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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버서사이-미소녀 천재 대마법사 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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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D)
작품등록일 :
2022.05.12 14:41
최근연재일 :
2023.04.19 19:10
연재수 :
1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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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7
추천수 :
176
글자수 :
761,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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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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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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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72. 카델 침공(5)

DUMMY

리암이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화살이 아르카 뿔소를 향해 쏟아졌다. 그러나 효과는 없었다. 가죽을 뚫는 건 고사하고 몸에 꽂히는 화살조차 몇 발 되지 못했다.


“쉬지 말고 공격해!”


앞다리가 잘린 고통에 아르카 뿔소가 몸부림 칠 때마다 뿔이 박힌 성문은 조금씩 부서졌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성문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정도로 부서질 게 뻔했다. 그러나 화살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아르카 뿔소의 두꺼운 가죽을 뚫기엔 화살은 너무 왜소했다.


리암은 황급히 주변을 살폈다. 결정타가 될 정도로 강력한 무기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리암!”


수하르의 목소리였다. 리암은 고개를 돌려 수하르의 목소를 좇았다. 그곳엔 망루를 지탱하고 있는 나무 기둥을 붙잡고 있는 수하르가 있었다. 무기로 쓸 요량이었지만 힘이 부족해 리암을 찾은 것이었다.


“무식한 놈······.”


리암은 한달음에 수하르에게 뛰어갔다.


“셋에 당겨!”


수하르 옆에서 나무 기둥을 안고 소리쳤다.


“하나, 둘, 셋!”


우지직!


두 근육 괴물의 무지막지한 힘은 단번에 나무 기둥을 분질렀다. 망루 일부가 무너져 내렸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비켜! 비켜!”


“으아아아!”


리암과 수하르는 뾰족하게 부러진 나무 기둥을 들고 달렸다. 성벽 끝까지 힘껏 달린 두 사람은 속도를 멈추지 않고 그대로 성벽 아래, 아르카 뿔소를 향해 부러진 나무 기둥을 던졌다.


퍼억!


두 아름이 넘는 엄청난 두께의 나무 기둥은 빠른 속도로 떨어져 정확히 아르카 뿔소의 목젖을 꿰뚫었다. 아르카 뿔소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몸부림치던 몸짓도 더 이상 없었다. 완전히 죽었다.


와아아아!!


그 장면을 숨죽여 지켜보던 학생들의 환호가 성벽 위에 메아리쳤다. 불가능할 것 같던 작전의 성공은 전투에서 승리한 것 같은 사기를 가져왔다. 하지만 리암과 수하르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학장은 교수의 부축을 받아 지친 몸을 일으켜 다시 성문을 내려봤다.


처참했다. 사방에 낭자한 아르카 뿔소의 피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학장이 낙담한 까닭은 아르카 뿔소가 뚫어놓은 성문의 구멍이었다. 성인 남성 한 명이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성문이··· 성문이······.”


“안샬! 안샬!”


리암의 천둥 같은 목소리에 학장의 말이 묻혔다. 검술 교수 안샬이 학생을 뚫고 나왔다.


“우리 셋은 아래로 내려가 저 구멍을 막는다.”


성문에 뚫린 구멍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리암의 말은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적을 상대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는 차마 스스로 적이 성문을 뚫고 들어온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학장님께선 다른 교수들과 성벽 위에서 힘을 써주세요.”


“부, 부탁합니다.”


일순간에 모든 마나를 소진한 학장은 힘이 하나도 없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이 상황에서 성벽 위에서 가하는 공격은 별 효과가 없었다. 차라리 성문을 뚫고 들어오는 적을 상대하는데 대부분의 병력을 배치하는 게 옳았다. 하지만 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무술학 교수는 리암, 수하르, 안샬이 전부였다. 그들을 보조할 마법사는 마법이 완전히 고갈된 상태였다. 무술학부 학생이 감당할 수준도 아니었다. 결국 세 사람에게 맡기는 것 밖에 방법이 없었다.


“내려가자.”


