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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천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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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리형
작품등록일 :
2014.07.29 13:29
최근연재일 :
2018.01.1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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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20,632

작성
17.03.28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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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글자
12쪽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DUMMY

패배한 공손찬 병사들은 사기는 바닥을 치고 있었으다. 그럼에도 후퇴함에 있어 대다수가 살고자 도망치지 않고 공손찬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공손찬은 마치 무엇인가 홀린 사람처럼 초점 없이 그저 말을 타고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그리고 공손찬의 군세가 역수에 닿자 공손찬은 잘린 팔을 바라보며 마치 미친것처럼 웃기 시작했다.


“그래도 설마 하였다.”


공손찬이 정신을 차리자 그를 따르는 장수들이 공손찬의 주변에 몰려왔다. 그러나 공손찬은 그들을 뒤로 물리고 역수를 바라보았다.


“역수가 참으로 맑지 않더냐?”


참으로 맑은 날이었다. 역수에 구름이 비칠 정도로 볕은 쨍쨍하였고 바람도 살랑이며 여느때와 달리 맑게 그들을 비추었다. 피가 절은 그의 얼굴과 한 팔이 없는 그의 어색한 모습에 그저 실소만 흘러나왔다.


그러자 수하 휘장들은 아직 공손찬이 정신을 못 차린 것으로 생각하고 그를 걱정하였으나, 공손찬은 어느 때보다 명료하게 앞날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욱이 마지막으로 건네어진 조그마한 비단을 펴보았다. 정욱의 마지막 서신을 바라보는 공손찬의 눈이 잠시 흔들렸으나 이내 굳건하게 변하였다. 정욱이 챙겨준 비단 서신을 역수에 흘려보내고 그저 그곳을 바라보았다.


“즐거운 일이로고 즐거운 일이야.”


“계후 어찌 그런 참담한.”


공손찬은 마치 이러한 상황을 즐기는 듯 웃음을 지었다. 그도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역수를 건넌다고 하여도 결국에는 그의 목은 장대에 걸려 황도로 가서 참시를 당하고 천하에 권력자의 힘을 보여주는 것에 보탬이 될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보여주고 싶었다. 단순히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그러한 비루한 시체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죽음으로써 시체가 천하의 족적을 남기기를 말이다.


공손찬은 역수를 바라보며 시를 한수 지었다.


난리 통에 어느새 머리만 허예졌누/그 몇 번 목숨을 버리려했건만 그러질 못했던 터/하지만 오늘은 정녕 어쩔 수가 없으니/바람에 흔들리는 역수만이 아득한 하늘을 비추는 구나(亂離滾到白頭年 幾合捐生却末然 今日眞成無可奈 輝輝風易水照蒼天)


그의 시한 수에 주변의 장수들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였다. 천하의 충신을 자처하던 공손찬이 역적이 되었고 그 가운데 원소를 몰아쳤지만, 그의 능력이 부족하여 원소를 감당하지 못하고 이곳 역수에서 마지막을 장식하게 된 것이었다.


장수들은 그의 시를 병사들에게 노래 부르게 하니 굶은 사람들과 같지 않고 눈빛에 억울함과 분함이 역역하였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순우경의 추격 군들이 공손찬과의 거리를 좁혔고 멀리서 그들을 포위하듯 점차 조여 오고 있었다. 그러자 공손찬도 더 이상 쉬는 것을 그만두고 전투를 준비하였다.


공손찬은 팔이 하나밖에 없음에도 기마대의 선봉에 서서 그들에게 계속 돌아가기를 바라는 듯 말했다.


“이곳은 죽음을 맞이하는 죽음의 대지가 될 것이다. 그런데도 너희들은 나와 함께하려느냐?”


그럼에도 병사들은 웃으며 공손찬에게 물었다.


“의종께서는 어찌하여 이곳에 남아 계시나이까?”


“이곳이 가장 죽기 좋은 자리라 그러하다.”


또 다른 병사가 그런 공손찬에게 다시 물었다. 마치 재차 역수를 건너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듯 하였다.


“역수를 건너면 의종께 호응할 수많은 백성들이 있습니다. 헌데 어찌하여 저희와 이곳에서 죽으시려 하나이까?”


그러나 공손찬은 흔들리지 않았다.


“백마의병(白馬義兵)이 이곳에 있는데 어찌 백마의종(白馬義宗)이 어찌 그들을 버리고 의종이라 불리겠는가? 나는 죽어서도 의종으로 죽을 것이다. 이는 나의 의지요. 신념이니 그대들은 나를 욕하지 말라.”


그의 말에 병사들은 웃음을 지었고 공손찬도 입 꼬리를 올리며 말을 몰아 살짝 앞으로 갔다. 그러자 병사들도 투레질 하는 말들을 쓰다듬으며 한발 앞으로 나섰다. 공손찬은 남은 오른 팔로 창을 들어올렸다.


