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포기하지마!

사회적 망나니 재벌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포기하지마
그림/삽화
13시 20분
작품등록일 :
2024.07.03 15:53
최근연재일 :
2024.07.30 13:29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8,781
추천수 :
714
글자수 :
174,434

작성
24.07.07 13:20
조회
1,652
추천
37
글자
13쪽

아버지 회사 망한다고 전해 드려

DUMMY

“그래? 정말로 준호랑 용훈이랑 화해한 거야?”

“맞아요, 제가 어제 너무 심했던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그랬어요. 다른 애들도 봤고요.”


담임선생님의 시선이 곁에 있던 최용훈을 향했다.

놈은 나와 선생님을 번갈아보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준호가 미안하다고 그랬어요.”

“용훈이는 제 사과를 받아줬고요. 맞지?”

“···으응.”


이런 우리의 말에 담임선생님은 한시름 덜었다는 표정이다.


“아휴, 잘됐다. 선생님이 얼마나 걱정했는데.”


걱정할만하지.

애들이 치고 박고 싸우다보면 여러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더 맞은 누군가는 굉장히 억울하고 분할 것이지 않나.


책임 소재를 따지다보면 화살은 관리 책임이 있는 담임선생님에게 향할 건 뻔하다.

돈 많은 집의 애들이 당사자라면 무척이나 부담스러웠을 거고.


담임선생님은 대견하다며 우리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다시 자리로 돌려보내며 수업이 시작됐다.


“슬기로운 생활 23쪽, 오늘은 누가 읽어볼까?”


수업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선생님의 권위가 살아 있을 때라 그런지, 말도 잘 듣고 시키는 대답도 잘 한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내겐 문제로 다가왔다.


‘너무 지루해.’


겉은 8살 꼬맹이지만 속은 40살 가까이 된 아저씨다.

술, 담배를 비롯해 좋지 않은 것은 모두 섭렵한 나쁜 놈 말이다.

알 거 다 아는 내가 이런 아이들의 수업을 들으니 너무나 지루했다.


그래서일까, 자연스럽게 내 곁에 있는 짝에게로 눈길이 갔다.

오늘 나와 훈훈한 화해를 했던 최용훈에게로.


‘이름이 최용훈이라고 했지. 내가 아는 놈인가? 가만 있어보자. 최용훈, 최용훈···. 아, 설마 그 녀석인가?’


곰곰이 녀석에 대한 기억을 훑어봤다.

그러다가 얼핏 떠오른 기억.

나와 5학년, 6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다 6학년 때쯤 전학을 갔지. 아버지 회사가 망했다고 들은 거 같아. 그나저나··· 이 녀석도 꽤나 욕 많이 먹고 다닌 놈이었는데.’


나와 같은 망나니 과였을 거다.

물론, 급을 따지자면 나는 천상계, 놈은 평범한 소시민 정도 됐었다.

흠··· 아무튼, 이렇게 과거의 인연을 만나니 더욱 놈이 반갑게 느껴진다.


“야.”

“으, 응?”

“오랜만에 봐서 반갑다.”


황당하다는 표정의 녀석.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런 게 있어. 수업이나 집중하자.”


고개를 갸웃거린 녀석이 다시 수업에 집중했다.

나도 별생각 없이 수업을 듣는데, 그 와중에 문득 궁금한 점이 떠올랐다.


‘얘네 집 회사가 왜 망했지?’


옛날에 대충 들었던 거 같은데.

별로 중요한 게 아니라 생각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계속 떠올리려고 해도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자, 나는 칠판을 바라보고 있던 최용훈의 팔을 톡톡 건드렸다.


“용훈아, 하나만 물어보자.”

“···뭘?”

“너희 아버지 무슨 일 하셔?”


나의 질문에 인상을 찡그린 녀석.

이유를 묻자 놈이 대답했다.


“너 지금 장난하는 거지? 너도 그렇고 나도 대충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시는지는 알고 있잖아.”


반응을 보면 예전부터 서로 알던 느낌이 들었다.

어제 아버지 반응을 보면 또 그런 느낌에 신빙성을 더했고.


하지만, 옛 기억이라 떠오르지 않던 나는 놈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내가 머리가 나빠서 까먹었어. 뭐였지? 너희 아버지 회사 이름이?”

