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화 프란체스카 비숍
안녕하세요. 마왕의 바둑을 시작합니다. 공모전 참가합니다.
10월의 어느날 준혁의 반.
가연이 준혁에게 물었다.
“준혁아. 우리 소목설가에는 언제 올거야?”
준혁이 대답도 하기 전에 지연이 가연에게 소리쳤다.
“잠깐. 계집. 뭐하는 짓이야?”
“뭐 하는 짓이냐니? 준혁이를 우리 집에 초대하려고 하는 중이잖아.”
“초대하는데 왜 어깨에 손을 올리는 건데?”
“내맘이야!”
그녀들이 설전을 벌이려고 할때 준혁이 말했다.
“조만간 가도록 하지.”
“후후. 약속한거다?”
지연과 가연이 언제나처럼 아웅다웅 하고 있을 때 최윤영과 지예슬은 힘없는 표정으로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아무래도 요즘 학교가 조용한듯 하네요.”
지예슬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지요. 우리 사천왕의 위용을 교내에 알릴만한 일이 없답니다.”
그랬다. 사천왕인 그녀들의 텐션이 떨어진 이유. 바로 무료함이었다.
이미 교내에는 사천왕인 그녀들에게 대결을 신청하는 학생은 없었다. 그녀들의 실력을 알기 때문이었다. 사천왕의 위용을 알리기 위해 분전하는 그녀들에게는 의욕이 떨어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녀들 뿐만이 아니다. 반 전체가 그러했다. 학부모 참관대국, 창설제등등 굵직한 행사는 이미 모두 끝이나버렸다. 그런이유로 반 전체가 약간은 침체된 분위기에 들어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조회시간까지 그런 분위기는 이어졌다.
담임인 성진수는 들어오자마자 축 쳐진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아이들에게 소리쳤다.
“자. 다들 일어나거라. 조회시간이다. 엣헴.”
성진수의 말에 자고 있던 아이들이 하나 둘 일어났다. 아이들이 모두 일어난 것을 확인한 성진수가 말했다.
“음 오늘은 말이다. 교환학생으로 온 아이를 소개해주려고 한다. 자. 프란체스카. 들어오너라.”
드르륵
성진수의 말이 끝나자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학생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오오!”
“뭐야?! 이거 실화냐?”
그녀가 교탁까지 걸어오기도 전에 남학생들은 난리가 났다. 그럴만도 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는 엄청난 미소녀. 물론 그들의 반에는 이미 과잉공급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미소녀들이 많이 있어서 남학생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하지만 다다익선이라고하지 않은가. 좋은 건 많을수록 좋다.거기다 지금 들어오는 소녀는 여기 있는 다른 소녀들과는 다른 느낌이 있다.
그 이유는 바로 금발. 물론 지예슬도 금발이지만 그녀는 염색의 금발이었다. 그 인종 자체는 한국인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 들어오는 미소녀는 이미 이목구비부터가 뚜렷하여 마치 인형이 살아 움직이는 듯 했다. 이국적인 미소녀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거기다 풀어헤친 금발은 뭇 남학생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프란체스카가 교탁에 도착하자 성진수가 말했다.
“프란체스카는 영국의 체스명문가인 비숍가에서 교환학생으로 왔단다. 며칠간 같이 지낼테니까. 다들 잘 대해주도록 해라. 아. 프란체스카. 아이들에게 자기소개를 해볼테냐?”
성진수의 말에 그녀는 드레스 단을 두손으로 잡은 뒤 살짝 무릎을 굽혔다 펴 긍정의 의미를 내비친 뒤 입을 열었다.
“프란체스카 비숍.”
짤막한 한마디. 그녀는 자신의 소개로 자신의 이름만을 말했다. 하지만 남학생들에게 그런 것은 사소한 일에 불과했다. 이미 그녀의 매력에 빠져버린 아이들은 그녀의 그런 소개조차 시크한 매력이라고 자체 보정하여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그녀의 등장에 눈을 반짝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호오. 비숍가문이라. 비숍가문이라면 체스 명문가이지요.”
“그렇지요. 그런 그녀를 상대로 승리한다면 사천왕의 위용을 다시금 교내에 떨칠수가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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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쉬는 시간. 아이들은 이국의 미소녀를 보고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마치 인형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녀는 자리에 앉자마자 자신의 책상에 체스판을 꺼내놓았었다. 그리고 말을 하나하나 올려놓고는 그저 체스판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행동은 쉬는 시간에도 이어졌다.
그녀의 행동에 호기심이 생긴 아이들은 그녀에게 다가가 물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바로 사천왕이다. 그녀들의 얼굴을 확인 아이들이 모두 비켜주었다.
“프란체스카 비숍. 비숍가는 명문가이지요.”
“그렇답니다. 체스로 유명한 곳이지요. 프란체스카양 체스를 한번 두어볼까요?”
지예슬의 물음에 프란체스카는 그저 그녀를 응시하였다. 하지만 대답대신 다시 자신의 체스판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래도 대전을 꺼리는 모양. 그녀들은 대전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에게는 대전을 하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사천왕의 자존심이었다.
“흐음. 대전을 하기 싫어하는 것 같네요.”
“그렇군요. 아무래도 어떤 사연이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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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되었다.
“준혁아 밥먹으러 가자.”
준만이 그를 부른 뒤, 준혁을 불렀다. 그런데 준혁은 오늘 전학온 프란체스카 비숍이라는 여학생을 보고 있었다. 준혁은 고개를 돌려 준만에게 말했다.
“오늘은 혼자 먹도록 하지.”
그렇게 준만을 보낸 준혁은 프란체스카가 보고 있는 체스판을 다시금 보았다.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준혁이 그녀에게 물었다.
“킹이 없는 체스도 있는건가?”
그리고 그때 누구의 말에도 대답하지 않던 프란체스카 비숍이 대답했다.
“처음이야. 킹이 없는 체스란걸 알아본 사람은.”
그녀는 고개를 돌려 준혁을 보았다. 그리고는 물었다.
“체스 한판 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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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체스카 비숍. 비숍가문의 영애였다. 그녀의 아버지인 알베르토 비숍은 그녀에게 언제나 말했다. 여자는 왕이 될 수 없다고. 최고의 여자는 결국 왕의 옆자리인 왕비뿐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녀에게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체스를 잘하는 것이 아닌 체스를 가장 잘하는 남성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녀는 그런 아버지의 말이 싫었다. 자신이 평생 해온 체스. 거기에는 왕이 있다. 체스에서 전후좌우 대각선 팔방향으로 한칸씩만 움직이는 바보같은 기물이 바로 왕이다. 하지만 전방향으로 모두 움직이는것이 가능한 퀸이 그런 킹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말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왕을 뺐다. 그녀는 퀸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체스판에 킹은 없다. 그녀는 그녀 자체로 퀸이자 킹이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는 눈앞의 남학생을 바라보았다. 일견 보았을 때 별볼일 없는 평범한 남학생. 왠지 눌러주고 싶다. 킹이 없냐고 그녀에게 묻던 그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체스판에 킹은 필요 없는 존재라고 말이다.
“어떻게 할거야. 나와 한판 둘거야?”
그녀가 재차 묻자 준혁은 미소지었다. 걸어오는 싸움은 피하지 않는다. 그것이 어떤 싸움이던 간에.
“한판두지.”
그렇게 준혁과 프란체스카와의 체스대국이 열렸다.
부족한 필력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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