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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마!

사회적 망나니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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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마
그림/삽화
13시 20분
작품등록일 :
2024.07.03 15:53
최근연재일 :
2024.07.30 13:29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8,793
추천수 :
714
글자수 :
174,434

작성
24.07.18 13:20
조회
1,018
추천
27
글자
13쪽

그의 다짐

DUMMY

학교 쉬는 시간.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던 나에게 짝이 바뀌어 떨어지게 된 최용훈이 다가왔다.

녀석은 나에게 다가오자마자 이렇게 묻는다.


“준호야, 요즘 어디 아파?”


뜬금없는 소리에 나는 녀석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내가 녀석을 빤히 바라보자 최용훈은 질문을 바꿔 물었다.


“아니면, 무슨 좋은 일이 있는 건가?”

“···그건 왜 묻는데?”

“가끔 보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혼자 실실 웃고나 있고. 혹시, 미친 건 아니지?”


그 말 뒤로 나온 비명소리.

헛소리를 해서 아주 살짝 녀석의 구레나룻을 꼬집어줬다.

이에, 최용훈은 찔끔 눈물을 흘렸다.


“야, 아프잖아!”

“아프라고 한 거야. 갑자기 와서 헛소리를 하고 있어.”

“헛소리라니. 요즘 들어 우리 반에 돌고 있는 소문 몰라?”


우리 반에 돌고 있는 소문?

말하는 걸 들어보면 나에 관한 얘기 같은데.

이 녀석이 또 무슨 개소리를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어디 한 번 들어봐야겠다.


“뭔데, 얘기해봐.”

“듣고 나 때리기 없기다. 꼬집기도 없고.”

“알았으니까, 말하라고.”


질질 끄는 것에 열이 받는다는 듯이 말하자, 살짝 움찔거린 최용훈은 속사포처럼 말을 늘어놓았다.


“너 요즘 아무 일도 없는데 혼자 실실 웃고 그런다고 소문 다 났어. 수업시간에 갑자기 허공 보면서 실실 웃고. 이렇게 쉬는 시간에는 가만히 자리에 앉아서 또 실실 웃고만 있고.”


이 녀석 말만 들어보면 내가 진짜 미친놈처럼 들린다.

그래서 곰곰이 내가 했던 행동들을 떠올려봤는데.


“아, 그래서 그런가?”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내가 왜 허공을 보며 실실 쪼개고, 애들과 어울려 놀던 쉬는 시간에도 혼자 멍하니 앉아 웃고만 있었는지를.


‘아무래도 미국 투자 건 때문 같은데. 요즘 내가 생각하는 게 그거 밖에 없잖아.’


보름 전쯤인가.

할아버지에게 미국 증시에 투자를 성공적으로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할아버지 돈 50억에, 따라서 투자를 하겠다던 아버지 돈 50억을 합해서 100억. 이대로라면 나는 분명 큰돈을 벌 수 있다.’


금융실명제와 할아버지로 인해 상당수의 비자금을 신고하신 아버지였다.

그런 가운데 메말라 버린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서 미국 투자에 관심을 보이신 것이다.


아쉽게도 은행 이자 수준의 투자 이익만을 가져가기로 하신 할아버지와 달리, 아버지는 좀 더 가져가는 게 많은 게 흠이기는 하다.


하지만, 수익의 일정부분을 나에게 주신다고 계약서를 작성하시기도 했고 내 입장에서는 투자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득을 내는 건 확실했기에 결과적으론 불만이 없었다.


오히려 대박이지. 없던 돈이 더 생기는 건데.

내게 있어서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긴 하다.


“야, 뭔데?”


곁에 있던 최용훈이 이유를 묻는다.

대충 이유를 짐작하는 말을 혼잣말로 했기에 궁금했던 모양이다.


“어, 별 거 아니야. 그냥 좋은 일이 있다고 생각해.”

“좀 알려줘 봐. 그렇게 말하니까 점점 궁금하잖아.”


알려줘도 못 알아들을 게 뻔하다.

나는 됐다며 계속 손을 내저었지만 최용훈은 물러서지 않았다.


