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록위마(指鹿爲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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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의는 검을 바닥에 꽂고 거친 숨을 내쉬었다. 더 이상 몸이 움직이려하지 않았다. 그의 호위병들은 수많은 화살을 맞고도 방패와 무기를 바닥에 꽂고 서있었다.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음에도 쓰러지지 않았다.
서복은 아직 몇 남은 유협들을 토닥이며 말했다.
“이제 끝난 것 같습니다. 이제 남은 건 북기군의 포위망에 잡히지 않고 떠나는 것만 남았군요?”
서복은 웃음을 지으며 국의가 검을 짚고 헐떡이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마지막은 깔끔하게 해주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서복의 걸음이 국의에게 가까워오자 국의는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올렸다. 국의의 눈에는 요상한 모양의 괴물이 눈앞에 있었다. 길이가 마구잡이로 늘어나고 줄어들며 이내는 이상한 것들이 그의 뒤를 지나갔다. 서복이 손을 올리자 굉음이 귀에 퍼지며 요란하게 그의 눈을 괴롭혔다. 검은색, 회색, 붉은색의 손톱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팔이 그를 향하여 다가왔다. 그리고 그 손이 점점 느려지며 그의 목을 향하여 가까워졌다. 눈물이 그의 눈에서 흘러 나왔다. 두려움은 없었으나 가슴속 어디인가에서 억울함이 뻑뻑하게 목구멍 어디인가 올라와있었다. 그리고 웃었다.
‘저놈의 괴물 한방만 딱 한방만!’
국의는 모든 힘을 모조리 뽑아내며 몸을 뒤로 젖히면서 칼을 휙 하고 휘둘렀다. 서복도 국의의 목을 노리면서 검을 횡으로 그었는데 국의가 뒤로 넘어가면서 그 검이 국의의 눈을 긁었다. 그런데 국의의 검이 살짝 느리게 서복에게 들어가면서 서복의 오른쪽 뺨에서 왼쪽 머리카락을 날리며 상처를 만들어 내었다. 서복은 끄아악 소리를 지르며 일어섰고 국의는 눈이 반으로 갈라져 피가 쿨렁쿨렁 나옴에도 웃음을 지었다. 그러다가 이내 왕하를 생각하고 먹먹한 심상이 올라왔다.
‘주공 죄송합니다. 약조 못 지키겠습니다.’
“끄아아! 내 내 이 이”
서복은 분을 못 이기고 왼손으로는 얼굴을 옷으로 짚고 오른손으로는 칼로 국의의 몸을 마구잡이로 난자했다. 잠시 후 늙은 유협이 문을 열고 서복을 찾았고 서복은 칼질을 하다 말고 늙은 유협을 보았다.
“구원 군이 이제 왔나 보군요?”
유협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복을 바라보았다.
“얼굴이...”
유협의 모습에 이내 다시 화가 났는지 칼로 국의를 발로 찼다. 국의는 아직도 숨을 헐떡거리면서 살아있었다. 갑주가 좋은 것으로 보였는데 피는 베어나와도 깊게 베인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늙은 유협이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저리 내버려 둬도 되겠습니까?”
“뭐, 살아나갈 가망은 전혀 없어 보이는데요?”
그러자 늙은 유협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정도면 살아있는 것이 신기한 것이다. 이내 서복은 피가 나오는 얼굴을 짚으며 인상을 찡그렸다.
“저리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요. 감히 신체발부(身體髮膚) 수지부모(受之父母)라 했는데 하아 어머니를 보면 무슨 말을 할지.”
그런 서복을 보며 늙은 유협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얼굴을 베여 국의를 저리 마구잡이로 벤 것이 겨우 어머니에게 얼굴을 어찌 보여줄지 모르겠다는 것이라니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서복은 국의가 쓰던 검을 빼앗으려하는데 국의는 끝까지 손을 펴지 않자 검으로 국의의 손목을 내리 찍어 잘라낸 뒤에야 검을 뺐어들었다. 손아 잘리자 국의가 한번 꿀렁했지만 서복은 아무렇지 않은 듯 끄응 하는 소리와 함께 국의의 손을 바라보았다.
