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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마!

사회적 망나니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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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마
그림/삽화
13시 20분
작품등록일 :
2024.07.03 15:53
최근연재일 :
2024.07.30 13:29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8,770
추천수 :
714
글자수 :
174,434

작성
24.07.05 16:51
조회
2,101
추천
46
글자
12쪽

악령이 된 망나니

DUMMY

태국의 어느 폐건물.

그곳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밀던 사람들이 건물 안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으··· 왜 이렇게 서늘하지?”


어느 여성의 말에 곁에 있던 VJ가 말을 덧붙였다.


“그러게요. 바깥은 후텁지근한데 이 안은 에어컨을 켜놓은 것처럼 서늘해요.”

“한국이랑 완전 다르지.”

“태양이 너무 뜨거워서 얇은 긴팔 옷을 가져오길 정말 잘했다니까요.”


4월의 태국.

한국은 슬슬 온도가 올라가는 시기지만 태국의 날씨는 그렇지 않다.

이미 한여름처럼 낮에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고 밤에는 후텁지근한 열대야가 지속된다.


건물 외부든 내부든 그러기는 마찬가지인데, 이들이 들어선 이곳은 정말 시원했다.

마치 냉장고 안에 들어온 기분이랄까.


“자자, 잡담은 그만하고 집중해.”

“예, 감독님.”


차홍진 감독의 말에 작가와 VJ들이 그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한 사람은 빼고.


“잭도 이리 와요.”


현지 코디네이터인 잭이 입구 근처에 서서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다.

그런 그의 모습에 VJ 중 하나인 권수호가 그에게 손짓했지만 여전히 결과는 같았다.

오히려 그는 뒷걸음을 치며 두 손을 젓기 시작했다.


“가, 감독님.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안 되겠어요. 못 들어가요.”

“잭, 오기 전에 얘기는 다 끝냈잖아. 무조건 함께하기로.”

“그건 그랬는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아닌 것 같아요.”


그들이 찾은 이곳이 위험하기 때문에 무조건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하던 그였다.

하지만, 폐건물에 도착하자 그는 몹시 두려워하며 벌벌 떨고 있었다.

이 모습에 답답함이 차오르던 차홍진 감독에게로 곁에 있던 여성이 한 마디를 했다.


“됐어요, 그냥 그렇게 하라고 하세요.”

“괜찮겠습니까?”

“잭,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이거 받아요.”


그녀가 잭에게 다가가 건넨 것은 부적.

그것을 손에 쥐고 차에서 죽은 듯이 대기하라는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잭은 빠르게 차로 되돌아가 버렸다.


다시 차홍진 감독에게 되돌아온 여성은 미리 준비해 온 부적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잭이라는 친구는 일반 사람들에 비해 느끼는 친구에요. 그러니 저렇게 벌벌 떨 수밖에.”

“신녀님, 이곳이 그 정도 입니까?”

“그렇다니까요. 솔직히 말하면 위에서 나오는 무시무시한 원념에 온몸이 따가울 정도니까.”


신녀라 불린 이는 함께 한국에서 온 무당.

그녀의 말을 듣고 모두가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언니, 이곳의 영가가 힘이 센 거예요?”


잔뜩 긴장한 작가의 물음.

그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무당은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나도 잭처럼 돌아가고 싶을 정도야. 조금만 삐끗하면 이곳의 영가들에게 순식간에 홀려 큰일을 치를 수도 있겠어.”


이들은 심령/미스테리 관련 컨텐츠를 제작하는 SN스튜디오 사람들.

귀신이 나온다는 곳에 수도 없이 가보았고, 그와 관련된 경험 또한 많았다.

때문에, 지금 무당이 하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님을 인지하고 있었다.


잠시 말이 없어진 폐건물 1층의 로비.

이들의 리더인 차홍진 감독이 그녀에게 물었다.


“신녀님,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철수해야 해요?”