“···은하건설.”

“아··· 은하건설. 땡큐.”


그제야 조각이 맞춰졌다.

대한민국 건설 도급 순위 2위에 빛나는 은하건설을 중심으로 재계 10위에 올랐던 은하그룹.

안타깝게도 외환위기에 발목이 잡혀 꺾여버린 비운의 재벌 그룹이기도 하다.


‘그래서 도망치듯 전학을 가버렸구만.’


알아주는 재벌 그룹을 경영하다가 쫄딱 망해버린다?

부자는 망해도 3대가 간다고 할 만큼, 따로 돈을 모아두어 물질적으론 풍족하게 살았겠지만 재벌 정도 수준이 되면 돈이 다가 아니다.


건실하던 회사를 말아먹었다는 꼬리표.

수많은 사람들을 이끌었던 리더였는데, 그러한 꼬리표가 붙어 사회적 평판이 떨어지는 것은 엄청난 치욕으로 다가왔을 거다.


‘98년에 발표된 은하그룹의 부채비율은 대략 570% 정도인가.’


IMF 외환위기 당시, 국내 매출 기준 상위 1천개의 상장사의 평균 부채비율은 589%.

통상 부채비율 200%는 재무건전성이 우수하고, 400% 정도 되면 기업이 위태롭다고 평가를 받는데, 589%면 망해도 쌌다.


은하그룹 역시 마찬가지라 생각이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살아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 국내외 사정으로 일이 잘 풀리지 않았던 것도 있으니까. 건설업이 그룹의 메인이었다는 점도 있고.’


가지고 있는 토지용도 변경 불허나 부채비율이 1000%에 달하던 그룹에 밀려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한 점 등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어쨌든 망하는 재벌 그룹이었다.


지루한 수업 시간을 때우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내 머릿속은 이와 같은 결론으로 향하게 되었다.


‘어떻게 함 조언을 줘봐?’


대략 30년 전의 미래에서 다시 과거로 회귀했던 나.

별다른 일이 없다면 모두가 아는 그런 흐름으로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흘러갈 것이다.


은하그룹도 망하고, 옆에 있는 최용훈도 전학을 가버리고.

대한민국에 수많은 실업자도 양산되게 되고.

그리고···.


‘내 한 마디로 어쩌면 그런 일을 막을 수 있지 모르지. 김도령이 나를 과거로 보낸 이유는 내가 이런 식으로 영향력을 끼치도록 한 게 아닐까.’


심도 깊은 고민 끝에 나는 결심했다.


“야.”


또 다시 녀석을 툭툭 치는 행위에 짜증이 났는지, 최용훈은 인상을 팍 찡그리며 나를 노려봤다.


“아까부터 왜 이렇게 건드려.”


나는 그런 녀석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입을 열었다.


“너희 아버지께 전해. 아버지 회사 망한다고. 조만간 회사가 망할 정도로 큰일이 일어나니까 철저하게 대비하시라고.”



***



국민학교 1학년의 수업 시간은 무척 빠르게 끝났다.

학교 정문에 대기 중인 고급 세단을 타고 집으로 돌아온 나.

돌아오자마자 난감한 표정의 어머니께서 나를 맞이해주셨다.


“준호야,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글쎄요. 별 거 없었는데요.”


나의 대답에 짐짓 엄해진 어머니의 표정.


“거짓말하지 말고 솔직히 말해.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 방금 담임선생님이랑 용훈이 엄마한테 전화를 받았어.”


그새 통화를 하신 모양이다.

하긴, 쉬는 시간도 아니고 선생님께서 수업을 하고 있는 시간에 큰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렸으니.


물론, 내가 아니고 최용훈이 그랬다.

내 말에 화가 난 놈이 멱살을 잡고 주먹질을 하려 했던게 불과 몇 시간 전.

싸움으로 남에게 지고 산 적이 없던 나는 가볍게 녀석을 제압했지만, 선생님을 비롯한 애들의 이목을 살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이러한 사실을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용훈이가 네 멱살을 잡았단 말이지? 이유가 뭐야?”

“이유요? 글쎄···. 아, 그거 때문인가?”

“뭔데.”

