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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버서사이-미소녀 천재 대마법사 전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디귿(D)
작품등록일 :
2022.05.12 14:41
최근연재일 :
2023.04.19 19:10
연재수 :
1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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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1,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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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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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51. 가을 졸업시험(4)

DUMMY

* * *


클로틸다와 젤뚜르다는 입학 초부터 유명했다.


눈에 띄는 머리카락 색깔, 독특한 말투에 이미 학부생의 수준을 넘어선 실력까지 겸비한 클로틸다는 마법학부의 유망주였다.


반면에 젤뚜르다는 평범한 축에 속했다. 확실히 눈에 띄는 외모였지만, 클로틸다 만큼 눈에 띄지 않았고, 실력도 평범했다. 하지만 그녀의 노력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어떤 계기나 목적인지 모르나, 쓰러지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로 훈련에 매진했다. 결국 2학기가 시작됐을 땐 젤뚜르다도 무술학부의 유망주가 되어있었다.


한 명은 타고난 괴짜 영재, 또 한 명은 노력이 만들어낸 괴물로 불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전혀 접점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가을날 두 사람은 하나의 제안을 받게 됐다.


“가을 졸업시험 파티에 합류할래?”


거절할 이유가 하등 없었다. 두 사람은 흔쾌히 승낙했고, 같은 파티원으로 처음 만났다.


“네가 클로틸다구나. 얘기 많이 들었어. 마법학부의 괴··· 영재라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잘 해보자.”


먼저 손을 내민 건 젤뚜르다였다. 하지만 클로틸다는 악수에 응하지 않았다. 악의는 없었다. 단순히 악수를 싫어할 뿐이었다. 그러나 이때부터 젤뚜라다에게 클로틸다의 인상은 좋지 못했다.


“나도 알아. 너. 괴물. 무술학부 괴물. 꺄르르. 근데 괴물치고 예쁘네. 꺄르르.”


역시 악의는 없었지만, 젤뚜르다는 2차 빡침을 받았다. 하지만 파티를 위해 꾹 참았다. 클로틸다의 독특한 성격과 말투를 애써 무시하며 시험 직전까지 잘 참았다. 그러나 시험 당일 결국 참았던 화가 폭발했다. 는 젤뚜르다의 입장이다.


클로틸다 역시 답답하고 고지식한 노력 바보의 고집불통을 참고 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일부러 그러는 건지 모든 게 반대였다. 하루라도 빨리 시험이 끝나기만 바랐다. 그렇게 참다가 역시 시험 당일에 폭발했다.


“이대로는 안 돼. 여기서 더 지체하다간 공략 실패라고! 당장 뚫고 나가야 해.”


젤뚜르다에게 파티를 제안했던 선배가 소리쳤다.


“무슨 소리야? 지금 다들 체력 떨어진 거 안 보여? 이 이상 무리할 수 없어. 조금 늦더라도 체력을 회복하고 움직여야지!”


클로틸다에게 제안했던 선배가 마주 소리쳤다.


“그럴 시간 없다고! 몬스터 움직임 파악도 못하냐? 어서 이 자릴 벗어나야 한다니까!”


“마법사 생각은 안 하냐? 체력도 체력이지만, 마나를 회복시켜야 할 거 아니야? 여기라면 안전하게 회복할 수 있다고! 전략/전술학 시간에 졸았냐? 지형전술은 땅따먹기 할 때 쓸 거야?”


소규모 파티에 있어서 마법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비록 방어에 취약하고 결정타가 약하지만, 적절한 보조로 공격대의 능력을 비약적으로 향상 시킬 수 있다. 그렇기에 마법사의 마나가 떨어진 지금이 가장 위험한 고비였다.


“너야 말로 마법사란 년이 몬스터 행동분석도 못하냐? 지형전술로 막을 수 있는데도 한계가 있어!”


“검사 나부랭이 새끼가 바짝 쫄았네. 그럴 거면 그거 뭐 하러 달고 다니냐? 필요 없어 보이는데 떼버려.”


“떼? 뭘 떼? 너 그거 성희롱이야!”


“성희롱 같은 소리하고 앉았네. 그럼 년은? 그건 귀부인 이름이냐? 겁쟁이 새끼야!”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시작된 의견 충돌은 유치한 말싸움으로 변질됐다.


