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마왕 바둑의 기초를 다지다.(수정)
안녕하세요. 마왕의 바둑을 시작합니다. 공모전 참가합니다.
점심시간.
교실안에는 식사를 마친 아이들이 저마다의 취미생활에 열중하고 있었다. 준혁도 자신만의 취미를 즐기는데 이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바로 두뇌스포츠인 바둑이다.
“이 형태는 매화육궁이로군.”
준혁은 핸드폰 액정에 떠있는 바둑사활문제를 보며 중얼거렸다. 사활중에서도 궁도문제였다.
바둑에서 궁도(宮圖)란 한 색상의 돌이 끊임없이 에워싼 형태가 되었을 때, 그 공간 안에 있는 집의 수나 그 형태를 의미하는 용어이다. 주로 돌의 사활에 관련된 형태에서 쓰이며, 일반적으로 3궁부터 6궁까지의 궁도의 형태를 일컫는다. 특정 모양으로 궁도가 형성되었을때 상대방이 치중하면 돌이 바로 죽어버리거나, 일부 형태에서는 치중했을 때 대처하면 살 수 있는 형태가 있는데, 이들 형태는 특별히 불리는 명칭이 따로 존재한다.
어쨌든 이 궁도사활문제는 사활문제중에서도 기초에 속해 있었다.
“이곳에 치중하고 먹여치면 되는군.”
준혁이 치중한 자리는 바로 사활의 맥. 급소자리였다. 준혁이 수를 놓자 핸드폰에 텍스트가 떴다.
-맞추셨습니다. 다음 문제로 넘어갑니다.
“문제만 푸는 것도 점점 지겨워 지는 군. 조금 쉴까."
요새들어 준혁은 심심했다.
왜냐하면 연방법에 의거하여 안드로이드로 로봇이 일주일간의 대국금지를 명령하였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이러했다. 바로 준혁의 해리성둔주 증상을 심신미약의 근거로 판단하여 기전 레이팅 보호를 위해 대국 금지를 명령한 것이다.
연방법은 그 말 그대로 법. 어기면 제재를 받기에 준혁도 어길 수 없었다. 아니 그가 두고 싶다고 하더라도 연방법을 어기게 되면 엄청난 불이익이 있기때문에 다른 이들이 아예 대국을 둘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준혁은 대국금지기간인 일주일 동안 바둑의 기초에 대해 공부해나갔다. 개학 첫날 이지연에게 잠깐 설명을 들었지만 그것은 기초라고 하기도 뭐한 규칙이었다.
그래서 준혁은 바둑의 입문자가 배우는 가장 기초인 바로 사활과 포석을 공부하게 되었다.
준혁이 사활과 포석에 대해 공부를 시작 한 것은 짝궁인 이지연의 추천이었다. 대국으로 준혁이 무언가를 배우기에는 베이스가 없다나 뭐라나.
어쨌거나 준혁은 그녀의 말대로 사활과 포석부터 공부하기 시작했고 막히는 것이 있을 때마다 지연에게 물어보았다. 지연은 좋은 짝이었다. 준혁이 말을 걸때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과민반응을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준혁이 물어보는 부분은 명쾌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문제를 풀다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생기자 준혁은 옆자리에 앉아있는 지연에게 자신의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며 물었다.
“여기선 어떻게 흑돌을 잡는거지?”
“이 문제는... 으으으. 강준혁! 네, 네놈!”
준혁의 핸드폰에 있는 화면을 보자마자 발끈하여 강준혁을 외친 지연이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었다.
“이이익! 강준혁! 이런 문제로 쩔쩔맨단 말이냐! 이 형태는 오궁도화잖아! e,4로 치중하고 먹여치면 되는 간단한 문제를 왜 못푼다고 가져온거냐.”
준혁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만...”
하지만 그런 준혁의 변명에도 지연은 발끈한 표정을 풀지 않았다. 지연은 준혁이 자신이 풀어볼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자신에게 사활문제를 물어본 것이라 생각했다.
지연이 그렇게 생각한 판단의 근거는 바로 준혁이 준만과 대국할 때의 사활형국은 이 문제보다 더 복잡한 사활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사활도 준혁은 가볍게 상황을 판단하여 적재적소에 착수를 했던 것이 바로 준혁이었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못푼다. 이것은 있을수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준혁은 억울했다. 준혁은 최선을 다해서 문제를 풀었고 풀수가 없어서 지연에게 물었던 것이다. 이런 오해가 생기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엑시스 오퍼레이터 때문이었다.
준혁은 준만과의 대국당시 엑시스 오퍼레이터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엑시스 오퍼레이터는 자신의 내면에 새로운 우주를 창조해내는 엄청난 이능이지만 현재의 준혁으로서는 사용할 수 있는 제약이 있었다. 이 이능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데 모든 능력이 사라진 준혁으로써 쓸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심력이다.
