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4.22 21:00
연재수 :
177 회
조회수 :
4,972
추천수 :
1
글자수 :
949,932

작성
24.02.05 21:00
조회
5
추천
0
글자
12쪽

137

DUMMY

-의문을 품는 사람-



[··· 현재 앙갚음은 6구역에 있습니다.]


“흐흐흐, 이제 너희들은 좆된거야! 씨발, 니들도 들었지!? 앙갚음이 6구역에 있다고! 여기서 이런 허접한 고문이나 할게 아니라 네 묫자리나··· 흐읍!”


짐승이 내 손톱 사이에 바늘을 쑤셔 넣었다.


의자에 묶인 몸이 내 통제를 벗어나 덜덜 떨린다.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해.


절대 비명 지르면 안 돼.


저놈들이 원하는 거야, 저놈들이 원하는 거라고.


“아, 앙갚음이 온다니까 불알이 쪼그라드나 보지? 아니, 불알이란 게 있나? 떡칠 때··· 끄으윽!”


고통으로 전신에 경련이 발생한다.


비명 지르지 마, 절대 비명 지르지 마.


약한 모습 보이면 안 돼, 절대 보이면 안 돼.


“어디 있어?”


“흐흐흐, 겁나나 보지? 짐승은 앙갚음의 복수 대상이 아니라고 야부리 털더니, 쫄리나 봐?”


“앙갚음을 조사한 문서. 어디 있어?”


“좆 까 씨발놈아! 내가 그걸 말할 거, 흐으으···”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돼.


보이는 순간 저놈은 그 틈을 파고 들어가 널 헤집어 놓을 거야.


참아야 해, 참아야 해.


“꽤 버티는군.”


“우, 우리 할매가 고문을 해도 이것보단 낫겠다. 너 말고는 다른 기술자가 없나 봐? 하긴 그 멍청한 대갈통에서 나오는 방법이라 봐야 지지고 찌르고 뻔하지!”


“마지막으로 묻는다. 족장이 문서를 어디다 숨겼지?”


짐승이 내 목에 칼을 댄다.


하지만, 이놈은 절대 날 못 죽인다.


족장님이 돌아가시고 사령관이 사라진 이상 행방을 아는 사람은 나뿐이다.


찾을 생각이 없다면 날 죽일 테지만,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으니 그럴 리가 없지.


“아, 알았으니까 그 손톱 좀 치워.”


“말해.”


“구, 구멍에···.”


“구멍에?”


짐승이 종이와 연필을 들고 진지하게 받아적는다.


“앞에 있는 구멍···.”


“그러니까, 어디 앞에 있는 구멍!? 빨리 말해!”


“니 애미한테 있는 구멍··· 킥킥!”


짐승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이 새끼가 정말로 죽고 싶은가 보군.”


짝!


짐승의 따귀에 내 고개가 휙 돌아간다.


역시.


짐승은 날 죽이지 못한다.


“미, 미안.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서 장난 좀 쳐봤어.”


“마지막 기회야.”


“아, 앞 구멍이 아니라···.”


짐승이 표정을 찡그리며 뭐라고 말하려다 멈춘다.


“왜?”


“···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이, 이제 생각해 보니 앞구멍이 아니라 뒷구멍이었네. 니 애비가 많이도 사용··· 끄아악!”


“오냐, 죽는 게 소원이면 죽여주지.”


쿵!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가.”


고문하던 짐승이 행동을 멈추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후 방을 나간다.


“이, 이게 또 누구야? 잘나신 원로 나리 아니야?”


“그래.”


원로가 의자를 가져와 내 앞에 마주 보고 앉는다.


“나한테 뭘 원하시는 게 이, 있어서 친히 행차하셨을까?”


원로가 대답 없이 날 쳐다보기만 한다.


“도대체 너희 원로는 몇 마리인 거야,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네?”


“원로라는 직함은 그저 상징일뿐.”


“뭐라는 거야, 씨발. 그럴듯하게 말하면 내가 존경이라도 표할 줄 알았냐?”


“후후, 그래.”


“원로가 그렇게 많다면 니 애미도 원로인가, 아니면 니 애미가 몸팔아서 널 원로로 만들었나 보지?”


“그럴지도.”


여러 차례 느끼는 거지만, 이놈은 짐승 주제에 보통이 아니야.


“원하는 게 뭐야?”


“앙갚음.”


“너도 무섭나 보지? 앙갚음이 너희 짐승을 모조리 족쳐버릴까 봐. 차라리 자살이나 하라고.”


“까봐? 가정을 생각하고 말하는군.”


