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전학생 마왕을 찾아오다.
안녕하세요. 마왕의 바둑을 시작합니다. 공모전 참가합니다.
“계집 네가 여긴 어쩐 일이지?”
지연이 놀란 표정으로 가연을 보고 물었다. 그녀들은 바둑 명문가 교류로 인해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물론 안다고 해서 친한건 아니었다.
“호호호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야.”
이렇게 말한 그녀는 교탁에서 나와 누군가에게 다가갔다. 그 누군가는 바로 그녀와 어제 대국을 했던 인물인 준혁이었다. 그녀는 준혁의 두눈을 응시한 채 입을 열었다.
“우리 곧 다시 만난다고 했었지. 강준혁. 너를 만나러 왔어.”
“나를?”
갑작스런 상황전개에 반 아이들 모두 벙찐 얼굴이 되었다. 미소녀 전학생이 갑자기 준혁을 만나러 왔다니. 남자들은 부러운 눈으로 여자들은 시샘의 눈으로 그들을 보며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지켜보았다.
“어제 일은 잊을 수 없을 만큼 즐거웠으니까.”
“우오오오오오!”
“강준혁 저녀석 어떻게 저런 미소녀랑 알게 된거야?”
가연의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발언에 반 전체가 공분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흥분한 사람이 있었으니.
“강준혁 네놈! 저 계집이랑 어제 무슨 파렴치한 짓을 저지른것이냐?”
가연의 말을 듣던 지연이 흥분해서 준혁을 추궁하기 시작했다. 준혁은 그저 있는 그대로 대답했다.
“딱히 파렴치한 짓은 하지 않았다. 다만 대국을 두었을 뿐.”
“호오? 지연이 너 준혁이와 친해보이네?”
가연의 물음에 지연이 급히 말을 더듬으면서 부정했다.
“무,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강준혁과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 그저 같은 반 급우일 뿐이라고.”
“그래? 아무 사이가 아니라면 다행이네. 그렇다면 네 자리에 내가 앉아도 되니?”
"응?"
예상외의 말에 지연이 당황해 할때 가연이 폭탄선언을 했다.
“나는 강준혁에게 관심이 있거든.”
이렇게 말한 가연은 준혁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준혁의 책상에 걸터앉아 준혁을 위아래로 훑으며 그녀가 말했다.
“어제 대국이 두고 난 뒤에 깨달았어. 너야말로 내 옆자리에 어울리다는 것을 말이야. 어제 너에 대해 조금 알아봤어. 기억을 잃었다지? 바둑을 공부하려면 환경이 중요해. 기원에서는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가 없어. 네가 원한다면 소목설가에 있는 기사들에게 배울수 있도록 도와줄게. 나와 함께한다면 소목설가에 있는 모든 것들은 너의 것들이 될거야. 나를 포함해서 말이야.”
소목설가이기에 혹은 태생적 한계, 샤먼이기 때문에 아니면 그 둘다 해당되기에. 그러한 것들이 모두 그녀의 행동을 제약하는 무형적인 틀. 혹은 족쇄였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은 자유. 그것이 어떤 것이든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을 말이다.
그러기 위해 중요한 것은 정점에 서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있었다. 그녀 자신이 태생적 한계에 있던 정유의 한을 풀고 정점에 서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어제 준혁과의 대국으로 깨달았다. 진짜 정점에 오를 자질이 있는 사람들은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그녀는 준혁을 원했다. 그녀가 본 사람들 중에 정점이 될 만한 확률이 가장 높아보이는 사람이 바로 준혁이었으니까.
한편, 가연의 철판을 두른 듯한 발언에 지연은 열이 올랐다. 정말이지 언제봐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계집이었다. 그녀가 새빨개진 얼굴로 가연에게 소리쳤다.
“너, 너 지금 하는 말들이 무슨 의미인줄 알면서 말하고 있는 거야?”
“그럼. 난 그 어느때보다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걸.”
이렇게 말한 가연은 준혁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이것은 유혹의 눈길. 가연은 정유에게서 바둑에 대한 것만 배운 것이 아니다. 남자의 마음을 애태우게 하는 방법도 배운 것이었다.