“안전을 위해선 그게 최선이긴 한데···. 또 타지에서 한국 사람이 그렇게 됐다고 하니까 적어도 고국으로 데려가서 천도를 시켜줘야 될 것도 같고.”


말을 하던 그녀가 차홍진에게 물었다.


“여기 영가 사연이 정확히 어떻게 돼요? 뭔가 억울한 느낌이 가득한데. 좀 특별한 사람이었나요?”

“특별하긴 특별했죠. 무려 재벌가 사람이었으니까요.”

“재벌가 사람이요? 아니, 어쩌다···.”

“이번 메인 주제가 그에 대한 겁니다. 신녀님께선 그 재벌가 사람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알아내주시면 됩니다.”


번성하던 이곳을 망하게 할 정도로 굉장히 무서운 악령이라는 말이 덧붙여졌다.

무당의 얼굴은 진지하게 변했고.

곧이어 그 위로 결심의 표정이 들어섰다.


“일단, 제 능력이 닿는 한까지 해보도록 하죠. 해외 촬영이다 해서 촬영비도 많이 들었을 거 아니에요. 저도 받을 만큼 받았고요.”

“그렇지만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무엇보다 안전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최대한 해 볼게요. 원래대로 김도령님이 오셨으면 딱 좋았겠지만 열심히 해봐야죠.”

“아휴,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그녀를 다독인 그가 박수를 치며 모두의 집중을 모았다.


“자자, 마지막으로 장비 점검하고. 다들 이상 없지?”

“예, 없습니다.”

“그럼 출발하자.”


무당을 필두로 그들은 내부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유명한 리조트였던 폐건물의 1층 로비를 시작으로 지하를 비롯해 2층부터 시작된 객실들을 모두 살펴보았다.


그렇게 한 층, 한 층 오르게 된 그들은 6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

진지한 표정을 한 무당이 긴장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다들 스톱. 여기서부터는 저 혼자서 올라갈게요.”

“신녀님, 그럼 촬영은···.”

“촬영이고 나발이고 당신네들 안전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일단, 내가 먼저 가보고 알려···.”


계단을 오르며 말을 하던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사라졌다.

어느새 뚝 끊긴 그녀의 목소리와 발걸음.

그녀는 계단 위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고, 얼마 가지 않아 입에 거품을 물며 뒤로 쓰러지기 시작한다.


“잡아!”


그녀가 뒤로 쓰러지기 시작한 곳은 계단 중간 쯤.

아무도 잡아주지 않는다면 크게 다칠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촬영을 제쳐놓고 모두가 그녀에게로 달려들었다.


다행히 그녀가 다치지 않도록 몸을 붙잡은 사람들.

그 중 차홍진은 무당의 얼굴을 보더니 빠르게 입을 열었다.


“촬영 접고 빨리 이곳에서 벗어난다!”


흰자가 보이는 눈에 거품이 가득한 그녀의 모습.

그의 외침에 모두들 일사분란하게 건물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



- 젠장, 말 좀 걸어보려니까 멋대로 기절하고 지랄이야.


기대가 과하면 내가 받은 실망감도 상당하다 해야 하나.

나는 이러한 상황에 욕지거리가 튀어나갔다.


정말 오랜만에 들려온 한국말을 듣고 그들을 마주하려던 방금 전.

나를 보자마자 넋이 나가 기절한 여자를 보았다.

같이 온 이들은 그 모습을 보고 재빠르게 건물을 빠져나갔고.


그 덕분에 나는 어떠한 하소연도 하지 못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 하···. 진짜 돌아버리겠네.


정말 답답해서 미쳐버리겠다.

우리나라도 아닌 머나먼 타국에서 죽은 것도 모자라, 이곳에 발이 묶여 꼼짝 없이 머물러야 하는 이 처지.


- 대강 10년쯤 됐나. 내가 술을 처먹고 저 난간에서 떨어져 죽은 지가.


