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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버서사이-미소녀 천재 대마법사 전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디귿(D)
작품등록일 :
2022.05.12 14:41
최근연재일 :
2023.04.19 19:10
연재수 :
1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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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61,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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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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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65. 돌대가리? 닭대가리? 그리고 모질이

DUMMY

여유롭고 평화롭던 아현의 마음속으로 타미의 혼탁한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무슨 시험? 시험은 끝났잖아.”


“아니. 우리 시험. 이제 열흘 후면 진급시험이잖아. 아, 넌 정학 중이어서 못 들었구나?”


‘시험? 또 시험이라고? 엊그제 시험 끝냈는데 또 무슨 시험? 뭔 놈의 시험이 한국만큼 많은 거야? 뭔 판타지 세계가 이래?’


친구들에게 보일 수 없는 아현의 본심은 미친 듯이 분노하며 날뛰었다.


“그러고 보니까 편입해서 1학기 진급 시험도 안 봤지?”


“응. 그 시험이라는 거 어려워? 뭔가 막 준비할 게 많은 거야?”


“후움··· 아니. 넌 하나도 안 어려울 걸?”


“난? 왜?”


“진급시험이라고 해봐야 형식적인 거야. 특히 너같이 평소 성적이 좋은 학생한텐 문제 될 게 하나도 없어. 실기하고 필기시험이 있는데, 보통 실기는 따로 시험이 없어. 대부분 학기 중에 교수님의 채점이 시험을 대체 하거든. 다만 점수가 심각하게 부족한 경우에만 따로 시험을 봐. 이건 학부 공통이야.”


“필기는?”


피아가 다급하게 물었다.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이론 수업은 전부 필기시험 봐야 돼.”


쿠웅!


무겁고 거대한 절망이 피아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이론 수업이라면 전공수업 외에 6과목이나 됐다.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열흘 동안 6과목을 공부하는 건 불가능했다.


“마, 만약에 시험에 떨어지면? 점수가 부족하면 어떻게 돼?”


피아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런 일 없어. 말이 좋아 시험이지 엄청 쉬워.”


위로가 될리 없었다.


“그래도 만약이라는 게 있잖아.”


“글쎄? 지난 학기에 시험 통과하지 못한 학생이 없어서 정확히는 모르는데?”


“유급.”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한 피아의 눈망울이 성천을 향했다.


“이번에 시험 통과 못하면 2학기를 다시 수강해야 돼.”


“엥? 정말? 그건 그냥 규정에만 있는 얘기 아니야? 유급 사례는 한 번도 못 들어본 것 같은데?”


“당연하지. 카델에 들어올 정도의 실력이 있는데 유급될 리가 없잖아.”


성천의 말에 수긍한 타미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카델 내에서도 실력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했다. 루리아와 아현처럼 늘 상위권을 유지하는 학생이 있는 반면, 자르쟈와 말레처럼 하위권의 학생도 존재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카델의 기준이었다. 일반적인 마법학교였다면 두 사람 모두 상위권의 실력이었다.


“그럼 필기만 준비하면 되는 거야?”


“준비랄 것도 없다니까. 평소에 수업만 제대로 들었어도 문제없어. 형식적인 거야. 형식. 그렇게 쉬운 필기시험에 떨어지는 바보는 없어.”


있다. 네 앞에.


‘바보? 나 바보 되는 거야? 안 돼. 쪽팔려서 어떻게 살아? 성천 저자식이 놀릴 텐데? 안 돼. 절대 떨어지면 안 돼. 그런데 어떡하지? 나 이론수업은 거의 안 들었는데? 만날 자고 딴짓 했는데? 정말 떨어지는 거야? 아니야. 바보만 아니라면 다 붙는다고 했잖아. 책 몇 번만 보면 돼. 그래. 열흘이나 남았잖아. 열흘 동안 공부하면 될 거야. 맞아. 난 할 수 있어.’


피아는 자신의 다짐이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 * *


지리학교수는 평소와 다른 피아의 이글이글 불타는 눈동자가 부담스러웠다. 차라리 평소처럼 잠을 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불굴의 피아는 얼마 안 남은 시험을 위해 온 정신을 교수의 말에 집중했다. 칠판에 적히는 문장에 집중했다.


“피아야! 피아야!”


아슬아슬 절벽 위를 걷던 피아의 발이 미끄러졌다. 놀란 피아는 그만 발을 쭉 뻗었다. 그 반동으로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만 일어나. 수업 다 끝났어.”