“이건 뭐 시간 지나면 떨어 질 것이니.”
유협들은 비밀 통로로 한꺼번에 사라졌고 그리고 얼마지 않아 관청으로 서황이 들이 닥쳤다. 서황은 놀란 눈을 지으며 국의를 찾았다. 이내 손이 잘리고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는 그를 보며 소리치고 달려갔다. 그러나 더 이상 손댈 수 없는 상태였다. 화살들은 이리저리 박혀있었고 국의의 잎에서는 내장을 뱉어내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그가 흘린 피들은 살아있는 것이 이상하다고 여겨졌다. 물론 서황은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은 없었다.
“자...장군...”
“주...주공...”
국의는 손이 없는 팔을 허우적거리며 서황을 향해 말했다. 아마도 서황의 얼굴을 왕하의 얼굴로 보이는 듯 하였다. 서황은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말하십쇼. 장군.”
“업... 업으로 부디.”
국의는 자신의 한을 마지막으로 내뱉은 채로 ‘하아’ 라는 숨 하나를 뱉어내고 팔을 떨구었다. 서황은 울음을 멈추고 국의를 조심히 내려놓았다. 그리고 으르렁 거리는 소리로 명했다.
“잡아.”
그러자 서황의 수하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말없이 주변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시체들의 산 가운데에서 무엇인가 흔적을 찾아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흔적? 피와 시체의 산에 섞이거나 알아보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단순한 의지를 가진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살심은 보통의 인지적 상황을 벗어나 한계를 뛰어넘은 감각을 얻게 하였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유협의 시체 밑에서 어떤 통로를 발견했다.
“가장 피가 덜 식은 시체 밑에서 발견한 것입니다.”
“잡아와.”
“충!”
서황은 수하들이 떠나는 것을 확인하고 몸을 돌려 국의의 시신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장군, 실례하겠습니다.”
서황은 매우 조심스럽게 국의의 시신을 안아들었다. 갑주의 무게? 시신이라 더 무겁다? 그런 것은 없었다. 그저 마음이 시려올 뿐이었다.
“많이 가벼우십니다. 잠을 매일 자지 못하시니 그런 것 아닙니까? 어떻게든 군사들을 넘어 계책의 중심이 되겠다고 하시다니 말입니다.”
부철 주야(不撤 晝夜) 그것이 바로 국의의 새로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꽃을 피워내기도 전에 그는 졸하고만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소용없는 짓은 아니었다. 북기의 부장들은 자연스럽게 문무를 겸전하는 군이 되었고 능동적으로 변했다. 그것이 최강의 북기군의 길이었다.
서황이 국의의 시신을 안고 군세로 들어가자 병사들은 근무를 서는 병사들이 무너지려 했다. 그러자 서황이 큰소리로 외쳤다.
“대장께서 그리 가르쳤느냐!”
“아닙니다!”
“그래! 그것이 대장께서 바라는 북기다!”
서황은 그 말을 하고 그들을 지나갔고 근무를 서는 병사들은 창을 잡은 상태로 눈물을 흘렸다. 다리는 부들거림에도 창을 잡고 근무시간을 버텨냈다.
국의의 시신이 군에 들어가자 수많은 제장들이 나와 눈물을 흘리며 곡을 했다. 마치 자신의 아버지가 죽은 듯이 곡을 하자 민중들도 나와 그 모습을 신기한 모습으로 바라보았다. 임시 감옥에 갇혀있는 투항병들도 병사들을 그들을 모습을 신기하듯 이리저리 바라보았다. 하나 같이 모두가 슬퍼하고 눈물을 흘렸다.
“군사님 명을 완수하지 못했나이다. 대장을 지키지 못한 죄 목으로 갚고자합니다.”
