 호기라고 생각하면서도 한 편으론 숨겨진 무언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실상 아무 것도 없었다.


쿵! 쿵!


어둠 속에서 낯익은 대장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리암과의 전투가 남긴 작은 상흔이 여기저기 보였다.


“와! 크다.”


“리암은 저런 거랑 싸운 거야? 대단하네.”


“근데 저건 왜 멀쩡해? 리암이 복날에 두드려 맞은 개꼴로 왔길래 저것도 어디 한두 군데는 부러진 줄 알았네.”


강 건너 불구경 같은 감탄 속에 부이치의 한 마디가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혔다.


“에이, 천하의 리암이랑 붙었는데 멀쩡할까? 보기에만 저러지 속으론 골병들었을 걸? 봐! 도끼를 들지도 못하고 질질 끌고 오잖아.”


아까도 끌고 왔다. 혼내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건가? 아무튼 두 놈 다 얄미웠다.


“그런가? 오해해서 미안! 리암! 힘내!”


“시끄러워!”


부웅


바람을 가르며 나무도끼가 빠른 속도로 리암을 향해 날아왔다. 파티원의 깐죽에 정신이 팔려있던 탓에 피하는 게 조금 늦었다. 뒤로 몸을 날리긴 했지만 다음에 이어질 두 번째 도끼 공격을 피하긴 어려울 것 같았다.


“어?”


갑자기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호흡을 놓쳐 도약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평소보다 더 먼 거리를 뛰었다. 연속으로 이어진 두 번째 도끼 공격이 미치지 않을 정도였다.


퍼엉!


연속된 두 번의 도끼 공격, 그리고 예상과 달리 공격 범위에서 한참 벗어난 리암을 향해 뻗으려던 발차기를 멈춘 대장몬스터의 다리에 화염구가 명중하며 폭발을 일으켰다.


쿠웅!


균형을 잃은 육중한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리암은 놀란 눈으로 몸을 돌려 파티원을 봤다. 하나 같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놀랐어? 놀랐지? 아까보다 더 놀랐지?”


“설마 너처럼 쥐어터지고 다니는 파티원을 두고 우리끼리 도망이라도 칠 줄 알았어?”


“이 자식들······.”


리암은 쉽게 말이 떨어지지 않는 듯 했다.


“와하하. 감동 했나봐. 저러다 울겠는데?”


“조금 더 도와줬으면 앞으로 우리한테 형이라고 부르겠다. 아하하하.”


그러나 이어진 리암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놀랐잖아! 미리 얘기를 했어야지!”


“쳇, 도와줘도 지랄이네.”


“그만 떠들고 집중해! 리암! 일단 네 판단하고 움직임을 믿을게. 우린 일단 보조만 할 테니까 안 된다 싶으면 바로 빠져. 알았지?”


멜리나의 한 마디에 파티원의 눈빛이 진지하게 바뀌었다. 리암도 몸을 일으키고 있는 대장몬스터를 향해 자세를 잡았다.


“내 걱정 말고 보조나 똑바로 해!”


리암은 몸을 일으키고 있는 대장몬스터를 향해 땅을 박찼다.


‘어떻게 공격하지?’


그러나 마땅한 공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얼굴에 집중 공격을 퍼부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더군다나 공격을 받는 와중에도 정확한 반격을 날렸다. 자세가 흐트러졌다 해도 쉽게 다가설 수 없었다.


생각이 많아진 만큼 리암의 움직임은 확연히 느려졌다. 리암의 평소 실력을 잘 알고 있는 멜리나의 눈이 그 사실을 놓치지 않았다.


“리암! 정신 안 차려!”


펑! 펑!


동시에 몸을 일으키고 있는 대장몬스터의 팔과 다리에 화염이 폭발했다. 체중을 지탱하고 있던 팔다리에 충격을 받자 다시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쫄지 말고 평소 하던 대로 해!”


“쳇!”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확실히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공격은 먹히지 않는 반면, 대장몬스터의 공격은 위협적이었다. 이길 수 없다는 부정적인 생각은 몸과 마음을 위축시켰다. 멜리나의 말대로 잔뜩 쫄아있었다.


“쫄지마.”


“겁먹지 말고 공격해.”


“우리만 믿어. 리암!”


멜리나가 한 마디 할 때마다 파티원의 깐죽대는 추임새가 메아리처럼 울렸다. 당장 달려가서 머리를 한 대씩 쥐어박고 싶었다. 하지만 눈앞의 적이 먼저였다.


