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디귿 공방

버서사이-미소녀 천재 대마법사 전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디귿(D)
작품등록일 :
2022.05.12 14:41
최근연재일 :
2023.04.19 19:10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3,338
추천수 :
176
글자수 :
761,699

작성
22.07.28 17:53
조회
31
추천
0
글자
18쪽

#58. 가을 졸업시험(11)

DUMMY

* * *


“제법 다쳤지. 양쪽 갈비뼈가 거의 다 부러지고, 팔도 크게 다쳐서 한동안 의료실 신세를 졌다. 그래도 시험은 합격이었다. 애초에 학생이 통과할 수 없는 난이도였는데 완벽히 공략했으니 점수는 역대 최대점을 찍었지. 하하하.”


“학생이 통과할 수 없는 난이도요? 그럼 정말 던전 공략 여부가 시험 평가의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었던 거예요?”


“아······.”


명백한 실수였다. 평가 기준에 대한 사항은 학생에게 공지하지 않는 게 원칙이었다. 그런데 과거 얘기에 취해 자신도 모르게 꺼내고 말았다.


‘내가 또 뭔가 말실수를 했나? 파티 실력에 따른 난이도 조절은 확실히 얘기하지 않았지? 맞아. 안 했어. 평가 기준은 대충 둘러대면 넘어갈 것도 같은데······.’


눈치를 보니 다행히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아,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실제 던전을 예습하는 차원이니 던전 공략이 우선시 되는 건 당연한 것 아니겠니? 하하하.”


잘 둘러댄 걸까? 눈치를 보니 대부분 수긍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도무지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루리아의 표정이 불안했다.


“아무튼!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라 생각하나?”


불안함을 애써 감추며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갑작스런 질문에 샤이르 일행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하나둘 입을 열었다.


“좋아하는 마음은 감출 수 없다.”


샤이르의 대답이었다.


“마음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고백해야 한다?”


얀느의 확신없는 대답이었다.


“멜리나라는 분과 교수님은 그 이후에 어떻게 됐을까?”


칼리의 질문이었다.


“던전을 공략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아직 의심을 품은 건지 아닌 건지 헷갈리는 루리아의 대답이었다.


“하아··· 너희들 도대체 뭘 들은 거냐?”


땅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질 듯 내쉰 한숨에도 가슴을 가득 채운 답답함이 해소되지 않았다.


“파티의 필요성과 실용성, 실전에서 합동 공격이나 연계 공격이 어떤 효과를 볼 수 있는지, 시험을 앞두고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느껴지지 않니?”


리암의 호소에 가까운 설명에도 샤이르 일행은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었다. 속에서 천불이 뻗쳤다.


“야 이놈들아! 당장 한 달 뒤가 시험인데 그런 정신상태로 어쩌겠다는 거냐? 이미 점수는 받았으니 시험 결과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거냐? 너희를 믿고 파티를 맺은 젤뚜르다한테 미안하지도 않냐는 말이다!”


가슴 속에서 활활 타오르던 천불이 포효와 함께 하늘로 뿜어졌다. 그럼에도 샤이르 일행의 무덤덤한 표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파티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선 당연히 알죠.”


“응?”


심드렁한 샤이르의 대답이 당황스러웠다.


“맞아요. 저희도 이미 파티에 대해 충분히 공부했는걸요.”


“저희는 교수님처럼 혼자 뭘 할 수 있는 실력이 없잖아요. 절대 파티를 우습게보지 않아요.”


“당연히 저희 시험처럼 진지하게 임하고 있어요.”


얀느와 칼리에 이어 루리아의 대답에 할 말을 잃었다.


“저희가 이미 다 알고 있는 당연한 거 말고, 정말 궁금한 걸 알려주세요. 그 뒤로 멜리나라는 분과 어떻게 되신 거예요? 네?”


“잘 됐겠죠? 당연히 사귀셨죠?”


“벌써 10년 전이니까 결혼? 와! 결혼 하셨어요?”


“맞네! 벌써 10년이나 됐으니 결혼 하셨겠다. 어디 계세요? 설마 카델에 같이 계신 거예요?”


