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마왕 기원에 가다.
안녕하세요. 마왕의 바둑을 시작합니다. 공모전 참가합니다.
준혁은 외출을 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직접 다른사람과 대국을 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대충 옷을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준혁이 거실로 나왔다. 엄마인 서진숙에게 나갔다 온다고 말하려는데 서진숙은 누군가와 통화중이었다. 통화에 집중하느라 준혁이 나온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듯 했다.
“영희야 조금만 기다려 줘. 금방 갚을게.”
그런데 통화 내용이 심상치가 않았다. 기다리던 준혁은 자연스레 통화내용을 듣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돈을 빌린건가?’
예전 준혁의 기억으로는 중산층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돈을 빌린 것을 보면 아무래도 집안 사정이 어려워 진 듯 했다.
거실로 나온 준혁이를 발견한 서진숙은 통화상대에게 나중에 전화하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서진숙은 준혁이 외출복을 입은 것을 알아챘다.
“준혁아 어디 가려고 하니?”
“잠깐 다녀올데가 있어서 다녀올게.”
준혁은 대충 얼버무렸다. 원래 준혁은 바둑교실이나 기원등에 등록할 수 있게 용돈을 달라고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진숙의 통화로 집안사정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렇기에 일단 그냥 나가보기로 했다.
준혁은 거실을 나와서 현관으로 나갔다.
그리고 물끄러미 그런 준혁의 모습을 보던 서진숙은 준혁을 불러세우고는 돈을 쥐어주었다.
“준혁아 잠깐만. 이거 가져가.”
서진숙이 준혁에게 준 용돈은 무려 10만원. 꽤 큰 돈이었다.
준혁의 예상대로 준혁의 집안은 조금 어려워진 상태였다. 이유는 준혁의 사고로 인한 수술비마련을 위해 주변 지인들에게 돈을 빌렸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힘든 상황이지만 서진숙은 준혁에게 10만원이라는 큰 돈을 주었다. 준혁이 요새 바둑에 흥미가 있다는 것을 서진숙이 알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엄마니까. 엄마니까 알수 있는 사실들이 있다. 기억을 잃기전에는 바둑을 잘 두었지만 자신의 극성 때문에 바둑에 싫증을 내던 아들이었다. 아들의 마음이야 어떻든 간에 자신은 아들을 좋은 프로바둑기사로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몰아붙였었다. 하지만 사고가 난 뒤, 아들은 기억을 모두 잃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바둑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기억을 모두 잃은 지금 준혁이 바둑으로 대성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어려운 집안사정에도 그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게끔 최대한 지원해주고 싶었다. 그것이 바로 자신의 아들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속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었으니까 말이다.
“잘쓸게.”
준혁은 서진숙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집이 힘들지만 아들에게만큼은 내색하지 않고 아들을 위해 아낌없이 주는 부모의 마음. 엑시스 오퍼레이터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만들어 줄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보고 싶지 않은 것도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그런 서진숙의 모습을 보니 준혁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올것만 같았다.
‘어머니를 도와달라 이거냐.’
예전 준혁의 기억이 강하게 올라와 준혁의 감정을 자극해서 일어난 현상이다.
마왕이라는 자존심을 세운다면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려 하는 이런 기억의 잔재를 모조리 없애버릴 수도 있었다.
이미 만능 이능인 엑시스 오퍼레이터를 찾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준혁은 그러지 않았다. 마왕은 이미 예전에 준혁이 자기 자신의 일부임을 받아들였고 여기 있는 동안은 준혁으로서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그이기에 예전 준혁과 현재의 그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인 예전 준혁의 기억의 잔재를 없애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다만 가끔 이런 기억의 잔재들 때문에 여러 감정들에 휩싸이는 것은 감수해야 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준혁은 그렇게 외출을 나섰다. 서진숙에게 받은 10만원을 들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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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선 준혁이 간곳은 바둑교실이었다. 원래 그의 목적지이기도 하였고 서진숙에게 받은 용돈도 있었기에 거리낌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들어간 바둑교실들에서 준혁은 모조리 퇴짜를 맞았다. 준혁의 예상보다 바둑을 배우는데에 들어가는 비용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이 벌써 네 번째 바둑교실이다.