“시끄럽다고 했지!”


꽝!


리암의 주먹이 다시 일어나고 있는 대장몬스터의 얼굴을 가격했다. 온 힘을 실은 일격에 맞은 충격음은 던전을 울릴 정도였다.


‘또?’


대장몬스터의 머리를 땅에 처박을 정도로 강한 공격에 놀란 건 정작 리암이었다. 공격을 위해 팔을 뻗을 때 분명히 바람마법을 느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바람은 몸을 더 빠르게 밀었고, 목표를 향해 뻗은 주먹 앞에 공기 저항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 덕에 지금까지 수없이 뻗었던 어떤 공격보다 강한 공격을 가할 수 있었다.


공중제비를 돌며 멀찍이 착지한 리암은 슬그머니 주먹을 바라봤다. 주먹에 느껴졌던 묵직한 느낌이 아직도 남아있었다. 그토록 원했던 공격이었다. 끊임없이 훈련하며 닿고자 했던 영역이었다. 그 한 단계 성장하는데 적어도 수 년은 걸릴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한방이 여기 있었다.


‘난··· 우물 안 개구리였나?’


재능과 노력 부족이 약자를 만든다. 반대로 뛰어난 재능과 부합되는 노력이 강자를 만든다. 파티란 약자들이 노력 대신 선택하는 비겁한 편법이다. 편법 없이도 정점에 설 수 있다. 대명장, 천재, 황제가 그런 존재다. 꾸준히 노력하고 노력하면 언젠가 정점에 올라 무리가 필요 없는 수준에 닿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큰 착각이었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비겁한 힘을 얻는 행위가 아니었다. 약자들만 선택하는 방법이 아니었다.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한계를 극복하는 단순하고 당연한 선택, 당장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을 타개하는 지극히 합리적인 방법이었다.


그것이 협력이고, 파티였다.


리암은 고개를 들어 파티원의 얼굴을 봤다. 눈이 보이지 않고, 귀가 들리지 않으며, 한쪽 팔이 없거나 하반신을 쓸 수 없지만 그들은 약자가 아니다. 그저 상대적으로 더 부각되는 단점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의 눈빛과 표정 어디에도 약자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을 약자로 본 건 자신의 편견이었다.


‘내가 제일 못났었군. 시험이 끝나면 사과를 해야겠······.’


“정신 안 차려? 언제까지 멍 때리고 있을 거야?”


한동안 멍하니 주먹만 바라보고 있는 리암에게 멜리나의 잔소리가 꽂혔다. 그리고 당연한 듯 파티원의 깐죽이 뒤를 이었다.


“그거 한 번 성공시키고 자뻑이냐?”


“멜리나 앞에서 멋진 모습 보이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우선 집중 좀 하자. 응?”


“또 아까처럼 쥐어터지지 말고 빠릿빠릿 움직여.”


‘사과는 개뿔··· 시험만 끝나봐라.’


리암은 복수를 다짐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호킨의 바람마법 보조 덕에 공격과 방어가 훨씬 수월했다. 적절한 순간에 부이치의 화염마법이 대장몬스터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신경을 돌렸다. 멜리나와 조린의 공격도 더해져 대장몬스터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젠장! 한 방이 부족해.’


정신없이 상대를 몰아붙였지만, 지치는 건 오히려 그들이었다. 대장몬스터의 움직임은 처음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맹렬하고 거침없었다. 움직임을 봉쇄하기 위한 관절에 집중된 공격도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결정타를 날릴 한 방이 부족했다.


“시간 얼마나 남은 거야? 이런 식으로 하다간 시간 끝날 때까지 마무리 못 지어!”


리암은 대장몬스터의 공격을 피해 멀찍이 물러나며 소리쳤다.


“제르망! 어떻게 할까? 우리 공격으론 어림없겠는데?”


상황은 호킨에게 실시간으로 전해 들어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리암과 멜리나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기 전부터 고민하고 있었다.


‘우리의 보조를 받는 리암의 공격으로도 쓰러뜨리지 못하는 상대. 교수님들도 그걸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저런 능력의 대장몬스터가 있다는 건 쓰러뜨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는 건가? 왜? 과정을 보려고?’