이제 막 이성에 대한 호기심에 눈을 뜬, 해맑은 10대 소년소녀의 질문 공세에 리암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지금까지 어떤 학생도 그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없었다. 언제나 호승심을 강조하는 무대뽀, 수하르와 더불어 수업 외 시간 대부분을 개인 수련에 매진하는 훈련 중독자, 피아의 표현을 빌려 가죽을 벗겨놓은 곰 같은 외모, 거칠고 투박한 말투 등등··· 어딜 봐도 연애 따위와 조금도 연관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처음 겪는 상황에 어버버거릴수록 학생들의 관심은 더욱 집요해졌다. 어지러웠다. 당장 성벽 아래로 뛰어내리고 싶을 정도로 이 상황이 괴로웠다. 그러나 교수된 입장에서 학생의 질문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대답할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하늘이 땅이 되고 땅이 하늘이 되며 그 사이에 학생들의 집요한 얼굴이 섞여 눈앞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쉼 없이 돌았다. ‘돌아버리겠다.’라는 말의 의미를 절실히 깨닫는 순간이었다.


* * *


클로틸다를 마주한 아현을 비롯한 학부생 파티원의 표정은 비장했다. 클로틸다의 표정도 딱 그만큼 비장했다.


“표정 좋네. 제대로 공부 했나봐? 파티에서 가장 중요한 점, 누가 대답할까?”


“제가 할게요.”


아현이 먼저 앞으로 나섰다.


“파티장을 주축으로 각자 임무에 충실해야 합니다. 임무는 각자 능력과 성향에 맞게 부여해야 하며, 상황에 따른 유동성이 가능하면 더욱 좋습니다. 정확한 명령과 체계, 확실한 임무 분담, 던전에 맞는 전략 및 전술, 그리고 상황에 적합한 판단이 중요합니다.”


나란히 서 있던 피아와 타미, 뚜따는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루 종일 머리를 맞대고 공부한 내용을 정확히 요약한 대답이었다. 그러나 클로틸다의 표정은 탐탁치 못해 보였다.


“반 맞고, 반 틀렸어. 가장 중요한 거 없어.”


‘가장 중요한 거?’


상황은 유동적이다. 당연히 대처 또한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한 가지란 있을 수 없다. 아현과 친구들이 내린 결론이었다. 그래서 클로틸다의 질문에도 두루뭉수리하게 포괄적으로 대답했던 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점.”


클로틸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평소와 다른 표정에 아현과 친구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이어질 말에 집중했다.


“파티장 명령에 절대 복종!”


“네?”


“파티장은 나. 고로 내 명령에 절대 복종! 다 필요 없어. 처음부터 끝까지. 지금 이 순간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 뭐든지 내 명령대로. 너희는 그대로 따르기. 이게 제일 중요.”


클로틸다의 말을 듣는 순간 무시하고 지나쳤던 하나의 결론이 떠올랐다.


‘닥치고 파티장 말에 복종해.’


억측에 가깝다고 생각했던 그 결론이 클로틸다의 입에서 나올 줄은 몰랐다.


“내 파티지? 너흰 내 파티원이지? 그러니 내 결정대로! 알겠지?”


* * *


클로틸다와 젤뚜르다의 파티는 파티장의 개성만큼이나 준비과정도 극명히 달랐다.


“우리 작전은 뭐다?”


“졸라 버티기!”


“버티려면 체력 필수! 학부생 수준 버려. 한계 넘자!”


아현은 피아의 이마에 땀이 맺히는 것을 처음 봤다. 하지만 신기해 할 틈이 없었다. 처음 카델에 왔을 때 저승 문턱까지 다녀왔던 체력의 한계를 다시 느끼는 중이었다. 그래도 뚜따는 무술학부답게 제법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타미의 영혼은 반쯤 육체를 떠나고 있었다.


하루 일과는 단순했다. 동이 틀 무렵부터 체력훈련으로 시작해 중앙도서관 탑에서 봉사활동, 그리고 오후 체력 훈련과 ‘졸라 버티기’ 작전 전술훈련으로 마무리 됐다. 과정도 지극히 단순했다. 그러나 그 단순함 속에서 매번 한계의 한계를 맛봐야 했다.


지옥 같은 훈련이 일주일이나 지속됐지만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익숙해지는 것 같으면 파티장은 주저 없이 훈련 양을 늘렸다.


“하아······.”


오늘따라 중앙도서관 탑이 더 높아 보였다. 보는 것만으로 현기증이 느껴졌다. 아현은 수업이라는 핑계로 의자와 책상에 의지해 널브러져 있을 타미가 마냥 부러웠다.


“부축해 줄까?”


성천의 안타까워하는 눈빛에 순간 손을 뻗을 뻔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시험이 끝날 때까지 성천은 배신자였다. 아현은 고개를 획 돌렸다.


“피아야··· 넌 안 힘들어?”


