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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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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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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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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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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선-



탈을 쓴 짐승이 벌벌 떨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한다.


않는 건가?


하여튼.


“다시 물어. 천의 옆에서 무슨 개수작을 벌이고 있는 거야?”


“저, 정말 그게 다예요. 마지막 사도를 찾는 걸 방해하기 위해···.”


사도는 이미 찾았잖아.


그런데 뭘 방해한다는 거지?


얘들은 모르나?


그나저나, 얍얍이 주비였을줄이야.


그곳에서 얍얍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기만 했어도 이런 상황까지는 안 왔잖아.


“빨리 말해! 죽고 싶어!?”


“주, 죽음을 위장하기 위해···.”


“선, 그쯤 하시오.”


천이 어느샌가 나타나 특유의 높낮이 없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천···.”


“짐승을 놓아주시오. 그 짐승은 단지 곰무덤까지 우리와 동행할 뿐이오.”


짐승의 목에 댄 칼을 치웠다.


짐승이 꼴사납게 모닥불이 있는 쪽으로 도망친다.


나는 짐승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천을 바라봤다.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도망쳤다가 다시 돌아온 이 내가.


겁쟁이처럼 모든 걸 벗어버리고 도망친 내가.


“갑시다. 밤이 늦었소.”


“어, 어?”


천이 내 멍청한 되물음에 답하지 않고 돌아가다 다시 나를 뒤돌아본다.


“그런데. 우리가 당신을 위해 남겨놓은 배낭은 누가 가져갔나 보군.”


“배낭?”


“그렇소. 당신이 돌아올 걸 대비해 그곳에 두었는데.”


“아, 그랬어? 챙겨가는 건데. 하하.”


천이 피식하고 웃음을 보인다.


“날씨가 제법 쌀쌀한데 고생 좀 하겠군.”



///



탈을 쓴 짐승 2마리가 고개를 푹 숙이고 밥을 먹는다.


“선님. 급한 일은 다 해결하셨어요?”


“뭐라고?”


“급한 일이요. 주인님이 말씀하시길 급한 일이 있어서 가셨다고 했는데.”


천이 그랬어?


쳐다봤지만 묵묵히 숟가락만 뜨고 있다.


“아, 뭐. 해결된 거 같기도 하고.”


가능성이 아주 낮고, 터무니없는 계획이라고 결론이 났으니까.


그리고 그들도 내 얘길 듣고 수긍했고.


“그렇구나. 다행이에요.”


그래.


다행이야.


“근데 얘들은 왜 같이 다니는 거야? 탈까지 쓰고 있으면 그냥 가면 될 것이지.”


“어차피 오늘 중 헤어질 예정이었소. 크게 신경 쓰지 마시오.”


“아니···!”


나는 더 이상 짐승의 문제로 분란을 만들고 싶지 않아 입을 다물었다.


저번에도 짐승을 빌미로 몇 번이나 분란을 일으켰으니.


어차피 떠난다고 하니 내가 참아야지.


“야! 곰무덤에 가면 그대로 떠나. 죽음을 위장하든가, 진짜 죽든가 나는 상관 안 하는데 개수작 부리면 나한테 죽을 줄 알아!”


“네···.”


짐승 2마리가 고개를 더욱 푹 숙이며 말했다.


천 얘는 왜 자꾸 짐승하고 어울리는 거야?


“어디까지 알고 있소?”


“응?”


“지금까지의 상황. 어디까지 알고 있냐고 물었소.”


“아니, 그게···.”


말을 얼버무리며 짐승 2마리를 쳐다봤다.


쟤들도 들어도 되나?


내가 여기서 지금까지 봤던 일 대부분 저놈들도 있긴 했는데.


“저리가.”


짐승 2마리가 조용히 자리를 벗어난다.


“짐승 너는 저것들이 엿듣는지 감시해라.”


“네.”


짐승도 자리를 벗어난다.


“얍얍이 주비라는걸 알고있소?”


“어.”


“하긴, 그때부터 쫓아오는 기척이 느껴졌으니.”


“아, 알았어?”


“그렇게 나 좀 알아달라고 티를 내고 오는데 모를 수가. 어쨌든, 전부 알고 있단 소리군.”


“그래서. 어쩔 거야?”


“해결해야지. 하기 전까지 주비가 안 간다는데.”


빌어먹을 주비.


남 일이다 이거지?


얍얍, 그렇게 안 봤는데.


“이무기를 죽이게?”


“이무기를 어떻게 죽이겠소?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어떡하게?”


“일단 가서 만나봐야지.”


음, 확실히.


일단 이무기를 직접 눈으로 봐야 어떻게 할지 방안을 강구하지.


주변 얘기를 듣던가.


아니면, 랑 한···.


염치도 없지.


“다른 방법을 생각해 둔 게 있긴 한데.”


