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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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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4.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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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9,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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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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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DUMMY

-자살하는 짐승-



그런데 조금 이상해요.


두려워하는 기색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달까요?


내일이면 분명 주인님께서 모든 짐승을 상대로 복수를 감행하실 텐데 불안해하는 기색이 아니에요.


어떻게 된 영문일까요?


짐승이 아가씨의 죽음에 연관됐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요?


두렵지 않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에요.


제 정체가 탄로 날 수 있으니깐요.


욕쟁이 짐승이 저를 가리키고 손을 흔들어요.


오라는 뜻이겠죠?


저는 천천히 욕쟁이 짐승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어요.


사람 한 명과 탈을 쓴 짐승 한 마리가 있어요.


저 늙은 사람이 배신자가 분명해요.


마지막까지 살려둬야 할 사람이에요.


왜 배신했는지 들어봐야 하거든요.


“안녕하세요?”


“대장, 이 짐승이 제가 말했던 짐승이에요.”


“반갑소. 나는 이 짐승의 대장이오. 그리고 당신이 죽였던 두 마리의 대장이기도 하지.”


말에 뼈가 있네요.


대장이라는 짐승이 손을 내밀었고 저는 마주 잡았어요.


“이제 숨기지도 않는군.”


“전우분께서도 앙갚음을 찾으러 오셨소?”


늙은 사람이 푸념하듯이 혼잣말했고, 늙은 사람의 말은 단지 혼잣말에 불과하다는 것 알려주듯 무시하고 내게 말을 걸었어요.


아무래도 늙은 사람은 이제 쓸모가 다 한 모양이에요.


하지만 저는 이 짐승이 아닌 저 늙은 사람과 대화하고 싶어요.


저 늙은 사람을 대화에 끼게 만들어야겠어요.


“네. 맞아요. 그런데 이분도 짐승인가요?”


대장 짐승이 늙은 사람을 쳐다봐요.


“그렇소.”


“네?”


“저 남자도 짐승이 맞소. 나와 같이 탈을 썼지.”


“그렇군요.”


왜 거짓말을 하는 걸까요?


제게 무언가 숨길 것이 있기 때문에?


아니면 단순히 처음 만난 저를 믿지 못해서?


어느 쪽이든 바람직하지 않네요.


“이런, 죄송합니다. 사과하는데 먼저인데. 대장님의 부하를 죽인 것에 대해 사과하겠습니다.”


공손하게 대장에게 머리를 숙였어요.


“사고였으니 전우분을 탓하고 싶지 않소. 그야말로 사고였으니.”


대장 짐승이 저를 뚫어지게 쳐다봐요.


사고라는 단어를 강조하는데 이 또한 다른 뜻을 담아 말했을까요?


“그런데 말이오. 소속이 어떻게 되오?”


“기밀입니다.”


“그렇지. 무언가를 물어봐도 당신네는 항상 기밀이라며 답을 회피하지.”


대장 짐승이 점점 불신을 내비치고 있어요.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모르오.”


“그게 원로들이 원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말이오. 들리는 풍문이 있어 내가 몇 개를 주워들었는데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단 말이지.”


“뭘 들었는지 모르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당신네가 탈을 쓴 짐승을 구분하는 것도?”


재빨리 손톱을 꺼내 대장 짐승의 심장을 향해 찔러넣었어요.


대장 짐승이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손톱을 빼내 자기 심장을 향해 오는 손톱을 쳐내요.


“이런, 이런. 배신자인가?”


“씨, 씨발! 대장,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너는 저놈의 뒤를 잡아라.”


“아, 알겠습니다.”


상황이 좋지 않아요.


“내가 또 다른 소문을 들었는데. 듣기로는 앙갚음이 노예기사였던 시절 짐승 하나를 데리고 다녔다고 하더군. 우리가 제대로 찾아왔어. 널 잡아서 고문하면 앙갚음의 위치를 알 수 있겠지.”


뒤에 위치한 욕쟁이 짐승부터 처리해야 해요.


서둘러 뒤로 돌아 욕쟁이 짐승의 목을 향해 손톱을 내질렀어요.


“어, 어!?”


정말 다행히도 제가 뒤를 돌아 자신을 공격할 줄 몰랐던 듯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어요.


손톱이 목을 꿰뚫자마자 위로 쳐들어 올렸고, 머리가 쩍하고 반으로 갈라져요.


욕쟁이 짐승이 비틀거리다 자리에서 풀썩 쓰러져요.