“진짜 별 거 아니라니까 그러네. 왜 이렇게 자꾸 귀찮게 하냐?”

“다른 애들도 궁금해 하니까 그렇지. 애들이 너한테 얼마나 관심이 많은데.”


최용훈의 말에 교실을 쓱 둘러봤다.

다는 아니더라도 꽤나 많은 애들이 나와 최용훈이 있는 쪽을 바라보는 중이다.

그런 아이들은 나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곧장 딴청을 피웠다.


“쟤네들이 왜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건데?”

“솔직히 나는 모르겠거든? 근데 여자 애들이 좀 좋아하더라고.”


최용훈의 얘기를 정리하면 외모는 둘째 치고, 내가 보인 리더십과 어른스러운 구석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한다.


이를 듣던 나는 피식 웃었다.

그래봤자 아직 꼬맹이들이다.


“야, 귀찮게 굴지 말고 그냥 가.”

“준호야, 그래도···.”

“나 지금까지 많이 참았다.”


진짜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말을 하자 시무룩해진 최용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살짝 미안해진 나는 대충 거짓말로 둘러댔다.

집에 게임기 생겨서 신이 났던 거라고.


“자자, 수업 시작하자. 다들 자리에 앉아!”


최용훈은 나의 말에 관심을 보였지만 수업 시간이 시작되어 어쩔 수 없이 자리로 향했다.


‘저거 표정을 보니까 집까지 따라올 기세네. 수업 끝나자마자 빠르게 튀어야겠다.’


1시간 뒤, 마지막 수업이 끝났다.

종례를 마치자마자 나는 쏜살 같이 교실을 빠져나갔고.


“야, 이준호!”


나를 부르며 뒤따라오는 최용훈을 무시하며 차에 올라탔다.


“아저씨, 할아버지 댁에 가주세요.”


게임보다 훨씬 재밌는 할아버지와의 대화.

원래라면 집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투자가 시작되고 나서부턴 나는 매일 같이 할아버지 댁으로 향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저 왔어요!”

“어이구, 그래. 우리 강아지 왔어? 시장하지, 어서 들어가 밥 먹자.”


나를 반겨주시는 할머니를 따라 안으로 향했다.

할아버지께선 식탁에서 나를 반겨주셨다.


“준호 왔나?”

“네, 다녀왔습니다.”

“어서 손 씻고 와라.”


할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손을 씻고 식사를 시작했다.

솔직히 나의 관심은 다른 곳에 팔려서 식사는 하는 둥 마는 둥이다.

이런 나의 상황을 정확히 캐치하신 할아버지.


“요 녀석,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 있구나. 식사 마치면 어련히 보여줄 테니, 꿀떡 넘기지 말고 꼭꼭 씹어서 먹어라. 알았나?”



***



투자를 시작한 지 2주일이 조금 넘은 시간.

이 시기는 주가 변동이 크게 일어나지 않는 시기이기 때문에, 어차피 큰 변동이 없을 거다.


그럼에도 기대감에 두근거리는 심장은 어떻게 하진 못했다.

대강 식사를 마친 나는 응접실로 향했고.


“자, 여기 있다.”


할아버지께서 건넨 자료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곧장 투자 수익률에 꽂힌 시선.


“17%나 올랐네요.”


금액으로 따지면 200만 달러가 상승해있었다.

한화로 따지만 지금 환율이 1달러에 812원 정도니까···.


“16억 2400만원이다. 허허, 우리 손주 보는 눈이 좀 있는 것 같구나.”


할아버지의 칭찬을 들으며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과거에 대략적인 경제 역사를 공부했다고 하더라도, 사소한 주가 변동과 같은 디테일은 잘 알지 못했다.

때문에 불안한 점이 있었다.


총액의 20% 이상의 손실이 예상될 경우엔 투자금을 환수하겠다는 것.

할아버지와 나의 계약 간에 걸린 특약 중 하나였다.

만약, 주가가 떨어졌다면 투자는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내가 매일 같이 할아버지 댁에 들리는 이유기도하다.

이런 나를 보고 할아버지께서 물으셨다.