“야! 네가 좀 말려봐.”


젤뚜르다가 클로틸다에게 작게 속삭였다.


“나? 왜? 넌? 손가락 빨면서 구경?”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그렇지 않아도 시간 없는데 이런 무의미한 감정 싸움은 말려야지.”


“그럼 네가 말려. 명령 사절.”


클로틸다는 새치름하게 대답하며 딴청을 부렸다.


‘한 대만 칠까?’


젤뚜르다는 불끈 쥔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그렇지 않아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나 몰라라 하는 게 화가 났다. 하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선배들의 싸움에 자신들의 싸움까지 더해지면 파티는 끝장이었다.


‘어따 대고 명령이야? 재수 없는 년.’


클로틸다도 실수인 척 마법으로 공격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고 있었다.


결국 참다못한 파티장이 나섰다.


“그만. 둘 다 그만! 지금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잖아.”


“그럼 네가 얼른 결정해 새끼야!”


조금 전까지 싸우던 두 사람의 이구동성이 파티장에 양쪽 귀에 꽂혔다.


“알았어. 결정했어. 잘 들어! 지금부턴 무조건 정공법으로 간다. 선두에 검사 두 사람이 선다. 무리하지 말고 최대한 천천히 진행할 거야. 마법사 두 사람은 뒤에서 마나를 회복해. 가급적 전투는 피하고 회복에 집중해. 그리고 후미는 내가 맡을게. 위급한 상황이 오면 서로 보안해 주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을 땐 안전지역을 찾아서 방어에 집중하는 거야. 알았지?”


양쪽 의견 모두 타당했다. 하지만 위험부담이 너무 큰 의견이었다. 두 사람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파티장의 결정에 반대하지 않았다.


두 명의 검사, 그리고 무투가인 파티장의 협력이 더해져 느리지만 조금씩 출구를 향해 나아갔다.


파티장의 발차기에 맞은 훈련용 몬스터인 목각허수아비의 머리가 벽에 부딪힌 뒤 바닥을 뒹굴었다. 주변엔 조각난 목각허수아비의 잔해가 여럿 있었다.


“휴우~ 겨우 잡았네. 다들 무사하지?”


더 이상 목각허수아비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선봉에 선 덕에 몰려오는 적과 지속적으로 대치했던 젤뚜르다와 선배는 쓰러지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헉헉··· 어··· 다행히··· 그나저나 출구는 아직 멀었나?”


“아마 거의 도착했을 거야. 마법사들은? 마나는 어때?”


“아직 여유 있어. 이 상태라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마나가 회복된 뒤로 전투에 참여한 덕에 클로틸다와 그의 선배도 상당히 지쳐있었다.


“그럼 조금만 쉬었다 가자. 아직 시간 여유도 조금 있으니까 적당히 체력 회복되는 대로 출발하자.”


파티장도 파티원 곁에 주저앉았다.


“에고고··· 죽겠다. 아무리 졸업시험이라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힘들게 만들 필요가 있나 몰라. 그래도 이만큼 한 건 내 덕 아니야? 너희 말처럼 극단적으로 선택했으면, 무사히 여기까지 오기도 힘들었을걸? 어때? 이래서 파티장이 중요한 거라고! 하하하.”


아무도 듣지 않았다. 체력적 한계에 부딪힌 클로틸다와 젤뚜르다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숨을 헐떡이며 체력이 회복되길 바랄 뿐이었다. 반면 약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유치한 싸우던 두 사람의 얼굴은 금세 안정을 찾았다. 그런데 어째 분위기가 묘했다.


“많이 힘들어? 선봉에 서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닐 텐데.”


“그게 내 역할이잖아. 그리고 네가 뒤에서 보조해준 덕에 견딜만 했어.”


“그래? 난 네가 앞에 있어서 안심하고 마법을 쓸 수 있었는데··· 어찌나 듬직했는지 몰라.”


“당연하지. 네 앞을 지킬 수만 있다면 난 뭐든지 할 거야.”


“네 뒤엔 항상 내가 있을게. 안심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언제나 뒤에 있을게.”