같은 말로는 내가 이 지루한 타국에서 귀신으로 살아온 세월도 10년이라는 소리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렇게 긴 세월동안 나는 내가 처한 현실에 점점 더 열이 받고 억울한 마음이 가득할 뿐이다.


그래서일까.

이 지루한 생활을 조금이라도 잊기 위해 옛날 기억들을 쉼 없이 떠올리는 나였다.


- 엄마, 아빠는 잘 계시는지 모르겠네. 건강하게 잘 계시려나. 그래, 모자란 망나니 아들이 이젠 사라졌는데 즐겁게 지내시겠지.


남들이 말하길 나는 사이코패스에 미친 망나니였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왔고, 내 앞을 막는 놈이 있으면 욕을 하든지, 때리든지, 돈을 쥐어주든지.

어떤 방식으로든 내 앞길의 장애물을 없애오며 살아왔다.


그러다보니, 나는 어느새 천인공노할 사이코패스 미친 망나니로 불리게 되었고.

대한민국 굴지의 재벌 그룹을 이끄는 아버지께도 수많은 리스크를 안겨드리게 되었다.

어머니 또한 나 때문에 눈물을 흘리시는 날이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 누가 그랬지. 나 같은 쓰레기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게 모두에게 이롭다고. 그러니까 잘 된 거야. 하아··· 정말 잘 된 일이야.


입으로는 잘 된 일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되뇌었다.

하지만, 내 마음 속에 차오르는 공허함과 현 상황에 대한 억울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 사람이 죽으면 천국에 가는 거 아니었나? 아니지, 나 같은 망나니 자식은 지옥에 떨어져야지. 그런데 왜? 계속 이곳에 얽매이고 있는 건데. 누가 나 좀 어떻게 해달라고.


이런 하소연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해왔다.

하지만, 내 말을 들어주는 이들은 하나 없었고 다들 놀라서 기절을 하거나 도망치기 바쁘다.


- 그래도 나와 소통이 되는 놈들이 있긴 했는데. 한국으로 치면 무당이겠지. 그런데 어디 사이비 놈들을 데려왔는지 벌벌 떨면서 아무 것도 못하더라. 방금 그 여자처럼 뻗어버리거나.


이유는 모르겠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그나마 유추를 해보자면···.


- 내가 미친 악귀여서 아무도 못 건드는 걸지도 몰라.


나와 대화가 가능했던 무당 중에 한 놈이 이런 말을 해왔다.


‘당신은 살아오면서 수많은 업을 쌓고 저주를 받아왔다. 얼마나 인생을 잘못 살아왔으면 이런 기운이 묻어나오나.’


그와의 대화를 떠올리던 나는 또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 그래, 다 알았어. 나도 내가 쓰레기에 개망나니인 걸 잘 알았다고. 이렇게 깨달았으면 뭔가 조치를 취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나를 차라리 지옥으로 보내달라고!


외침을 듣자 나를 두려워한 잡귀들이 혼비백산하며 사라져 버렸다.

수려한 자연환경으로 과거에는 유명 리조트로 쓰였던 이 넓은 공간에 또 다시 나 혼자 남게 된 것이다.



***



웅성거리는 소리.

바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에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던 나는 또 반응했다.


- 뭐야, 며칠 전처럼 또 누가 왔나?


귀신이 나타난다고 해서.

즉, 나로 인해 망해버린 폐리조트에 올 사람들은 딱 정해져 있다.


귀신 체험을 하겠다며 용감하게 오는 미친놈들.

혹은, 나를 퇴마한답시고 각지에서 몰려들어오는 무당, 주술사들.


- 아무래도 후자 쪽 놈들 같은데···. 잠깐, 저 놈들은···.


난간에서 그들을 내려다보니 며칠 전,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한국에서 온 녀석들이었는데 나를 마주하고 금방 도망쳐버렸지.


- 에라이, 또 나를 없애겠다고 온 놈들 같네. 또 도망치고 그러는 거 아니야?