준혁의 책상에 걸터앉은채 준혁을 바라보는 가연에게 담임인 성진수가 조용히 말했다.
“저... 가연아. 이성교제도 좋고 다 좋은데 말이다... 지금 수업시간이란다.”
“호호호. 제가 깜빡 잊고 있었네요.”
가연이 걸터앉은 준혁의 책상에서 내려오자 성진수가 한차례 헛기침을 한 뒤 가연에게 말했다.
“가연이는 어디에 앉고 싶니?”
물어보고 말 것도 없었다.
“저기 준혁이 옆자리요.”
가연이가 가리킨 자리는 바로 준혁의 옆자리인 지연의 자리. 가연이 자신의 자리를 지목하자 지연이 발끈해서 일어서며 말했다.
“여긴 내 자리야. 그리고 무슨 파렴치한 짓을 하려고 강준혁의 옆에 앉으려는 거지. 계집?”
“파렴치한 짓이라니? 아직은 그런 짓은 한 적이 없어. 물론 결혼하고 나서는 모르지만 말이야. 그러는 너야말로 왜 강준혁의 옆에 앉으려고 하는거야? 이 자리에 꼭 앉아야만 할 이유라도 있는거야?”
“그...그것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양보해줄래? 나는 준혁이와 친해지고 싶으니까."
그런데 그때 침묵하던 준혁이가 입을 열었다.
“지연은 내가 바둑을 둘 때 조언을 해주고 있다. 지연이 먼곳으로 가면 아쉬울듯 하군.”
"흥! 들었지 계집? 너는 다른 곳에 앉도록 해."
하지만 가연은 아랑곳 하지 않고 준혁을 향해 말했다.
“그래? 그렇다면 나도 준혁이 네가 바둑을 두는 것을 도와주도록 할게. 그러니까 네 옆에 앉을거야.”
“와.... 저런 미소녀들이 준혁이에게 목을 매다니? 나랑 어디가 다른거지?”
“궁금하면 거울을 봐.”
아이들은 가연과 지연이 준혁의 옆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설전을 벌이는 장면을 보고 놀라워했다.
학수가 보고 있었다면 피눈물을 흘릴 상황. 하지만 아쉽게도 그는 없었다. 그는 준혁과의 대국을 준비하기 위해 특훈중이었다. 학교에서는 배울것이 별로 없다는 오만한 생각으로 개인교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차라리 나았다. 만약 이 자리에 있었다면 다른 남자아이들처럼 심리적 박탈감에 휩싸였을테니 말이다.
그렇게 갑론을박하던 그들. 결국 타협점을 찾았다. 지연은 그대로 그 자리에 앉는 대신 가연이 준혁의 반대편에 책상과 의자를 끌고와 앉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세명이 짝이 되버린 꼴이었다.
조회시간이 끝나고 대국시간 여느때처럼 준만과 대국을 두려고 그와 약속을 했다. 그런데 준혁의 자리에 가려던 준만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준혁의 옆에 앉은 가연과 지연의 신경전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당사자인 준혁은 시야 밖이기도 했고 그런데에는 무신경했기에 잘 몰랐지만 그의 반대편에 있는 준만에게는 그런 상황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약간은 소심과에 속하는 준만에게 그런 상황은 절대 감당하기 무리였다. 준만이 머리를 긁적이며 준혁에게 말했다.
“준혁아. 내 자리쪽으로 와서 둘래?”
준만의 말에 준혁이 승낙하고 그 둘이 준만의 자리로 향했다. 준혁이 있을 때 눈빛교환만 하던 둘의 입이 드디어 열렸다.
“부끄러움도 모르는 계집같으니.”
“애교라곤 찾아볼 수 없는 주제에. 거기다가...”
말을 하던 가연이 자신의 가슴을 한차례 본 뒤 시선을 지연의 가슴쪽으로 돌려 쭉 훑어보았다. 그런뒤에 아무말 없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 눈빛은 뭐냐 계집?!”
“흥.”
그녀들은 서로 한마디도 지지 않고 으르렁 거리다가 누가 먼저라고 할것도 없이 등을 돌렸다. 물론 그녀들이 설전을 벌인 원인을 제공한 준혁은 태평하게 준만과 바둑을 두고 있었다.
부족한 필력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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