철천지원수라도 된 듯 비하와 비아냥을 서로에게 쏟아 붓던 두 사람은 없었다. 보기 역겨울 정도로 과도한 꽁냥질을 벌이는 바퀴벌레 한 쌍이 있었다. 젤뚜르다와 클로틸다는 금방이라도 토악질 할 것 같은 얼굴로 파티장을 바라봤다.


“저것들? 원래 저래. 신경 쓰지마.”


의례 있는 일이라는 듯 무덤덤하게 대답하는 파티장은 눈길도 주지 않았다. 젤뚜르다와 클로틸다도 시선을 돌리고 귀를 닫았다.


“이제 그만 움직이자.”


보기 거북했던 애정행각은 파티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드디어 끝이 났다.


“지금까지 해온 대로만 하자. 출구가 멀지 않았으니까 방심하지 말고. 그럼 이동······.”


부스럭


어둠 속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파티장이 지시하기도 전에 네 사람은 순식간에 공격 대형을 갖췄다.


“뭐지? 근처에 있던 몬스터는 전부 정리한 거 아니었나?”


“마나는? 마나 못 느꼈어?”


훈련용 몬스터인 목각허수아비는 마나를 이용해 인공적으로 만든 마법의 산물이었다. 때문에 마나 감지를 통해 주변에 있는 목각허수아비를 감지할 수 있었다.


“전혀! 지금도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아.”


“그게 말이 돼? 기척만 봐도 엄청난 놈인 것 같은데?”


쿵쿵쿵


질질


한발 한발 묵직한 발자국 소리와 진동, 무언가 끄는 듯한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발자국 소리만 들으면 개체는 하나가 분명했다. 하지만 주변을 울리는 진동은 그 크기를 짐작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대장몬스터일까?”


“나도 몰라. 아무튼 어떤 놈이 나올지 모르니까 절대 긴장 풀지마.”


쿵쿵쿵


질질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어둠 속에서 다가오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에 파티는 바짝 긴장했다. 침을 꿀꺽 삼키며 무기를 든 손에 힘을 주었다.


“온다!”


쿵!


어둠 속에서 거대한 다리가 뻗어 나와 땅을 디뎠다.


쿵!


반대쪽 다리도 파티원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미지의 존재는 일반 목각허수아비의 10배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였다. 제 키만한 크기의 나무도끼를 질질 끌며 서서히 다가오는 거대 목각허수아비를 확인한 파티장은 다급하게 소리쳤다.


“젠장! 물러나!”


파티장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파티원은 기민한 동작으로 뒤로 멀찍이 물러났다.


“여기서 대장몬스터가 왜 나와?”


“대장몬스터 방을 지나온 거 아니었어?”


시험의 특성상 던전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는 학생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그저 던전 입장 직전 완료 조건만 공개하는 게 전부였다. 던전 내 모든 몬스터 제거 혹은 대장몬스터 제거, 던전 탈출, 특정 아이템 확보 등 파티별로 불특정한 임무가 주어졌다.


그러나 임무에 따른 각 특성만큼은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었다. 던전 내 모든 몬스터 제거는 주어진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했고, 특정 아이템 확보는 가장 넓고 복잡한 지형, 대장몬스터 제거는 숨겨진 대장몬스터의 방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젤뚜르다와 클로틸다가 속한 파티, 던전 탈출은 압도적인 대장몬스터의 존재였다. 정확한 능력은 알 수 없지만, 학생으로 이뤄진 파티만으론 제거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모든 학생은 대장몬스터를 피하는 전략을 세웠다.


그런데 그 대장몬스터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너희도 아까 봤잖아. 분명 그곳이 대장몬스터 방이었어.”


“직접 들어가서 확인한 건 아니잖아. 내가 확인해 보자고 했잖아.”


“그러다 맞닥뜨렸으면? 너도 그땐 내 의견에 동의했잖아.”


“그만해! 지난 일로 싸울 때가 아니잖아!”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다섯 명은 눈앞에 있는 압도적인 적을 피해 뒤로 물러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어떻게 할까? 이대로 돌아가서 다른 길을 찾아볼까?”


“그래. 돌아가자. 저 녀석을 뚫고 갈 수는 없잖아.”


“안돼! 지금 다른 길을 찾기엔 시간도 체력도 부족해. 다소 희생을 감소하더라도 이대로 뚫고 가야 돼!”


“어떻게 뚫겠다는 거야? 그리고 누가 희생할 건데?”


