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사천왕(2)
안녕하세요. 마왕의 바둑을 시작합니다. 공모전 참가합니다.
“옥상에서 맞는 바람만큼 시원한건 없답니다. 거기에다 창공이 한눈에 들어온답니다.”
“그렇습니다. 푸른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넓어지는 기분이에요.”
자신만의 세계가 강해보이는 소녀들이었다. 소녀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자하니 준혁은 약간 번잡해지는 느낌이 들어 옥상을 내려가기 위해 문으로 향했다. 그러자 갈색머리 소녀가 다급하게 말했다.
“앗! 그러고보니 이렇게 우연한 장소에서 만났는데 이름도 물어보지 않았군요. 그렇지요?”
“그 말대로입니다. 이런 특별한 장소에서 우연히 만난만큼 서로 통성명은 하는 편이 좋겠지요.”
그녀들의 말에 잠시 한숨을 내쉰 준혁이 말했다.
“강준혁이다.”
이말을 남긴 준혁이 문을 열고 옥상을 내려갔다.
덩그러니 남겨진 그들. 갈색머리 소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음. 그러고보니 우리 이름을 이야기 하지 않았군요.”
“그렇네요. 하지만 그의 이름을 들었으니 다음번 만남에는 우리의 이름을 알려주면 되는 거랍니다.”
“무척 자연스러운 만남이었지요?”
“네. 아마 우리의 의도는 꿈에도 모를 것이에요.”
그녀들이 자신들의 연기에 대해 서로 칭찬의 말을 주고받을 무렵 옥상을 내려가던 준혁이 중얼거렸다.
“무슨 이유로 내게 접근을 한건지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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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지났다.
그날도 준혁은 식사를 하기 위해 가연과 지연 준만과 급식실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가연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며칠전부터 저 사람들 자주 보는 것 같지 않아?”
가연이 손가락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두 소녀가 서 있었다. 교복을 입은 갈색머리 소녀와 체육복을 입은 금발머리 소녀였다.
준만도 가연의 말에 동조하며 말했다.
“그러고보니 자주 본 것 같긴 해. 식사시간이 맞는 건가?”
마치 뭔가에 몰두하듯 딴청을 피우던 두 소녀는 준혁일행이 가까워 지자 어색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호오. 우연히 이곳에서 다 마주치는 군요.”
“벌써 다섯번째 만남이에요. 이정도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고 해도 될 정도랍니다.”
그녀들을 바라보던 준혁은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내게 용건이 있다면 말하도록.”
준혁의 말에 그녀들은 그제서야 자신들의 계획이 들킨것을 눈치챈듯 회의에 들어갔다. .
“쳇 아무래도 계획은 실패인듯 하군요.”
“그런것 같습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통찰력이 대단하군요. 이렇게 된 이상 단도직입적으로 나가야겠군요.”
그런 그녀들의 대화를 듣던 가연이 말했다.
“쟤들 상태가 좀 안 좋은 것 같은데? 누군지 알아?”
가연의 물음에 지연이 대답했다.
“저래 보여도 저 둘이 우리 학교에서 레이팅이 제일 높은 사람들이야.”
“에에? 저 모잘라보이는 사람들이?!”
가연이 그녀들의 정체를 듣고 놀라고 있을 때 그녀들이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강준혁 당신. 우리 사천왕의 일원이 되세요.”
“사천왕?”
준혁은 처음 들어보는 듯한 단어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 교내의 소문에 조금만 귀를 귀울여도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준혁은 그런데에 관심이 없었기에 알지못했던 것이다.
다만 지연은 그녀들의 말 뜻을 알아듣고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사천왕이라니? 준혁이는 프로 바둑기사가 될 재목이야. 사천왕이 되는건 재능을 낭비하는 짓이야.”
“사천왕? 그게 뭐지?”
중원고등학교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사천왕에 대해 알지 못했던 가연에게 준만이 설명해주었다.
