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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령 님의 서재입니다.

회천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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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리형
작품등록일 :
2014.07.29 13:29
최근연재일 :
2018.01.18 17:30
연재수 :
1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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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2,198
추천수 :
18,254
글자수 :
720,632

작성
17.03.07 23:55
조회
3,876
추천
72
글자
8쪽

지록위마(指鹿爲馬)

DUMMY

염상의 예상대로 조조의 사신으로 온 이들은 세객으로 여러 세력을 만나며 원술을 상대하기 위한 동맹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중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왕하의 세력이었다. 물론 희지재의 모책으로 뒤통수를 맞은 왕하 세력이 그 제안을 받아들일 이유는 적었다. 그러나 그들이 원하는 것은 왕하를 끌어 들이는 것이 아니었다.


관녕은 순욱이 물러나고 순유와 노숙, 설종과 같이 자리에 둘러앉았다. 이들이 기주에서부터 왕하를 모신 이들은 없었지만 왕하가 기주를 잃은 이유는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저들의 작태를 대놓고 불쾌함을 나타내는데도 저리 계속 찾아오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저런 식으로 나온다니 참으로 난감하오. 저들을 손님의 예로는 대하나 이정도도 매우 위태하다는 것을 아는데 어찌할지.”


관녕이 그런 말을 하고 순유를 바라보았다. 노숙이나 설종은 나이가 어려 그저 관녕과 순유를 차를 마시는 척하면서 힐끗거릴 뿐이었다. 족질(순유가 나이가 많지만 족보상으로는 순욱이 윗대이다.)인 순유가 어찌 나올지 궁금하기도 하였다.


“관공께서는 걱정할 일은 없습니다. 내 예주 순가의 인물이기는 하나 그 순가라는 것은 그저 내 가 나온 포공영(蒲公英 민들레)의 대일뿐입니다. 이미 꽃을 피워 씨를 흩날렸으니 씨는 바람에 날리어 따로 자리를 잡아야지요.”


관녕은 수염을 살짝 쓰다듬었다. 하긴 그러했다. 같은 부친 밑에서 난 순심이나 순욱도 다른 세력의 밑에 있는데 순유는 약간 먼 순이의 자손으로 순욱과 그 궤를 달리하였다. 다른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순유를 믿는 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순유는 더욱이 걱정하는 바가 있었다.


“문제는 그 순가라는 이유로 계속 온다면 말하기 좋아하는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겠지요. 그리고 그 입에서 입으로 옮기며 커질 것이고 다시 입으로 옮기며 더욱 커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 소문은 결국에 대장군의 귀에 들어갈 것이지요.”


순유는 차를 ‘후루륵’ 마시고 계속 말을 이었다.


“대장군께서 그것을 처음은 믿지 않을 것이지요. 허나 한번, 두 번, 세 번 계속 듣게 된다면 어찌 될까요.”


관녕은 인상을 찡그렸다.


“삼인성호(三人成虎 사람 셋이면 호랑이도 만들어 낸다는 뜻)”


그러자 설종이 순유에게 물었다.


“허나 대장군의 곁에 수많은 현인들이 있는데 그 말에 넘어가겠습니까?”


그러자 순유는 웃음을 지었다. 그것은 현인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가슴에 얼마나 남는가의 문제였다. 차라리 현인들이 이일에 대하여 말을 적게 해야 의심을 적게 사는 일이었다.


‘허나 그 현인들이라는 인물들도 어느 정도 고삐를 쥐기를 바랄 것이다.’


그리고 이 자리에 이 같은 생각을 하는 다른 이도 있었다. 바로 노숙이었다.


“그럼 이 회맹이 끝나면 아군에 무엇인가 제제가 가해지겠군요.”


순유는 노숙의 말에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젊은 기재는 언제 보아도 즐거웠다.


“그럴 것이네 주공께서 강동이라는 큰 힘을 얻게 되었으니 슬슬 고삐를 죌 때도 된 것이지.”


“단순히 조조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닐 것이라 사료 됩니다. 부디 제 무지를 깨우쳐 주시겠습니까?”


노숙이 그리 청하자 순유가 잠시 뜸을 드리고 말했다.


“내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찻물로 서로의 답을 알아볼까하네만 어떤가?”


순유의 말에 노숙도 웃음을 지었다.


“저 뿐만 아니라 관공이나 설공도 아실 듯 한데 모두가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노숙이 이리 말하자 설종은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 말했고 관녕은 슬쩍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관녕은 이미 찻물을 탁자에 살짝 뿌렸다. 그리고 서로가 그 자리를 가리고 쓸 때까지 잠깐 기다렸다. 모두가 손을 치우자 비슷한 말들이 나타 났다.