“어차피 파티 점수잖아. 일부만 탈출해도 점수를 받을 수 있어. 그러니 누군가 저놈을 묶어둔 사이에 나머지 인원이라도 탈출 해야지.”


“하! 누군가? 나랑 클로틸다는 너희만큼 빠르지 못한데? 그럼 우릴 희생양으로 쓰겠다는 거야? 우리 둘이 저 거대한 놈을 너희가 빠져나갈 때까지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효율을 따지자는 거······.”


부웅


제법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던 대장몬스터가 갑자기 도끼를 휘둘렀다. 도끼날은 파티에 미치지 못했지만 풍압만으로 다섯 사람을 뒤로 밀어 넘어뜨렸다.


“이··· 미친! 저걸 어떻게 막아?”


대장몬스터의 움직임은 덩치만 보고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도끼를 휘두른 속도도 엄청났지만, 원래 자세로 돌아와 다시 공격 자세를 취하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어떻게 할 거야? 이렇게 마냥 물러서기만 할 거야?”


파티장은 어느 한쪽을 쉽게 선택하지 못했다. 두 작전 모두 위험요인이 너무 컸다. 다른 길을 찾기엔 시간이 부족했고, 일부가 시간을 끄는 동안 탈출하는 전략도 성공을 확신할 수 없었다.


“빨리 결정해. 시간 지체될수록 우리한테 불리해.”


“저거 작정하고 덤비면 도망가기도 힘들어.”


“결정했어! 처치하려고 무리하지 말고 협공해서 한 번의 틈만 만들자. 다섯 명 모두 빠져나갈 수 있게 집중해서 공격하는 거야!”


파티장의 결정에 이의는 없었다. 급박한 상황일수록 파티장의 명령은 절대적이어야 했다.


“적당히 거리 유지하면서 아까 같은 공격을 유도해. 저 놈이 자세를 다시 잡기 전이 기회야. 한 번에 하체만 공격해서 넘어뜨리고, 바로 반대쪽으로 달려. 그 뒤론 속도전이니까 자기 몸은 자기가 챙겨!”


일부러 도끼의 간격이 아슬아슬하게 미치는 거리를 유지하며 뒤로 물러섰다. 조금씩, 조금씩··· 대장몬스터의 속도를 맞춰 뒷걸음질 쳤다. 너무 가까우면 공격에 직접적인 피해를 받을 수 있고, 너무 멀면 대장몬스터가 빠르게 다가올 수도 있었다.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온다!”


숨을 죄는 듯 했던 긴장이 파티장의 외침에 깨졌다. 이어 거대한 도끼가 다시 한 번 눈앞을 스쳐갔다. 엄청난 강풍이 파티원을 덮쳤다. 그러나 이번엔 아무도 넘어지지 않았다.


“공격!”


다시 명령이 떨어졌다. 미리 대비했던 덕에 강풍을 이겨낸 파티원은 순식간에 대장몬스터를 향해 몸을 날렸다.


선봉은 파티장이었다. 너클을 착용한 주먹이 대장몬스터의 발등을 공격했다. 곧이어 두 검사의 검날이 오금을 공격했다. 효과가 있었다. 대장몬스터의 몸이 크게 휘청였다. 마법사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마법 스킬 - 강풍


묵직한 바람이 대장몬스터의 등을 가격했다.


쿵!


커다란 덩치가 버티지 못하고 앞으로 쓰러졌다.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이제 대장몬스터가 일어나기 전에 이 자리를 떠날 일만 남았다.


“달려!”


대장몬스터가 고꾸라지는 순간 클로틸다와 선배는 앞으로 달렸다. 지금까지 인생 중 가장 최선을 다한 달리기였다. 그러나 동료가 있는 곳까지 간격이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10m도 되지 않는 짧은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급하게 외치는 파티원의 손짓과 표정이 하염없이 느려졌다.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 한 올부터 대장몬스터가 넘어지며 일으킨 먼지 한 톨까지 보일 정도로 세상의 시간은 천천히 흘렀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움직임은 더 빨라지지 못했다. 답답했지만 할 수 있는 건 팔다리를 휘두르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바닥에 엎어졌던 대장몬스터의 머리가 천천히 움직였다. 어깨와 팔도 움직였다. 그래도 이대로라면 몸을 다 일으키기 전에 지나칠 수 있었다.