하지만 지금의 준혁으로서는 이 엑시스 오퍼레이터를 가동하는데에 심력을 소모하면 고작 하루에 15분 정도만 쓸수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준혁은 엑시스 오퍼레이터에 의지하지 않고 바둑을 배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때문에 지연의 오해도 불러일으키고 말이었다.
한편, 준혁과 지연의 투닥거림을 지켜보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성준만을 종용하여 준혁과 대국을 두게 만든 장본인인 김학수였다. 마치 며칠전 상황의 데자뷰를 보는 듯했다.
그의 시선으로는 준혁과 지연의 주변에 마치 꽃가루가 피는 듯한 위기감이 들었다. 그래. 남자는 힘이다. 어떻게든 내 매력을 어필하는 것이다.
김학수는 이렇게 생각했지만 이미 약자를 짓밟는 그의 행동은 다른 아이들의 빈축을 샀고 그것은 지연또한 마찬가지였다. 지연또한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일진놀이를 하는 김학수를 나쁘게 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김학수는 자신의 행동에서 기인한 비호감을 알지 못한채 이지연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강준혁에게 질투심을 불태우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강준혁 본인 만큼이나 강준혁의 대국금지기간이 끝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으득. 강준혁! 감히 내 미래의 와이프인 이지연에게 질문하는 척하면서 친해지려는 속셈이구나! 조금만 기다려라. 대국금지기간만 끝나면 네 녀석부터 손봐줄테닷.”
그렇게 김학수는 준혁을 향한 전의를 불태우며 미래의 와이프 1순위로 삼은 이지연의 뒷모습을 살짝 보고는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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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탁.
어느덧 점심 시간이 끝났다. 선생님이 들어와 말했다.
“자자자. 옆에 잠자는 녀석들 있으면 깨워주자. 인석들아.”
한차례 아이들을 깨우고 자신에게 주목시킨 장기교사 김천수는 자신에게 집중하지 않는 한 학생을 발견하고는 호명했다.
“준혁아. 수업 시작했다.”
김천수의 말에도 준혁은 핸드폰에 열중하자 옆에 있던 이지연이 준혁의 옆구리를 살짝 쳤다.
“어이. 강준혁 수업시간이야. 핸드폰 집어 넣어야지.”
주변상황을 아예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열중하던 준혁은 그제서야 핸드폰을 집어 넣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허허. 준혁이. 수업시작한줄도 모르고 뭘 그렇게 재밌게 하니? 선생님도 같이 좀 알자.”
김천수가 능글맞게 준혁에게 다가오며 말하자 준혁이 핸드폰 액정을 보여주며 말했다.
“바둑 사활 문제다.”
탁!
“아 깜짝아. 애떨어질 뻔 했잖아.”
“성찬이 너 남자잖아. 애를 어떻게 떨어뜨려.”
“피곤한 녀석이네 뭘 그렇게 깊게 파고들어.”
“천수쌤 또 볼륨 업. 텐션 업했네.”
흥분한 김천수가 준혁의 책상을 한차례 크게 치자 졸고 있던 아이들은 그 소리에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으레 봐왔던 광경인 듯 상황 자체에 놀란 듯 보이지는 않았다.
아이들을 놀래킨 당사자인 김천수는 험상궂은 표정으로 준혁을 응시하면서 크게 소리쳤다.
“뭐라?! 이 신성한 장기수업시간에 뭐어? 바둑?! 네 이놈. 강준혁!”
휙
김천수가 준혁의 손에 들려있떤 핸드폰을 낚아채갔다.
이전 차원이었다면 목숨이 만개라도 부족할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버린 김천수는 교탁에 준혁의 핸드폰을 놓고는 말했다.
"내 신성한 수업시간에 핸드폰을 사용한 죄로 네 핸드폰은 일주일간 압수다."
김천수의 핸드폰 압수선언에도 준혁은 표정변화가 없었다. 사실 그는 자신의 핸드폰을 압수하거나 말거나 별 관심이 없었다. 그는 핸드폰을 거의 쓰지 않는다. 기껏해봐야 어플로 깔아놓은 사활문제정도? 다른 아이들과 통하도 하지 않을 뿐더러 핸드폰의 용도인 사활문제도 슬슬 지겨워지던 참이었다. 대국금지기간인 일주일도 거의 지났기 때문에 이제는 사람과 대국을 두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내는 문제를 맞추면 바로 이 자리에서 돌려주도록 하마. 어떠냐 강준혁. 내 문제를 맞춰볼테냐?”
김천수의 물음에 준혁이 팔짱을 끼며 대답했다.
“문제를 내보도록.”
결국 이것도 승부다. 맞추면 이기고 못마추면 진다. 그리고 어떤 승부이건간에 피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마왕 케르디나의 방식. 아니 이제는 준혁의 방식이다.
부족한 필력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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