“요 녀석, 표정이 왜 그러냐? 기뻐해야 마땅한 일인데.”

“떨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했어요. 만약, 손해를 보면 할아버지께서 돈을 빼신다고 하셨잖아요.”

“허허, 당연하지.”


나의 모습이 귀여웠는지 내 볼을 꼬집으면서 할아버지께선 껄껄 웃고 계신다.

그러기를 잠시, 할아버지께선 의문이 있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신다.


“그런데 말이다, 준호야. 하나 물어보자구나.”

“네, 말씀하세요.”

“네가 그렇게 마이크론 사의 주식을 사라고 강조하지 않았더냐. 그런데 왜 투자는 시스코 시스템즈에 100%하라고 했지? 금세 마음이 바뀐 게야?”


아니다, 내 맘이 바뀌진 않았다.

분명 마이크론의 주식은 95년도에 큰 폭으로 상승하게 될 테니까.

다만, 현재 주가가 내 생각보다 조금 높다라는 생각 때문에 하지 않게 됐다.


“아뇨, 그런 건 아니고요. 주가가 제 생각보다 비싸서 그랬어요.”


현재 한 주당 가격은 5달러 중후반에 형성되어 있다.

내가 알기로 이 시기엔 4달러 초중반이 적정가격이었고, 나는 그러한 가격이 나오기 전까지 시스코 시스템즈에 잠시 두려고 한다.


“주가가 비싸다라. 그럼 너는 마이크론에 얼마 정도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해도 4달러 초반이요. 잘하면 3달러 후반까지도 나올 수 있어요. 그 때를 맞춰 시스코 시스템즈의 주식 80%를 처분하고 마이크론에 투자해야 해요.”

“80%나? 그건 너무 많은 게 아니냐.”

“아뇨, 솔직히 더 할 수 있으면 하고 싶을 정도에요.”


하지만, 그러지 않는 건 ‘혹시나 만약’이라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마이크론의 D램 산업은 굉장히 복잡한 상황.

달라진 미래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그에 대비를 해야 된다는 생각은 투자금의 20%를 시스코 시스템즈에 남겨놓은 이유였다.

IT버블은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시류였고, 그 중 시스코 시스템즈는 최강의 종목이었으니까.


“허허, 그래. 일단 상황을 쭉 지켜보자구나. 과연 네 말대로 주가가 변할지 아닐지 말이다.”


가진 자의 여유를 있는 대로 뽐내시는 할아버지였다.

나는 제발 예상대로 상황이 흘러가기를 빌면서 할아버지를 향해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



2달 뒤, 93년 11월.

이른 새벽부터 깨어있던 이태산은 응접실에 있던 전화기를 붙잡고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슬슬 떨어진단 말이지?”

<저번에 말씀하셨던 대로 마이크론 사의 주식이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9월 후반기 때만해도 6달러 초반까지 형성하던 주가가 지금은 4달러 초중반에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태산은 순수한 감탄을 했다.

손자 녀석 말대로 정말 마이크론 사의 주가가 떨어지는 중이다.

5달러 중후반에서 상승하던 주가는 6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져 11월 10일 4.20달러에 형성되어 있다.


<D램 부분에서 우리나라 일유전자가 약진을 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만, 상황에 따라서 주가는 더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엊그제만 해도 종가가 3.96달러였던 걸 보면 말입니다.>

“···그럼 4.20달러에서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소리인가.”

<그럴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최대 3달러 후반까지는 바라봐도 될 듯싶습니다.>


마치 자로 잰 듯이 같은 직원과 이준호의 말이었다.

놀람의 연속이었지만 이태산의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침착하다.

잠깐 생각을 정리한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시스코 시스템즈의 가격은 어떻게 되나?”

<현재 1.52달러에서 1.48달러를 왔다 갔다 하고 있습니다.>

“만약 가지고 있는 지분 80%를 1.5달러에서 정리하면 얼마정도가 나오나?”

<정리하면··· 1267만 달러 정도입니다.>


최초로 투자를 했던 금액이 1225만 달러였다.