가장 합리적인 생각이었다. 학생의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담당 교수들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그냥 이대로 시간이 끝날 때까지 버텨야 하나?’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쓰러뜨릴 수 없는 상대라는 사실은 명백했다. 그래서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점수는 나쁘지 않아. 그럼 된 건가? 이대로 적당한 점수를 받으면 되는 건가?’


결정권은 멜리나에게 있지만, 파티의 전략은 제르망의 영역이었다. 가장 합리적인 전략을 제시할 의무와 책임감이 있었다. 그래서 선뜻 입을 열 수 없었다.


‘무난히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지금 상황을 유지하느냐, 확실하지 않지만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는 무리한 방법을 택하느냐······.’


호킨의 바퀴의자를 잡고 있던 제르망은 결심을 굳힌 듯 강한 어조로 외쳤다.


“멜리나! 호킨으로 가자!”


“가능 하겠어?”


“해 보자! 시간 끝날 때까지 적당히 점수만 유지하긴 쪽팔리잖아.”


멜리나는 조린과 대장몬스터의 다리를 공격해 균형을 무너뜨리고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지시했다.


“얘들아! 작전 호킨! 작전 호킨!”


‘작전 호킨? 뭐야? 그게?’


멜리나는 조린을 향해 빠르게 수신호를 보냈다. 수신호를 알아들은 조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순식간에 다른 파티원이 있는 곳으로 물러났다.


“리암!”


멜리나는 쌍검을 곧추세우며 소리쳤다.


“지금부터 마법 보조는 없을 거야. 다른 애들이 준비할 동안 우리 둘이서 대장몬스터를 막고 있어야 돼. 할 수 있지?”


“뭔데? 그 작전 호킨이라는 게 뭐야?”


“설명할 시간 없어. 무슨 일이 있어도 버텨!”


“도대체 뭘 어쩌라는 거야?”


자세히 물어볼 새도 없었다. 멜리나와 조린의 공격으로 잠깐 균형을 잃었던 대장몬스터가 어느새 눈앞까지 다가왔다.


쾅!


빠른 속도로 휘둘린 나무도끼가 벽에 박혔다.


“제··· 젠장.”


아슬아슬하게 겨우 피했다. 호킨의 보조마법이 사라진 탓도 있지만, 그동안 체력이 많이 떨어져 공격 한 번 피하는 것도 버거울 정도였다. 안도의 한숨을 쉴 새도 없이 익숙한 두 번째 공격이 날아들었다.


챙!


멜리나의 쌍검이 나무도끼를 가격해 궤적을 비틀었다. 그러나 체력이 떨어진 건 멜리나도 마찬가지였다. 힘에 부친 멜리나의 공격에 부딪힌 나무도끼는 의도와 달리 리암을 향했다.


“으아악!”


리암은 황급히 몸을 뒤로 젖혔다. 그러나 하반신은 아직 바닥을 벗어나지 못했다. 나무도끼는 아슬아슬하게 낭심을 스쳐 바닥에 박혔다.


“야! 도울 거면 확실히 도와! 죽을 뻔 했잖아!”


온전히 붙어있는 소중이를 확인하곤 멜리나를 향해 악을 썼다.


“풉··· 꼴에 사내라고.”


소중이를 향한 멜리나의 시선을 느낀 리암의 얼굴이 빨개졌다.


“와! 얘 좀 보게. 여자애가 못하는 소리가 없어? 너 임마, 그거 성희롱이야!”


“시끄러워! 소리칠 기운 있으면 애들한테 다가가지 못하게 막기나 해.”


“도대체 뭘 준비하는데 그러는 거야?”


대장몬스터의 공격이 주춤한 사이 리암은 고개를 돌려 파티원을 확인했다.


“어?”


눈앞에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호킨은 바닥에 앉아있었다. 그 맞은편에 부이치와 조린이 쭈그려 앉아있었다. 그들 사이엔 조금 전까지 바퀴의자였던 나무 조각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뭐, 뭐하는 거야?”


“피해!”


멜리나의 외침에 고개를 돌릴 새도 없이 엄청난 충격이 몸을 강타했다. 대장몬스터의 발에 맞은 리암의 몸은 그대로 벽에 처박혔다.


“쳇!”


다시 공격 자세를 잡는 대장몬스터의 뒤로 빠르게 다가간 멜리나의 쌍검이 바닥을 지탱하고 있는 다리를 공격했다. 그러나 다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미 체력이 빠진 멜리나의 공격으론 균형을 무너뜨리는 것마저 무리였다.


퍼억!