성천을 무시하려고 돌린 고개 앞에 피아가 있었다. 피아의 훈련양은 아현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힘든 기색 하나 없어 보였다.


“그냥저냥 할만 해.”


피아의 비범함이야 진작 알고 있었지만, 이 순간 더 대단해 보였다.


“내가 스승님을 처음 만난 게 8살이었어. 그때부터 3년 동안 이것보다 지독한 훈련을 하루도 빠트리지 않았는걸. 그때에 비하면··· 으으··· 생각하기도 싫다. 끔찍해.”


피아는 과거의 끔찍한 기억을 떨치려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8살? 그렇게 어린 나이에?”


“응. 그때는 정말 스승님이 죽을 만큼 미웠는데 지나고 나니 고맙더라.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스승님은 어린애라고 나름 봐줬던 거더라고. 하하하.”


문득 올림픽에 출전하는 운동선수들이 떠올랐다. 보는 것만으로 끔찍한 훈련으로 다져진 최강자들. 어떤 종목이든 그 경지까지 오르는데 필요한 노력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동기들을 압도하는 피아, 그런 피아를 쉽게 제압할 수 있는 교수, 피아의 스승이자 명인 급의 검사 아한지, 그들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 환상적인 무력을 가진 검성 체프만은 도대체 얼마큼의 노력으로 그 경지에 올랐을까?


‘천재 미소녀 대마법사의 길이 점점 멀어지는구나.’


얘는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미소녀를 포기 못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꿈 자체를 포기하거나 절망에 빠지지 않는 건 기특하다.


“그래도 올라가면 쉴 수 있잖아. 조금만 힘내. 언니.”


“잠깐이라도 쉴 틈이 있으면 좋겠는데······.”


“아, 맞다!”


마나로 가득한 도서관은 아현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훈련장이었다. 클로틸다 파티에 들어가기 전까진 틈틈이 마나적응력훈련을 했다. 하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금은 느긋하게 ‘틈틈이’ 할 입장이 아니었다.


그래서 클로틸다와 훈련을 시작한 날부터 도서관 정리에서 손을 뗐다. 대신 성천과 피아가 아현의 몫까지 바쁘게 손을 놀려야 했다. 그렇지만 정작 힘든 건 아현이었다. 하루 종일 체력훈련으로 지친 몸을 쉴 새도 없이 마나적응훈련을 해야 하니 쉴 시간이 없는 거나 다름 없었다.


“하아··· 고향에서 이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 수석으로 들어갔을 텐데······.”


“서울대?”


“응. 그런 거 있어. 카델보다 더 들어가기 힘든 학교랄까?”


“정말? 그런 곳이 있어? 언니 고향은 정말 엄청나구나. 늘 상상을 벗어나.”


맞다. 그곳은 언제나 상상을 벗어나는 곳이다. 버섯에서 사람이 나오고, 마법이 난무하고, 기를 이용한 무공을 사용하는 판타지 세계보다 더 상상을 벗어나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다시 생각해 보니 이렇게 공부했어도 서울대는 무리였을 것 같다.


‘노력만으로 서울대 갔으면 우리 반에도 몇 명은 갔겠지.’


대륙 최고의 무관학교보다 어려운 게 대한민국 대학교라니··· 이젠 상관없는 일이지만 왠지 모를 씁쓸함에 입안이 텁텁해지는 기분이었다.


* * *


클로틸다 파티의 훈련이 버티는 것에 중점을 둔 반면, 젤뚜르다의 파티는 빠른 속도로 목적을 이루는데 집중했다.


“가장 좋은 시험 주제는 던전 탈출이야. 전투를 최소화하고 무조건 출구를 찾아 달릴 거야. 어쩔 수 없는 적은 내가 처리하고, 루리아가 보조마법으로 날 도와. 그리고 나머지 인원은 루리아를 지켜.”


아현 일행이 매일 겪는 끔찍한 체력훈련은 샤이르 일행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도 타미와 뚜따는 수업 중에 눈치껏 휴식을 취할 수 있었고, 아현의 마나적응훈련도 체력 소모는 없으니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피아는 체력적 부담이 거의 없으니 논외다)


그러나 샤이르 일행은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새벽 훈련이 끝나도 봉사활동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오후 훈련까지 마치면 기어서 기숙사로 돌아갈 정도였다.


“그 다음은 아이템 획득. 역시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전투로 아이템을 획득하고 탈출해야 돼. 여기까지는 우리 역량이면 비교적 쉬워. 그런데 문제는 다음부터야. 모든 몬스터 처치. 우리 작전과 가장 반대되는 성향이란 게 가장 큰 문제야. 공략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돼.”