리암은 비장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는 수하르, 안샬과 함께 무기를 챙겨 성벽 아래로 내려갔다.


* * *


“하아아품.”


피아는 입이 찢어져라 하품하며 유리 천장 너머 어둔 하늘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언니, 언니. 밤이야. 밤. 벌써 밤이라고. 우리 저녁도 못 먹고 이러고 있어.”


성천이 운용하는 마나 흐름을 하나하나 짚어주던 아현도 고개를 들어 천장을 봤다.


“정말? 언제 시간이 이렇게 됐지?”


“그만 가자. 나 배고파 죽을 것 같아.”


“외우라는 건 다 외웠어?”


아현은 피아의 앓는 소리에 조금의 미동도 보이지 않고 물었다.


“외웠어. 외웠으니까 가지고 하지.”


“그럼 읊어봐. 순서 상관없이 생각나는 대로 읊어봐.”


낙제 이후 아현의 지도 방식은 매몰차기 그지없었다. 어지간한 애교론 꿈쩍도 하지 않아 애를 먹었지만 답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갑자기 시키면 더 안 된다고. 그러지 말고 우리 밥 먹고 방에 가서 마저 하자. 응? 배가 너무 고파서 머리가 안 돌아간단 말이야. 언니도 알잖아. 내가 밥심으로 사는 거. 그래도 졸진 않았잖아. 오늘 하루 종일 한 번도 졸지 않고 집중해서 읽었으니까 좀만 봐주라. 응?”


매일 비슷한 변명이다. 그러나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다. 확실히 조금씩이나마 매일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혹시 모를 낙제를 대비해 좀 더 매몰차게 굴어야 했지만, 피아의 크고 반짝이는 눈빛을 보고 있자니 그럴 수 없었다.


“에휴~ 알았어. 그럼 방에 가서 오늘 진도 마무리 하는 거다. 알았지?”


“당연하지! 언니, 최고!”


피아는 넉살좋게 웃으며 아현 품에 안겼다.


‘매번 이렇게 속아주는 게 잘하는 건지 모르겠네. 그래도 지금처럼만 하면 낙제는 겨우 면할 것 같고······.’


물론 좋은 성적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이 이상 피아에게 이론을 주입시키는 것도 무리였다.


“야, 오징어 복학생. 넌 잘 하고 있는 거냐?”


피아는 아현 품에 안겨 고개만 돌려 성천에게 퉁명스럽게 물었다. 성천은 황당한 표정으로 반박을 하려다 말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뭐냐? 그 반응은? 무시하는 거야?”


“너··· 아니다. 됐다.”


성천은 다시 입을 열려다 말고 먼저 몸을 돌렸다.


“오징어 복학생, 정지. 죽고 싶냐? 진도만 따라가면 되는 실기에서 낙제하는 주제에 날 무시해?”


‘네가 할 말은 아니지.’


아현은 어이가 없었지만, 속으로만 삼켰다. 성천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괜히 말을 섞어봐야 피곤할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야, 대답해 보라니까? 앙? 계속 무시하면 진짜 복날······.”


덜컹!


성천이 막 손잡이를 잡으려는 순간 문이 활짝 열렸다. 갑작스런 상황에 움찔 놀란 성천은 문 너머에 숨을 헐떡이고 있는 샤이르를 확인하곤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헉··· 헉······.”


“너 뭐냐? 네가 왜 여기 있어?”


샤이르를 알아본 피아가 퉁명스럽게 물었다. 샤이르는 세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곤 힘겹게 입을 열었다.


“다, 당장 가야··· 돼. 공격··· 공격당하고 있어. 카델이··· 공격당하고 있어.”


“그게 무슨 소리야? 뭘 당하고 있다고?”


“저 새끼 뭐라는 거야? 야! 똑바로 말 안 해?”


아현과 피아 모두 샤이르의 말을 분명히 들었고, 이해했다. 그러나 믿을 수 없었다. 대륙 최고의 무관학교 카델이 갑자기 공격받고 있다는 말은 도저히 믿기 어려웠다.