이곳에 찾아온 면면들을 살펴보면 그랬다.

저번에 왔던 놈들이 모두 찾아왔고, 그나마 다른 점이 있다면 못 보던 남자가 추가됐다는 점이다.


- 반반하게 생겨서 여자들 꽤나 울렸겠어.


남자가 봐도 잘생겨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인 남성이다.

살짝 감탄을 하고 있는데, 그의 시선이 내가 있는 건물 6층 난간을 향했다.


- ···뭐지? 지금 나를 똑바로 보는 건가?


처음이다.

나를 보는 사람들마다 눈을 못 마주치고 벌벌 떨거나, 대화도 하기 전에 모두 기절해 버리는데.

며칠 전, 왔던 무당도 나를 보자마자 입에 거품을 물며 혼절을 해버렸는데.


오늘 이 남자는 달랐다.


- 어쩌면···


지독한 외로움에 휩싸인 나를 구원해줄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이 들자, 그간 외면해왔던 기대감이 마음속에서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다들 이곳에 계십쇼. 혹시 모르니 저만 올라갔다 오겠습니다.”


밑에 층에서 들리는 한국말에 이어 터벅터벅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끊어지지 않고 자신이 있는 6층의 어느 객실까지 쭉 이어졌다.


똑똑-


난간에 서 있던 내게 들리는 노크 소리.


“들어갑니다.”


이곳에 오기까지 오두방정을 떨던 다른 놈들과 다르게 그는 거침없이 내 앞으로 다가왔다.

아래위로 나를 훑어보던 그는 아무렇지 않게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업보를 지어왔으면 이런 꼴을 하고 계십니까. 쯧쯧··· 이준호 씨, 따라오세요. 일단 한국으로 갑시다. 나머진 가서 얘기하자고요.”


그가 건넨 말은 머나먼 타국에서 나를 향해 내려온 한 줄기 동아줄과 같았다.


작가의말

앞으로 또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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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칭찬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24.07.27 484 15 13쪽
24 18센트에서 3000달러 +1 24.07.26 541 16 14쪽
23 당신은 정말 똑똑한 손자를 두셨어요 +1 24.07.25 563 20 14쪽
22 아직은 빡빡이가 아니네 +1 24.07.24 593 17 13쪽
21 저 이 사람 꼭 만나고 싶어요 +1 24.07.23 685 17 15쪽
20 내 아들 하는 게 어떠냐 +1 24.07.22 747 17 14쪽
19 달동네의 낮과 다른 밤 +1 24.07.21 757 18 15쪽
18 달동네 봉사활동 +1 24.07.20 841 19 15쪽
17 너 하는 거 봐서 +1 24.07.19 934 22 14쪽
16 그의 다짐 +1 24.07.18 1,018 27 13쪽
15 투자 확정 +1 24.07.17 1,050 24 14쪽
14 너는 도대체 정체가 무엇이냐? +1 24.07.16 1,069 26 13쪽
13 1993년 8월 12일 +1 24.07.16 1,079 25 13쪽
12 투자는 저와 할아버지가 알아서 할 게요 +1 24.07.15 1,084 26 14쪽
11 미국은 지금 저점이니까요 +1 24.07.14 1,084 31 13쪽
10 싹수가 보이는 셋째 아들 +1 24.07.13 1,112 29 14쪽
9 10억만 빌려주세요 +1 24.07.12 1,125 30 13쪽
8 너는 너무 잘났잖아 +2 24.07.11 1,183 27 15쪽
7 진심을 알려라 +2 24.07.10 1,314 29 14쪽
6 고아원과 아이들 +2 24.07.09 1,503 32 16쪽
5 준호 그 녀석이 내 은인이다 +3 24.07.08 1,570 37 13쪽
4 아버지 회사 망한다고 전해 드려 +1 24.07.07 1,652 3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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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령이 된 망나니 +2 24.07.05 2,102 4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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