“찬란한 죽음을 향하여.”


찬란한 죽음이 어디 있겠는가? 그저 그들은 후일 그들의 뜻을 알아줄 누군가를 위하여 달리는 것일 뿐이었다. 천하의 누군가 한명이라도 그들이 죽어간 역수를 지나가면 그들에게 향하나만 두더라도 그들은 하늘에서 웃음을 지을 것이었다.


순우경의 부관인 한맹이 공손찬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비웃으며 3천의 기병을 이끌고 나섰으나 그의 예상외로 공손찬의 병사들은 사기를 보고 퇴각하여 겨우 목숨만 살아남았다. 한맹은 병사들을 벽으로 삼아 살아남았으니 순우경이 직접 그의 목을 쳐서 군의 사기를 북돋았다. 그럼에도 그는 달려오는 공손찬의 기병을 보며 침음을 삼켰다.


‘나는 분명 그들에게 살아남을 구멍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순우경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모조리 죽음을 각오한 이들이다. 저들을 상대로 한다면 도저히 피해를 알 수가 없구나. 그렇다면....’


순우경은 즉시 기를 들어 올려 관우를 불러들였다.


관우를 따르는 기병들과 원희의 군세가 모였으니 순우경은 그들에게 명했다.


“공손찬이 선봉에 나섰으니 관공 그대의 군령장을 이행할 시간이 왔소. 선봉을 붕괴하고 저들을 묶어두시오.”


순우경의 명을 들은 병사들은 사색이 되었다. 저들의 기세가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느껴지는데 지금 당장 저들에게 달려가라니 그는 죽음을 향하여 달려가라는 것이었다. 물론 관우도 분기가 차오르는 것을 참으며 말했다. 그러나 관우의 자존심이 거부를 못하게 하였다.


“그것이면 되오?”


순우경은 웃으며 관우를 보았다. 그의 돌격으로 마치 송곳과 같은 적의 예봉을 주춤하게 만들 수만 있으면 그만이었다. 속도만 줄여준다면 저들을 물리치는 것은 보다 쉬운 일이 될 것이었다.


“그것만 해주신다면 더 이상 이 전장을 떠난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겠소.”


관우는 자신의 언월도를 들며 등에 얹고 말했다.


“알겠소이다.”


다른 이들은 놀라 관우를 바라보았지만 관우가 아무 말 없이 나아가자 본시 관우를 따르는 이들은 관우의 뒤를 따르며 움직였다. 원희를 따르는 이들은 원희에게 살려달라는 눈빛을 보였으나 이미 그는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린 이후였다. 아무리 자신이 원가의 이공자라고 해도 순우경 보다 원소에게 먼 사람이었으니 그의 권력은 순우경에 비하면 우스운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 일만 잘 된다면 그의 원가 내에서 위상은 어떤 후계자들 보다 우위에 놓일 수도 있었다.


물론 순우경은 그런 생각을 하는 원희가 웃길 뿐이었다.


‘위상은 힘을 모아주는 도구이지 그것이 힘이 되어주지 못할 지언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요. 다만 그 덕분에 잘하면 둘을 같이 공멸시킬 수도 있으니 차라리 잘된 일이지.’




전장에 선 관우는 공손찬의 어마어마한 기세로 달려오는 중에도 그저 산보를 나오듯 편안한 안색이었다. 더욱이 대비되듯 달리는 말위에서 다른 병사들은 충격에 대비하며 인상을 꽉 주고 있었음이었다.


그리고 그들과의 충돌은 어마어마한 굉음을 만들었다. 단순히 말들이 부딪친 것이 아니라 거대한 돌이 다른 돌과 부딪치는 것과 같은 소리였다. 폭발음과 또 다른 엄청난 충격음과 파열음 그 속에서 들려오는 비명, 냉병기가 가지는 그 직접적인 처참한 소리는 삶을 위한 치열함인지 아니면 죽음을 벗어나기 위한 악다구니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그 둘다 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런 처절함 속에서 관우는 마치 의례 있는 일이라는 표정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기괴했을 것이다. 그의 언월도는 마치 하늘위를 노니는 청룡의 그것처럼 움직였고 적들을 베어 낼 때는 하늘의 청룡의 심판을 내리듯이 우레와 같은 소리와 함께 적들을 무자비하게 짓이겼다.


죽음을 도외시한 공손찬의 군세도 그런 기괴한 모습에 두려움을 느끼기 충분하였고 관우의 주변은 마치 과거 공포의 거리를 보여준 여포와 같이 주변이 비어버렸다. 그러자 관우는 말을 몰며 벼락을 내려칠 인물들을 찾아다니며 직접 움직였다.