“사천왕은 바둑,장기,체스, 포커 네가지 전공에서 모두 공식대결 승률 상위 5%에 드는 두뇌스포츠의 강자를 뜻해. 사천왕의 구성원은 저 두명인데 갈색머리 소녀가 최윤영이고 금발머리 소녀가 지예슬이야. 그리고 저 둘은 각각 교내의 학생회장과 부회장을 맡고 있어.“
“에엣?! 저런 모자라 보이는 사람들이 회장과 부회장? 학교가 용케 망하지 않았네?”
그런 가연의 말을 들은 그녀들이 말했다.
“정말 버릇 없는 사람이군요.“
“그렇습니다. 우리처럼 교양있는 여성들은 저런 언행은 하지 않지요. 하지만 어차피 우리의 목적은 그녀가 아니니 신경쓸필요가 없답니다.”
“후후후 그렇지요. 우리의 목적에 충실하도록 하지요. 저 키 작은 학생이 우리의 소개를 대신 해주었군요. 그렇답니다. 우리가 바둑, 장기, 체스, 포커 네가지 전공에서 상위 5%안에 드는 사천왕이랍니다. 강준혁 당신이 여러 전공에서 뛰어나다는 소문은 들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교내의 기록을 갈아치웠지요. 하지만 우리의 뒤를 이을 인재가 부재했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이렇듯 발로 뛰며 사천왕이 될 인재를 찾아나선 것이지요. 강준혁. 당신은 우리 사천왕의 일원이 되어야 합니다. 한가지 전공을 하기에는 그 재능이 아깝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일원이 되는 겁니다.”
“그렇답니다. 우리와 같은 미모의 소녀들과 함께 할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랍니다.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하는 거지요.”
자신들의 미모를 자신하는 그녀들. 하지만 그곳에는 그들만큼이나 미모에 자신있는 소녀들이 있었다.
“계집. 이번만큼은 연합이다.”
“훗. 그럴수밖에 없겠네. 교양없는 여성이라는 말을 듣고 참을 수는 없지.”
이지연과 설가연. 그녀들이 사천왕. 갈색머리의 소녀인 최윤영과 금발머리의 소녀인 지예슬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지연이 팔짱을 낀채 그녀들에게 말했다.
“멀티플렉스. 그 제안은 기각이야!”
“당신들은 이 대화에 왜 끼는 것이지요? 이것은 우리와 준혁군과의 대화랍니다.”
“그렇답니다. 당신들은 그저 지금처럼 바둑에 열중하면 되는 거에요.”
“급우가 나쁜 길로 빠지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어! 당신들이 아무리 학생회의 임원이라고 해도 이것은 월권이야.”
“훗. 그렇게 나오는군요. 그렇다면 할수없군요.”
“서로의 뜻이 상충한다면 답은 하나지요. 공식대결을 통해 승부를 내도록 하지요. 이기는 사람의 말을 따르도록 말이에요.”
준혁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그들은 벌써 어떤 종목으로 겨룰지에 대해 논의 하고 있었다. 가연이 먼저 제안했다.
“후훗. 이런 공식대결에는 역시 1등급 두뇌스포츠인 바둑만한게 없지. 안그래?”
하지만 바로 사천왕의 반박이 이어졌다.
“그것은 기각입니다. 바둑명문가를 상대로 바둑으로 승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지요.”
“그렇답니다. 다른 종목으로 하도록 하지요. 포커는 어떤가요? 운적인 요소가 많기때문에 적절할듯 하군요.”
“흥! 그것도 안돼! 그쪽은 사천왕이잖아. 당신들이 유리한쪽으로 종목을 결정하지 말라구!”
그렇게 그녀들이 갑론을박을 하고 있을 때였다.
“어라? 너희들 여기서 뭐해?”
준혁일행을 보고 다가오는 한 소녀가 다가왔다. 바로 김하연이었다.
지연이 하연을 보고는 미소지었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큐브는 어때?”
그것으로 그들의 대결 종목은 결정되었다.
부족한 필력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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