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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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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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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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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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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DUMMY

-젊은 짐승-



이 영감이 괴물한테 홀렸나?


왜 이러는 거야!?


“이거 놔 봐! 영감, 진짜 저놈한테 홀린 거야!?”


“일단 밖으로 나가세. 어서.”


영감이 우악스럽게 날 잡아 밖으로 끌어냈다.


“영감이 저놈 안으로 들였어? 진짜 어떡하려고 그래!?”


“자네 기억 안 나나?”


“무슨 기억?”


“이런 안 나나 보는군. 자네는 거의 죽을뻔했네.”


“내가? 내가 왜 죽··· 아.”


분명 문이 열렸고, 초록 괴물이 보여서 내가 달려들었는데.


“기억나나 보군.”


“어. 내가 달려든 거까지는 기억나.”


“그래. 자네는 그 후부터 기절해 있다가 이제 깨어난걸세.”


“그런데 왜 내가 죽지 않고···.”


“앙갚음이 자비를 베푼 거지.”


“앙갚음!?”


“맞네. 앙갚음. 저 사람은 괴물이 아니라 앙갚음이네.”


“허, 씨발. 진짜야?”


저게 앙갚음이라고?


그러고 보니···.


“도깨비산에 있다고 했었지?”


“이 넓은 산에서 우연히 만나게 됐네.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안 좋다고 해야 할지.”


“아, 내가 존나 무례하게 굴었는데, 가서 사과해야 하나?”


“무례정도가 아니지.”


자신을 공격하는 병사들을 전부 죽였다고 했잖아.


나, 나도 죽는 거 아니야?


“하지만, 그러는 게 좋겠네. 오해에서 비롯된 행동이었지만 엄연히 상대의 목숨에 위협을 주는 행동을 했으니. 내가 보기엔 앙갚음은 생각보다 그리 무정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그러니 자네 사과를 받아들일걸세.”


“무정한 사람이 아니라고? 영감, 소문 못 들었어?”


“소문이랄게 있나? 나는 6구역에서 온 게 아닌데.”


“아, 그래? 하여튼, 소문이 굉장해. 자기한테 손톱만 들이밀어도 깡그리 죽여버린다고 들었거든.”


“그건 당연한걸세. 당장 자네만 해도 누가 손톱을 들이밀면 보복할 생각을 하지 않는가.”


“아, 아니··· 뭐. 그렇지.”


그걸 지켜만 보는 놈은 없으니까.


“그런데 자네는 그런 행동을 했고, 앙갚음은 살려주었지.”


그,렇지.


“어디 아픈 데는 있는가? 겉으로 보기엔 이상 없어 보이네만.”


“잠깐만. 일단 크게 이상은 없는 거 같은데···.”


몸을 이리저리 더듬어봐도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아··· 아!


양 손톱을 뽑으니, 전부 다 부러져 있었다.


“손톱이 부러졌네.”


“문제 있나?”


“자라니까 문제는 없어.”


당장은 불편하겠지만.


“좋군. 그럼 들어가게.”


“어? 아, 어.”


조심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가 앙갚음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앙갚음은 그런 나를 본 척도 하지 않고 수첩을 보기만 한다.


“죄송합니다.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공격해서요.”


내 사과를 받는 건지 마는 건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살려줘서 고맙습니다. 저도 6구역에서 왔거든요? 거기서 여러 소문을 들었어요. 사실 제가 생각해도 그놈들은 죽을만했어요. 다짜고짜 공격부터 한다니요? 그런 놈들은 죽어 마땅하죠. 아, 누가 혹시 제 말을 들으면 너는? 이라고 말할 텐데 원래 누구나 남의 행동은 비난하고 자기 행동은 합리화하잖아요? 하하!”


빌어먹을, 너무 긴장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공격을 하지 않는걸 보니까 적어도 기분은 나쁘지 않은 모양인데.


앙갚음이 수첩을 탁! 접고 날 쳐다보고 문을 쳐다본다.


그리곤 수첩을 다시 읽는다.


“나, 나가라고요?”


나가라는 말 같은데.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아니, 잠깐만.


여기가 자기 집이야?


아무리 앙갚음이라지만 나도 엄연히 돈을 내고 산의 길을 이용하는 손님이라고.


자기가 뭔데 나보고 나가라 말라야!?


욱하는 마음에 고개를 돌려 앙갚음을 쳐다봤는데, 마찬가지로 앙갚음도 날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계속 손에 들고 있던 수첩은 어느새 사라진 상태였고 당장이라도 나에게 달려들 것처럼 보였다.