예봉의 속도가 확연히 줄어들자 순우경의 부장이 순우경의 명을 기다렸지만 순우경은 진군을 명하지 않고 전장을 바라보았다. 순우경이 관우의 무력에 놀라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의 눈은 누군가의 홀린 눈이 아니라 마치 비정한 모사의 눈을 하며 냉철하게 관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순우경은 속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조그마하게 웅얼거렸다.


“돌아가선 안 될 인물이군.”


“예?”


“아니다 잠시 기다려라. 공손찬이 죽는 것을 보고 들어가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그러나 이미 난전입니다. 저렇게 놔둔다면 관공은 무리가 없을 수도 있으나 휘하 병사들은 이미...”


“그들이 원한 일이다. 공손찬을 잡겠다고 했으니 기다리거라.”


부관은 고개를 숙이며 뒤로 물러섰고 순우경은 더욱 전장을 집중하여 바라보았다.


‘문추나 안량이 관우를 막을 수 있을까?’


순우경에게 더 이상 공손찬의 잔당은 관심 밖이었다. 그에게는 새로운 적이될 가능성이 다분한 관우를 측정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잠시 후 원희가 직접 순우경을 찾았다.


“장군! 분명 예봉의 속도를 늦추었고 이제 진군을 하면 되지 않소! 어찌하여!”


순우경은 무심한 눈으로 원희를 바라보았다.


“공손찬을 잡을 때까지 기다릴까 합니다.”


“이...!! 이!”


그는 바로 자신의 병사들을 투입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관우가 있으니 어느 정도 군세의 손실은 있어도 저들을 공포에 빠트려 공을 얻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공손찬군은 그런 보통의 마음이 아니라는 것을 지금에서야 알아차린 것이다.


그리고 전장에서 드디어 순우경이 바랬던 관우와 공손찬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계후, 어찌해서 유주로 가지 않으셨소?”


“가서 무얼 하라는 말이냐? 나는 네놈들 같은 배덕자들에게 일침을 주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일은 이미 이루어졌고 말이다.”


유비와 관우 본인을 모두 싸잡아 욕하는 공손찬에게 관우는 분을 토해냈다.


“계후!”


그러나 도리어 공손찬이 크게 악을 지르며 관우를 다그쳤다.


“화를 내야하는 것은 나이다! 이 은혜도 모르는 놈아!”


그러자 관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공손찬에게 말하였다.


“그래서 살려드리지 않았소.”


관우도 스스로 부끄러운 지 목소리가 잦아들었고 공손찬은 실실 웃음을 지으며 관우에게 일침을 꽂았다.


“네놈은 은혜를 팔을 잘라주는 구나 네놈의 이상이라던 의협이 이러한 일이더냐? 차라리 의협이라는 말을 하지 말거라 비정한 무부에 지나지 않으니 말이다.”


공손찬의 말에 관우는 아무 말하지 않고 언월도를 거의 바닥에 닿을 듯이 끌면서 서서히 공손찬에게 다가갔다. 공손찬도 그를 맞이하며 창을 들어 빠르게 거리를 좁혔고 관우는 그저 대각선으로 그어내자 공손찬의 말의 다리에서부터 그의 목이 있는 곳까지 갈라졌다.


피가 분수와 같이 터지면서 공손찬은 웃음을 지었다. 아스라니 흐려지는 그의 눈에 그의 휘하 무장들이 그를 배웅하러 왔기 때문이었다. 그들만 아니었다. 그들의 뒤에 자신이 베었던 부인과 자식들 모두가 환하게 웃음 짓고 있었다.


“어이하여 이곳까지 왔는가들... 내 너무 늦었구먼...”


그리고 그의 마지막에 조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운은 그야말로 미친 듯이 질주를 하고 있었다. 그의 휘하 2백의 기병들은 도저히 조운의 속력을 따라잡지 못하여 그를 놓이고 그가 달렸던 방향으로 길을 잡을 뿐이었다. 조운은 그렇게 달리어 도착한 전장에서 그는 충격적인 장면을 보고 말았다.


관우가 공손찬을 참하는 장면을 그는 멀리서도 똑똑히 볼 수가 있었다. 그는 입을 지긋이 닫고 다시 한번 미친 듯이 달리고 있었다. 아마 그의 말이 원겸이 특별히 하사한 과하마중 최상의 말이 아니었다면 이미 말은 쓰러졌으리라.


“관우!!!!”


작가의말

꽃을 피운 관우와 이제 막 꽃봉우리가 벌어지려는 조운의 대결인가??!!!???

공손찬 너무 딱하네요.. 쓰는제가 보기에도... 아 시는

구한말 황현()이 지은 4수의 한시. 칠언절구. 경술국치를 당하여 8월 7일(음력)에 더덕술에 아편을 타 마시고 자결하면서 남긴 절명시입니다. 촉을 역수로 바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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