현재 가지고 있는 시스코 시스템즈의 주식 80%를 처분해도 원래의 수익보다 많은 액수였다.


액수를 들은 이태산은 지금쯤 잠을 자고 있을 손주 녀석을 떠올렸다.

시스코 시스템즈에만 넣어도 꽤나 괜찮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데, 곧이곧대로 80% 정도를 빼서 마이크론에 무조건 투자하라던 녀석.


<···명예회장님, 어떻게 할까요?>


직원의 물음에 고민을 마친 그가 결단을 내렸다.


“이번 주 금요일 쯤해서 시스코 시스템즈 주식의 80%를 처분해줘.”

<괜찮으시겠습니까, 회장님? 제가 3달러 후반이라 말씀을 드렸지만 주가가 더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오를 수도 있겠지. 디테일한 부분은 자네와 미국 지사 직원이 잘 짜서 매도, 매수를 해봐.”

<알겠습니다, 명예회장님.>


통화를 마치고 수화기를 내려놓은 이태산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몇 개월 전에 준호가 이런 얘기를 했지.”


돈을 왕창 벌어서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어른들에게서도 볼 수 없는 의젓함과 어떻게 보면 아이다운 선한 발상이다.

물론, 그 발언이 과연 진실인지, 아닌지는 계속 지켜봐야겠지만.


“어쩌면 하느님 아버지께서 혼수상태에 있던 나를 이 땅에 깨워주신 건, 준호 녀석을 잘 키워보라는 계시일지도 모르겠구만.”


겨울이 다가오는 1993년 11월의 어느 새벽.

특별함이 엿보이는 이준호를 잘 키워보겠노라고 이태산은 홀로 다짐을 하였다.


“그래, 오냐. 준호 네가 말했던 것처럼 네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이 할아비가 도와주도록 하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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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저를 가장 챙겨주시는 건 할아버지와 아빠뿐이에요 24.07.29 379 16 13쪽
26 그거 더 줄여주세요 24.07.28 442 15 16쪽
25 칭찬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24.07.27 485 15 13쪽
24 18센트에서 3000달러 +1 24.07.26 542 16 14쪽
23 당신은 정말 똑똑한 손자를 두셨어요 +1 24.07.25 564 20 14쪽
22 아직은 빡빡이가 아니네 +1 24.07.24 594 17 13쪽
21 저 이 사람 꼭 만나고 싶어요 +1 24.07.23 685 17 15쪽
20 내 아들 하는 게 어떠냐 +1 24.07.22 748 17 14쪽
19 달동네의 낮과 다른 밤 +1 24.07.21 758 18 15쪽
18 달동네 봉사활동 +1 24.07.20 841 19 15쪽
17 너 하는 거 봐서 +1 24.07.19 935 22 14쪽
» 그의 다짐 +1 24.07.18 1,019 27 13쪽
15 투자 확정 +1 24.07.17 1,051 24 14쪽
14 너는 도대체 정체가 무엇이냐? +1 24.07.16 1,070 26 13쪽
13 1993년 8월 12일 +1 24.07.16 1,080 25 13쪽
12 투자는 저와 할아버지가 알아서 할 게요 +1 24.07.15 1,084 26 14쪽
11 미국은 지금 저점이니까요 +1 24.07.14 1,085 31 13쪽
10 싹수가 보이는 셋째 아들 +1 24.07.13 1,113 29 14쪽
9 10억만 빌려주세요 +1 24.07.12 1,125 30 13쪽
8 너는 너무 잘났잖아 +2 24.07.11 1,184 27 15쪽
7 진심을 알려라 +2 24.07.10 1,315 29 14쪽
6 고아원과 아이들 +2 24.07.09 1,504 32 16쪽
5 준호 그 녀석이 내 은인이다 +3 24.07.08 1,570 37 13쪽
4 아버지 회사 망한다고 전해 드려 +1 24.07.07 1,653 37 13쪽
3 합격, 화해, 성공적 +3 24.07.06 1,715 42 13쪽
2 아빠, 보고 싶었어요! +1 24.07.05 1,844 39 12쪽
1 악령이 된 망나니 +2 24.07.05 2,103 4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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