“그럼 시험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평가 기준을 전혀 모르는 칼리는 불합격을 걱정해 물었다. 그러나 걱정과 달리 젤뚜르다의 표정은 밝았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던전 내 모든 몬스터를 처치하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까워. 성공했다는 얘기도 들어본 적 없고. 아마도 전투 방식이나 처치한 몬스터 수로 점수가 책정되는 게 아닐까 생각 돼. 그러니 우리 작전과 달라도 크게 문제될 건 없어. 정작 문제가 되는 마지막 하나 남은 주젠데······.”


남은 주제가 무엇인지 샤이르 일행도 잘 알고 있었다.


“대장몬스터 처치. 전공생 파티도 상대하기 어렵다는 소문이 있어.”


샤이르 일행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전공생과 학부생의 실력 차이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루리아가 전공생 수준이라 평가받지만, 어디까지나 비교될 수준일 뿐이다. 하물며 전공 4학년생과의 실력 차이는 확연했다.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어. 안 걸리길 바라야지. 물론, 그건 우리뿐만이 아니야. 다른 파티도 다 똑같은 입장인걸. 그리고 어떤 주제가 걸리든 사실 별 상관없어. 우리는 하던 대로 열심히 훈련하고 작전대로 임할 거야. 알았지?”


“네!”


클로틸다와 관련되지 않으면 한없이 친절하고 상냥한 젤뚜르다 파티의 분위기는 한없이 밝았다. 힘든 훈련 중에도 웃기도 하고, 생기가 넘쳤다. 그러나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4차원 소녀 클로틸다의 파티는 달랐다. 지독한 훈련 외에 어떤 즐거움도 없었다.


분위기, 작전, 파티장의 개념이나 경향까지 판이하게 다른 두 파티는 가을졸업시험을 목표로 최선을 다해 달렸다.


* * *


‘이번엔 또 어떤 식으로 비아냥거리려나.’


교실 앞에 서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도무라다 때도 뒤에서 쑥덕거리는 건 예사고, 은근히 따돌리기도 했다. 그런데 또 비슷한 사건이 터져 샤이르를 비롯해 루리아까지 처벌을 받게 했으니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 같았다.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뭘 신경 쓰냐.’


역시 긍정 대마왕! 아현은 걱정을 멀찌감치 떨치며 문을 벌컥 열었다. 수업 준비를 하거나 삼삼오오 모여 떠들고 있던 학생들의 시선이 아현에게 쏠렸다.


놀람, 당황, 혹은 망설이는 눈빛이 아현을 향했다. 예상했던 눈빛 그대로였다. 아현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무시하며 자리로 향했다. 익숙하지 않은 시선 사이에 유일하게 환한 미소로 마주하는 낯익은 얼굴도 있었다. 타미였다.


“여어, 청소부! 어서와!”


“죽을래? 누가 청소부야······.”


“아현! 오랜만이야!”


등 뒤에서 들리는 예상 못한 밝은 인사에 깜짝 놀라 몸을 돌렸다. 몸을 돌린 아현을 기다리고 있는 건 반가움으로 가득한 학생들의 시선이었다. 그들은 순식간에 몰려와 아현을 둘러쌌다.


“그동안 고생 많았지? 중앙도서관 탑을 매일 오르내렸다며?”


“나도 들었어. 정말 힘들었겠다. 그런데 중앙도서관은 어떤 곳이야? 학부생에겐 개방이 안 돼서 늘 궁금했는데.”


“이번에 가을졸업시험 파티에 들어갔다며? 역시 아현이야.”


‘뭐야? 이게 무슨 일이야?’


만나면 반갑게 인사 나누고 친하게 지내는 얼굴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눈인사만 겨우 하거나 제대로 대화 한 번 나눠보지 않은 얼굴이었다. 도무라다 사건 이후 따돌림의 주역이었던 얼굴도 있었다. 실상 도무라다와 친했던 올루를 제외한 모든 학생에게 둘러싸였다.


“그동안 고생 많았지? 하여간 그 자식은 여러 사람에게 피해만 준다니까.”


“맞아. 평소에도 교실에서 그렇게 애들 괴롭히고 제멋대로 굴더니 꼴좋게 됐지.”


“너한테 이런 말 하긴 좀 미안하지만··· 다 네 덕이야. 그 자식 얼굴 안 보이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


“퇴학이 아닌 게 아쉽지. 그래도 한 학기라도 안 보는 게 어디야? 내년엔 우리랑 같이 수업 받지도 못할 테고 말이야.”


