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준만의 사정. (수정)
안녕하세요. 마왕의 바둑을 시작합니다. 공모전 참가합니다.
수업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
준혁의 교실에서 한 아이가 준혁이 김천수에게 했던 말을 흉내내고 있었다.
“하지만... 바둑이 조금 더 재미있어. 그저 그뿐이다. 캬. 간지점수 100점 드리고요.”
“나도 그 부분에서 지렸다. 나같으면 될지도 안될지도 모르는 바둑을 하느니 김천수 쌤따라서 장기프로에 도전할텐데. 천수쌤 은사면 프로 아니야? 말하자면 프로가 키워준다는 거잖아 그런데 그걸 거절하고 그 대사를 쳐버리네.”
수업이 끝나고 쉬는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준혁의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대체적으로는 김천수가 한 제안을 거절한 것이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김천수의 제안은 준혁에게 자신의 장기은사인 정현훈 9단에게 준혁을 소개해줘 제자로 들이게 한다음 프로로 데뷔할수 있게끔 길을 열어준다는 제안이었다. 예전의 준혁라면 모르겠지만 기억을 모두 잃은 준혁이 바둑기사가 될 확률은 넉넉잡아도 1% 미만일 것이었다. 그렇기에 김천수의 제안은 더욱 달콤한 것이었을 것이다. 프로가 되면 말 그대로 미래가 보장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한데 준혁은 김천수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자신은 바둑이 더 좋다는 이유로 말이다.
이상과 현실. 예전 파이썬의 지배를 받기 전 인류의 어록에는 어릴때는 이상을 누구나 꿈꾸지만 점차 현실의 벽에 부딪쳐 감에 따라 이상과 멀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인류가 파이썬의 지배를 받은지 100년이 지난 지금. 이상을 꿈꾸는 사람은 없다. 파이썬의 통치에 의한 효휼적, 능률적 사고가 사람들에게서 꿈이라는 것을 없애버리는 정신적 거세를 해버렸기 때문이다. 애도 어른도 현실에 찌들어 있을 뿐 누구하나 자신의 이상을 현실의 앞에 두는 이는 없다. 한데 아이들은 오늘 자신이 진정 원하는 가치, 즉 이상을 위해 달콤한 현실을 뿌리치는 존재를 보았다. 현실대신 이상을 택한다. 일반인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들을 이렇게 부른다. 바로 영웅이라고. 준혁은 그렇게 아이들의 영웅이 되었다. 그리고 발없는 말이 천리간다는 속담처럼 준혁의 영웅담은 빠르게 전교에 퍼져나갔다.
한편, 아이들의 영웅이 된 준혁은 핸드폰에 온 문자를 보고는 소소한 기쁨을 맛보는 중이었다.
-대국금지기간이 끝났습니다.
"이제 대국을 둘 수 있겠군."
"대국 금지기간이 풀린거야?"
준혁이 중얼거린것을 어떻게 들었는지 이지연이 준혁에게 물어왔다.
"그렇다. 조금 전에 문자로 알림을 받았다. 그동안 배운 사활과 포석을 시험해 볼 수 있겠군.“
장기수업에 이어 이어지는 수업시간은 바로 자유대국 시간. 수업대신 다른 학생들과 대국을 벌이는 시간이었다 이 시간에는 단 한가지의 룰만이 있다. 대국신청을 거절 할 수 없다는 룰이 그것이다. 왜냐하면 이 자유대국 시간에 벌어지는 대국은 모두 안드로이드 로봇의 참관아래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공식기전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연방법에서 절차상 하자가 없는 공식기전 대국신청은 절대 거절 할 수가 없게 되어있다.
말하자면 진검승부를 벌이는 시간이랄까. 그리고 그것이야 말로 준혁이 원하는 바였다. 싸움은 언제나 그를 흥분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첫 상대로는 일주일전 9줄바둑에서 좋은 승부를 펼쳤던 성준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19줄바둑을 처음 대국을 하는 만큼 좋은 승부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과 좋은 승부를 벌였던 성준만이라면 19줄 바둑의 첫 상대로 손색이 없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우선 준혁은 준만에게 자신이 그에게 대국신청을 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대국신청을 한다면 연방법상에서는 거절 할 수 없는 것은 맞지만 지연에게 듣기로 사람들이 보통 대국신청을 할 경우에는 대국상대에게 먼저 양해를 구하거나 대국의사를 전한 뒤에 대국신청을 하는 것이 예의에 걸맞는 대국신청법이라고 들은 바가 있었다. 물론 원래의 준혁이라면 그런 사소한 것까지 신경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준혁, 그 정체성의 본질인 마왕은 모든 행위의 본질이 자기 자신의 정체성 보호 및 개체 유지, 즉 생존이었다. 다른 이들과의 관계가 나빠진다면 생존에 불리하다는 계산하에 준혁은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도 신경을 쓰는 중이었다.