듣기론 멀리 있는 짐승도 토막을 내서 죽였다고 들었는데.


씨발···.


“죄, 죄송합니다. 당장 나가겠습니다.”


부리나케 문을 열고 방을 뛰쳐나왔다.


“왜, 왜 그러는가?”


헐레벌떡 뛰어오는 나를 보고 영감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와, 씨발. 앙갚음이 마음도 읽어?”


“그게 무슨 소린가?”


“내가 속으로 앙갚음 욕을 좀 했거든?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하자마자 날 빤히 쳐다보는 거야.”


“욕을 왜 했나, 자네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은 겐가?”


“받아들이기는 한 거 같은데. 나보고 나가라길래 욱해서 그만···.”


“자네는 정말로 혈기 왕성한 젊은이로군. 거기서 그런 생각을 할 줄이야. 나 때는···.”


이 영감이 또 헛소리하네.


영감의 헛소리는 한 귀로 흘리며 주변을 돌아봤다.


벌레가 찌르르우는 소리가 들린다.


··· 앙갚음이 있는데 벌레가 왜 우는 거지?


그때 앙갚음이 있어서 벌레가 울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흠, 집 안에 있어서 그런가.


하여튼, 뭐 잘 끝났으니까.


“이보게, 이보게.”


“어?”


“내 말 알아듣겠는가?”


“어, 어. 알아들었어.”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커험, 자넨 요즘 것들과는 다르군. 요즘 것들은···.”


아 씨, 영감이 평소에 대화를 못 했나?


잠깐만.


앙갚음도 어차피 사람이잖아.


사람이면 굳이 길이 아닌 곳을 통해 오진 않았을 텐데.


“영감.”


“요즘에는 상상도··· 음? 왜 그러나.”


“앙갚음이 길로 왔어?”


“나야 모르지. 여기 마당에서 봤으니까.”


“그래?”


“문제가 있는 겐가?”


“아니, 뭐. 그냥.”


너무 예민하게 생각했나?


“일어났습니까?”


어디선가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낯선 짐승이 땔감 한 아름을 들고 서 있었다.


“너는 또 뭐야?”


“나는 주인님을 모시는 짐승이다.”


“주인? 아.”


앙갚음을 따라다닌다는 짐승이 있었다고 했지?


“주인님은 참으로 자비로우신 것 같아. 그딴 짓을 한 너를 살려주시다니.”


짐승이 날 적의 어린 시선으로 쳐다봤다.


“이 병신은 또 뭐라는 거야, 너 나한테 한번 죽어볼래?”


보자마자 악담을 퍼붓자 또다시 욱해 욕을 해버렸다.


“내가 이 자리에서 널 죽이지 않는 유일한 이유는 주인님께서 널 살려두셨기 때문이다.”


“아니, 근데 이 새끼가 나한테 왜 이러는··· 영감 왜 날 막는 거야?”


영감이 내 팔을 잡고 만류해 쳐다봤다.


그러자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참게.”


“내가 왜 참아야 하는데? 저 새끼가 먼저 시비 걸었잖아!”


“그래도 참게.”


“아, 정말!”


영감의 계속된 만류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났다.


짐승은 의외라는 듯 말리는 영감을 한번 쳐다보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왜 말렸던 거야?”


“자네는 방금 죽었다가 살았으면서 또 그 요행을 바라나?”


“뭔··· 아.”


“알아들었다니 다행이군. 자비를 베풀었다고 또다시 베풀 거란 생각은 하지 말게.”


나는 아무 대답 하지 않고 평상에 앉았다.


그래, 앙갚음이 짐승에게 복수하지 않는 이상 나랑은 스쳐 지나가는 사이에 불과해.


성질 죽이고 가만히 있자.


어차피 헤어질 거니까.


“고마워.”


내 인사에 영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곤, 시선을 부엌 쪽으로 돌리는데 입을 달싹이는 걸 보니 무언가 할 말이 있는듯해 보였다.


“뭐 할 말 있어? 저 짐승한테.”


“정확히는 앙갚음이지만.”


“뭔데? 내가 말해줄게.”


“자네 복수의 대상이 누군지 알고 있나?”


갑자기 이 말을 왜 꺼내는 거야.


“앙갚음? 짐승이 아닌 건 알고 있는데. 도깨비산에 왔으니까 괴물인가?”


