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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마!

사회적 망나니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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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마
그림/삽화
13시 20분
작품등록일 :
2024.07.03 15:53
최근연재일 :
2024.07.30 13:29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8,782
추천수 :
714
글자수 :
174,434

작성
24.07.29 13:20
조회
378
추천
16
글자
13쪽

저를 가장 챙겨주시는 건 할아버지와 아빠뿐이에요

DUMMY

셋째 아들의 당돌한 제안.

이를 듣던 이용준 회장은 묘한 감정이 들었다.


‘이 녀석 보게. 이제 갓 10살이 된 녀석에게 이런 기백이 느껴지다니.’


흥미로웠다.

매번 사고를 쳐서 자신의 앞에서 벌벌 떨며 엉엉 우는 게 셋째 녀석의 이미지다.

그랬던 녀석이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양 대교가 무너진다고 했던 그 무렵인가? 원래라면 내게 매를 맞기 싫어서 투정을 부리던 녀석이 깔끔하게 받아들이겠다고 얘기를 했었지.’


맞다.

그 때부터인 것 같다.

자신의 아버지와 어울리며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해왔던 시기가.


고아원 살이를 시작으로.

미국 투자를 하겠다며 아버지께 돈을 빌리지 않나.

달동네에 다니지 않나, 미국에서 어떤 외국인과 친해져 있지 않나.

아니, 그 사람에게 몇 억을 투자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물론, 모든 과정에 아버지가 함께하셨다. 하지만, 항상 보면 일을 주도하는 건 요 녀석이야.’


자신의 아들이지만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는 녀석.

이용준은 그런 아들 녀석이 걱정되면서 한 편으로는 기대가 됐다.

그러한 이유로 셋째 아들이 내건 제안에 한 번 어울려 보자는 생각을 했다.


“이준호, 지금 네가 어떤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 알고 있겠지?”

“네.”


망설임 없는 대답.

이용준은 이런 모습을 보이는 아들의 생각이 몹시 궁금했다.


“좋아, 그럼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한 번 들어보자. 나도 결정을 하려면 너의 근거를 알아야 하니까 말이야.”

“바라던 바에요.”


자신 있게 대답을 하던 녀석이 곁에 있던 최경섭 비서실장을 바라보았다.


“아저씨, 하나만 물어볼게요. 왜 아빠한테 투자금 회수를 하라고 제안을 한 거죠?”

“그게 말이다···.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해야 준호가 잘 알아들을까.”


최경섭은 무척 난감한 표정이다.

또래에 비해 좀 똑똑한 것 같다고 하더라도 아이는 아이.

그런 아이에게 투자금 회수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려니 난감해 하는 것이다.


이용준은 곧장 최경섭에게 괜찮다는 말을 꺼냈다.


“회장님, 준호가 알아듣기 어려울 겁니다.”

“괜찮대도. 이 녀석 겉은 귀여운 꼬맹이지만 속은 능구렁이처럼 알 수가 없어. 아마, 어려운 얘기도 다 알아들을 거야.”

“회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최경섭은 이준호에게 눈을 맞추며 설명을 시작했다.

이용준에게 했던 말처럼 미국 경제와 크게 엮인 멕시코의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음과 그로 인해 미 증시가 타격을 입을 거라는 얘기였다.


이를 가만히 듣고 있던 이준호.


“그니까 아저씨께선 멕시코가 망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네요. 그게 미국에 큰 영향을 미치고요.”

“이전 사례를 보면 알 수 있지. 82년 멕시코가 모라토리엄(moratorium, 대외지불유예)을 선언하면서 미국 경제가 엄청 휘청였지. 물론,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악조건이 많았지만 멕시코 위기가 큰 영향을 줬다는 건 부정하지 않는단다.”

“하긴 맞아요. 그 만큼 미국과 멕시코는 서로 밀접한 관계죠.”


수긍하는 이준호의 모습에 최경섭은 살짝 놀란 표정이다.

꽤나 어려운 얘기였는데 핵심을 딱딱 짚는 걸 보면 그의 말을 대부분 이해한 듯 보였다.


“아저씨, 그럼 한 가지 더 물어볼게요.”

“어, 그래.”

