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학부모 참관대국(2)
안녕하세요. 마왕의 바둑을 시작합니다. 공모전 참가합니다.
일주일만에 학교에 등교한 김학수는 연신 기분나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흐흐흐. 이거 정말 대단한데?”
일주일전 브로커를 통해 소개받은 자는 바로 능력자를 임의로 만드는 능력계발자였다. 다만 능력계발을 하는데에 있어서 예상치 못한 엄청난 고통을 동반하였지만 그것도 어제부로 끝이 났다.
그가 얻은건 초능력인 예지능력이었다. 남들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정보를 알게되어 그의 인지능력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심봉사가 심청이와 상봉하며 개안했을때의 느낌이 이러할까. 마치 새로 태어난 기분이었다.
다만 자신의 능력에 취해 기분이 업되어 있는 학수였지만 그가 본래 세웠던 목적은 잊지 않고 있었다.
‘강준혁. 후후후. 오늘이 네 마지막 등교가 될거다.’
그의 본래 기력은 7급. 거기에 예지안이라 이름붙인 그의 초능력까지 더한다면? 공식기전에서 50집 차이를 벌림으로써 강준혁을 오늘로 퇴학시기에는 충분한 기력차이가 날 것이었다.
강준혁을 퇴학시키고 나면 무엇을 할까. 그 다음 타겟은 다시 성준만이다. 감히 주제도 모르고 그 자신에게 항명을 했으니 말이었다.
김학수는 기다리던 교실에 준혁이 도착하자마자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
“후후후. 강준혁 약속은 잊지 않았겠지? 너에게 대국신청이다. 따라와. 교무실로 가지.”
학부모 참관 대국신청은 일반 대국과는 다르게 공식적으로 신청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김학수는 준혁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려 그를 불러냈다.
“좋아. 가지.”
준혁이 그를 따라나섰다.
그리고 그런 학수의 모습을 지켜보던 준만은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분명 이유없이 웃지는 않을 터.
준혁. 고마운... 친구. 평생 친구라는 것을 가져본적 없던 준만에게 준혁은 격의없이 다가와 친근하게 대해주었다. 준만은 처음사귄 친구의 승리를 진심으로 기원했다.
‘준혁아 꼭 이겨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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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끝났다. 교실분위기는 조용했지만 이미 그들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었다.
“와 대국이 오늘이구나. 학수랑 준혁이가 대국을 한다며?”
“맞아. 오늘의 메인매치잖아. 너희들 소문 들었지? 김학수 그 녀석 개인교습까지 받았다는거. 강준혁을 퇴학시키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나보던데 말야.”
아이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가연은 자신의 계획이 실패해서 아쉬워 하고 있었다.
“아. 이게 뭐야. 점심시간이 끝나고 학부모 입장이라니.”
그녀는 오늘 새벽부터 요리사를 닦달해서 무려 12첩 도시락을 가지고 왔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점심시간에는 학부모의 입장이 불가하였다.. 준혁의 부모님에게 점수를 따려던 앙큼한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듣던 지연이 불쑥 입을 열었다.
“흥. 계집 네 불순한 의도를 하늘이 알고 응징한 거다.”
“불순하다니? 그저 내 마음을 표현하는게 불순한 행동이야? 그러는 너야말로 뭔데? 왜 자꾸 내가 준혁이와 대화만 하려고 하면 끼어들어서 훼방하는거야.”
“그저 같은 반 급우를 파렴치한 너로부터 보호하는 것 뿐이다.”
“솔직하지 못하긴.”
그것으로 그녀들의 대화는 종료되었다.
그녀들의 기싸움은 현재진행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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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끝나고 하나 둘 학부모들이 강당에 모여 있었다. 학부모 참관대국 행사는 강당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거기에서 한 노인과 중년인은 뜻밖의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아니. 어르신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소목설가의 가주이자 국수타이틀의 주인인 설중원이 높임말 쓰며 정중하게 물었다. 그 노인은 바로 천원이가의 가주이자 기성인 이준후. 소목설가 가주의 높임말을 자연스럽게 받을 신분의 사람이었다.