“공격받고 있다고! 어떤 무리가 지금 카델을 공격하고 있어. 너희 셋 빼고 모든 사람이 수성전을 벌이고 있다고! 빨리 가야 돼!”


샤이르의 다급한 외침에 놀란 아현은 성천과 피아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성천은 무슨 생각인지 아무 반응이 없었다. 반면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던 피아의 얼굴엔 차가운 조소가 서렸다.


“와! 이 새끼 진짜 물건이네. 아까 낮에 있었던 일 복수하고 싶었던 거야?”


‘복수? 거짓말이라고? 설마······.’


상황만 놓고 본다면 피아의 의심이 일리 있었지만, 샤이르의 표정은 거짓말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연기력은 좋은데, 설정이 영 허접하다. 우리가 공격받고 있다고? 카델이? 대륙 전체를 적으로 돌릴 짓을? 나름 머리가 돌아가는 놈인줄 알았는데 실망스럽네.”


“거짓말 아니야!”


“지랄한다. 너 여기서 뒈지게 맞을래? 내려가서 뒈지게 맞을래? 거짓말도 적당히 해야 믿는 척을··· 아니지. 중앙도서관에 학부생 출입금지인 거 알지? 정학 중에 또 교칙 위반이니까 퇴학 확정이네. 안 때릴 테니까 그냥 네 발로 내려가서 짐 싸라. 응?”


“정말이라고! 학장님이 너희들 불러오라고 지시하셨어.”


“와! 이 새끼 이제는 학장님까지 파냐? 안 되겠다. 좀 맞자. 너 이리 와봐.”


어느새 아현의 품에서 떨어진 피아는 샤이르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진실이 통하지 않아 답답하면서도 눈에 불을 켜고 다가오는 피아를 보자 샤이르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어쭈? 도망 가냐? 그런다고 내가 너 못 잡을 줄 알아?”


“누군데? 적이 누구야?”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성천이 물었다.


“뭐야? 너 지금 이 새끼 말 믿는 거야?”


“누가 침공한 거냐고?”


샤이르를 향해 버럭 소릴 지르는 성천은 평소와 전혀 달랐다. 지금까지 알던 성천이 아닌 다른 사람 같았다.


“모, 몰라. 정체를 모르겠어. 하늘을 나는 배를 타고 나타났어. 수 천, 아니 수 만은 될 것 같은 병력··· 인간이 아니었어. 리자드맨하고 비슷하면서도 달라. 몰라. 모르겠다고. 정체가 뭔지 교수님들도 모르는 눈치였어.”


성천의 기세에 눌린 샤이르는 조금 전까지 마주하던 공포까지 밀려와 횡설수설했다.


“진짜 가지가지 한다. 하늘을 나는 배? 리자드맨? 네가 생각해도 어이없지? 차라리 시험 때문에 나갔던 교수님들하고 선배들이 반란을 일으켰다고 하지? 하여간 귀하게 자란 놈들은 상상력이 부족해. 그만 떠들고 이리와. 누나한테 맞으면서 반성 좀 하자.”


다시 샤이르에게 다가가는 피아를 성천이 팔을 뻗어 막았다.


“가보자.”


“뭐? 너 저 허무맹랑한 얘기를 진짜 믿어?”


“나도 안 믿겨. 하지만 이런 거짓말로 샤이르가 이득 볼 게 없잖아. 탑을 나가서 직접 확인해 보면 알겠지.”


고작 샤이르였다. 어떤 흉계를 꾸미고 있는지 모르지만, 샤이르 수준이라면 크게 문제될 것도 없었다. 하지만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에 속아주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피아는 아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내려가 보자. 가보면 알겠지.”


“쳇!”


아현까지 찬성한 마당에 달리 할 말이 없었다. 피아는 성천을 지나쳐 샤이르를 살기어린 눈빛으로 노려봤다.


“너 거짓말이면 진짜 죽는다.”


도서관을 나선 피아의 걸음은 느긋했다. 샤이르의 거짓말을 확신하는 그녀로썬 빨리 내려갈 이유가 없었다.


