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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윤후

길의 중간에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이윤후
작품등록일 :
2012.07.11 15:56
최근연재일 :
2012.07.11 15:56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22,141
추천수 :
162
글자수 :
216,761

작성
12.06.25 12:50
조회
859
추천
5
글자
13쪽

길의 중간에서 - 3장, 겨울로(2)

DUMMY

[사이린]


모래 바람이 날아다니는 날이었다. 사이린은 마을 한 켠에 자리잡고 앉아 청승맞게 과자를 먹고 있었다. 그냥 먹으면 모래까지 먹게 되기 때문에 하미가 준 옷으로 목과 입을 감싸고 과자는 옷 밑으로 넣어 먹었다. 궂은 날이라 거리에 사람의 모습은 적었지만 세상 무서울 것 없는 꼬맹이들은 여전히 떼를 지어 뛰어다녔다. 꼬맹이들은 한번 앞을 지나가면 한참 있다가 다시 지나갔고 또 한참 지나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안 그래도 모래 날리는 날에 꼬맹이들은 흙먼지를 추가해 주변을 황폐화시켰다.

‘같은 곳을 빙빙 도는 게 뭐가 재밌다고 저러냐.’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과자를 하나 입에 가져가는 사이린 앞에 무리에서 떨어진 꼬맹이 하나가 다가왔다. 녀석은 똘망똘망한 눈으로 빤히 바라보더니 두 손을 앞으로 내밀면서 말했다.

“누나! 과자 좀 나눠주세요!”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입을 멈추고 소년을 바라봤다. 놀랐던 건 같이 뛰어다니던 꼬맹이들도 마찬가지라서 모두들 달리기를 멈추고 소년을 바라봤다. 그 중 소년의 또래로 보이는 한 명이 다가왔다.

“야, 우리가 거지냐.”

그 말에 수긍한 건 소년이 아니라 사이린이었다. 아무리 봐도 먹을 것이 궁해 보이지 않는데 대뜸 과자를 달라고 하는 건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눈앞의 이 꼬마는 과자가 ‘그냥’ 너무 먹고 싶어 부끄러움을 거리끼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과자를 갈구하는 눈을 빤히 쳐다보던 사이린은 결국 그 눈빛에 굴복하여 과자 몇 개를 집어 소년의 손 위에 올려주고 시선을 돌렸다. 소년은 어디론가 가지 않고 그 자리에 선채로 과자를 먹었다. 사이린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지만 소년은 아랑곳 않고 과자를 모두 먹은 뒤 손까지 털었다. 이미 다른 꼬맹이들은 다른 곳으로 달려간 뒤였다.

“누나는 집에 안가요?”

소년은 사이린을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집? 없는데?”

“왜 집이 없어요?”

왜? 라는 말은 아이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었다. 사이린은 그런 걸 일일이 설명해주는 것이 귀찮았다. 한번 잘못 대답하면 쉬지 않고 물어보는 게 어린애들이었다. 몰려오는 짜증을 참으며 자기 생각에는 온화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으음… 누나는 그리 착한 사람이 아니니까 다른 데가서 노는 게 좋을 거야.”

“하지만 오늘 모래 바람이 불잖아요. 밖에 있으면 안 좋다고 그랬어요.”

“누가?”

“엄마가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대답하는 소년의 모습에 사이린은 답답함을 느꼈다.

“그런데 왜 넌 왜 친구들하고 여기저기 막 뛰어다니는데?”

“재밌으니까요!”

너무 당당한 대답에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사이린은 숨을 멈추고 머리 속을 비운 다음 숨을 크게 들이마시다가 입 안으로 모래가 들어와 옆으로 뱉어냈다. 소년이 빤히 바라봤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머리가 다시 돌아가기까지 기다렸다. 드디어 반격할 말이 생각나 회심의 미소를 짓는 그 순간, 소년은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온 꼬맹이들에게 합류해 사라졌다. 사이린은 허탈해하면서 벽에 등을 기댔다.

“재밌으면 엄마 말 안 들어도 되냐?”

꼬맹이들이 보기 싫어 자리에서 일어나 마을 외곽으로 걸었다. 모래 바람이 닿지 않는 곳을 찾기는 의외로 어려웠다. 겨우 찾아낸 자리는 폭이 좁아 아무리 애를 써도 어깨는 모래를 맞아야 했다. 그래도 얼굴이 맞지는 않았으니까 만족했다. 모래가 어깨에 날아와 부딪히는 느낌이 묘하게 좋았다.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며칠 전 마차를 태워줬던 노인을 만나지 않을까 기대했었지만 노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사이린은 노인과 헤어진 장소에서 이틀 동안 지냈다. 마을까진 길을 따라 걸으면 하루면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곧 바로 마을에 들르지 않을 건 장터에서 팔 거리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가지고 있던 돈이 거의 다 떨어져서 조금이라도 돈을 마련해놓는 편이 좋았다.

