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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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벅 저벅 흰 소복을 입은 왕하가 칩거를 마무리 짓고 국의의 위패를 들고 나왔다. 대소 신료들이 왕하가 가택에서 나온 것을 기뻐하며 고개를 숙였다. 왕하는 그들 중 국의의 아들은 국성에게 직접 국의의 위패를 내어 주었다. 국성은 눈물을 흘리며 왕하가 내어주는 국의의 위패를 받았다.
“내가 모자라 그대의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하였으니 나를 욕하라.”
그러자 국성은 위패를 앞에 놓고 머리를 바닥에 내리쳤다.
쿵쿵쿵 국성은 머리에 피가 매칠 때 까지 내리찍으며 절을 하였다. 주변의 사람들이 걱정 되어 그를 바라보았지만 국성은 그다지 아프지 않은지 그저 얼굴도 찡그리지 않았다. 그리고 국성은 왕하의 말에 대답하였다.
“주공 소신의 부친께서는 주공께 충심을 지키고 졸하셨으니 어찌 슬픈 일이겠습니까? 또한 주공께서 아버지의 죽음에 슬퍼 칩거하셨으니 국가에 끼친 피해를 이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나이다.”
왕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의 이마에 난 피를 직접 닦아 주고 말하였다.
“그대 국가에 어찌 내 죄를 묻겠는가? 그대의 부친이 아니면 내 이곳에 서있는 것도 힘들었을 것이네.”
그러자 국성이 직접 고하였다.
“소신 그러하시다면 주청이 있사옵니다.”
“말하라!”
“주공이 칩거하는 동안 부민들과 이족들이 감히 주제를 모르고 난을 일으켰나이다. 부디 소신을 선봉에 세워주소서.”
그러자 왕하는 웃음을 흘렸다. 난이라 아직도 걸러지지 못한 찌꺼기가 남았던 것 같았다. 하긴 북기의 대장군이었던 국의가 죽었으니 빈틈이 커졌으리라 생각했겠지.
“알았다. 준예!”
장합이 왕하의 말에 답하며 왼편에서 걸어 나왔다. 고개를 숙인 그에게 말했다.
“예! 주공!”
“북기를 3분으로 나누겠다. 일군을 준예에게 맞기겠다. 직위 또한 파로장군으로 올리고 국성을 휘하에 내어주겠다.”
“충!”
왕하는 그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서 스스로 주목으로 임명할 수 있는 임명권을 행하였다. 특히 그 자리에서 서황, 장합, 태사자가 북기를 나누어 받았고 또한 과거 여강의 노예병들을 정식 편제 안에 두어 요화와 가규, 위연등의 젊은 장수들도 군을 받을 수 있게 하였다. 마치 이 시기를 기다렸다는 듯 말이다.
왕하가 편제한 군들은 순식간에 부민들과 이족들의 난을 제압하고 남으로 내려갔다. 특히 엄백호가 항복한 이후 귀부를 청한 산월의 일족들이 부민들과 난을 일으킨 백월들을 토벌하는데 선봉에 서서 공을 세웠다.
왕하는 심처에서 가후와 만총, 노숙등의 모신들을 모으니 그들은 관복을 차리고 왕하가 쉬는 심처로 모였다. 그들은 서로 만나며 인사를 하였다. 그 와중에 노숙은 무신인 만총이 온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였으나 만총이 입을 열면서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비인당의 당주인 백녕입니다.”
만총의 말에 노숙은 자신이 얼추 아는 내용을 물었다.
“혹 주공의 검은 칼 중 하나인 비인당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자경공도 패를 가진 일원중 하나이니 어느 정도 아시는 것이 있으시겠군요.”
노숙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인당의 이름은 아니었지만 왕하가 움직이는 검은칼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이 지금은 정보를 수집하는 조직이지만 언제 그것이 돌변 할지는 잘 알지 못하는 일이었다.
“명예를 얻기 힘든 자리인데 힘든 일을 자처하신 것 같구료.”
“그것이 일패의 짐 아니겠습니까?”
만총이 노숙의 말에 마치 자신이 얼마나 왕하의 곁에 있었는지 확인을 시키자 노숙은 인상을 썼다. 그들의 말에 가후는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허허 이거 젊은 친구들이 열기가 대단하군 이거 나는 패를 가진 인물도 아닌데 흠...허허”
그러자 노숙이나 만총은 고개를 숙이고 예를 표하였다. 솔직히 작금 왕하의 계책을 세우는 것에 있어 가후의 손에 닿지 않은 것은 없었다. 또한 비인당의 중진 인물 중 하나이기도한 가후였으니 전일 국의가 왕하의 팔다리였다면 가후는 눈과 귀였다.
