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학부모 참관대국(3)
안녕하세요. 마왕의 바둑을 시작합니다. 공모전 참가합니다.
강당에는 학부모들을 위해 의자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정면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대국자들이 들어가는 방음부스. 그리고 그 뒤쪽에 대국자들의 대국을 부스 천장에서 촬영하여 바둑판을 보여주는 대형전광판이 있었다.
그 전광판으로 인해 학부모들은 대국자들의 대국을 실시간으로 관람할 수가 있는 것이었다.
“자. 오늘의 첫 대국자 입장입니다.”
예정되어 있는 세번의 대국중 첫번째 대국은 정윤수 10급과 최영진 9급의 대국이었다. 둘다 중원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었다.
대국자들이 무대 뒤에서 등장하자 학부모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그리고 기자들이 플레쉬 세례를 퍼부었다.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학부모 참관대국따위에 수많은 기자들이 관심을 가지는게 놀라운 일이지만 그것이 중원고등학교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이 중원고등학교는 두뇌스포츠의 인재풀이라는 의미에서 엄청난 곳이었다. 말 그대로 프로를 찍어내듯 양성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때문에 지금 찍고있는 대국자들중에 장차 프로기사가 나올 수도 있만큼 기자들의 관심도는 높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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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대국이 성황리의 종료되고 드디어 메인매치가 남았다. 바로 강준혁과 김학수의 대국. 그들의 대국이 메인매치로 선정된 이유는 바로 학생들의 관심도 때문이다. 미리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가장 높은 관심도를 얻게되어 학부모 참관대국에서 메인매치로 펼쳐지게 된 것이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강준혁이 대국할 차례가 되자 이진후가 말했다.
“드디어 나오는구만. 어떤녀석인지 궁금하네 그려..”
“그러게 말입니다.”
설중원도 그 말에 동감했다. 과연 준혁이 그들의 손녀와 딸이 경쟁할만큼 대단한 녀석인지 두눈으로 확인할 생각에 기대가 되었다.
“자. 이번 학부모 참관대국의 메인매치는 강준혁 13급과 김학수 7급입니다. 선수입장.”
이윽고 사회자의 소개멘트와 함께 대국자인 강준혁과 김학수가 등장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이번에는 학부모들 뿐만 아니라 학생들쪽에서도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그만큼 학생들은 이번 매치에 기대가 컸다.
준혁은 기억을 잃기 전 천재라고 불리었지만 바둑에 흥미가 없었는데 기억을 잃은 뒤에 다시 바둑을 배우고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준혁의 대국자인 김학수는 공인 7급의 실력자였다. 7급정도되면 자신만의 기풍이 확실하게 확립되는 시기다. 거기에다 김학수는 개인교습까지 받았다고 알려져 있었다. 분명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김학수가 유리하다. 그만큼 바둑이라는 두뇌스포츠는 포석이나 그 변화등을 많이 알수록 유리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학생들은 반반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준혁이 기억을 잃기전의 능력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대국 내적인 요소들 뿐만 아니라 외적인 요소들도 흥미포인트중에 하나였다. 소문에는 김학수가 준혁을 퇴학시키기 위해 50집 이상차이로 이겨버리겠다고 했다는 말이 있었다.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 때문에 학생들은 무척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앞으로 이어질 대국을 기대하였다. 다만 그들의 대국을 흥미로운 표정이 아닌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바로 준혁의 패밀리라고 알려진 지연, 가연, 준만이 그들이었다. .
“강준혁. 꼭 이겨야돼.”
“이번 만큼은 네 말에 동감이야.”
언제나 티격태격 하는 지연과 가연이었지만 이순간 만큼은 한 마음이었다
한편, 강당의 뒤에서 등장한 준혁과 학수는 앞으로 나와 서로를 마주보았다. 그 모습이 마치 격투기 시합을 하기 전에 서로 기세싸움을 하는 듯 했다. 학수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드디어 네 녀석과 대국을 두는구나. 후후후. 오늘이 이 학교에서 마지막이 될거야. 잘 기억해둬.”