바둑교실 응접실 쇼파에 앉은 준혁은 지도대국의 비용에 대해 다시금 문의를 했다.
“지도대국을 하는데에 얼마나 비용이 들지?”
준혁은 반대편 쇼파에 앉아 짧은 치마를 입은 20대 여성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녀는 이 바둑교실의 바둑 코디네이터로 바둑교실에서 하는 강좌나 지도대국등의 견적을 상담해주는 역할을 하는 직원이었다. 그녀는 준혁의 지도대국 견적문의에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대국? 음. 아마1단 최성준 사범님과 대국을 하려면 지도대국비가 45만원이야. 물론 1국 기준이고. 최성준 사범님은 아마추어 대회에서 12위에 입선한 경력자야. 만약 네가 바둑전공이라면 배울점이 많을거야. 그런데 혹시 돈은 얼마정도 있니?”
“10만원이 전부다.”
준혁의 대답에 코디네이터의 미간이 좁아진다.
“10만원? 흐음. 그 돈이 작은 돈은 아니지만 그정도 돈으로도 지도대국은 힘들어. 아까 말했듯이 10만원으로는 지도대국은 물론이고 바둑교실에서 어떤 강좌도 들을 수가 없어.”
길게 설명했지만 결국 준혁이 현재 가진 돈으로는 바둑교실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 말에 준혁은 한숨을 쉬었다. 생각보다 이 사회는 지식의 전수에 경직된 사회였던 것이다. 그야말로 자본주의의 매운맛을 제대로 보고 있었다.
어차피 더 이야기 해봐야 소용 없다고 생각한 준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설명 고마웠다. 그럼 가보도록 하지.”
준혁이 일어설 때 코디네이터가 물었따.
“혹시 꼭 지도대국이나 강의를 들어야 만 하는거니?”
나가려던 준혁은 코디네이터의 질문에 대답해주었다.
“꼭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군. 그냥 기력이 높은 상대와 대국을 두고 싶었다.”
잠시 생각하던 코디네이터 뭔가 생각났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렇다면 기원에 가보는건 어떠니?”
“기원? 거기에 가면 바둑을 배울 수 있는건가?”
“글세. 그건 장담 못해. 기원이라는 곳은 그저 바둑을 둘 수 있는 장소야. 거기에서 바둑을 배우는 것은 전적으로 거기에 다니는 사람의 재량이지. 하지만 이건 확실해. 지금 네가 가진 돈으로는 어느 바둑교실에 가도 헛수고라는 걸.”
“참고하도록 하지.”
이말을 남긴 준혁이 바둑교실을 나왔다.
“기원이라...”
준혁은 코디네이터의 충고대로 기원에 가보기로 했다. 어차피 지금 돈으로 바둑교실에서는 어떤 강좌도 들을 수가 없었다. 밑져야 본전이니 기원으로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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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준혁이 기원의 문을 열었다. 사거리의 좋은 목에 있는 건물 2층에 있는 행운기원이라는 곳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매캐한 담배연기가 그의 코를 자극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둑을 두는 사람들 모두 담배하나씩은 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든 시선이 준혁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바둑을 두고 있던 노인 하나가 카운터를 보며 소리쳤다.
“저런 어린애가 기원엘 다오네? 알바야. 너 아는 애냐?”
“아뇨. 처음 보는 앤대요?”
카운터에 있던 키큰 남성이 노인에게 대답하고는 준혁에게 다가왔다.
“꼬마야. 무슨 일로 찾아왔니?”
직원의 말에 준혁이 대답했다.
“바둑을 배우러 왔다.”
부족한 필력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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