그러자 가후는 무너지듯 주저앉으며 눈을 감았다. 한 방울의 눈물이 그의 눈에서 흘러나왔다.
‘아 주공께 이죄를 어찌 아뢴단 말인가?’
“우리를 도운 유협들인가?”
서황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고 가후는 일어나 몸을 돌려 말했다.
“서공명 지금 그대의 직위를 해지한다. 그리고 군사령(軍事令)을 내린다.”
“충!”
“강동의 허씨(許)일가를 모조리 잡아오라. 남녀노소, 노비, 식솔, 가릴 것 없다. 강동의 허가를 지워버릴 것이다. 그곳에서 사람이 살았다는 모든 것을 지워버릴 것이다. 강동에서 허씨는 이제 호군장이신 중강공의 가문뿐이다.”
서황은 가후에게 절을 한 후 군장을 상징하는 인장을 반납하고 무기를 들고 돌아섰다. 그리고 기마와 추적에 능한 인물들을 모아 오성을 내부로 말을 달렸다. 민간인이 치이든 누가 말에 치여 죽든 서황은 신경 쓰지 않았다. 더 이상 오성에 대한 애정은 없었다.
196년 봄 국의가 졸하였다.
원 역사에서 국의는 한복의 행태를 참지 못하고 군을 일으켰고 원소와 같이 한복을 몰아내었다. 공손찬과의 싸움에서 800의군을 이끌고 직접 나서 가장 먼저 돌파하고 진채의 깃을 빼앗았다. 역경에서 군량이 부족하여 패퇴하기는 했으나 수많은 공손찬과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그러나 무례함을 이유로 원소가 그를 불궤라는 죄목을 내려 참하였다.
이 역사에서는 왕하를 기주에서 기반을 만들어주고 군을 통솔하였으며 원소가 기주를 차지하기 전까지 흑산적을 처리하고 기병 300을 이끌고 기주를 침범한 원소군을 대파하는 전공을 세웠다. 그의 직할 군을 북기라 명했는데 그 군을 비견 되는 군세는 여포의 진나라 왕흘의 뒤를 잇는 다는 천마군 밖에 없다고 여겨진다. 문에 관한 이야기는 빈약하나 기병을 상대로는 무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 작가의말
국의... 죽었습니다. 손책을 대신해서 국의가 죽었다고 보시는 것이 맞을 것 같네요. 국의라는 캐릭은 노력하는 천재이지만 운이 따르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현실에서도 그랬고요. (역사에서는 뭐 의견이 분분하니 뭐라 못하지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고요.^^)
하아 ㅠㅠ 언제나 돈이 문제네요. 솔직히 문피아에서 할인 판매하는 검정기 사고 싶었는데 도저히 여유돈이 안나오더라고요. (대학생입니다.^^) 월세내고, 책값내고(책값은 뭐이리 비싼지), 버스값도 감당 안되고, 매번 오탈자 나와서 많이 죄송합니다. 제가 무지해서 그런거라 생각해 주세요. 뭐 캐릭이 병x 같은건 능력이 딸리는 거라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제 나름 대로는 이런 성격으로 만든 건데....뭐 원주인공이 병x 같기는 하죠. 사실 제 모습을 투영한 거라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솔직히 자위적인 글이라 내가 그때 갔으면 어땠을까? 내 주변에 이런 인물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라고요. 그리고 서브 주인공들은 제가 동경하는 캐릭이라고 보면 됩니다. 원겸은 김제동 같은 느낌이고요. 여포는 뭐 글쎄요 이분은 뭐 생각 나는 사람이 없네요. 유장은 암중에서 모든 것을 하는 금수저, 희지재는 영화에서 내부자의 백윤식선생님 같은 느낌이고요. 아 한명 더있는데 그사람은 내부자의 김홍파선생님(오회장) 같은 느낌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잘될 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원래 글보다 작가의 말이 더 길 수도 있겠네요.
뭐 대부분 그냥 넘기시겠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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