‘아······.’


예상하지 못한 친한 척의 이유는 샤이르 퇴치(?)였다. 직접 말은 못했지만 동기 중에 샤이를 좋게 보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눈엣가시 같던 샤이르를 정학 시킨 장본인 중 한 명인 아현을 향한 관심은 그들에게 매우 당연했다. 하지만 아현에겐 썩 좋게 보이지 않았다.


“나··· 조금 피곤한데······.”


속에서 울컥 올라오는 화를 참으며 동기들을 헤치고 자리에 앉았다. 비겁한 방관자, 자르쟈와 말레가 괴롭힘을 당할 때 함께 웃고 떠들었던 동조자, 손 댈 수 없는 존재가 사라지자 기다렸다는 듯 목소리를 높이는 비겁자. 아현의 눈엔 기쁨으로 가득한 얼굴로 자신을 대하는 그들이 한없이 역겨웠다.


“웃기지?”


아현의 심정을 알아차린 타미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그래도 너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마. 다들 아직 애야. 대부분 집에서 오냐오냐 자라서 세상물정도 모르고, 철딱서니도 없어서 그래. 지나고 나면 저 아이들도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부끄러웠던 건지 알게 될 거야.”


잔뜩 인상을 구기고 있던 아현이 놀란 눈으로 타미를 쳐다봤다.


“왜?”


갑작스런 시선에 부담을 느낀 타미는 흠칫 놀랐다.


“솔직히 말해. 몇 살이야?”


“무··· 무슨 헛소리야?”


“너··· 언니지? 지금 한 말이 10대 소녀 입에서 나올 말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정체를 밝혀라!”


“이 년은 좋은 얘기를 해도 지랄이네.”


“그러니까 나이에 맞게 얘기하라고. 이모처럼 말하지 말고.”


아현과 타미는 학장이 교실에 들어올 때까지 투닥거렸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버서사이-미소녀 천재 대마법사 전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5 #74. 카델 침공(7) 23.03.21 19 0 17쪽
74 #73. 카델 침공(6) 23.03.20 15 0 13쪽
73 #72. 카델 침공(5) 23.03.19 20 0 12쪽
72 #71. 카델 침공(4) 23.03.18 17 0 12쪽
71 #70. 카델 침공(3) 23.03.18 16 0 13쪽
70 #69. 카델 침공(2) 23.03.18 17 0 13쪽
69 #68. 카델 침공(1) 22.09.01 33 0 19쪽
68 #67. 카델의 문지기(2) 22.08.23 31 0 18쪽
67 #66. 카델의 문지기(1) 22.08.14 33 0 19쪽
66 #65. 돌대가리? 닭대가리? 그리고 모질이 22.08.11 27 0 20쪽
65 #64. 가을 졸업시험(17) 22.08.08 28 0 15쪽
64 #63. 가을 졸업시험(16) 22.08.08 26 0 20쪽
63 #62. 가을 졸업시험(15) 22.08.05 25 0 19쪽
62 #61. 가을 졸업시험(14) 22.08.03 24 0 16쪽
61 #60. 가을 졸업시험(13) 22.08.02 25 0 18쪽
60 #59. 가을 졸업시험(12) 22.08.01 28 0 17쪽
» #58. 가을 졸업시험(11) 22.07.28 32 0 18쪽
58 #57. 가을 졸업시험(10) 22.07.27 38 0 21쪽
57 #56. 가을 졸업시험(9) 22.07.25 26 0 18쪽
56 #55. 가을 졸업시험(8) 22.07.21 26 0 17쪽
55 #54. 가을 졸업시험(7) 22.07.20 24 0 16쪽
54 #53. 가을 졸업시험(6) 22.07.18 28 0 12쪽
53 #52. 가을 졸업시험(5) 22.07.13 26 0 17쪽
52 #51. 가을 졸업시험(4) 22.07.07 28 0 19쪽
51 #50. 가을 졸업시험(3) 22.07.05 28 0 16쪽
50 #49. 가을 졸업시험(2) 22.06.29 27 0 19쪽
49 #48. 가을 졸업시험(1) 22.06.27 28 0 17쪽
48 #47. 샤이르와 루리아(5) 22.06.18 29 0 20쪽
47 #46. 샤이르와 루리아(4) 22.06.17 29 0 14쪽
46 #45. 샤이르와 루리아(3) 22.06.17 27 0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