“등신 같은 놈. 요즘 것들은 저렇게 쓸모가 없다니까.”


대장 짐승이 애도나 분노의 감정 대신 조롱을 내비쳤어요.


대장과 부하 사이에 유대감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모양이에요.


“얌전히 항복하세요. 항복하신다면 제가 한 가지만 물어보고 고통 없이 보내드리겠습니다.”


“뭘 물어본다는 거지?”


“당신들은 왜, 왜 두려워하지 않는 거죠?”


“두려워한다고? 왜, 무엇을?”


대장 짐승이 입을 쭈욱 찢으며 함박웃음을 지어요.


맥락 없는 저 큰 웃음이 저를 불안하게 만들어요.


“당신들이 아가씨를 돌아가시게 했잖아요.”


“뭐라고!? 하하하!”


급기야 배를 부여잡고 웃기 시작해요.


“왜 웃는 거죠?”


“크크큭, 그전에. 너도 짐승인 주제에 왜 우리와 너를 구분하는 거지?”


“저는··· 당신들과 달라요.”


“아니, 너도 짐승이다. 네 믿음···.”


“나는 짐승이 아니야!”


제 고함에 놀라 대장 짐승이 눈을 크게 뜨고 쳐다봐요.


“너는 짐승이다. 우리처럼 사람의 자리를 빼앗으려는···.”


“아가리를 찢어버리겠다!”


개소리를 지껄이는 좆같은 새끼의 주둥이에 손톱을 내질렀다.


이번에는 반응하지 못했고, 손톱이 부드럽게 혀를 뚫어버리고 경추를 박살 낸다.


분이 풀리지 않아 반대 손의 손톱을 휘둘러 목을 베어냈다.


손톱에 꿰뚫린 대가리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발로 짓이겼다.


“씨발, 씨발. 내가 짐승이 아니라고 했지!? 나는 짐승이 아니라고 했잖아! 니 애미는 짐승한테 따먹혔는지 몰라도 나는··· 아.”


곤죽이 되어버린 대장 짐승의 머리를 멍하니 쳐다봤어요.


“나는 짐승이 아니에요.”


저는 짐승이에요.


“그러니 제가 짐승이 아니라면 짐승이 아닌 줄 아세요.”


당신의 말이 맞아요.


제가 아무리 부정해도 짐승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저는 짐승이기에 죽음을 기다리고 있어요.


죽음이 두려워요.


두렵지 않다고 했지만, 너무 무서워요.


짐승으로 태어나 자살해야만 하는 제가 처지가 너무 가여워요.


그렇다고 하지 않을 순 없어요.


제가 죽지 않는다면 주인님은 절 어떻게 대하실까요?


다른 짐승과 똑같이 대하실까요, 다르게 대하실까요?


혹시나, 다른 짐승과 마찬가지로 조금의 망설임 없이 저를 대하신다면···.


아니, 아니에요.


생각하지 않을래요.


생각하지 않으려고 자살하는 거니깐요.


“이보게.”


늙은 사람이 있었죠.


저 늙은 사람은 짐승이 왜 긴장 없이 행동하는 것인지 알고 있을까요?


“네.”


“괜찮나?”


“괜찮습니다.”


“괜찮지 않아 보이네만.”


“괜찮습니다.”


“그래, 자네가 그렇다면 그렇겠지.”


늙은 사람의 앞에 서서 내려다봤어요.


이 늙은 사람도 죽어버린 짐승처럼 아무런 긴장이 느껴지지 않아요.


하지만 짐승과는 이유가 다른 것처럼 보여요.


생을 포기한 사람처럼 눈에 생기가 느껴지지 않아요.


하지만 제가 할 건 해야 해요.


“혹시 알고 계시는가요?”


“말해보게.”


“짐승이 왜 긴장하지 않는 거죠?”


“내일이 그날인데 왜 긴장하지 않냐고?”


“네. 들은 게 있나요?”


“저 짐승에게 들은 건 아니지만, 알고 있는 건 있지.”


“말씀해주세요.”


“짐승은 원죄를 가진 자가 자신이 아니라고 믿고 있네. 아니, 그렇게 믿도록 만들고 있지.”


짐승이 아가씨의 죽음과 연관되어 있지 않다고요?


그게 무슨 말일까요?


“무슨 말씀인가요?”


“말 그대로네. 아쥔타의 죽음에 짐승이 관여되어있지 않다고 믿는 거지.”


