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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마!

사회적 망나니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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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마
그림/삽화
13시 20분
작품등록일 :
2024.07.03 15:53
최근연재일 :
2024.07.30 13:29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8,774
추천수 :
714
글자수 :
174,434

작성
24.07.05 16:53
조회
1,843
추천
39
글자
12쪽

아빠, 보고 싶었어요!

DUMMY

떠나지 못할 것만 같던 태국의 폐건물을 떠나 도착한 한국.

지긋지긋한 그곳을 벗어나서 기뻐할 새도 없이 서울의 어느 달동네에 도착하게 됐다.


“자, 따라오세요.”


남자를 따라 들어온 곳은 달동네 언덕의 어느 평범한 가정집이다.

그는 아담한 마당과 한가운데 놓인 평상을 지나 미닫이문을 열어젖혔다.


“거실 테이블에 앉아 계세요. 차 한 잔 대접해 드릴 테니까요.”


남자의 말을 따라 거실에 놓인 테이블 근처로 앉았다.

잠시 뒤, 그가 내 앞으로 따뜻한 차를 내오게 됐고 나는 그걸 마시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휙-

찻잔을 통과해버리는 나의 손이었다.


“아, 직접적으로 마시려 들지 마시고 차의 기운을 흡수한다고 생각하며 호흡해 보세요.”


나의 행동을 보던 남자의 충고.

그의 말대로 해보았더니 차의 온기와 향이 내게로 전해지기 시작했다.

꼭, 차를 마시는 것처럼.


- ···무당입니까?


그를 만난 이후 건넨 첫 마디였다.

나의 질문에 차를 홀짝이던 그가 옅은 미소를 짓는다.


“그렇습니다, 이준호 씨.”


대답을 들은 나는 의아함이 앞섰다.

언제 내가 나의 이름을 알려줬던가.

아니, 처음 만났을 때부터 생각해보면 이 남자는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을 했다.


“맞습니다. 대략적인 정보는 알고 있습니다.”

- ···뭡니까, 지금 제 속마음을 읽은 겁니까?

“속마음 뿐 아니라 이준호 씨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고 있습니다. 대화그룹 셋째 아드님이시잖아요.”


대화그룹.

재계 10위 안에 드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그곳 회장님의 셋째아들이 나 이준호였다.


단번에 내 정체를 파악한 그에게 놀란 나는 이내 맘을 진정시키며 생각을 정리했다.

원래 무당이라는 족속들은 그럴싸한 말을 하며 돈을 뜯어가는 존재들 아닌가.


이 남자 또한 그런 이들처럼 과거에 나와 관련된 뉴스를 보았거나,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들을 토대로 새치 혀를 놀리는 걸지 모른다.

나를 이용해 아버지, 어머니께 돈을 왕창 뜯어내려는 속셈으로.


그런데···.

그는 이러한 나의 생각을 귀신 같이 알아내고 수정을 해줬다.


“대화그룹이건 뭐건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저는 이준호 당신이 안타까울 뿐이죠.”


안타깝다라.

그의 값싼 동정에 괜히 짜증이 나고 화가 치솟는다.

뭣도 아닌 녀석이 감히 재벌가 아들인 나를?


“어허, 아직 반성이 덜 되었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의 주변으로 강한 기운들이 퍼져나갔다.

사람의 기백이라고 해야 하나.

달동네 김도령이라는 사람의 기백은 어떻게 저항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 크윽···. 그래도 가오가 있지. 너 따위에게··· 컥!

“적당히 합시다. 봐드리는 것도 한계가 있어요.”


느긋한 태도에 공간을 가득 채운 그의 강력한 기운들.

누군가의 앞에서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무력함을 느껴본 건 처음이다.

앞서 나를 찾아왔던 사이비 것들과 달리 내 앞에 이 남자는 ‘진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준호가 이런 것에 꺾이면 개망나니가 아니지.

어떻게든 내 앞에 있는 놈에게 엿을 먹이기 위해 치열하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쯧쯧··· 그런 악바리 정신을 좋은 일에 쓰지 그랬어요. 당신 부모님께 죄송스럽지도 않아요?”

- 이 새끼야! 네가 뭔데 감히 내 부모님을 거론해!

“이준호 씨, 당신이 쌓아온 업은 당신 뿐 아니라 가족, 그것을 넘어 대화그룹 임직원들에게도 많은 상처를 남겼어요. 반성을 해도 모자랄 판국 아닙니까?”


그의 말을 들으니 생전에 있었던 여러 사건들이 생각났다.


<대화그룹 셋째 아들 이준호 씨, 맷값 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

<대화그룹 이준호, 이번에 또 음주운전>

<마약 스캔들 이준호, 대화그룹은 아무런 관리도 하지 않는가?>

<재벌가 오너리스크의 대표적 사례, 대화그룹 셋째 이준호>


당시 언론의 헤드라인들이다.

그 자식들은 나를 씹어대지 못해서 안달이었다.