“가정이든 뭐든, 씨발. 앙갚음은 너희 대가리를 모조리 따버릴 테니까.”


“정말 그렇게 믿나?”


“뭐라는 거야, 이 병신이. 세상 인간들 모두 아는 사실인데. 아, 너는 인간이 아니라 모르는구나, 킥킥.”


원로가 내 면전에 다가와 눈을 쳐다본다.


“정말 그렇게 믿나 보군.”


“아, 아니야?”


나도 모르게 사실을 의심하는 발언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건 차차 알게 되겠지. 정말 나에게 할 말 없나?”


“없어···.”


빌어먹을··· 짐승 새끼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믿을지 안 믿을지 모르지만, 네가 그 문서를 우리에게 주는 게 너희 사람한테도 좋을 거야.”


무슨 소리지?


“그게 무슨 애미 뒤진 소리야?”


“천박한 욕은 그만두지 그래? 그런 말로는 날 흔들 수 없다는걸 알 텐데.”


내 의도를 정확히 알고 있었어.


그래서 시종일관 반응하지 않고 있었던 거야.


빌어먹을, 이 자식 앞에만 있으면 내가 작아지는 기분이야.


“뭐라는 거야, 이 등신 새끼가.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빨리하고 꺼져!”


“다시 말하지. 그 문서를 넘겨라. 우리뿐만 아니라 너희한테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지랄하네, 씨발놈이. 우리한테 좋은데 너희한테도 좋다고? 지나가던 개가 자빠져 웃겠다.”


무슨 꿍꿍이지?


너무나 허무맹랑한 말이라 오히려 신뢰가 느껴져.


“앙갚음. 얼마나 알고 있지?”


“··· 그냥 남들이 아는 만큼.”


“그 문서를 읽어보지 않았군.”


돌아가신 분을 흉보긴 그렇지만··· 족장님은 말년에 제정신이 아니셨으니까.


광기에 가까운 집착으로 앙갚음에 대한 정보를 모으셨고, 나는 읽어보지 않고 보관만 했으니.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네가 그 문서를 한 번이라도 읽어봤다면 내 말뜻을 이해할 수 있을 터.”


“이 새끼가 지금 뭐라는 거야, 너는 읽어본 것처럼 말한다? 그리고, 네가 그런말을 하면 내가 몰래 문서를 찾아서 읽어볼 줄 알았냐, 그러면 쥐새끼처럼 나를 졸졸 따라와 위치를 알아내고? 병신, 속보여도 너무 속보이는거 아니야?”


원로가 답 없이 문을 열고 방을 나간다.


“이 병신새끼야! 내가 정곡을 찌르니까 할 말 없지!? 등신 새끼, 그딴 개소리는 나한테 안 통하니까 네 할머니한테나 하라고!”



///



“괜찮으세요?”


눈을 뜨자마자 유일하게 살아남은 수하가 날 맞이했다.


“아침인가?”


“네. 아침이 맞긴 하죠.”


“그 미묘한 어투는 뭐야?”


“다음날이 아니라 다다음날 아침이에요.”


고문답지 않은 고문이라지만 몸에 누적되고 있어.


“제가 살펴보기는 했는데 그렇게 심한 곳은 없었어요.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 고문해 놓고 치료하는 꼴이라니.”


쓸데없이 걱정하는 말을 일부러 끊어냈다.


나도 알고 있으니깐.


“뭐랍니까, 또 그 문서를 찾아요?”


눈치 빠른 놈답게 내 의중을 눈치채고 화제를 전환했다.


“어.”


“그놈들도 참 지독합니다. 그게 뭐라고. 족장이 쓴 쓸모없는 문서 아니지 않습니까? 그냥 줘버리세요.”


“이 새끼가···.”


이런, 욕을 너무 많이 했더니 입에 붙어버렸어.


“큼, 내가 족장님에 대한 예의를 갖추라고 했지?”


“죄송합니다.”


건성으로 고개를 숙인다.


그래, 궐에서 근무했던 우리의 이런 행동은 족장님의 신망이 어디까지 떨어졌는지 보여주는 좋은 반증이지.


우리가 이럴진대 하물며 일반 부족민은 말할 필요가 없겠지.


“그 문서가 우리 목숨줄인데 줘버리면 우리는 어떻게 되겠어?”


“아···.”


“지금 받는 고문은 고문도 아니야. 그저 생색만 내는 거지. 저것들이 마음먹고 했으면 난 여기 기어서도 못 들어와. 생각 좀 하고 말해.”


“죄송합니다. 근데, 그거 들으셨어요?”


“아그그, 뭔데?”


다른 포로들은 꿈에도 꾸지 못할 안락한 이불속에서 뒤척이며 되물었다.