그러나 판단 착오였다. 몸을 전부 일으키지 않은 대장몬스터가 팔을 뻗었다. 피할 수 없는 속도로 커다란 손이 다가왔다. 이대로면 꼼짝없이 손에 잡힐 참이었다.


꽝!


퍼벅!


엄청난 굉음과 함께 시간은 다시 원래대로 흘렀다. 클로틸다와 선배는 먼지를 뚫고 목적지에 발을 디뎠다. 고개를 돌려보니 파티장을 포함한 세 사람이 대장몬스터의 팔을 공격한 것이었다.


“달려!”


클로틸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죽을힘을 다해 달렸다. 어둠 속에 얼마나 많은 목각허수아비가 기다리고 있을지, 출구가 어디에 있을지 상관없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저 무지막지한 대장몬스터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이상한 기운에 발을 멈췄다. 아무도 없었다. 분명 파티장의 목소리를 듣고 달렸는데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예상 가능한 경우는 하나밖에 없었다. 남은 네 사람이 대장몬스터와 대치하느라 좇아오지 못한 것이다.


쾅! 쾅!


클로틸다의 예상을 증명이라도 하듯 굉음이 복도를 울렸다. 고민은 짧았다.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다시 달렸다.


“젠장, 젠장, 젠장!”


파티 참가만으로 점수는 확보된 상태였다. 이대로 혼자 탈출해도 문제 될 게 전혀 없었다. 아니, 가장 올바른 판단은 혼자서라도 던전을 탈출해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었다. 한 명이라도 탈출에 성공해 점수를 올려야 했다. 하지만 몸은 이성적인 판단을 무시했다. 아무리 목숨의 위협이 없는 시험이라고 해도 동료를 버릴 수는 없었다.


다다닷


동료들을 향해 몇 발자국 떼지도 않았을 때 복도 반대쪽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여러 명이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소리였다.


“안 뛰고 뭐해?”


클로틸다를 알아보고 소리치는 파티장과 그 뒤를 바짝 따르는 파티원 모두 무사했다. 아직까지는······.


쿵쿵쿵


그들 뒤로 대장몬스터가 빠른 속도로 좇아오고 있었다. 클로틸다는 황급히 몸을 돌려 다시 출구를 향해 달렸다.


“멍청한 년. 너라도 빠져나갔어야지.”


어느새 따라잡은 젤뚜르다가 감정을 가득 담아 말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젤뚜르다의 비난이 비참할 정도로 기분이 나빴지만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우리가 빠져나가지 못하더라도 너는 계속 달렸어야지. 그래야 선배들이 점수를 받을 거 아니야? 닭대가리냐?”


출구를 향해 달리는 동안 젤뚜르다는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돌아와서 뭘 어쩌려고? 너 하나 붙는다고 상황이 달라져? 혼자 달리는 것도 못하는 년이 돕긴 뭘 도와?”


‘참자··· 참자··· 참자······.’


클로틸다는 이를 악물고 참았다. 아무리 화가 나도 시험이 끝날 때까지 참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출구다!”


남은 건 계단뿐이었다. 그리고 그 끝에 ‘출구’라는 두 글자가 선명이 새겨진 커다란 문이 있었다. 대장몬스터가 바로 뒤를 좇고 있었지만, 문을 통과할 때까지 따라잡힐 간격은 아니었다.


파티장을 선두로 두 선배는 순식간에 계단을 올라 문을 통과했다. 클로틸다와 비슷하게 달리던 젤뚜르다도 속도를 높이며 마지막 조소를 날렸다.


“고생했다. 우리 앞으론 마주치지 말자. 그리고 그 대가리 색깔 좀 바꿔라. 말투도 병신 같은 게 대가리는 더 병신··· 어?”


오금에 작은 충격을 느끼며 다리가 휘청했다. 크지 않은 충격이었다. 비록 계단을 오르고 있었지만 다시 자세를 잡을만 했다. 그런데 갑자기 계단 위쪽에서 엄청난 바람이 느껴졌다.


“잘 가라. 병신아.”


바람마법에 밀려 계단 아래로 떨어지는 젤뚜르다를 보며 클로틸다는 승리의 미소를 날렸다.


“야 이 미친년아아아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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