왕하가 들어오자 그들은 모두 예를 표했고 왕하는 손을 저으며 자리에 앉도록 했다. 그리고 왕하가 좌정하고 만총에게 물었다.
“수춘후께서 광릉에 태수를 직접 임명하셨다지?”
“예, 주공. 수춘후께서 직접 손가의 인물을 배정했습니다.”
“누구지?”
“손가의 차남 손권이라고 합니다.”
그러자 왕하는 턱을 만지작거리면서 그의 이름을 되뇌었다. 손권 오나라의 황제로 손책이 졸한 뒤에 국가로써 반석에 세운 인물이었다. 그가 군사적인 능력이나 천하를 속이는 지모는 없을지 모르나 정치적인 능력과 대국정인 발걸음은 인정할 만 한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이 광릉으로 오게 된다는 이야기이니 꺼림칙하지 않을 수 가 없었다. 왕하의 께림직한 표정에 가후가 물었다.
“무엇이 걱정이시옵니까?”
“글쎄 뭐랄까 목젖 아래 바로 비수를 가져다 대어 놓고 있는 느낌이어서 말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허나 대장군이 걱정하시는 바가 무엇인지 아시지 않습니까?”
왕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아니 되겠습니다.”
가후는 왕하의 말에 수염을 쓰다듬었다.
“중원과 하북에 다시 한 번 광풍을 불게하려 합니다.”
가후는 눈을 잠시 감았다가 떴다.
“전일 말씀드린 것을 지금 던지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물이 넘치려면 물의 파동을 계속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가후는 웃음을 흘렸고 이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주공이 명하신 일을 하고자 먼저일어나 보려합니다. 허해주시겠습니까?”
왕하는 웃으며 가후에게 말했다.
“당연히 허합니다. 부디 좋은 파동을 내어주세요.”
왕하가 손을 포개어 예를 취해주자 가후도 손을 포개어 뒷걸음으로 물러났다. 남은 인물인 만총과 노숙은 어색하듯 입맛을 다시며 왕하의 말을 기다렸다. 왕하는 그들의 반응에 웃음을 지었다.
“패주로써 말할까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그러자 그들은 모두 고개를 숙여 답하였다.
“물론이옵니다. 패주”
“기술을 풀까합니다.”
그러자 만총이나 노숙은 놀라 우선적으로 왕하의 말에 반대하였다.
“허나 그 기술들이 풀어지는 순간 어찌 될지는 장담하기가 어렵나이다. 특히 현 시점에서 등자가 풀린다면 여포군을 방비할 수가...”
“그러하옵니다. 이 오땅에 적들의 눈들이 없다고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자 왕하는 고개를 저었다.
“내 지금까지 기술을 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또 아니었다. 이미 왕하는 차곡차곡 기술들을 풀어내고 있었다. 먼저 여러 기술자들의 마인드를 바꿀 지표를 바꾸어 그들에게 전파였다. 그들의 선봉에 선 것은 장영실이었고 그는 국의가 죽기 전까지 왕하의 곁에서 수많은 공학적 기술을 탐하였다. 그러나 그 내용들은 볼 수가 없는 것들이다. 왕하가 세상을 바꿀 기술을 먼저 내놓은 것이 아니라 기술자들의 사고관을 현대적으로 바꾸는 것을 먼저 시도한 것이니 말이다.
“이미 기술자들은 준비가 되어있네, 단지 나의 걱정은 적들의 대응에 대한 기술 자체가 아니라네.”
그러자 노숙과 만총이 눈을 껌벅이며 왕하를 바라보았다.
“그 기술에 의하여 소외될 사람들이 도리어 반감을 가지는 것이지.”
왕하는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부민들과 유자(儒者)들을 싫어하여 그들을 극한에 내 몰은 것처럼 생각하는가? 아니네.”
만총과 노숙은 왕하의 말을 조심스럽게 들었다. 그들이 왕하의 말을 듣는 다는 것은 자신들이 해야할 일이 그에 맞추어 나갈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차별주의자로 상황의 변동에 맞추어 가질 못할 것이기 때문이지.”