“만약 아빠 투자금을 회수하면 어떻게 쓸 생각이세요? 가만히 놀 게 놔두진 않으실 테고.”

“하하, 그렇지. 아무래도···.”


잠시 고민을 하던 그가 답을 해왔다.


“일본에 투자하지 않을까. 일본의 엔화는 가치가 있으니까.”


이 말을 듣던 이준호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 미소와 다르게 입에서 나온 말은 굉장히 부정적이었지만.


“아쉽게도 탈락이에요. 아빠, 저는 투자금 절대 못 드려요.”



***



나의 선언을 듣고 아버지께서 물으셨다.


“이유가 뭐냐. 일본에 투자를 한다는 것 때문이냐?”

“그것도 이유 중에 하나에요. 여기 비서실장 아저씨께선 안타깝지만 잘못된 생각을 하고 계시거든요.”


현 시기는 1995년 2월.

조만간 이른바 ‘역플라자 합의’라 불리는 G7의 논의가 있게 된다.

세계 시장 질서를 지키기 위해 달러의 가치를 높이고, 엔화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게 주요 골자였다.


그 뒤로 엔화는 1달러당 100엔 수준으로 회복하면서 대한민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전역에 외환위기를 몰고 오게 된다.

나는 이 부분을 최경섭 비서실장에게 설명을 했다.


“그러니까···.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크게 떨어진다는 얘기냐?”

“맞아요.”

“허허, 준호야. 뭐든 관성이 생기면 그 추세가 쭉 가게 되기 마련이란다. 엔화는 10년이 넘도록 고점을 유지했어.”

“하지만, 외부 개입이 생긴다면요?”

“외부 개입?”

“강 달러가 필요해지는 미국과 과열된 엔화 열기를 가라앉히고 싶어 하는 일본의 니즈가 서로 맞아 떨어지는 거죠.”


이렇게 친절히 설명을 해줬어도 최경섭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해가 간다.

10년 간 강세를 유지해 온 엔화의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거라는 게 현재 우리나라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었기 때문이다.


뭐, 당장 이해를 하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

지금의 핵심은 아버지의 투자금 회수를 막는 것.

미국 증시가 충분히 안정적이라는 것을 입증하기만 한다면 투자금 회수는 없는 일이 된다.


“그리고 아저씨, 아저씨가 잘못생각하신 부분이 더 있어요.”

“어떤 부분이 말이냐?”

“아저씨께서는 멕시코의 위기로 미국 경제가 영향을 받는다고 하셨잖아요.”

“그렇지.”

“하지만, 이번엔 과거와 달라요. 미국 사람들도 과거의 경험을 무시하지 않거든요.”


과거 멕시코의 채무가 미국 은행의 대출로 이뤄졌던 때와 지금은 다르다.

현재는 전 세계 투자자들이 구매한 채권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과거와 달리 미국에 편중된 구조가 아니었다.


“게다가, 갈수록 경제는 어느 한 국가에 국한되는 게 아닌 세계화 되어가는 추세에요. 세계 경제 중심에 있는 미국이 자신에게 영향이 올 게 뻔히 보이는데 가만히 있지 않죠. 어떻게든 조치를 취할 거라고 생각해요.”

“···근거는 무엇이지?”

“멕시코 위기에도 여전히 떨어지지 않는 제 주식이요. 이건 미국이 멕시코 리스크를 잘 관리하고 있다는 방증이죠.”


나의 말을 모두 듣던 비서실장의 입이 떡 벌어졌다.

논리가 워낙 구체적이어서 뭐라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이 모습에 곁에서 토론을 듣던 아버지께서 나에게 한 말씀을 하셨다.


“그럴 듯한 말이야. 허나, 엔화 강세에 대한 외부개입도 멕시코에 대한 미국의 지원도 네 추측일 뿐이지. 세상을 살다보면 추측대로 일이 굴러가진 않는다.”

“그래서 제가 제안을 드렸잖아요. 만약 손해를 보면 제가 할아버지 돈으로 번 수익 모두 드린다고요.”


엊그제 시스코 시스템즈의 1주당 주가는 2.04달러.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1주당 주가는 11.25달러.

내가 모든 주식을 다 처분하면 각각 8,616,960 달러와 116,544,375 달러.

