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마왕 라이벌(?)을 만나다. (수정)
안녕하세요. 마왕의 바둑을 시작합니다. 공모전 참가합니다.
중원고등학교 주차장. 흑색 리무진 한 대가 주차장 입구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그 리무진이 정차하자 뒷자석에서 한 소녀가 문을 열고 나왔다. 이목구비가 뚜렷하여 한눈에 봐도 미인으로 보이는 소녀였다.
“개학날만을 기다렸다. 그날의 수모를 반드시 되갚아 주겠어. 강준혁!”
머리를 올려 단아한 자태와는 달리 한차례 주먹을 불끈 쥐며 파이팅 넘치는 자세를 하던 소녀는 이윽고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한편, 그시각 준혁은 담임과의 면담을 마치고 나온 상태였다.
그는 원래 반으로 되돌아 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계단 아래에서 올라오는 한 소녀와 마주치게 되었다. 바로 리무진을 타고 온 소녀였다. 그녀가 준혁을 알아보고는 소리쳤다.
“아니 너는 강준혁?!”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마침 그녀가 벼르고 벼르던 자를 개학 첫 등교에 만나고야 말았다.
그녀는 준혁이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성큼성큼 준혁에게 다가가더니 자신의 오른손을 준혁을 향해 힘껏 뻗으며 소리쳤다.
“이날만을 기다렸다. 강준혁! 승부다!”
“승부?”
갑작스러운 상황에 준혁은 갸우뚱거렸지만 소녀는 준혁의 반응은 아랑곳 하지 않은채 속사포처럼 자신의 말만을 쏟아내었다.
“다른 아이들은 모르겠지만 너와 대국을 두었던 나만큼은 알고 있어. 강준혁 네가 두 번째 판을 일부러 져주었다는 것을! 감히 나 이지연에게 승리를 적선해? 이건 바둑에 대한 모욕이야! 나는 너같은 녀석을 가만히 둘 수 없다. 그러니까 승부다! 이번에야말로 네 녀석이 그런 생각을 하지도 못하게끔 완벽하게 꺾어주겠어.”
준혁이 판단하기로 아무래도 자신을 이지연이라고 소개한 눈앞의 소녀는 예전 준혁과 모종의 사건으로 얽혀있는 듯 했다. 준혁은 왠지 제대로 설명해두지 않으면 귀찮은 일이 생길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어떤식으로 자신의 상태에 대해 그녀에게 설명을 해야 그녀가 납득할 수 있을지를 고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에 잠겨 정면을 바라보는 준혁의 모습이 이지연에게는 자신을 지그시 바라보는 것처럼 비춰진듯했다.
“뭐뭐냐?! 강준혁 그,,,그 음흉한 눈빛은... 설마 이 몸에게 흑심을 품은거냐?”
준혁의 눈빛을 오해한 이지연이 기겁을 하며 자신의 가슴을 다급히 두손으로 가렸다. 소녀의 이런 과민한 반응은 아마도 그녀가 자신만의 세계를 견고히 구축하기 때문일것이라 준혁은 판단했다.
“잠깐... 아무래도 설명이 필요한 것 같군. 말하는 것을 보니 예전부터 나와 잘 알던 사이인 것 같은데 말이야”
지연이 새빨개진 얼굴로 준혁의 말을 끊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내,내가 너따위와 잘 알던 사이일 리가 없잖아!”
“우선 나에 대해 말해두겠다. 나는 얼마전 교통사고를 당해 대부분의 기억을 잃어버렸다.”
"잠깐... 그 기억을 잃었다는 말은 설마... 네가 일부러 대국을 져주었던 그 파렴치한 행동에 대해서도 모두 잊어버렸다는 소리야?"
"내가 과거에 어떤 행동을 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내가 과거를 잊어버렸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 그럴수가. 그럼 나는 이제 뭘 해야 하는거지?"
준혁의 말에 이지연은 허탈한 표정으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방학기간 내내 준혁과의 제대국을 목표로 바둑에 정진해왔었다. 한데 이렇듯 예상치 못한일로 목표가 사라져 버리자 그 허탈감이 이루 말할수 없었다.
"어쨌거나 나와의 승부를 원한다면 응해줄수도 있다. 나는 걸어오는 싸움은 피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이지연은 자리에서 힘없이 일어나 뒤돌아 가며 말했다.