“응? 수업이 다 끝나다니?”


비몽사몽 흐린 정신 속에 귓가에 들리는 소리의 의미가 이해되지 않았다.


“오늘 수업 다 끝났다고. 이제 그만 하교 해야지.”


“응? 끝났어? 그럼 가야지. 응··· 가야지. 뭐?”


피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교실에 남은 학생은 반도 되지 않았다. 창 너머 해는 이미 성벽 너머로 사라져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칠판도 깨끗했다. 분명 지리학교수가 써놓은 문장이 여럿 있었는데 말끔히 사라지고 없었다.


‘하아··· 망쳤어. 또 망쳤어. 어제도 죙일 자놓고 오늘도 또······.’


“오늘은 유난히 잘 자더라. 어제 늦게 잤어?”


‘그나저나 얜 누구야?’


그제야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했다. 뚜따였다. 생글생글 웃고 있는 익숙한 얼굴······.


퍼억!


피아는 무의식적으로 뚜따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교실을 나섰다.


* * *


그냥 올라도 힘든 성벽 계단을 칼리는 있는 힘껏 뛰어올랐다. 이제 한낮에도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지만 계단을 뛰어오르는 칼리의 얼굴엔 땀이 비 오듯 흘렀다.


“천천히 올라와. 조금 늦을 수도 있지. 뭘 그렇게 급하게 뛰어?”


점심식사를 마치고 볼일이 있다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칼리는 점심시간이 끝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평소 시간 약속을 어긴 적이 없는 칼리였기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작업을 시작했는데, 30분 만에 멀리서 뛰어오는 칼리를 볼 수 있었다.


“하아··· 하아··· 아이고 죽겠다······.”


성벽 위까지 단숨에 오른 칼리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게 왜 뛰고 그래. 어차피 급하게 할 일도 아닌데.”


‘응? 이 새끼 진짜 미쳤나?’


얀느는 몇 번이나 눈을 씻고 샤이르를 다시 봤다. 성천과의 사건 이후 변했다고 느꼈지만, 요즘 들어 부쩍 안 하던 짓이나 말이 늘었다.


“웬일이냐? 네가 늦을 때가 다 있고?”


“잠깐··· 숨 좀 고르자.”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을 훔치며 숨을 고르는데 샤이르가 물병을 건넸다. 칼리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물병을 잡아 들이켰다. 벌컥벌컥 시원하게 물을 들이키던 칼리가 뭐에 놀랐는지 갑자기 물을 뿜었다.


“푸웁! 콜록콜록.”


사레까지 들린 칼리는 눈물콧물 흘리며 목에 걸린 물을 토하느라 진을 뺐다.


“괜찮아? 그러게 천천히 좀 마시지.”


“으··· 응. 이제 괜찮아.”


‘뭐야? 이 새끼 무섭게 왜 이래? 왜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


친구라면 전혀 이상하지 않을 당연한 행동이었다. 그렇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샤이르였다. 버릇없고 싸가지는 밥 말아먹은 천상천하유아독존 도련님이 할 행동이 아니었다. 칼리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얀느를 봤다.


‘뭐야? 왜 저래? 미친 거 아니야?’


‘나도 알아. 미친 게 확실해.’


칼리와 얀느의 눈의 대화를 알 리 없는 샤이르가 다시 입을 열었다.


“무슨 일 있는 거야?”


“아, 맞다! 시험! 진급시험 일주일 남았대.”


“하긴··· 1학기 생각하면 시험 볼 때가 되긴 했지. 달라진 건 없어? 1학기 때랑 동일해?”


“응. 똑같아. 다만··· 우린 2학기 수업에 많이 못 들어가서 실기시험은 따로 봐야할 것 같아. 물론 루리아는 빼고.”


당연한 결과였다.


“그럼 필기시험하고 같이 보는 거야?”


“그건 아닌 것 같아. 필기시험 끝나고 최종 결과에서 낙제한 학생끼리 재시험 볼 때 실기도 재시험 볼 것 같아.”


“그럼 우리끼리 보겠네. 아, 성천도 있구나. 진급시험에 낙제하는 모질이가 있을 리도 없고. 그거 알아보고 온 거야?”