“그러는 자네는 어쩐 일인가?”
“아이고 말도 마십시요. 저도 딸아이 때문에 왔습니다. 남편감을 찾았다면서 난리인지라 어떤 녀석인지 확인하러 왔습니다..”
“그것 참 우연이구만 그려. 나도 손녀가 마음에 들어하는 녀석이 있는 것 같아서 왔다네.”
몇몇 학부모들이 그들을 알아보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바둑명문가는 무소불위한 권력을 가진 자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소탈하게도 학부모 참관 대국을 관람하러 왔으니 놀란 것이었다. 물론 그들은 이미 그런 시선은 익숙했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서로 안부를 묻거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던중 설중원은 이진후가 한 말중 흘려듣지 못할 말을 듣고는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강준혁이라는 녀석을 보러왔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 우리 손녀가 좋아하는 것 같은 눈치다만 후후후. 우리 천원이가의 가족이되는 것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참이라네. 아참 자네 딸이 남편감이라고 데려오려던 남자아이는 누군가?”
이진후의 말에 설중원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말했다.
“그... 강준혁이라는 녀석입니다만...”
“강준혁? 설마 동명이인은 아니겠지?”
“아마도 그렇겠지요.”
잠시간의 침묵. 둘다 할 말을 잊었다. 마치 드라마에서나 보던 치정싸움을 그들의 딸과 손녀가 보여주고 있었으니 그러했다. 하지만 경험 많은 노인네 답게 이진후가 먼저 선수를 쳤다.
“음. 그러고 보니 자네. 딸이 남편감이라고 소개한 녀석이 누구여도 탐탁치 않다고 했었지? 그렇다면 우리 지연이의 배필로 삼아야 겠구만.”
뭔가 이상하게 돌아감을 느낀 설중원. 그는 즉시 이준후의 말에 반박했다.
“그럴리가요. 어떤 녀석인지 보고서 결정한다고 했을 뿐입니다. 그러는 어르신이야 말로 기억을 잃어버려서 천원이가의 자격에 어울릴것 같지 않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일이 이쯤 되면 자존심 싸움이다. 이미 그들의 머리속에 준혁이 누구든지 상관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핏줄과 이어줘야만 했다.
“나는 우리 지연이가 원하면 들어줄 생각이네. 우리 지연이가 사람 보는 눈이 좋거든. 자네가 양보하게나.
”그럴 수는 없습니다. 어르신이 양보하시죠.“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는 설전을 벌이던 그들은 대화를 중단했다. 어차피 더 말해봐야 소용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일이 성사되려면 당사자인 준혁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일. 이점에서는 서로 자신 있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자신의 손녀나 딸이 상대에게 떨어진다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들이 대화를 하는 동안 시간은 흘러 입장시간이 되었다. 강당 밖에서 학부모들을 안내하던 선생들이 시계를 보더니 학부모들에게 소리쳤다.
“자 이제 학부모들 입장 하십시오.”
선생의 입장안내에 학부모들이 강당안으로 입장했다. 그렇게 설전을 벌이던 이진후와 설중원은 입장을 했다. 그들의 손녀와 딸을 홀린 강준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서 말이다.
한편 강당에 입장하는 학부모들 중에는 준혁의 부모인 강석두와 서진숙도 있었다. 준혁의 말대로 그들은 점심시간쯤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입장하면서 서진숙은 아까 선생에게 들었던 내용을 남편인 강석두에게 이야기해주었다.
“여보 우리 준혁이가 학부모 참관 대국 대국자로 신청을 했다나봐요.”
“그래요? 아직 바둑을 배우는 중인데 괜찮을지 모르겠어요..”
혹시나 아들이 공식기전에서 져서 실망에 빠질지 몰라 걱정하며 그들은 강당으로 향했다.
부족한 필력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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