도합 125,161,335 달러가 되고 한화로 따지면 대략 1,000억 원 정도가 됐다.


수익률 1,000%.

세금과 수수료를 떼도 엄청난 돈을 벌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가 떨어져도 수익은 엄청날 것이고 나는 이 모두를 아버지에게 드린다고 제안을 한 것이다.


“대신 조건이 있다고 했지.”

“맞아요, 아버지가 가져가시는 투자금의 운용 수익이요. 비율을 조정해주세요.”

“얼마나 말이냐.”


나는 아버지 앞에서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었다.


“20%요.”

“20%? 이놈아, 수익의 50%를 주는 것도 엄청난 일이다. 그런데 그걸 줄여서 20%만 주겠다고?”

“마음 같아선 10%만 드리고 싶어요. 그래도 상대는 아빠잖아요. 넉넉히 20%로 챙겨드릴게요. 저도 제 모든 걸 다 걸었는데 이 정도는 해주셔야죠.”


나는 몇 개월 뒤에 마이크론의 주식으로 확실히 많은 수익을 거둔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아버지와 비서실장의 눈에는 치기어린 아이의 도박처럼 보였을 지도 모르겠다.


나를 만류하던 아버지께서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나의 제안을 승낙하셨다.


“이 놈이 계속 수익이 나니까 세상이 만만해 보이나 본데. 좋다, 네 제안을 승낙하지. 나중에 조건대로 수익을 모두 뺏겨도 아버지에게 칭얼대기 없기다. 알았나?”


칭얼대기는커녕 아마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침대 위에서 뒹굴고 있지 않을까.

나는 자신감 있는 태도로 아버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걱정 마세요.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쥐 죽은 듯이 있을 테니까요.”


물론,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거라 확신했다.



***



서재에서의 대화가 있은 직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변호사를 통해 아버지와 채결한 투자 수익 계약의 비율을 조정했다.

수익을 5대5로 나누는 비율에서 내가 8, 아버지가 2로 바꾸는 비율.

앞서 내가 제안 드린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떨어질 때, 내가 거둔 모든 수익을 아버지께 드린다는 특약도 추가가 됐다.


“이준호,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계약은 냉정한 법이다. 나중에 딴 말은 하면 안 된다.”


이번 기회를 통해 내가 현실의 냉정함을 깨닫기 바라신 모양이다.

아버지께선 전에 했던 말을 한 번 더 반복하시며 나의 다짐을 원하셨고.


“걱정 마시라니까요. 저는 오히려 아빠가 저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까봐 걱정이 되는데요.”


나는 배짱 있는 모습을 보이며 역으로 아버지를 살짝 도발했다.

허허 웃던 아버지는 내 머리를 가볍게 헝클이며 말씀하셨다.


“이놈아, 네 머리 꼭대기에 있는 아버지한테는 아직 한참 이른 말이다. 건방 떨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라.”


그래, 이때까지만 해도 아버지께선 본인이 내기에서 이길 거라 확신하셨겠지.

하지만 무게추는 점점 나를 향해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단기 외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던 멕시코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었습니다. 어제 IMF 이사회에선 멕시코에 516억 달러, 우리 돈으로 41조원 정도에 달하는 지원이 승인되었습니다.>


저 516억 달러 중 미국이 지원한 돈은 대략 200억 달러 정도였다.

멕시코 상황이 미국에 악영향을 끼치기 전, 외국환평형기금을 이용해서 사전에 위험을 차단한 것이다.


“이 덕분에 큰 위험은 넘은 것 같네.”


최경섭 비서실장이 예측했던 것처럼 멕시코의 위기는 미 증시가 하락하는 요인이 되었다.

하지만, 미국의 대처 덕분에 일시적인 현상으로 넘어갈 수 있었고 내가 투자한 시스코 시스템즈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여전히 순항 중이다.


그러면서 국내에 대서특필되는 기사들.


[美(미) 株價(주가) 사상최고치]

[해외주가 美(미)증시 활황 지속]

[美國(미국) 뉴욕증권시장 주가 최고기록 4,000 돌파]


슬슬 미국의 경제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며 주가는 연신 상승 중이다.