“응. 리암 교수님께 물어보러 갔다가 붙잡혀서 한바탕 연설까지 듣고 왔어. 힘만 쓸 줄 아는 무식한 놈들이라는 소리 듣지 않게 필기시험 잘 보라고.”


“하하하. 별 걱정을 다 하신다. 진급시험에 떨어지는 멍청이가 어디 있다고. 하하하.”


* * *


끼이익


아현은 기운 없이 열리는 방문을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봤다. 예상대로 어깨를 축 늘어뜨린 피아가 있었다. 피아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터벅터벅 들어와 침대에 쓰러졌다.


“왜? 오늘도 졸았어?”


시험을 대비한 공부에 의지를 불태웠던 피아는 벌써 사흘째 절망만 더해지고 있었다.


“언니··· 나 어떡하지? 책만 보면 졸려. 집중 할수록 잠이 쏟아져. 오늘은 첫 수업에 잠들어서 하교 할 때 깼어. 나 이러다 시험 떨어지면 어떡해? 쪽팔려서 어떻게 살아? 응?”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매달리는 피아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 어젯밤만 해도 어르고 달래 책상 앞에 앉혔지만 3분도 버티지 못하고 엎어졌다. 책만 보면 잠이 드는 못된 마녀의 저주에 걸린 것 같았다.


“책을 안 보면 어때?”


“소용없어. 수업 시간에 교수님 말만 들어도 잠들어. 내 의지가 아니야. 버티려고 별짓을 다 해봤는데 눈을 뜨면 이미 수업은 끝나있는걸. 병인가? 공부하면 안 되는 병이라도 걸린 걸까?”


“예전부터 그랬어?”


“응. 아주 어렸을 때 빼곤 계속 그랬어. 몇 번이나 바뀐 가정교사들도 포기했고, 심지어 아한지 스승님도 포기했어.”


‘이 정도면 진짜 병 아닌가?’


아한지의 교육방식에 대해 자세히 모르지만, 피아의 말을 종합해 보면 평범한 인간이 버틸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만은 확실했다. 그런 아한지 조차도 이론 교육에 실패했다면 방법은 없을 것 같았다.


“아직 일주일 남았잖아. 더 힘내보자. 언니가 도와줄게. 잠들면 계속 깨워줄 테니까 안심해.”


피아를 다시 책상에 앉히는 건 성공했지만 잠드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눈알이 튀어나올 듯 크게 뜬 눈꺼풀이 서서히 내려왔다.


“피아야! 정신 차려! 정신!”


아현은 놓치지 않고 피아를 흔들었다. 완전히 잠이 들지 않은 탓인지 피아는 바로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시 눈꺼풀이 내려왔다.


“피아야!”


깜짝 놀라며 다시 눈을 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밤새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어느새 아침 해가 밝아왔다. 잠들만 하면 깨기를 반복한 피아의 두 눈은 퀭했다. 옆에서 한 숨도 못자고 피아를 깨웠던 아현의 눈도 퀭했다.


“너희 상태가 왜 그래?”


문을 열고 나오는 두 좀비를 본 성천이 놀라 물었다.


“피아는 밤새 공부. 나는 밤새 피아 깨우기.”


책만 보면 잠드는 피아의 상태를 알고 있던 성천은 바로 말뜻을 이해했다.


“그래서 성과는 조금 있어?”


“응. 조금씩 하고 있어. 조금씩.”


“그 상태로 괜찮겠냐? 시험까지 버틸 수 있겠어?”


아현과 피아 모두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몰라. 이렇게라도 해야지. 어쩌겠어? 그리고 말 걸지 마. 머리 울려.”


“어, 어··· 그래. 내가 도울 일 있으면 얘기하고.”


늘 입이 방정이다. 성천은 이 한마디 덕에 밤마다 아현과 피아의 방에 끌려갔다.


“나 먼저 잘 테니까 피아 잠들 것 같으면 바로 깨우는 거야. 그리고 새벽에 나랑 교대. 알았지?”


앞방에 사는 죄로, 친구라는 죄로, 예의상 꺼낸 말 한 마디 덕에 성천은 매일 밤 불침번을 서야했다. 그렇게 시험은 점점 다가왔다.


* * *


하아~~아······


침대에 걸터앉은 피아는 천장이 무너지고 바닥이 뚫어질듯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아무리 깊은 한숨을 여러 번 내쉬어도 마음은 안정을 찾지 못했다.