다른 곳으로 이동할지 마을에 좀 더 머물지를 고민하는 사이 밤이 찾아왔다. 밤은 마을을 뛰어다니던 꼬맹이들을 집으로 불러들였고, 모래 바람 때문에 안 그래도 사람이 없던 거리를 텅 비게 만들었다. 밤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소리도 앗아가서 간간히 들리는 동물의 울음 소리를 제외하면 사방이 고요했다. 이럴 때면 사이린은 흙 피리를 연습했다.

여전히 실수가 많았지만 개의치 않고 자신 있게 연주했다. 실수하는 횟수보다는 어설프더라도 좋아하는 곡에 푹 빠져 연주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처음에는 연주는커녕 음 하나를 내는 것도 벅찼다. 그게 싫어서 실수를 거듭하며 계속 연습하니 어느 순간 그럴싸하게 불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리슈넬이 가르쳐준 곡이었기 때문에 악착같이 연습했다. 그 곡을 연주할 때면 뭐라 말 할 수 없는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이린은 다시 찾아온 포근함이 금방 사리지지 않도록 눈을 감고 두 손을 포갠 채 숨 쉬는 속도를 늦췄다. 손에 느껴지는 흙 피리의 감촉이 찬 밤공기 속에서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누군가가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에 아쉽게도 포근함이 꿈처럼 날아가버렸다. 동시에 몸이 추워져 반사적으로 발자국 소리의 주인에게 화가 났다. 사이린은 무릎을 모아 몸에 바짝 당기면서 불청객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난 주인공은 통통한 몸을 가진 중년 남자였다. 남자는 허겁지겁 주변을 둘러보다가 사이린에게 눈길을 한번 주더니 건물 뒤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머릿속에서 지우기도 전에 남자가 다시 되돌아왔다.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헛기침을 한번하고 말했다.

“혹시 이 근처에서 피리 부는 사람 보지 못했나?”

무게 있고 차분한 목소리는 평소라면 호감을 느낄만한 것이었지만, 적개심을 먼저 품고 들으니 흡사 악당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사이린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최대한 정 떨어지는 말투로 말했다.

“아니요. 모르겠는데요.”

‘모르겠는데요.’라고 말해도 뜻이 통할 텐데 ‘아니요.’까지 붙인 것은 나름대로의 심술이었다. 비록 상대방에게 깊은 뜻이 전해지진 않은 것 같았어도 평소보다 수위가 높은 말을 한 것만으로 소소한 복수의 쾌감이 느껴졌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남자는 당황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건물 뒤로 사라지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더니 이내 걸음에 힘이 빠졌다.

“저기… 정말 본 적 없나?”

지친 목소리로 애원하듯 말하는 나이든 남자의 모습에 마음이 누그러졌지만 괜히 쓸데없는 일에 말려들기 싫어 사이린은 고개를 저으려 했다. 그때 남자가 말했다.

“혹시 손에 있는 거, 그거. 피리?”

‘아저씨, 눈도 좋네요.’

속으로 한탄하면서 흙 피리를 가방에 집어넣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어두운 것을 활용해 재빨리 가방에 넣고 아닌 척 해볼까 하는 생각도 났지만 이미 들킨 것을 부정하지는 않기로 했다.

“네. 그런데요.”

“아까는 왜 모른 척 했지?”

그걸 꼭 말해야 할 정도로 남자가 생각 없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사이린은 이해가 안 된다는 뜻으로 머리를 옆으로 까닥였다. 하지만 남자는 그 행동의 의미를 알아채지 못했고 무작정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이린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밤에 홀로 있는 여자는 낯선 사람을 경계하기 마련 아닌가요?”

“아니. 하지만…”

“하지만 뭐요?”

화를 낼 생각은 없었지만 남자가 약한 모습을 보이자 자연스럽게 몰아붙이게 되었다.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기회였기 때문에 조금 흥분된 상태였다. 남자는 위축된 목소리로 말했다.

“난 단지 피리를 좀 배우고 싶어서...”

의외의 대답이었다. 몸에서 열기가 빠져나가고 급히 냉정이 돌아왔다. 사이린은 남자를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어둠 속에서도 남자의 옷은 사이린의 낡은 옷은 물론이고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의 옷보다도 고급스러운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얼굴은 부티가 났고 한 손에 들고 있는 가방도 품질의 급이 달랐다. 사이린은 혼란스러웠다.

“저기, 잘은 모르겠지만 그 쪽 같은 사람이면 선생을 둬서 배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닌가요?”