“세상 모든 인간은 짐승이 벌인 짓이라고 알고 있어요. 물론 일부의 사람도 연관되어 있지만.”


“그래, 그렇게 알고 있지. 하지만 짐승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네. 이해는 가. 3년도 채 되지 않는 시한부 인생을 살 운명으로 전쟁을 벌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전쟁이 될 리가 없지. 그래서 그런 주장을 펼쳐 믿도록 하는걸세.”


··· 그렇군요.


정말 주장대로 짐승이 관련되어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저도···.


“하지만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지. 불을 때지 않은 굴뚝에 연기가 날 리 없지 않은가.”


그렇겠죠.


잠시 헛된 희망을 품었어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도움이 됐다니 기쁘군.”


“하나만 더 물어볼게요.”


“그래.”


“왜 배신하셨죠?”


“무슨 말인가?”


“왜 짐승을 이쪽으로 인도하셨어요? 짐승인 걸 몰랐나요?”


“아니, 알았네.”


“반역자인가요?”


“아니. 사람을 반역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아요.”


“그건··· 그렇지. 자네 말처럼 난 모순되는 행동을 했어.”


“고문을 가해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하도록 강요당했나요?”


“그것도 아니네. 단지, 설득되었을 뿐이지.”


“짐승이 당신의 무슨 욕망을 읽고 제안했나요?”


“···앙갚음이 사실인지 아닌지 알고 싶었네.”


이런 사람들이 종종 있었어요.


그리고 이곳을 찾아왔죠.


왜 믿지 않는 걸까요?


신께서 모두의 귀에 친히 속삭여주시는데 왜 믿지 않을까요?


“단지 그것 때문에 짐승을 이리로 안내하셨나요? 사람 중에서 극소수만 이곳의 위치를 알고 있는데 그런 직위에 있는 사람이 고작 그 이유로요? 그게 아니라면 누군가가 당신을 보냈나요? 당신을 보내 사실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라고 했나요?”


“우리 부족은 망했고 나는 그 부족의 사령관이었지. 상심이 컸네. 뭐라도 잡을 희망이 필요했어.”


신세를 한탄한다고 해도 참작이 되지 않아요.


“당신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인해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생각은 못 해보셨나요? 저 짐승들이 어떤 목적으로 오는 건지 뻔히 보일 텐데요. 저 짐승들의 목적이 이뤄졌으면 당신은 희대의 역적이 됐을거예요.”


“그런 걸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어. 나, 난 궁지에 몰렸다고.”


제가 너무 몰아 붙인걸까요?


늙은 사람의 눈에 광기가 돌아요.


“궁지에 몰렸다고 모든 행동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에요. 자신이 궁지에 몰렸다고 타인도 궁지에 몰 셈이었나요?”


“내가 말했잖아, 나는 그런 걸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고!”


“알겠습니다.”


“그런데 너는 누구지?”


“짐승입니다.”


“가, 감히! 짐승 주제에 사람에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건가!?”


그래요.


차라리 이게 나을지도 모르겠어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을 하세요.”


“뭐, 뭐?”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을 하라고 했어요.”


“부관, 부관! 부관은 대체 어디 있나? 당장 이 짐승을···!”


늙은 사람의 심장을 향해 손톱을 찔러 넣었어요.


늙은 사람이 가슴을 부여잡고 주춤거리다가 쓰러져요.


“당신에게 명복은 없었으면 해요. 저세상이 정말로 있다면, 그곳에서 뉘우치고 뉘우치길 바라요.”



///



기억이 나지 않아요.


기억해 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기억나지 않아요.


저는 분명 그 자리에 있었어요.


그 자리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봤지만, 도무지 기억이 떠오르지 않아요.


생각나는 건··· 주인님의 애달픈 목소리뿐이에요.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도 기억나지 않아요.


그저 주인님의 애달픈 어투만이 머릿속에 맴돌 뿐이에요.


[삼년상이 종료되었습니다]


아!


목을 매달 밧줄을 꽉 쥐었어요.


움막을 나와 주인님이 계신 곳과 자살할 나무가 있는 곳을 번갈아 쳐다봤어요.


이날이 오면 미련 없이 목을 매달고 죽으리라 수도 없이 다짐했지만, 막상 날이 다가오니 다짐은 눈 녹듯 사라져버렸어요.


망설이는 이유는··· 주인님이 보고 싶어서예요.


한 번만, 한 번만 뵙고 가도 되겠죠?


··· 되겠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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