내가 투자한 시스코와 마이크론에도 이러한 분위기의 영향을 미치는 와중, 나는 새로운 학기를 맞이하게 됐다.


“자, 오늘은 얼마나 올랐는지 한 번 봐볼까?”


새로운 반에 배정받고 적응을 하면서도 여전히 나의 관심은 투자 보고서에 쏠려 있었다.

매일 같이 할아버지 댁에 방문하면서 그것을 살폈고.

시스코와 마이크론이 계속해서 우상향 하는 것을 눈에 담았다.


“허허, 준호가 투자한 돈이 날이 갈수록 오르는 구나. 요, 마이크론이 정말 효자야.”


할아버지 말씀대로 마이크론이 정말 효자다.

쏠쏠한 배당금과 함께 주가가 20달러를 훌쩍 넘더니 18~19달러 언저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시스코도 마찬가지다.

2달러 중후반으로 주가를 꾸준히 유지하는 중이다.

아버지와 최경섭 비서실장이 우려하던 그림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G7 극비회동 파리서 달러貨(화) 하락 논의]


큼지막한 헤드라인은 아니었지만 조그마하게 신문 한 켠을 차지한 기사였다.

그 내용은 서방선진7개국(G7)의 재무차관들이 파리에서 독일의 마르크화, 일본의 엔화에 대한 달러 가치 하락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은밀히 회동을 했다는 내용이다.


이를 보던 나는 조용히 승자의 미소를 떠올렸다.


“제 생각대로 흘러가네요. 아빠, 비율 배려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역시, 저를 가장 챙겨주시는 건 할아버지와 아빠뿐이에요.”


가르침을 주려다 오히려 당하게 된 상황.

이러한 말에 아버지는 굉장히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계셨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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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회사 기둥이 뽑힐지도 몰라요 24.07.30 300 15 15쪽
» 저를 가장 챙겨주시는 건 할아버지와 아빠뿐이에요 24.07.29 379 16 13쪽
26 그거 더 줄여주세요 24.07.28 441 15 16쪽
25 칭찬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24.07.27 485 15 13쪽
24 18센트에서 3000달러 +1 24.07.26 542 16 14쪽
23 당신은 정말 똑똑한 손자를 두셨어요 +1 24.07.25 563 20 14쪽
22 아직은 빡빡이가 아니네 +1 24.07.24 593 17 13쪽
21 저 이 사람 꼭 만나고 싶어요 +1 24.07.23 685 17 15쪽
20 내 아들 하는 게 어떠냐 +1 24.07.22 748 17 14쪽
19 달동네의 낮과 다른 밤 +1 24.07.21 757 18 15쪽
18 달동네 봉사활동 +1 24.07.20 841 19 15쪽
17 너 하는 거 봐서 +1 24.07.19 935 22 14쪽
16 그의 다짐 +1 24.07.18 1,018 27 13쪽
15 투자 확정 +1 24.07.17 1,050 24 14쪽
14 너는 도대체 정체가 무엇이냐? +1 24.07.16 1,070 26 13쪽
13 1993년 8월 12일 +1 24.07.16 1,079 25 13쪽
12 투자는 저와 할아버지가 알아서 할 게요 +1 24.07.15 1,084 26 14쪽
11 미국은 지금 저점이니까요 +1 24.07.14 1,085 31 13쪽
10 싹수가 보이는 셋째 아들 +1 24.07.13 1,113 29 14쪽
9 10억만 빌려주세요 +1 24.07.12 1,125 30 13쪽
8 너는 너무 잘났잖아 +2 24.07.11 1,184 27 15쪽
7 진심을 알려라 +2 24.07.10 1,314 29 14쪽
6 고아원과 아이들 +2 24.07.09 1,503 32 16쪽
5 준호 그 녀석이 내 은인이다 +3 24.07.08 1,570 37 13쪽
4 아버지 회사 망한다고 전해 드려 +1 24.07.07 1,653 37 13쪽
3 합격, 화해, 성공적 +3 24.07.06 1,714 42 13쪽
2 아빠, 보고 싶었어요! +1 24.07.05 1,844 39 12쪽
1 악령이 된 망나니 +2 24.07.05 2,102 4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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