이전 세계에서나 마왕이고 세계를 멸망시킬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지 이곳 세계로 넘어오고 나서는 행사할 수 있는 실질적인 물리력은 그저 비슷한 연배의 중학생과 비슷했던 것이다.
어쨌건 그러한 이유로 준혁은 준만에게 자신이 그와 대국신청하겠다는 의사를 전하려고 했다. 그런데 준만이 자리에 없었다.
“흐음...”
앞에도 뒤에도, 교실 복도에도. 준만은 없었다.
“누구 찾는 거야?”
갑작스레 준혁이 교실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지연이 물었다.
“아. 네 말대로 준만이에게 미리 대국신청에 대해 말해두려고 했다만 자리에 없는 듯 하군.”
“아까 성준만은 나가는 것 같은데...”
“그래? 어디쪽으로 갔는지 알고 있나?“
준혁의 말에 지연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가지 않는 편이 좋을거야.”
지연은 아까 준만이 학수를 따라 나가는 것을 봤었다. 김학수가 평소 준만을 괴롭히는 것으로 볼 때 이번에 데리고 나간 것도 그와 같은 행동을 할거라고 미루어 짐작해볼수 있었다.
준혁이 준만이를 찾아봤자 준만이는 자신이 괴롭힘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꼴이 되는 것이다. 교실내에서 학수와 준만의 관계가 갑과 을과 같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것 같군.”
자신의 앞에 있는 준혁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
학교 안 운동장에 있는 비품창고. 외진 곳에 있기 때문에 인적이 드문 곳이다. 그런데 그 인적이 드문 곳에 두 사람이 있었다. 바로 김학수와 성준만이었다. 둘의 관계는 전형적인 갑과 을의 관계였다. 성준만은 김학수에게 불려온 것이었다.
물리력 행사도 할 수 없는 이 시대인데 준만은 오늘도 김학수의 말을 거역할 수가 없었다. 만약 거절한다면 김학수는 그의 레이팅을 떨어뜨리기 위해 김학수가 또 다시 대국신청을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존만아. 너가 해줘야 할 일이 있다.”
"내,내가 해줘야 할 일이라니...?
김학수가 자신의 이름을 존만이라고 바꿔 부르며 조롱했지만 준만은 그부분 보다는 김학수가 자신에게 해줘야 할 일이라는 말에 더 관심이 갔다. 김학수 하는 부탁을 가장한 협박은 보통 난감한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김학수는 곧 본론을 꺼냈다.
"강준혁한테 대국신청을 해."
김학수는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 원래는 대국금지기간이 풀리자마자 자신이 직접 강준혁에게 대국신청을 할까도 생각했었다. 자신은 아마 7급에 해당하는 실력이었기에 기억을 잃어버린 준혁정도는 그냥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금 전 강준혁이 장기수업시간에 의외의 활약을 하자 그에 대한 경계심이 슬며시 올라왔다. 그래서 다시금 강준혁의 실력을 파악해보기 위해 일주일전 그랬던것처럼 성준만을 시켜 준혁의 현재 실력을 알아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 이번에도 내가 대국을 해야되는 거야?"
"잔말말고 해라. 안하면 알지?"
김학수는 준만이 자신의 명령을 감히 거절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김학수는 준만이 자신의 말에 거역할 때마다 그에게 집요하게 대국신청을 해서 괴롭혔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김학수의 예상이 어긋나는 일이 발생했다.
"잠깐. 나 더 이상 네 명령을 듣지 않겠어."
준혁의 기력을 측정해야 하는 성준만이 그의 명령을 거부한 것이었다.
쿵
예상치 못한 성준만의 거부에 김학수는 나가려던 것을 멈추고 성준만의 앞으로 돌아왔다.
"존만아. 내가 잘못들은건 아니지? 다시 한번 말해볼래?"
부족한 필력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세요.
- 작가의말
ㄴ
Commen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