“용훈이한테 그랬거든요. 조만간 회사가 망할 정도로 큰일이 일어나니까 철저하게 대비하시라고요. 걔는 이 소리를 듣고 화를 내던데요?”

“아이고···. 그러니 그 쪽에서 기분이 나쁠만 하네.”


말을 들은 어머니께서 이마를 짚으신다.

딱 봐도 내가 잘못을 했다는 태도셨다.

나는 그런 태도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씀을 드렸고, 어머니께선 나와 눈을 마주치며 그 이유를 설명해주셨다.


“지금도 잘 운영되는 회사에 아무런 근거 없이 그런 식으로 악담을 하면 어떻게 해. 남 잘되지 말라고 저주를 퍼붓는 거랑 다르지 않잖아.”

“근거요? 있는데···.”

“어떤 근거?”


이를 설명하려면 외환위기가 온 배경부터 말씀을 드려야 한다.

역 플라자 합의부터 동남아에서 불어 닥친 경제위기 등등.

그런데, 안타깝게도 모두가 미래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어떻게 하지? 부채비율이 높아 재무건전성이 무척 취약하다고 말씀드릴까? 아니야, 이 시기에 경영을 하던 기업 대부분이 비슷한 수준이었어. 어쩌지.’


어머니께서 납득할만한 근거를 말씀 드려야 하는데, 근거가 될 만한 것들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어머니께선 한숨을 쉬더니 내게 말씀하셨다.


“아빠가 차로 너 태우고 회사로 보내라고 하셨어. 빨리 책가방 방에 놓고 출발할 준비해.”

“제가 회사에 가요?”

“가서 아버지 따라 가서 최회장님께 사과드리고 와.”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엊그제 아들을 때렸던 것부터, 오늘은 회사가 망한다고 악담을 퍼부었다.

사람을 대할 때의 예절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시는 아버지께서 당연히 참지 못하셨을 것이고, 나를 이끌어 최용훈의 아버지께 직접 사과를 드리려 하시는 걸 거다.


그렇게 나는 아버지가 보낸 차에 올라타 회사 사옥으로 향했다.


‘가서 또 회초리 맞는 거 아니야? 어제 맞은 상처가 아직 쓰라린데. 어떻게든 벗어날 방법을 찾아보자.’


세단 뒷좌석에 앉아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아버지께 욕을 먹지 않고, 은하그룹 최동원 회장에게도 당당히 말을 할 수 있는 그런 근거를 찾기 위해.


그렇게 미래에 대해 집중하고 있던 찰나.


덜컹-


차가 크게 덜컹거리며 운전기사가 나에게 사과를 전해왔다.


“도련님, 죄송합니다. 이쪽 도로가 파인 곳이 몇몇 있어서요.”

“저는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운전기사에게 대답을 하며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지나고 있는 곳은 한강 위 어느 다리.

그 순간 내 머릿속으로 뭔가 퍼뜩 떠올랐다.


“···아저씨, 여기가 무슨 다리죠?”

“한양대교입니다. 도련님 댁에서 강북으로 가는 가장 가까운 다리죠.”


한양대교.

내 기억에 따르면 다리 중간이 붕괴되어 아픈 상처를 남겼던 비극의 장소.

한양대교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 나는 확인차 운전기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저씨, 여기 한양대교요. 어디 회사에서 지었어요?”

“아마 은하건설일 겁니다.”


그래, 이거다.

이 상황을 타개할 돌파구를 찾은 나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



회사에 도착하고 바로 회장실로 이동한 나.

그곳에서 나는 또 다시 엄한 표정의 아버지를 마주하게 됐다.


“이준호.”


아버지께서 혼을 내기 전에 성과 이름을 붙인다는 건 국룰 아닌가.

거기에 더해 굉장히 묵직한 저음.


내게 많이 화가 나신게 분명하다.

해결을 하겠다 장담을 한 내가 더 큰 문제를 불러 일으켰으니 아버지의 이런 태도도 당연하다.


‘문제는 내가 한 말의 옳고 그름을 떠나, 아버지는 들을 생각이 없어 보이신다는 점이야.’


한양대교도, 은하그룹이 망하는 것도.