학수는 자신의 승리를 자신했다. 만의 하나. 억의 하나의 가능성마저 차단하기 위해 자신이 그런 고통을 감내하고 능력계발을 한 것이 아니었던가.
그는 고개를 돌려 학생들 쪽을 바라보았다. 준혁을 퇴학시키기로 결정한 원인인 지연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오늘 그가 처음 본 가연도 있었다. 그는 그렇게 예쁜 미소녀들인 그들이 둘 다 강준혁에게 관심있다는 사실이 심기가 불편했다. 그렇기에 오늘 대국에서 준혁을 더더욱 처절하게 뭉게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그녀들의 준혁에 대한 관심을 자신에게 가져올수 있다는 망상을 하면서 말이다.
“그것은 두고보면 알겠지. 다만 나는 걸어오는 싸움은 피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긴다.”
준혁은 가볍게 말했다. 하지만 그 의미는 가볍지 않았다. 그가 한말중에 지켜지지 않은 것은 없었으니까 말이다.
“자. 그럼 선수들 부스로 입장.”
그들이 방음부스로 들어간 뒤 돌가리기를 시작했다. 학수가 한웅큼 돌을 집었다. 준혁이 돌 하나를 올려놓았다. 홀수를 택했다.
학수가 손을 펴 돌의 갯수를 헤아렸다.
“7개로군이로군. 네가 선이다.”
이로써 흑과 백이 가려졌다. 준혁이 흑, 학수가 백이었다.
-흑 강준혁 13급과 백 김학수 7급의 대국을 시작합니다. 대국자들 인사.
안드로이드 로봇이 안내멘트를 시작했다. 공식기전에 빠지지 않는 이 안드로이드 로봇은 공식기전의 기보저장은 물론 심판의 역할까지 했다. 안드로이드 로봇의 안내멘트에 따라 준혁과 학수는 내키지는 않지만 서로를 향해 인사를 했다.
“잘 부탁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준혁의 흑 선수로 드디어 기다리던 메인매치가 시작되었다. 준혁의 첫 착수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언제나와 같은 선택이었다.
탁.
‘우주의 중심은 나다.’
첫 착수는 천원.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준혁의 아이덴티티였다.
‘제정신이 아니로군. 실리를 챙겨도 모자를판에 천원? 나를 성준만과 동급으로 보는거냐? 후후후. 보여주지. 이 예지안과 기력의 조화가 어느정도인지 말이야.’
준혁의 천원 초수를 비웃으며 김학수가 응수했다.
탁.
학수의 첫수는 우상귀 소목이었다. 학수의 선택은 실리적이었다. 아니 누구라도 귀에 먼저 둘 것이었다. 귀,변, 중앙중에 가장 집으로 연결되기 쉬운 쪽이 귀였으니까 말이다.
첫수 교환을 두고 이진후가 감탄하며 말했다.
“재밌는 녀석이구만. 초수천원이라니 말이야.”
문득 파이썬과 대결을 하기 위해 떠난 그의 아들이 떠오른다. 그와 대결을 하던 그의 아들 이성혁은 언젠가 수천년동안 이어져 보완된 정석이 완전하지 않다고 말했었다. 물론 계속 수정이 되는 부분이기에 그러했지만 그런 부분을 넘어서 근본적인 포석의 개편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아직 인간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포석과 변화들이 무궁무진하게 많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런 포석들 중에서도 이성혁이 집중적으로 연구하던 포석은 바로 천원포석. 첫 10수안에 천원에 두는 포석이었다.
아들은 자신만만하게 그에게 말했었다. 언젠가 천원이 재평가 받을 것이라고 말이다.
아들의 대한 기억을 떠올리던 이준후는 속으로 생각했다.
‘천원에 초수를 두는 자는 두가지 부류다. 하나는 바둑에 대해 기본도 모르는 18급 이거나 다른 하나는 바둑의 페러다임을 바꿀 선구자가 되거나. 강준혁. 네놈은 어느쪽이 될테냐.’’
이준후는 준혁의 다음 수를 기대하며 계속해서 대국을 지켜보았다.
부족한 필력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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