그 말에 남자는 돌이 된 듯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머리 속은 자신의 상황을 적당히 설명해야 할 방법들로 가득 차서 가장 적당한 것을 고르고 있었지만 사이린에게는 쓸데없이 긴 정적의 시간일 뿐이었다.

“그게 안되니까 자네 같은 여자한테 부탁을 하려는 거 아닌가.”

남자는 입 밖으로 나온 말이 끝나기도 전에(정확하게는 ‘여자한테’를 말한 직후) 자신이 잘못 말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중간에 말을 끊지 않은 이유는 남자로서의 자존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그 자존심 때문에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게 될 것 같아 후회가 몰려왔다.

“피리를 가르쳐 주면 돈을 줄게. 일반 선생들보다도 많이!”

“아, 그건 솔깃한데요.”

사이린은 흙 피리를 가방에 넣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제가 지금 오랫동안 떨어져있던 가족을 찾는 중이거든요. 그래서 아쉽지만 못할 것 같네요.”

“괜찮아. 어차피 난 집에는 당분간 못 들어가니까.”

남자가 나직이 말했다.

“예?”

“밥도 사주고 잠자리도 마련해줄게. 원한다면 마차를 태워 줄 수도 있어. 대신 피리를 가르쳐줘. 피리를 가르쳐주는 건 따로 돈을 주고. 어때? 괜찮지 않나? 일반적으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남자는 흥분된 목소리로 신이 나서 말했다. 냉랭한 거절만 받다가 한 순간 나온 긍정적인 반응에 희망을 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이린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왜 그렇게까지 하려는 거예요?”

“그냥…” 남자는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그냥 피리를 한번 불어보고 싶어서…”

사이린은 한참 동안 남자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자기보다 훨씬 큰 중년의 남자가 잔뜩 겁 먹은 채로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가엾어 보였다. 고개를 숙인 채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한참 동안 고민하는 척했다. 마음 속으로는 이미 결정했지만 말하기 꺼림직했다.

“그런데 전 남을 가르칠 만한 실력이 안돼요.”

“아니야. 무슨, 아까 들은 연주는 정말 좋았어.”

남자의 꾸밈없는 칭찬이 기분 나쁘진 않았다.

“그런데 전 그냥 피리가 아니라 흙 피린데도 괜찮아요?”

“아, 어! 상관없어.”

“그럼 일단 잠자리나 잡으러 가죠. 전 지금 되게 졸리니까.”

사이린이 앞장서고 남자가 뒤따랐다. 마치 부하를 한 명 두게 된 것 같아 기분이 한결 나아졌지만 곧 망상임을 깨닫고 남자를 주의했다.

허름한 마을 여관에 도착한 사이린은 문 앞에서 남자가 아직까지 붙어있나 확인했다. 다행히 남자는 지갑을 미리 꺼내놓고 그녀의 허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을 열고 불친절한 여주인에게 방을 두 개 주문하니 촛불에 비친 남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어두운 곳에서는 몰랐는데 그는 굉장히 초췌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사이린은 그의 눈 앞에서 손가락 두 개를 들어 보였다.

“작은 방 두 개로 잡았어요. 괜찮죠?”

“그럼. 괜찮고 말고.”

남자는 그 자리에서 방 값을 계산하며 여주인에게 방의 위치를 듣고 위층으로 향했다. 사이린은 계단을 오르는 도중에 하미의 여관이 생각났다. 여관 위층으로 올라가는 행위는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것과 비슷해 마치 자기 방으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두 사람의 방은 서로 붙어있었고 남자의 방이 안 쪽이었다. 그는 방에 들어가기 전에 손잡이를 잡은 채로 나지막이 말했다.

“고마워.”

방 안으로 들어가려던 사이린은 그를 빤히 쳐다보며 눈을 깜박였다.

“후회할지도 몰라요.”

“그래도 괜찮아.”

말이 끝나자마자 남자는 문을 열어 방으로 들어갔다. 사이린은 문 앞에서 남자에 대한 고민을 잠시 동안 정리하다 그냥 머리 한쪽으로 밀어 넣고 방문을 열었다. 방 안에서도 촛불이 은은하게 불타고 있었다. 사이린은 그런 것보다는 오랜만에 포근한 이불과 베개를 마주하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이부자리로 걸어가면서 옷을 벗어 아무렇게나 던지고 그 포근함 속으로 뛰어들었다. 모처럼 딱딱한 바닥이 아닌 곳에서 몸을 눕히니 금방 잠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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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길의 중간에서 - 3장, 겨울로(5) 12.07.02 581 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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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길의 중간에서 - 3장, 겨울로(3) 12.06.27 581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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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길의 중간에서 - 3장, 겨울로(1) 12.06.22 619 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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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길의 중간에서 - 2장, 가을로(9) 12.06.18 943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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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길의 중간에서 - 2장, 가을로(1) +2 12.05.30 74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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