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1(2)
-회귀자-
결국 이무기를 해결하지 못했네.
다음 생에는 결과가 확정이 되어버렸으니까 확인할 필요는 없겠지?
얍얍과의 내기는 보나 마나, 기억도 못할 테지만.
빌어먹을.
분명 실재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오직 나만 기억하는 사실들.
그걸 실재한다고 할 수 있을까?
실제로 존재했지만 아무도 알지 못한다면 그건 실재한다고 볼 수··· 이런 생각을 해서 뭐하냐?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힘없이 찼다.
내가 건드린 돌멩이가 마주 오던 누군가의 신발을 툭 건드린다.
“아, 미안합니다. 제가 노리고 한 게 아니라.”
여자 사람이다.
고개를 숙여 미안하다는 인사를 표했다.
“괜찮습니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닐 텐데요.”
여자는 모진 풍파를 겪은 듯 얼굴에 흉터가 가득하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저 곰무덤에서 오시는 길입니까?”
“하하, 네.”
“그렇군요. 저곳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습니까?”
“이상한 일이요?”
이무기를 말하는 건가?
“네.”
“어, 일어났다고 하면 일어났는데.”
“실례가 안 된다면 들을 수 있을까요?”
이무기가 나타났는지 모르나 보네.
“이무기가 나타났어요.”
“이무기요?”
놀람의 표정이지만 실망의 기색이 섞여 있다.
원하던 대답이 아니었나?
“네. 이무기가 나타났는데. 이것 참. 이걸 소란이라고 해야 할지.”
분명 이무기가 나타나긴 했는데 흐지부지하게 끝났으니까.
아니, 그걸 끝났다고 해야 하나?
“이무기 말고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나요? 가령 사도가 나타나 난리를 피웠다던가.”
사도?
사도를 찾으러 온 사람인가?
“글쎄요. 제가 곰무덤에서 사도를···.”
주막.
“본적이 있으시군요.”
“곰무덤은 아니고 주막에서 보긴 했는데.”
“뭘 보셨죠?”
여자의 표정이 심각하게 바뀐다.
“그 사도가 사람들을 무참하게 죽였나요?”
얼굴에 확신이 깃들어 있다.
“그렇긴 했는데 그게···.”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여자가 내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뛰어간다.
“그건 사람의 탈을 쓴 짐승이었어요.”
내 목소리는 이미 저만큼 뛰어 가버린 여자에게 닿지 않았다.
“상관없겠지?”
나는 곰무덤을 향해 뛰어가는 여자를 멍하니 쳐다봤다.
“뭐, 어차피 내가 나머지 사실을 전해주지 않아도 결과는 바뀌지 않을 테니까. 과정만 달라질 뿐.”
응?
“··· 과정만 달라질 뿐.”
과정만···.
“과정···. 이무기 사태의 해결 여부가 단순히 한 과정에 불과하다면? 더 거대한 일이 일어나기 위한 한 과정에 불과하다면 바뀌지 않을까?”
어쩌면 내 딸도, 내 딸의 똑같은 행동이 결과가 아니라 어떤 일의 경로에 지나지 않는다면?
“아.”
그 일이 내가 회귀하고 난 이후에 일어난다고?
설사 내 가정이 틀렸다고 해도 상관없어.
결과가 고정되었든 안되었든 내가 회귀하지 않으면 모를 테니까.
한 번만 겪을 텐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회귀를.
이 회귀를 멈춰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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