벌컥 문이 열리며 성천이 들어왔다. 성천은 축 처진 어깨를 들썩이며 한숨을 쉬는 피아를 확인하고 버럭 소릴 질렀다.


“야! 뭔 한숨을 그렇게 쉬냐? 내 방까지 다 들리··· 으악!”


성천은 고개를 돌린 피아를 보고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평소 피아의 얼굴이 아니었다. 아니,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하얗게 질린 얼굴엔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죽은 사람이 앉아있는 것 같았다.


“뭐야? 왜 그래? 너 괜찮아?”


놀란 성천이 다급하게 피아의 어깨를 잡았다. 미세하게 떨리는 피아의 어깨는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어디 아픈 거야? 설마 벌써 죽은 건 아니지?”


“맞아. 죽은 거. 시험 통과 못하면 쪽팔려서 죽을 거야. 근데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그러니까 난 벌써 죽은 거야.”


옹알이 하듯 중얼거리는 피아의 눈에 초점이 없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힘이 넘치던 피아의 모습이라고 믿기 힘들었다.


“아현! 아현! 빨리 나와 봐! 얘 상태 이상해!”


“뭔데? 넌 왜 갑자기 아침부터 남의 방에 들어와서 난리야?”


욕실 문이 열리며 아현의 신경질적인 잔소리가 쏟아졌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 얘 상태를 봐. 이러다 쓰러지는 거 아냐?”


“피아? 괜찮아. 새벽부터 계속 그 상태야. 긴장해서 그래. 시험 끝나면 원래대로 돌아올 거야.”


아현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너 의외로 냉정하다? 이 꼴을 보고 괜찮다는 말이 나오냐? 이정도면 영혼이랑 육신이랑 분리됐다고 해도 믿겠다. 그리고 이 상태에서 원래대로 돌아가면 거의 부활이야. 부활.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고.”


“오~ 웬일? 만날 치고 박고 싸우더니 정든 거야? 네가 피아 걱정을 다 하고.”


“당연한 거 아냐? 이 정도면 샤이르도 걱정되겠다.”


“짜식, 부끄러워 하기는··· 걱정할 것 없대도. 이따 시험 끝나고 보면 알 거 아냐. 하여간 사내새끼가 간은 콩알만해가지고. 피아, 가자.”


강시가 영환도사의 종소리에 이끌리듯, 언데드가 네크로멘서의 지시를 받듯 생기 하나 느껴지지 않는 피아는 아현의 말에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크하하하. 드디어 끝났다. 이제 내 세상이다! 아하하하!”


필기시험이 끝나자마자 피아의 영혼은 삼도천에서 돌아와 육신에 깃들었다. 하얗게 질렸던 얼굴엔 생기가 돌아오고 온몸엔 기운이 넘쳤다.


“오오, 부활이다! 부활!”


아침에 피아의 모습을 본 학생들은 자연의 신비를 체험했다. 이미 죽은 시체가 교실에 들어와 시험을 보더니 시험 종료와 함께 살아났다. 실로 부활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시험 잘 봤어?”


필기구를 정리하던 얀느가 몸을 돌려 뒷자리에 앉은 피아에게 물었다. 졸업시험 이후 얀느, 칼리와 피아의 관계도 달라졌다. 샤이르 패거리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무시하던 피아가 먼저 인사나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대화를 나누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몰라. 잊었어. 답안지 제출하는 순간 시험은 내 손을 떠난 거야. 떠난 일엔 신경 안 써.”


“하하하. 피아답네. 맞아. 어차피 시험 통과는 당연한 건데 신경 쓸 필요 없지.”


“닭대가리도 아니고 말야. 누가 필기시험에 떨어지겠어? 하하하.”


“닭대가리라니? 닭한테 너무한 거 아니야? 돌대가리지. 돌대가리. 그게 어디 사람 대가리겠어? 하하하.”


“하하하. 너무 그렇게 욕하지 마. 우리 반에 뇌까지 근육으로 된 애들이 한둘이야? 그러다 진짜 시험 떨어진 애 있으면 어쩌려고 그래? 아하하하.”


피아도 칼리와 얀느의 농담에 맞장구치며 떠들었다.


“그런 멍청한 놈 있으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장을. 하하하.”


“그래? 그럼 난 발. 발에 장 지진다. 하하하.”


* * *


똑똑똑


“네. 들어와요.”


아현은 조심스럽게 학장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여러 권의 책을 들고 책장 정리하던 학장은 반색하며 아현을 맞이했다.