“뭔데?”


“아가씨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


“아···.”


“하지만, 아가씨를 만난 방법이 없소.”


“저번에 짐승이 불러내지 않았나?”


“불러낸 거 아니라 아가씨가 짐승에게 오신 거지. 그땐 정말로 우연에 우연이 겹쳤던 일이오.”


“방법이···.”


사도끼리는 의사를 전달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얍얍한테 부탁해 보는 건 어때? 사도는 저들끼리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괜찮은 생각이···.”


“그렇지!? 괜찮잖아!”


역시 나는 천재였어!


“아니오.”


“어? 뭐라고?”


“괜찮은 생각이 아니라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 있으면 내가 굳이 찾으러 다닐 필요가 없었지. 아가씨가 부르면 되니까.”


“아, 맞네.”


천이 머리를 부여잡는다.


“어디까지 함께 할 예정이오?”


“어, 어? 글쎄.”


화제를 돌리네.


“이 여정은 마지막 사도를 찾을 때 끝이 난다고 내가 여러 번 말했을 거요.”


나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사도를 찾았소. 당신은 나보고 더 이상 떠나라는 말을 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젠 할 수 있겠지. 당신은 굳이 이곳에 있을 필요 없소. 당신은 충분히 최선을 다했소. 떠나시오.”


“정말 돌아가라고?”


이번엔 천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약간··· 섭섭하네.


우리의 여정의 끝은 해산이니 의연하게 받아들일거라고 수없이 다짐했지만, 막상 다가오니까···.


“이무기는 어쩌게?”


“내가 알아서 할 문제요.”


“네가, 너만?”


“그렇소.”


“방법은 생각해 둔 거야, 아주 자신만만하게 얘기한다?”


“이무기를 만나보면 알겠지. 그리고 주비가 약간의 실마리를 내게 줬소.”


“뭔데?”


“난 이무기를 죽일 생각만 했는데 주비가 이렇게 말하더군. 이무기가 뭔가 원하는 게 있으니까 나타났다고.”


그, 런가?


하긴, 그러니까 난동을 부리고 있지 않겠지.


흠.


이무기가 난동을 부리면 여기서도 느껴지려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곰무덤쪽을 쳐다봤다.


“뭐 하시오?”


“아니, 여기서도 이무기가 보이나 싶어서. 안 보이네.”


“다시 돌아가서···.”


“저길 보니까 정말 네 말이 맞는 거 같네. 이무기가 난동을 부렸으면 여기서도 느껴졌을 텐데 안 느껴지는 걸 보니 온순하게 있나 봐.”


“내 말···.”


“생각보다 쉽게 끝나는 거 아니야? 우리가 가니까 이무기가 막 눈앞에 나타나서 원하는 걸 말하는 거야.”


“내가 가라고···.”


그럼 얍얍도··· 아, 주비도 만족하고 봉안하겠지.”


“선!”


“왜!”


계속 말을 끊는 나에게 참지 못한 천이 큰소리쳤다.


“아직 내 말에 대한 대답을···.”


“아, 안 갈 거야!”


“지금 뭐라고···.”


“안 갈 거라고! 아, 아! 안 들린다!”


나는 손바닥으로 귀를 막으며 소리쳤다.


“야, 짐승들! 우리 얘기 다 끝났으니까 빨리 와서 이거 치워! 5분 후에 출발할 거니까 꾸물대지 마!!”


내 말에 3마리의 짐승이 쭈뼛거리며 다가와 식기를 치우기 시작했다.


천은 그런 나를 보고 한숨을 쉬더니 체념한 듯 고개를 저었다.


··· 내가 미안해서 그래.


꼭 속죄를 하고 싶어서 그래.



///



“우와,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인데 굉장히 굉장하네!”


나는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수 앞에 서서 탄성을 내질렀다.


호수가 얼마나 큰지 반대편이 살짝 굽혀서 눈높이보다 위에 위치한게 구분될 정도다.


곰은 왜 이곳을 무덤으로 쓸까?


주위를 둘러보니 짐승들은 애써 놀란 감정을 숨기고 있고, 천은 탄성을 지르는 나를 보자마자 다가온다.


무슨 일이지?


“자중하시오.”


“자중하라니?”


“여기는 관광지가 아니니까 경솔하게 행동하지 말라는 뜻이오. 처음 봐서 놀란 건 이해하겠으나 이곳은 곰을 매장하는 곳이오.”


“아, 맞네. 내가 실수했다.”


아니나 다를까 주위의 곰들이 나를 못마땅하게 쳐다봤고, 나는 재빨리 곰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조심하시오. 가뜩이나 이무기까지 나타나 심기가 더욱 불편한 상태이니.”


“알았어.”


이런, 꼴사납게 추태를 보였네.