몇 십억씩 돈을 받아 처먹을 때는 언제고, 수습하지 못할 상황까지 가자 온갖 정의로운 척을 다해댔지.


그렇게 놈들에 대한 원망을 곱씹고 있는데 곁에서 또 이 남자가 잔소리를 해왔다.


“남 욕하기 전에 자신이 저지른 잘못부터 반성하시라니까요. 그게 먼저입니다.”

- 아니, 아까부터 계속 이래라 저래라 왜 이렇게 잔소리를 해대는 거냐? 그리고 내가 지금 반성한다고 해서 뭐가 바뀌어? 바뀌는 것도 없잖아.

“만약, 그 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요.”

- 돌아가? 그게 무슨···.


무슨 소리인가 놈의 말을 여러 번 곱씹었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 그러니까 당신 말은 내가 죽기 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말이야?

“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 아니, 똑바로 말해봐. 그게 가능하냐고!


솔직히 지난 삶에 대해 후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나도 이렇게 죽은 이후로 지난 삶을 수도 없이 되돌아 봤었으니까.


만약, 내가 그 사람들을 때리지 않았다면.

만약, 내가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지 않았다면.

만약, 내가 나쁜 약을 하지 않았다면···.


또 만약에 내가 부모님께서 원하는 자랑스러운 아들로 컸다면 어땠을까.

10년이라는 시간동안 나름대로 ‘만약’을 생각해 봤고 후회도 수도 없이 했었다.


그러나 후회를 해봤자 달라질 것은 없기에 망나니의 습성을 버리지 못했지만···.

만약 그 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 제발 말해줘, 그 때로 다시 되돌아갈 수 있어?


윽박지르듯이 묻던 나의 태도는 어느새 공손해졌다.

그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생전에 나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행동들을 서슴없이 하였다.


- 제가 정말 치열하게 반성한다면 다시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겠습니까? 제발 대답 좀 해주세요, 김도령님.


점점 변해가는 나의 모습을 한참 바라보던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가능합니다.”


가능하다는 말에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끼던 내게로 그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



조건이 있다는 그의 말.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소리에 뭔들 못하겠냐며 조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물었다.


“가서 좋은 사람이 될 것을 다짐해주세요.”

- 좋은 사람 말입니까? 그게 무슨 뜬구름 잡는···.

“자세히 풀어서 말씀드리면 좋은 사람이 되셔서 모두에게 이로운 행동을 하시는 겁니다. 과거처럼 망나니짓을 해서 언론의 먹잇감이 되지 마시고요.”

- 모두에게 이로운 행동이라···.


그의 말을 듣고 잠시 고민을 하던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 글쎄요. 제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어렵다고 봅니다.

“이유는요?”

- 방금에도 보셨지 않습니까. 잘 타이르시는 도령님께 대드는 행동 말입니다. 그렇게 반성을 해도 화를 내는 성격은 변하지 않는데,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고 한들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겠습니까?


이런 나의 질문에 김도령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방금과 달라진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도 잘못된 행동을 해왔다는 걸 인정하시는 군요.”

- 모두 제가 잘못해서 일어난 일이니까요.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출발이 무척 산뜻하네요.”


이 김도령이라는 자는 사람이 참 좋은 건지 희망적인 말을 늘어놓는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확신을 갖지 못했다.

내가 과연 좋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김도령은 이런 나를 힘차게 다독였다.


“잘못을 인지하는 것에 더해, 그것을 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제가 봤을 때, 이준호 씨라면 충분히 잘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 쯤 되면 궁금해진다.

김도령이 나를 믿는 근거가 무엇일까.

그는 내 속마음을 읽은 것처럼 답을 해왔다.


“아무런 대책 없이 과거로 보내드리는 건 아닙니다. 돌아가시기 전처럼 망나니짓을 하신다면 다시 일장춘몽이 되는 거죠.”

- 과거로의 회귀가 꿈과 같이 변한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다시 현실이 되겠죠. 소멸을 시키거나 그러진 않겠지만 지옥에서 끝없는 고문을 받으실 겁니다. 차라리 소멸을 시켜 달라 소리칠 만큼요. 물론, 저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셔도 결과는 같습니다.”


농담으로 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즉, 지금 내가 고를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지는 과거로 되돌아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것뿐이다.


“아, 단순히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이로운 일을 하셔야 합니다. 성실하고 착실히 사는 사람들이 잘 살고, 거짓말에 남을 등쳐먹는 놈들은 죗값을 받는.”


너무 거창한 얘기에 반문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 제가 정치인도 아니고 그게 가능할까요?

“재벌가의 자재인 이준호 씨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현대 사회에선 재벌의 영향력이 무척 크지 않습니까?”

- 그건··· 그렇죠.

“그러니 좋은 사람이 되어 영향력을 좋은 곳에 사용해보세요. 그래서 현 시대의 사회적 문제들을 좀 해결해주시고요. 돈은 어떻게 버는 가도 중요하지만 또 어떻게 쓰는 가도 무척 중요합니다.”