“승부는 됐어. 네가 기억을 잃었다면 아무 의미 없는 거잖아.”
그녀가 먼저 자리를 뜨고 이어서 준혁도 교실로 가기 위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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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혁은 면담을 마치고 반으로 돌아왔을 때는 반 아이들이 수업준비를 하고있는 중이었다. 다만 아까까지만 해도 비어있던 옆자리에는 누군가가 앉아있었다. 바로 이지연이었다.
"네가 내 짝이로군."
준혁의 말에 그녀가 얼굴이 빨개지며 소리쳤다.
"강준혁! 네,네놈! 태연하게 짝,짝짓기라니. 그런 파렴치한 단어를 서슴없이 내뱉다니."
그녀의 대답에 준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짝이라고는 했지만 뒤에 짓기라는 말은 금시초문이로군."
"아! 아..."
그녀는 확실히 강준혁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보통은 이런상황에서 그녀가 우기면 강준혁이 이유를 몰라도 미안하다고 하거나 했지만 기억을 잃어버린 준혁은 그런게 얄짤없었다. 이지연은 아직은 바뀐 준혁의 모습이 낯설었다.
어쨌거나 서로 티격태격 하는 준혁과 지연대화는 주변에서 보면 왠지 알콩달콩한 모습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지연을 사모하는 마음이 강했던 한 사람에게는 무척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강준혁... 네 이놈. 감히. 내 미래의 와이프와 잘도 떠들어 대는군."
이지연이 들으면 기겁할 소리를 태연히 내뱉는 이 학생은 이 반의 문제아 김학수였다. 보통 그가 아이들을 괴롭히는 방법은 자신이 시키는 일을 하지 않으면 강제 대국을 펼쳐서 레이팅을 떨어뜨렸다. 문제아중에서도 아주 질이 나쁜 학생이었다. 하지만 김학수는 누울자리를 보고 뻗는 학생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옛날 준혁일 때는 준혁의 그림자도 밟지 않았었고 그것을 보다 못한 준혁이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지 말라고 했을때는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이 괴롭히던 아이들에 대한 모든 괴롭힘을 멈추었었다. 하지만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반에서 그를 유일하게 컨트롤 가능했던 준혁은 이제 기억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강준혁이 바둑에 대한 지식마저도 잊어버린 것인지까지는 알수가 없었다. 강준혁을 손봐주려면 무엇보다도 바둑에 대한 기억이 온전한지를 알아봐야 할 것이었다. 만약 바둑으로 눌러주려고 했는데 바둑에 대한 기억이 온전하다면 그것은 완전 낭패였다. 물론 기억을 잃었다면 바둑에 대한 기억도 잃었을 확률이 높지만 김학수는 안전제일주의였다. 확실한 일이 아니면 뛰어들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삶의 방식이자 기조였다.
"조금만 기다려라 강준혁. 밟아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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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첫수업은 공통수업인 바둑 사활수업이었다. 교사인 최진미가 들어와 학생들에게 인사를 건냈다.
"여러분 핼로~ 아름다운 선생님을 방학동안 못봐서 아쉬웠지?"
"......."
"하핫. 아쉬웠다고? 선생님도 여러분들을 못봐서 무척 아쉬웠어요."
최진미 선생도 약간 마이웨이 과인지 혼자서 질문과 대답을 하는 사람이었다. 개학후 첫 수업은 앞으로 커리큘럼의 방향에 대한 것이 주를 이루었다. 수업이 막바지에 이르렀을때 최진미가 학생들을 둘러보고 말했다.
"자. 이제 커리큘럼을 어떻게 짰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봤으니 간단하게 한문제 풀고 수업을 끝내도록 할게요."
이렇게 말한 최진미는 금속 바둑판에 자석 바둑돌을 놓아 사활문제 하나를 뚝딱 만들어 내었다.
"9급 사활문제에요. 흑이 사는 수는 무엇일까요?"
사실 듣는 아이들은 몇 없었다. 바둑 전공이 대다수이기는 했지만 어차피 개학 첫날 수업이었기에 꿈나라로 간 아이들의 수가 더 많았다.
그때 손을 든 아이가 있었다. 바로 준혁이었다.
최진미는 의외라는 듯 말했다.
"그래. 준혁아. 기억을 잃어버렸다고 들었는데... 한번 풀어볼래?"
자리에서 일어선 준혁이 물었다.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사활이 뭐지?"
부족한 필력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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