나무도끼를 쥔 대장몬스터의 주먹에 맞은 멜리나의 몸이 공중을 날아 나가떨어졌다. 순식간에 리암과 멜리나 모두 당해버렸다.


쿵쿵쿵


대장몬스터의 육중한 몸이 부서진 바퀴의자를 다시 조립하는 파티원에게 향했다. 던전을 울리는 거칠 것 없는 걸음에 부이치와 호킨이 놀라 소리쳤다.


“그걸 못 버티냐? 이 등신들아!”


귀가 들리지 않는 조린만 다른 세상에 있었다. 나무 조각을 쥐고 열심히 조립에 집중하느라 대장몬스터를 향해 마법을 준비하는 부이치와 호킨을 보지도 못했다.


퍽!


펑!


마법 스킬 강풍과 불덩이가 대장몬스터의 다리를 정확히 명중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도리어 천천히 다가오던 대장몬스터의 심기만 건드린 꼴이 됐다. 대장몬스터는 도끼를 휘두르려 자세를 잡았다.


“젠장! 다 끝났어!”


나무도끼가 허공을 가르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절망에 찬 호킨의 비명이 던전을 울렸다.


“안 끝났어!”


리암이 벽을 박차고 대장몬스터의 머리를 향해 몸을 날렸다. 일직선으로 빠르게 날아간 리암의 몸통박치기가 대장몬스터의 몸통에 명중하는 순간 멜리나의 쌍검이 오금을 공격했다.


쿠쿵!


대장몬스터의 육중한 몸이 다시 한 번 바닥에 넘어졌다.


“뭐가 됐든 빨리 해! 이러다 시간 끝나기 전에 맞아죽겠다!”


“조··· 조금만 버텨!”


호킨과 부이치의 손이 다시 바빠졌다. 그 사이 대장몬스터가 일어나지 못하도록 리암과 멜리나의 공격이 쏟아졌다.


“다 조였지? 부이치, 지지대 가져와!”


“제르망, 이제 지지대에 올릴 거야. 잡았어? 올린다. 하나둘··· 셋!”


부이치와 조린, 제르망이 호킨의 바퀴의자를 해체해 다시 조립한 건 거대한 석궁이었다. 세 사람은 석궁을 번쩍 들어 또 다른 조립품인 지지대 위에 올렸다.


덜컹


석궁이 지지대와 맞물리는 소리가 났다.


“부이치, 조여!”


호킨의 지시가 떨어지기 전부터 부이치는 온힘을 다해 이음새를 조이고 있었다.


“제르망 시위 당겨!”


제르망은 손을 더듬어 얇은 줄을 찾았다. 손에 느낌이 왔다. 두 손으로 줄을 덥석 잡고 힘껏 당겼다. 줄이 어찌나 탄력이 강한지 근육질로 다져진 제르망의 팔로도 쉽게 당겨지지 않았다.


“서둘러!”


리암과 멜리나의 집중 공격에도 대장몬스터는 어느새 몸을 일으켜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나무도끼가 무자비하게 날아들며 리암과 멜리나를 노렸다. 이미 체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두 사람은 공격 대부분을 피하지 못했다.


이음새를 단단히 고정한 부이치도 제르망을 도와 시위를 당겼다. 조린도 서둘러 그들을 도와 시위를 걸었다. 시위가 고정되자 조린의 창을 석궁 위에 올렸다.


“준비 됐어!”


호킨의 목소리가 던전을 울렸다. 나무도끼를 쌍검으로 방어하며 멜리나가 소리쳤다.


“리암! 석궁이야! 석궁으로 공격할 거야. 적당히 공간 확보 하면서 상대 해!”


퍼억


대장몬스터의 발차기가 리암의 몸통을 걷어찼다. 그러나 다행히 팔과 다리로 방어했다.


“쿨럭, 쿨럭. 지금 적당히라는 말이 나오냐? 당장 죽겠다.”


나무도끼는 다시 리암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번엔 피하지 못하고 도끼 옆면에 맞고 나가떨어졌다.


그 사이 호킨은 바닥에 앉아 석궁으로 대장몬스터를 조준하고 있었다.


‘남은 시간은 5분 남짓, 기회는 한 번 뿐이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화살 대용으로 쓸 창이 하나밖에 없었다. 석궁의 위력을 생각하면 공격이 실패할 경우 다시 수거해 사용할 수도 없었다.