아무래도 그가 나를 지옥으로 보내지 않고 과거로의 회귀를 시키려는 가장 큰 이유인 듯하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나를 과거로 보내 이 세상이 더 좋은 세상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진심이 느껴진다.


“저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하셨군요.”

- 어쨌거나, 저쨌거나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은 회귀뿐이니까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하시기 바랍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 주위로 환한 빛이 감싸기 시작한다.

이런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그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아, 혹시 몰라서 선물을 준비해뒀습니다. 가서 잘 배우시기 바랍니다.”


선물?

잘 배우라고?

뜻을 알 수 없는 말에 질문을 하려 했지만 그는 내 앞에서 사라져 있었다.



***



김도령이 나에게 무슨 마법을 부렸는지는 모르겠다.

환한 빛은 내 주위를 가득 메우더니 주위 분간을 못하게 온통 새하얀 빛이었다.


‘너무 하얘서 멀미가 날 지경이네. 만져지는 것도 없고. 아까와 다른 공간인가?’


그렇게 주변을 살피는 찰나, 무언가 변하는 게 느껴진다.

빛이 점점 사그라지면서 내 주위의 형태가 점점 또렷하게 변하는 것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넓은 응접실.

그 안에 채워진 고급 가구들.

분명 내가 살던 옛 집의 가구다.


정말 김도령의 말처럼 과거로 돌아온 것이다.


‘언제쯤이지? 이런 디자인의 가구들이라면 대충 국민학교 때 같은데.’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려던 나는 갑작스러운 따끔함에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으악-!”


그러자, 내게 들려오는 엄한 목소리.


“이놈의 자식이, 어디서 엄살이야!”


아버지였다.

매번 일 때문에 바쁘신 아버지가 집에 계신 날이었나 보다.


“이준호, 뺀질거리지 말고 종아리 똑바로 대!”


아버지는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계신다.

굵은 팔뚝엔 회초리를 들고서.


왜 나를 저렇게 바라보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자라면서 이와 같은 엄한 눈길을 받은 적이 한두 번도 아니었기에 두려움 없었다.


오히려, 화를 내는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보다 반가움이 더 컸던 나는 아버지를 힘차게 껴안았다.


“아빠, 보고 싶었어요!”


따끔한 매질과 함께 과거로 돌아왔다는 현실감.

이런 느낌이 정말 반가워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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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회사 기둥이 뽑힐지도 몰라요 24.07.30 300 15 15쪽
27 저를 가장 챙겨주시는 건 할아버지와 아빠뿐이에요 24.07.29 378 16 13쪽
26 그거 더 줄여주세요 24.07.28 441 15 16쪽
25 칭찬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24.07.27 484 15 13쪽
24 18센트에서 3000달러 +1 24.07.26 541 16 14쪽
23 당신은 정말 똑똑한 손자를 두셨어요 +1 24.07.25 563 20 14쪽
22 아직은 빡빡이가 아니네 +1 24.07.24 593 17 13쪽
21 저 이 사람 꼭 만나고 싶어요 +1 24.07.23 685 17 15쪽
20 내 아들 하는 게 어떠냐 +1 24.07.22 747 17 14쪽
19 달동네의 낮과 다른 밤 +1 24.07.21 757 18 15쪽
18 달동네 봉사활동 +1 24.07.20 841 19 15쪽
17 너 하는 거 봐서 +1 24.07.19 934 22 14쪽
16 그의 다짐 +1 24.07.18 1,018 27 13쪽
15 투자 확정 +1 24.07.17 1,050 24 14쪽
14 너는 도대체 정체가 무엇이냐? +1 24.07.16 1,069 26 13쪽
13 1993년 8월 12일 +1 24.07.16 1,079 25 13쪽
12 투자는 저와 할아버지가 알아서 할 게요 +1 24.07.15 1,084 26 14쪽
11 미국은 지금 저점이니까요 +1 24.07.14 1,085 31 13쪽
10 싹수가 보이는 셋째 아들 +1 24.07.13 1,112 29 14쪽
9 10억만 빌려주세요 +1 24.07.12 1,125 30 13쪽
8 너는 너무 잘났잖아 +2 24.07.11 1,184 27 15쪽
7 진심을 알려라 +2 24.07.10 1,314 29 14쪽
6 고아원과 아이들 +2 24.07.09 1,503 32 16쪽
5 준호 그 녀석이 내 은인이다 +3 24.07.08 1,570 37 13쪽
4 아버지 회사 망한다고 전해 드려 +1 24.07.07 1,652 37 13쪽
3 합격, 화해, 성공적 +3 24.07.06 1,714 42 13쪽
» 아빠, 보고 싶었어요! +1 24.07.05 1,844 39 12쪽
1 악령이 된 망나니 +2 24.07.05 2,102 4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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