듣는 사람이 들어줄 생각이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그렇게 아버지 앞에서 고민을 하던 그 때.

회장실 문이 벌컥 열렸다.

천천히 안으로 들어오는 노년의 남녀.


그들을 향해 시선을 돌린 나는 깜짝 놀랐다.


“···하, 할머니.”


뒤에서 휠체어를 밀어주고 계신 노년의 여성은 나의 할머니 김경자 여사였다.

그리고 휠체어에 타고 있는 노년의 남성은···.


‘누구지? 처음 보는 분인데.’


강건한 모습에 선 굵은 카리스마 있는 노인.

익숙함을 느끼며 고개를 갸웃거릴 때, 자리에서 일어난 아버지께서 그들에게 다가가셨다.


“아버지, 건강도 좋지 않으신데 어떻게 여기까지 나오셨어요.”


분명 아버지가 아버지라 불렀다.

그렇다면 내게 할아버지가 되는 분이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작고하셨던 故 이태산 옹.


‘어라?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에 어리둥절하고 있는 나를 보고 할아버지께서 두 팔을 벌리셨다.


“우리 준호, 한 번 안아보자.”


나를 향해 환한 웃음을 보이는 할아버지.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할머니.

그리고 이 상황에 약간은 화를 누그러트린 아버지.


···이건 고민할 것도 없다.

딱 보아도 해답은 할아버지의 품에 안기는 것.


“우리 준호, 무슨 일을 저지르고 다니는 게야.”


나를 다정하게 껴안아주시는 할아버지의 손길에서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나를 무척 좋아한다는 걸.

그리고···


“이 회장, 은하그룹 일은 내가 해결할 테니 그 쯤 하시게.”


할아버지는 나의 든든한 지원군이라는 것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회적 망나니 재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중단 공지 24.07.31 105 0 -
28 회사 기둥이 뽑힐지도 몰라요 24.07.30 300 15 15쪽
27 저를 가장 챙겨주시는 건 할아버지와 아빠뿐이에요 24.07.29 378 16 13쪽
26 그거 더 줄여주세요 24.07.28 441 15 16쪽
25 칭찬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24.07.27 485 15 13쪽
24 18센트에서 3000달러 +1 24.07.26 542 16 14쪽
23 당신은 정말 똑똑한 손자를 두셨어요 +1 24.07.25 563 20 14쪽
22 아직은 빡빡이가 아니네 +1 24.07.24 593 17 13쪽
21 저 이 사람 꼭 만나고 싶어요 +1 24.07.23 685 17 15쪽
20 내 아들 하는 게 어떠냐 +1 24.07.22 748 17 14쪽
19 달동네의 낮과 다른 밤 +1 24.07.21 757 18 15쪽
18 달동네 봉사활동 +1 24.07.20 841 19 15쪽
17 너 하는 거 봐서 +1 24.07.19 935 22 14쪽
16 그의 다짐 +1 24.07.18 1,018 27 13쪽
15 투자 확정 +1 24.07.17 1,050 24 14쪽
14 너는 도대체 정체가 무엇이냐? +1 24.07.16 1,070 26 13쪽
13 1993년 8월 12일 +1 24.07.16 1,079 25 13쪽
12 투자는 저와 할아버지가 알아서 할 게요 +1 24.07.15 1,084 26 14쪽
11 미국은 지금 저점이니까요 +1 24.07.14 1,085 31 13쪽
10 싹수가 보이는 셋째 아들 +1 24.07.13 1,113 29 14쪽
9 10억만 빌려주세요 +1 24.07.12 1,125 30 13쪽
8 너는 너무 잘났잖아 +2 24.07.11 1,184 27 15쪽
7 진심을 알려라 +2 24.07.10 1,314 29 14쪽
6 고아원과 아이들 +2 24.07.09 1,503 32 16쪽
5 준호 그 녀석이 내 은인이다 +3 24.07.08 1,570 37 13쪽
» 아버지 회사 망한다고 전해 드려 +1 24.07.07 1,653 37 13쪽
3 합격, 화해, 성공적 +3 24.07.06 1,714 42 13쪽
2 아빠, 보고 싶었어요! +1 24.07.05 1,844 39 12쪽
1 악령이 된 망나니 +2 24.07.05 2,102 4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