온 신경을 집중했다. 리암과 멜리나를 공격하느라 정신없는 대장몬스터의 머리를 따라 조준경이 바쁘게 움직였다. 오른쪽, 위, 왼쪽, 오른쪽······. 일정하지 않은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야! 조준을 할 수가 없잖아! 움직이지 못하게 좀 붙잡아!”


“장난 하냐? 맞아죽기 일보직전인데 무슨 수로 붙잡아?”


리암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대기실에 다시 나타났을 때와 비교도 되지 않는 부상이 선명했다. 겉모습만 보면 서 있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러나 목소리만큼은 아직도 쌩쌩했다.


“그럼 이대로 끝낼래? 지금까지 맞은 게 억울하지도 않아?”


억울했다. 분하고 화가 났다. 할 수만 있다면 직접 박살내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적어도 대장몬스터 공략이라는 성과는 얻고 싶었다.


“젠장, 멜리나! 검! 던져!”


묻고 따질 시간이 없었다. 멜리나는 의심대신 리암을 믿기로 했다. 쌍검은 정확히 리암을 향해 날아가 손에 잡혔다.


“이판사판이다. 이거야. 와! 와봐!”


검을 들고 달려드는 리암을 향해 나무도끼가 날아들었다.


콰앙!


엄청난 충격음과 함께 먼지가 주변을 메웠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리암의 상태도, 나무도끼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장몬스터의 다음 공격은 그런 것과 무관했다. 다른 나무도끼가 먼지를 뚫고 똑같은 공격지점을 노렸다.


콰앙!


다시 충돌음과 함께 먼지가 사방에 뿌려졌다. 더욱 짙어진 먼지 덕에 여전히 리암의 상태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변화는 있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먼지 속으로 뻗은 대장몬스터의 두 팔이 되돌아가지 않았다.


“지금이야!”


먼지 속에서 리암의 고함이 들렸다. 팔을 빼려는 듯 몸에 힘을 주는 보스몬스터의 머리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퉁!


기회를 놓치지 않고 호킨이 방아쇠를 당겼다. 화살-창은 잔상을 남기며 빠른 속도로 대장몬스터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퍽!


정확히 머리 가운데를 뚫었다. 머리를 뚫고 반대쪽으로 뻗은 창은 벽에 부딪히며 산산이 부서졌다. 그와 동시에 대장몬스터의 다리가 풀리며 그대로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파티의 공격을 받고 쓰러졌을 때와 달리 모든 기능이 정지된 듯 힘없이 쓰러졌다.


쿠웅!


먼지가 일었다. 금방이라도 먼지 위로 몸을 일으킬 것 같았지만 고요했다.


“저거··· 끝난 거 맞지?”


부이치가 불안을 떨치려 호킨의 동의를 구했다. 하지만 호킨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야기책에서도 이런 장면에 희망적인 대사를 뱉는 순간 절망이 시작되곤 했다. 혹시 모를 불안에 침만 꿀꺽 삼킬 뿐 입을 굳게 다물었다.


제법 시간이 지났다. 불과 수 초였지만, 수십 분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불안과 달리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이전이었으면 벌써 일어나 나무도끼를 몇 번은 휘두르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끄··· 끝났네.”


호킨은 겨우 확신하며 온몸 가득했던 긴장을 풀었다. 허리를 빳빳이 세우고 긴장했던 몸은 그대로 석궁에 기댔다.


“진짜지? 우리가 저 무지막지한 놈을 쓰러뜨린 거 맞지?”


“해냈어! 우리가 해냈다고! 공략에 성공한 거야!”


호킨이 뱉은 안도의 한숨은 파티 전체에 빠르게 전염됐다. 기쁨과 환희가 가득한 환호 속에 멜리나 만큼은 밝은 표정을 짓지 못했다.


“리암··· 리암!”


아직 먼지가 완전히 걷히지 않아 리암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다른 파티원도 리암의 흔적을 찾았다.


“리암! 괜찮은 거야?”


“리암! 리암!”


그러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멜리나는 불안 가득한 표정으로 먼지 속으로 뛰어들었다. 부이치와 조린도 멜리나의 뒤를 따라 먼지 속으로 뛰어들었다.


“리암!”


멜리나는 리암의 이름을 다급하게 외치며 먼지를 헤쳤다. 먼지 속에서 흐릿하게 보이는 대장몬스터의 팔을 따라 달렸다. 여전히 나무도끼 자루를 꽉 쥐고 있는 손, 나무도끼 자루··· 그리고 두 개의 날 사이에 끼어 죽은 듯 축 쳐진 리암······.