얼굴에 열감이 느껴져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어 뒤를 돌아보니 천과 짐승들이 천천히 나를 따라오고 있다.


왜 이쪽으로 와?


“왜 나한테 오는 거야?”


“뭐가 있어서 간 거 아니오?”


“아닌데, 부끄러워서 도망간 건데.”


짜증이 섞인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자기가 오해해 놓고 왜 나한테 그래?


“왜, 뭐?”


천이 내 말을 무시하고 호숫가를 바라본다.


나도 따라서 호숫가를 바라봤다.


정말 장관이긴 하네.


차라리 바다가 아닐까 할 정도로 거대한 호수.


다른 인간들이 이곳을 눈독 들이는 이유를 알겠네.


“이무기가 안 보이는군.”


“그렇네.”


오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분위기가 비교적 차분하고, 주변이 엉망이 아닌 걸 보니 난동을 부리지도 않은 모양이고.”


“이 정도면 그냥 봉안하면 되는 거 아니야?”


호숫가가 너무 차분한데.


“내가 당신을 따라오면서 유심히 봤는데 그 누구도 호숫가에 가지 않더군.”


“호숫가에 가면 이무기가 나오나?”


“그럴지도.”


“확인해 봐야 하는 거 아니야?”


“위험하오.”


“쟤들 시키면 되잖아.”


나는 1마리와 2마리로 찢어져 있는 짐승들을 가리켰다.


“좋은 방법이나, 이무기가 나타날 경우 다른 곰을 동요하게 만들 수 있소. 심하면 쫓아낼 수도.”


“그렇네. 근데, 그렇다고 확인을 안 할 수는 없잖아.”


“일단 내가 주변을 탐문해보겠소.”


“되겠어?”


얘들 지금 마음이 다들 어수선해서 될까 싶은데.


“해야지.”


“알았어. 그럼 나도 한번 정보를 얻어봐야겠다.”


그래, 해야지.


어떻게든 해야지.


“나는 이쪽으로 갈 테니 당신을 저쪽으로 가시오. 해가 질 때 여기서 모이는것으로 하고.”


“어.”


천이 짐승을 데리고 가버린다.


떠나는 둘을 쳐다보고 있는데 남은 짐승 2마리가 쭈뼛거리며 다가온다.


근데 이것들은 왜 안 가는 거야?


“피, 필요한 거 없으세요?”


“야.”


“네, 네.”


짐승은 웃기게 성별에 맞춰서 탈을 쓰더라.


수놈 하나에 암놈 하나.


“너희 안 가?”


“네?”


“안가냐고.”


“그게 무슨 말씀인지···.”


“여기서 죽는다며?”


“저, 정확히 죽음을 위장한다고···.”


“어쨌든. 위장하든가 진짜 죽든가 그건 모르겠고. 왜 자꾸 우리 옆에 붙어 있는 거지?”


“아. 가, 가보겠습니다.”


“그래. 빨리 가라. 옆에서 얼쩡거리지 말고.”


손을 휘휘 저어 짐승들에게 어서 사라지라고 재촉했다.


짐승 2마리가 쭈뼛거리더니 내게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어디론가 걸어간다.


일단 쓸모없는 놈들은 처리했고.


다음은 이무기인데.


씁.


이놈을 봐야 뭐를 어떻게 할지 대책이 서는데 볼 수 없으니.


천 말대로 물어볼수밖에 없나?


“반가워요.”


나보고 말한건가?


뒤를 돌아보니 여자 사람 하나가 날 보며 미소짓고 있다.


“저요?”


“네.”


“아, 뭐. 네. 반가워요.”


“이 호수 정말 아름답죠?”


혼자 왔나?


갑자기 친한척이네.


“네. 아름답네요.”


무시하긴 뭣해서 장구를 맞춰줬다.


“고작 곰의 묘로만 쓰기 아까울 정도죠.”


그건 동의해.


나는 입술을 삐쭉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 이무기가 있다면서요?”


“그래요?”


나는 짐짓 모르는척 능청을 떨었다.


“네. 이무기가 있다고 해요.”


“아, 그렇구나.”


내 대답을 끝으로 대화가 한동안 끊어졌다.


이렇게 있을 시간 없는데.


“저, 미안한데 제가 할 일이 있어서요.”


“이무기에 대해 알고 있는 거 있어요?”


이 여자 뭐야?


“없는데요.”


“후후, 그럼 제가 좀 말씀드려도 될까요?”


괴물 연구가인가?


“진짜요?”


“네. 이것도 인연인데 어때요?”


“저는 좋죠.”


재수가 있으려니까 이런 일이 생기네.


나는 반색하며 손뼉을 짝짝 쳤다.


“흠. 그럼 여기에 앉아보세요. 제가 말씀드릴 테니.”


여자가 바닥에 자리를 편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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