‘부동(不動)’


‘정(停)’


‘불출(不出)’


“이거 모두가 같은 생각인 것 같네만?”


관녕이 웃음을 지으며 박수를 쳤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솔직히 조조의 눈앞의 일을 이루어 내야하니까요.”


그들에게 소외된 설종은 머리를 긁으며 어찌된 일인지 묻자 노숙이 자세하게 설명하며 말했다. 그 말이 끝나자 노숙이 먼저 순유에게 말했다.


“차라리 그러하다면 먼저 고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자 순유가 노숙을 ‘호오’하는 표정을 지으며 보았다.


“도겸은 분명 대장군과 손을 잡고 있는 세력입니다. 허니 먼저 말을 꺼낸다면 대장군도 차마 반대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를 거부한다면 누가 대장군을 믿겠습니까?”


관녕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노숙의 말에 끄덕였다. 그러나 이내 회의적인 말을 꺼냈다.


“좋은 계책이기는 하네, 허나 내 볼 때 대장군의 휘하 현인들이 기발한 책이 나올 것이네.”


“기발한 책안이라면.”


“자네라면 자신이 만든 이 판에 미꾸라지가 돌아다니면 기분이 좋겠는가?”


노숙이 놀라 관녕을 바라보았다. 조조의 세력이 미꾸라지 정도라니 좀 박한 평가이기는 했다.


“그 미꾸라지가 가장 힘든 일을 시키는 것이 맞겠지 어차피 이판의 주인은 대장군이 아니신가?”


그러니 고삐도 매고, 도겸도 도우며, 미꾸라지까지 방도가 나올 것이라는 말이었다. 노숙은 관녕의 말에 이해는 했지만 그 방도가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것이 가능하겠습니까?”


“공달공은 이미 머리에 떠오른 듯 싶은데? 아주 간단하면서 확실한 방도이네.”


그러자 순유가 한마디를 꺼냈다.


“역적 토벌.”


“사슴들이 졸지에 말이 되겠군요.”


“대장군의 말 한마디로 지록위마가 나타날 것이네. 명분도 대장군께 있고 힘도 대장군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지요. 그의 말에 폐하의 의중이 움직일 테니 말입니다. 어쩌면 지금 문약은 폐하를 설득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관녕은 확신을 하듯 말했다.


“모르는 것이 아니라 대장군을 피해 어떻게든 독대를 할 것이네. 어찌 보면 그렇기에 조조가 순공을 보낸 것이 아니겠는가? 순문약은 대저 스스로 말하기도 그렇고 모두도 그를 대한의 열렬한 충신이니 말이네. 그 진심으로 황상을 설득하겠지 어떻게든 대장군의 힘을 줄이기 위해 말이네.”


그러자 순유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순욱은 그런 인물이었다. 언제나 한을 생각하는 인물 그렇기에 패권을 잡을 조조를 택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조조를 통하여 혼세를 다잡고 다시 한의 창천을 여는 것을 진실하게 원했다. 그러나 그는 알까? 조조는 충신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자하는 것을 다하는 가장 이기적인 인물이라는 것임을 말이다.


“이재 생각하니 조조가 자신의 판도 아닌 곳에서 원하는 것이 많군?”


관녕의 말에 순유가 답했다.


“얻을 것이 많은 자리 아니겠습니까? 이곳저곳에 열매가 열려있는데 말입니다.”


“하긴 하나라도 따면 이득이라고 생각할 것이지.”


관녕과 순유가 말하느라 입이 컬컬했는지 차를 마시려하자 설종이 뒤에서 새로운 차를 내왔다. 그들의 사이에서 어려운 말이 오가는 것을 듣는 것도 중했지만 눈치도 너무 보였기에 조용히 일어나 찻잎이나 우려내고 있었다. 그리고 설종의 말에 순유나 관녕도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겠지요. 그것이 우리에게 나쁜 일이라도 말입니다. 대비를 하는 것도 좋지만 심히 기우하면 수명만 갉아먹습니다.”


작가의말

지금껏 보셔서 아시겠지만 지록위마의 계책은 단순히 편을 가르는 것을 넘어 사슴을 말로 만드는 것에 있습니다. 그리하여 네놈들이 사슴이 되고자한다면 죽는 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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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록위마(指鹿爲馬) +4 17.03.07 3,877 7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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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지록위마(指鹿爲馬) +10 17.03.05 3,827 67 9쪽
127 지록위마(指鹿爲馬) +5 17.03.04 3,804 66 7쪽
126 지록위마(指鹿爲馬) +5 17.03.03 3,814 6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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