“리암!”


멜리나의 비명이 던전을 울렸다. 찢어질 듯한 비명에 파티원의 가슴이 철렁했다.


“뭐야? 무슨 일이야? 리암한테 무슨 일 생긴 거야?”


상황을 파악할 수 없는 제르망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호킨에게 물었다.


“모르겠어. 먼지 때문에 아직 보이지 않아.”


먼지 때문에 상황을 파악할 수 없는 건 호킨도 마찬가지였다.


두 개의 도끼날은 리암의 양쪽 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짓눌린 도끼날에 기대 몸이 늘어진 리암의 양손은 여전히 검을 쥐고 있었다. 쌍검은 각각 도끼자루 바깥에 맞닿아 땅에 박혀 있었다. 대장몬스터가 도끼를 빼지 못하고 온몸으로 막고 있었던 것이다.


“아··· 안돼.”


시험이었다. 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교수들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도끼날 사이에 낀 리암의 축 늘어진 몸은 조금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살아있는 사람의 상태가 아니었다.


‘마··· 말도 안돼.’


상상조차 못했다. 고작 시험에서 이런 사고가 벌어지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눈앞의 현실은 환상이 아니었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일어나. 리암··· 어서 일어나··· 당장 일어나서 또 잘난 척 떠들라고!”


멜리나는 온몸으로 절규하며 차마 리암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믿을 수 없는 절망에 눈물만 하염없이 쏟아졌다. 부이치와 조린도 더 다가가지 못하고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떨궜다.


“시··· 끄러. 조용히 좀 해라. 머리가 다 울린다.”


멜리나는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죽은 듯 축 쳐졌던 리암이 고개를 겨우 들고 쓴웃음을 지고 있었다.


“멀쩡한 사람 죽이지 말고 와서 이것 좀 치워봐. 힘을 쓸 수가 없어.”


꿈도 환상도 아니었다. 리암은 살아있었다. 멜리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리암에게 뛰어갔다. 부이치와 조린도 절망을 벗어던지고 멜리나를 따라 리암을 향해 뛰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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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1. 카델 침공(4) 23.03.18 17 0 12쪽
71 #70. 카델 침공(3) 23.03.18 16 0 13쪽
70 #69. 카델 침공(2) 23.03.18 16 0 13쪽
69 #68. 카델 침공(1) 22.09.01 33 0 19쪽
68 #67. 카델의 문지기(2) 22.08.23 30 0 18쪽
67 #66. 카델의 문지기(1) 22.08.14 33 0 19쪽
66 #65. 돌대가리? 닭대가리? 그리고 모질이 22.08.11 27 0 20쪽
65 #64. 가을 졸업시험(17) 22.08.08 28 0 15쪽
64 #63. 가을 졸업시험(16) 22.08.08 26 0 20쪽
63 #62. 가을 졸업시험(15) 22.08.05 24 0 19쪽
62 #61. 가을 졸업시험(14) 22.08.03 23 0 16쪽
61 #60. 가을 졸업시험(13) 22.08.02 25 0 18쪽
60 #59. 가을 졸업시험(12) 22.08.01 28 0 17쪽
59 #58. 가을 졸업시험(11) 22.07.28 31 0 18쪽
» #57. 가을 졸업시험(10) 22.07.27 38 0 21쪽
57 #56. 가을 졸업시험(9) 22.07.25 26 0 18쪽
56 #55. 가을 졸업시험(8) 22.07.21 26 0 17쪽
55 #54. 가을 졸업시험(7) 22.07.20 24 0 16쪽
54 #53. 가을 졸업시험(6) 22.07.18 28 0 12쪽
53 #52. 가을 졸업시험(5) 22.07.13 26 0 17쪽
52 #51. 가을 졸업시험(4) 22.07.07 27 0 19쪽
51 #50. 가을 졸업시험(3) 22.07.05 28 0 16쪽
50 #49. 가을 졸업시험(2) 22.06.29 27 0 19쪽
49 #48. 가을 졸업시험(1) 22.06.27 28 0 17쪽
48 #47. 샤이르와 루리아(5) 22.06.18 29 0 20쪽
47 #46. 샤이르와 루리아(4) 22.06.17 29 0 14쪽
46 #45. 샤이르와 루리아(3) 22.06.17 27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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