“어서 와요. 아현 학생. 잠깐 여기 앉아서 기다리겠어요? 차를 내올게요.”


“감사합니다.”


아현은 소리가 나지 않게 의자를 꺼내 앉았다. 이윽고 학장이 차를 들고 돌아와 아현 앞에 찻잔을 놓고 반대편에 앉았다.


“학교생활은 어떤가요? 그동안 여러 가지 일이 많았을 텐데 힘든 점은 없나요?”


“네. 학장님께서 신경 써주신 덕분에 잘 지내고 있어요.”


“하하하. 아현 학생이야 늘 성실하고 모범적이니 제가 신경 쓸 게 없답니다. 친구들과도 잘 지내지요?”


귀찮게 굴던 샤이르도 얌전해 졌고, 사사건건 시비를 걸던 올루도 부딪치는 일이 없었다.


“네. 다들 좋은 친구들이라 잘 지내고 있어요.”


“학교생활은 친구들과의 관계가 제일 중요한데 잘 지내고 있다니 다행입니다. 차 들어요.”


“감사합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아현은 뜨거운 찻잔을 들고 후후 불며 조심스럽게 입에 가져댔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학장의 호출이 있었다. 처음 있는 일이라 다소 긴장했는데, 가벼운 신변 확인에 개인면담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어진 학장의 말은 뜻밖이었다.


“이렇게 아현 학생을 부른 건 다름이 아니라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랍니다.”


“부탁이요?”


“얼마 후면 전공생들의 겨울 졸업시험이 있는 것을 알고 있죠?”


“네. 2주 후로 알고 있습니다.”


“맞아요. 겨울시험은 교외에서 진행됩니다. 정확한 이유를 얘기할 수는 없지만, 시험을 보는 전공4학년과 3학년 전 학생, 그리고 대다수의 교수님들이 참여하죠. 그러다 보니 겨울시험 기간 중에 학교에 남은 교수님들이 많지 않아요.”


학장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말을 이었다.


“문제는 그 기간 중에 진급시험에서 떨어진 학생들의 재시험이 있답니다. 그리고 현재 정학중인 학생들의 실기시험도 있죠. 아무래도 재시험이다 보니 많은 교수님들이 신경을 써줘야겠지만, 조금 전에 설명한 대로 겨울시험으로 교수님들이 부족한 실정이에요. 그래서 아현 학생이 도와줘야 할 것 같아요.”


“제가요? 교수님들을 대신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물론이죠. 재시험 대상 학생 중에 아현 학생이 직접 도와줘야 할 학생이 있습니다.”


‘내가? 다들 나보다 뛰어나지 않나? 내가 누굴 도울 수준이 아닌데.’


“성천과 피아 학생입니다.”


“네?”


너무 놀란 아현은 그만 찻잔을 떨어뜨릴 뻔 했다. 둘 다 예상 밖이었다.


“아현 학생도 알겠지만, 성천의 마법 실기 성적은··· 뭐랄까요? 움··· 심각한 수준이죠.”


성천의 마법 수준이 반에서 최하위인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학장이 조심스럽게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할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남은 시간 동안 아현 학생이 성천을 직접 지도해주길 바랍니다. 내가 직접 지도해주면 좋겠지만, 그럴만한 여건이 안 되는 게 사실이죠. 그리고 피아 학생은··· 안타깝게도 필기시험 낙제입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을 느낄 정도로 놀랐다. 너무 놀라 소리도 안 나왔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목소리를 끌어올렸다.


“이, 이제 막 시험 끝났는데요? 채점이 아직 전부 끝난 건 아니잖아요.”


“맞아요. 아직 전 과목 채점을 끝낸 건 아니에요. 그런데도 점수가··· 그래서 피아 학생의 이론 공부도 지도를 부탁합니다. 두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고 아현 만큼 잘 지도해줄 학생을 찾기 힘든 게 사실이에요.”


나름 노력했지만, 피아의 점수가 위태로울 거란 사실은 감안하고 있었다. 그래도 시험이 쉬웠기에 아슬아슬하게라도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아직 채점이 끝나기도 전임에도 낙제라니······.


‘하아··· 어떡하지. 피아 상심이 클 텐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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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5. 돌대가리? 닭대가리? 그리고 모질이 22.08.11 28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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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0. 가을 졸업시험(13) 22.08.02 25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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