“사람이네.”


“아, 사람··· 뭐!?”


깜짝 놀라 벌떡 서서 영감을 쳐다봤다.


“사람이라고!?”


“그래, 사람이지. 사람들.”


내 반응과 달리 영감은 담담하게 인정했다.


“아, 아니. 사람이 도대체 왜?”


“글쎄.”


영감이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사, 사람이 왜 아쥔타를 죽인 거지?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그거 확실한 거야?”


“확실하네. 직접 들었으니까.”


“지, 직접!? 직접 누구?”


“5구역의 어느 족장.”


“그냥 헛소리 한 거 아니야? 나는 믿기지 않는데.”


“술김에 한 말이니 그럴 수도 있다만. 취중 진담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울면서 뉘우치듯이 말하던데 거짓일 리가 없겠지.”


“그, 그럼, 그 사람만 죽으면 끝나는 거야?”


“내가 사람들이라고 말했네.”


“더 있는 거야?”


“그렇겠지.”


“방금 그 말. 사실인가요?”


짐승이 어느새 부엌에서 나와 영감을 보며 말했다.


“적어도 난 사실이라고 믿네. 그러니 전달해주지 않겠나?”


짐승이 영감을 빤히 쳐다보다 방 안으로 들어간다.


이내 밖으로 나와 영감을 부른다.


“안에 들어가서 직접 말씀드리세요. 하나도 빠짐없이.”


“알았네.”


영감과 짐승이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거 괜히 앙갚음의 일에 휘말리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영감은 그냥 조용히 있지 왜 오지랖을 부려서 이 사달을 만드는 거야?


늙으면 주책만 는다더니.


“어떡하지?”


확인한답시고 영감을 데려가면 나도···.


아니, 아니지.


내가 왜 따라가?


나는 앙갚음과 저 짐승하고 이미 껄끄러운 사이가 됐는데.


이도 저도 못 하고 있는 사이 영감이 밖으로 나온다.


“어떻게 됐어?”


“별거 없었네. 내가 알고 있던 사실을 말해줬고 앙갚음은 묵묵히 듣기만 했지.”


“그래서?”


“그러더니 이 지도를 선물로 주더군.”


“무슨 지도?”


“옆에 있던 짐승이 말하길···.”


다시 방문이 열리고 앙갚음과 짐승이 나온다.


앙갚음과 짐승은 나오자마자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고 급히 길을 떠나버렸다.


실로 갑작스러운 등장과 퇴장이었다.


다행히 데려가지는 않네.


“말하길 선비가 준 지도라고 하더군. 주변 지형지물을 모두 보여준다고.”


“선비면 괴물 아니야?”


“맞네.”


“괴물이 선물도 줘? 아, 아니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사람이 아쥔타를 죽였고, 앙갚음이 찾으러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잖아!


벌레 소리!


아니나 다를까 다시 벌레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무슨 말인가?”


“지금 벌레 소리 들려?”


“··· 안 들리는군.”


영감의 말이 촉발되어 우리는 재빨리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그때 괴물은 정말로 있었어. 그런데 우연히 앙갚음이 왔기 때문에 앙갚음 때문이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말이야.”


나는 영감을 쳐다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앙갚음이 굳이 왜 길이 아닌 곳으로 다닐까? 옆엔 짐승도 딸려있는데.”


“일리 있군.”


“그래, 괴물이야. 어떤 놈인지 모르지만, 저 수풀 속에서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고 있어. 앙갚음이 사라지자마자 바로 나타난 걸 보면 작정하고 있는 거야.”


“자네 괴물이 원한을 가질만한 행동을 했나?”


“미쳤어? 내가 그런 행동을 하게. 그리고 애초에 산 밑으로 내려오지도 않는데 무슨 짓을 해? 괴물 놈들은 그냥 하는 거야, 그냥!”


“곤란하게 됐군. 차라리 앙갚음을 따라갈 걸 그랬나. 어차피 같은 5구역으로 가는데.”


“영감도 5구역에 가?”


“자네도?”


“어.”


“좋아. 그렇다면 앙갚음을 따라가세.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뛰어가면 잡을 수 있을걸세.”


“하, 하지만 앙갚음도 뛰어갔···.”


영감이 내 말에 답하지 않고 문을 벌컥 열어버린다.


“자네가 망설일 때마다 앙갚음은 우리한테서 멀어지네. 어서 움직이세!”


영감이 내 말도 듣지 않고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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