그러자 노숙이 그의 말에 반박하듯 말하였다.
“허나 그들은 식자이옵니다. 식자가 천하의 변천에 쉬이 적응하지 못한단 말씀이십니까?”
“내 말하지 않았나? 차별주의자라고 그들은 기술을 그저 천한 것들이 만들어내는 물건으로 격하 할 것이네 그리고 기술 자체도 우습게 여길 것이네 그것이 나라를 좀먹고 무너트리는 길임에도 말이네. 마치 그것이 학문의 길을 올바르게 가는 것 처럼 그러나 그것은 웃기는 일이지 학문은 시대를 이끌어가지만 변혁시키지는 못하네. 그러나 기술은 시대를 바꾸는 일을 하네. 전일 석기의 시대가 그리했고 청동기가 철기에 끝이 났으면 다시 그 철기는 운용으로 바뀌어가지.”
노숙과 만총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왕하의 말을 들어나갔다.
“그리고 나는 그 철기의 운용의 예봉에 서서 있을 생각이네. 그리 한다면 이곳은 기술을 토대로 하늘의 문을 엿볼 것이네. 그 후 이곳을 중심으로 나는 새로운 하늘을 열려고 하네.”
노숙이나 만총은 왕하의 말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그들이 패를 받았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었다. 그것이 단지 지금 왕하의 입에서 나오는 것에 차이겠지만 말이다.
개천(開天) 그것은 새로운 제국을 세운다는 말이었다. 겨우 남양주 일대를 정리한 것을 가지고 개천을 논할 수가 없을 것이다. 개천을 하려면 그 힘이 천하를 상대할 정도가 돼 있어야했다. 노숙이나 만총은 왕하의 말에 이제 길이 완벽하게 그쪽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라 생각하였다.
노숙이 조심스럽게 왕하에게 물었다.
“패주 어찌하여 지금 이런 말을 하시는지 궁금한데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주공에게 뜻을 묻는 다는 것은 매우 무례한 일이지만 왕하는 그것을 별반 신경 쓰지 않았다.
“또다시 땅을 빼앗기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러내. 원수이 수하들을 단속하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그의 생각은 아닐 것이네.”
노숙과 국의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왕하는 마지막 방점을 찍었다.
“특히 부실한 후계를 자리 매김하기 위해서는 아랫사람이 수도 없이 싸워야하는 것 아니겠는가?”
손책과 원요를 두고 왕하는 말을 하고 있었다. 한사람은 능력은 있으되 원씨가 아니니 원술의 후계가 될 수 가 없고 한명은 공도 없고 능력도 그렇게 뛰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염상은 손가와 도겸, 왕하가 싸우도록 판을 만들 것이었다. 그들의 손을 돌아가며 잡고 가지를 친 후 완벽하게 그들 세력을 흡수하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염상은 잘 못 생각한 것이 있었다. 왕하는 본시 유하기는 했으나 흉중에 이미 천하가 들어 있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 유약함은 자신의 그늘 아래의 백성에게만 향한 것이었다.
본시 왕하는 자신 울타리 밖의 사람들이 불벼락을 맞아 죽어나가고 있더라도 왕하는 눈 하나 깜작 안할 인물이었다.
그리고 왕하는 악독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들이 내가 오이 밭에 들어간다고 비난을 하면 뒷걸음 질 치며 물러설 것이라 생각하는 듯 하는데 차라리 의심 받을 것이라면 모조리 훔쳐서 나오거나 모조리 불살라 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생각하네.”
“백녕, 나는 손가와 원가가 더 이상 같이 길을 나갈 수 없는 상태가 되었으면 하네. 그곳에 유표도 있으면 좋을 것 같고.”
“예! 주공.”
아무도 모르게 동오에서 마왕이 깨어났다.
- 작가의말
왕하가 칩거하는 동안 눈치만 보던 부민들과 이족들이 손을 잡고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남지의 대 세력인 월족을 대파하여 잘게 쪼개두었고 그들 중에서도 이미 엄씨 가문을 위하여 돌아선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원술이 원하지 않았지만 휘하 수하들로 인하여 견제구가 계속 들어가는 상황이고 왕하도 과거의 일이 트라우마 처럼 남아있으니 그것을 지키기 위해 왕하의 세력은 뒤에서 ㅋㅋㅋ 검은 흑막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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