“뭐 하는 거야? 지금 한시가 급하다고.”


샤이르는 답답한 마음에 앞서 걷는 피아에게 따지듯 소리쳤다. 피아는 귀를 찌르는 샤이르의 목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네 장단에 놀아나주는 것도 짜증나 죽을 것 같으니까 닥치고 가자. 응? 한 번만 더 나한테 명령하듯 떠들면 밑으로 던진다.”


샤이르는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여전히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을 친구들을 생각하면 뛰어가도 모자랄 판이었다. 하지만 이 이상 피아를 자극할 수도 없었다. 한 마디만 더 하면 정말 주먹이 날아올 것만 같았다.


‘미련하고 무식한 년.’


속은 타들어가지만 어쩔 수 없이 피아의 느린 걸음을 따르던 샤이르는 등 뒤에서 갑작스런 충격을 느꼈다. 누군가 엉덩이를 걷어찬 것이었다. 성천이었다.


‘왜?’


예상치 못한 공격에 균형을 잃은 샤이르의 몸은 앞으로 넘어지며 피아를 덮쳤다. 동시에 성천이 큰 소리로 피아를 불렀다.


“피아!”


성천의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리던 피아는 균형을 잃으며 자신을 덮치는 샤이르와 얼굴을 마주쳤다.


“너 이 새끼······.”


피할 수 없었다. 샤이르의 기습이라고 생각한 피아는 보기좋게 반격하고 싶었지만, 워낙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그대로 샤이르와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팅!


샤이르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넘어지던 피아의 얼굴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이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벽에 무언가 부딪치며 불꽃이 튀겼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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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73. 카델 침공(6) 23.03.20 15 0 13쪽
» #72. 카델 침공(5) 23.03.19 20 0 12쪽
72 #71. 카델 침공(4) 23.03.18 17 0 12쪽
71 #70. 카델 침공(3) 23.03.18 16 0 13쪽
70 #69. 카델 침공(2) 23.03.18 17 0 13쪽
69 #68. 카델 침공(1) 22.09.01 33 0 19쪽
68 #67. 카델의 문지기(2) 22.08.23 31 0 18쪽
67 #66. 카델의 문지기(1) 22.08.14 33 0 19쪽
66 #65. 돌대가리? 닭대가리? 그리고 모질이 22.08.11 27 0 20쪽
65 #64. 가을 졸업시험(17) 22.08.08 28 0 15쪽
64 #63. 가을 졸업시험(16) 22.08.08 26 0 20쪽
63 #62. 가을 졸업시험(15) 22.08.05 25 0 19쪽
62 #61. 가을 졸업시험(14) 22.08.03 24 0 16쪽
61 #60. 가을 졸업시험(13) 22.08.02 25 0 18쪽
60 #59. 가을 졸업시험(12) 22.08.01 28 0 17쪽
59 #58. 가을 졸업시험(11) 22.07.28 31 0 18쪽
58 #57. 가을 졸업시험(10) 22.07.27 38 0 21쪽
57 #56. 가을 졸업시험(9) 22.07.25 26 0 18쪽
56 #55. 가을 졸업시험(8) 22.07.21 26 0 17쪽
55 #54. 가을 졸업시험(7) 22.07.20 24 0 16쪽
54 #53. 가을 졸업시험(6) 22.07.18 28 0 12쪽
53 #52. 가을 졸업시험(5) 22.07.13 26 0 17쪽
52 #51. 가을 졸업시험(4) 22.07.07 28 0 19쪽
51 #50. 가을 졸업시험(3) 22.07.05 28 0 16쪽
50 #49. 가을 졸업시험(2) 22.06.29 27 0 19쪽
49 #48. 가을 졸업시험(1) 22.06.27 28 0 17쪽
48 #47. 샤이르와 루리아(5) 22.06.18 29 0 20쪽
47 #46. 샤이르와 루리아(4) 22.06.17 29 0 14쪽
46 #45. 샤이르와 루리아(3) 22.06.17 27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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