방금 내가 했던 말처럼 아직 빼먹을 게 있으니, 탈으로 만들지도 않고, 이런 대우를 받는는거지.


살아있는 다른 부족민에게 죄책감이 들긴 하지만, 내가 이런 대우를 받지 않는다고 해서 남은 부족민의 대우가 나아지지는 않을 테니 차라리 받는 게 낫지.


“그거요, 그거.”


“앞부분은 정신이 없어서 못 들었고. 6구역에 있다며?”


“네. 왜 굳이 알려주는지 모르겠어요. 짐승을 자극하는 꼴만 될 텐데.”


“압박을 주려는 목적이거나··· 뭐가 됐던 생각이 있어서 그랬겠지. 그래서 왜?”


“앞부분이요. 구역간 이동이 차단된다던데요.”


뭐라고?


“이동이 차단 된다고?”


“네. 분명 그렇게 말했어요.”


“아니, 어떻게?”


“모르죠.”


“다른 건?”


“그것밖에 없었어요. 현 시간부터 이동이 차단되고, 앙갚음은 6구역에 있다고.”


“찾아다닐 수고를 덜 목적인가···.”


“그렇겠죠.”


앙갚음은 당연히 구역간을 이동할 수 있을 것이고, 흠.


“내가 잠든 사이에 무슨 일은?”


“아무 일도 없었어요.”


“이놈들이 왜 이렇게 무사태평하지?”


“포기한 거 아닐까요?”


“아니, 포기는 아니야.”


신경 쓰이네.


이것도 그렇고, 원로가 한 말도 그렇고.


“내가 원로한테서 이상한 말을 들었거든?”


“뭔데요?”


“문서를 주는 게 우리한테도 도움이 된다나 뭐라나.”


“풋, 그냥 막 질러보는 거 아니에요?”


“그래, 보통은 그렇게 생각해야 맞는 건데···.”


이상하게 사실을 말한 것 같단 말이야.


단순히 내가 그놈한테 말려서 그렇게 느끼는 건가.


“상황이 좀 이상하기는 하네요.”


“뭐가?”


“이놈들이 분명 신이 말하는 목소리를 듣고 광분해서 왔잖아요.”


“그렇지.”


“왜 왔을까요?”


“네가 말했잖아, 광분했다고.”


“네, 일반 병사들은 이성을 잃을 수 있어요. 하지만 지휘관급은 그렇지 않을 텐데요. 솔직히 저희끼리 하는 말이지만 짐승이라고 전부 다 모자란 놈들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개중에는 우리보다 뛰어난 것들도 있다는 건 공연히 받아들이는 사실이잖아요.”


그 원로처럼.


“계속해 봐.”


“그놈들이 이성을 잃었을까요? 이성을 잃고 마구잡이로 공격을 지시했을까요? 그 후도 그래요. 이놈들은 마치 뒤가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게 아니라 어떤 목적을 가지고 미래를 도모하고 있어요.”


“어차피 다 죽을 텐데 계획을 세운다?”


“네. 죽기 전에 우리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는 걸까요?”


“글쎄. 구역간 이동이 차단된 상태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차단이 맞는다면. 같은 구역 내에 있는 짐승들로만 결론을 내야 하는데 가능할까? 그래, 좋게좋게 생각해서 다 밀어버린다 치자. 1구역은? 거기는 대족장이 셋이나 있어서 지원이 없고서야 힘들 텐데.”


“그러니깐요. 멍청한 것들.”


네가 방금 영민한 짐승도 있다고 했잖아.


그놈들이 우리가 한 생각을 못 할 리가 없어.


“흠, 어쩌면 저희가 생각을 너무 깊이 하는 걸 지도요.”


“뭔데?”


“그냥 믿고 있는 거죠. 복수의 대상이 자신이 아니라는 걸요.”


나는 고개를 여러 번 끄덕였다.


하지만, 반사적인 움직임일 뿐 동의의 의사를 표현하는 게 아니다.


이상하게 그 원로의 말이 계속 기억에 남아.


“서기관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그래, 뭐.”


“아, 그나저나 앙갚음은 언제 오나? 여기 짐승이 바글바글한 데 말이야.”


“다른 곳에 가 있겠지.”


“그런데 6구역에서 남은 곳이라고 해봐야 여기잖아요.”


“엄밀히 말하면 앙갚음의 목적은 짐승을 죽이는 거지 우리를 살리는 게 아니야.”


“아, 하긴. 그렇네요.”


문이 끼익하고 열린다.


짐승 하나가 안으로 들어와 날 내려다본다.


“널 찾는 사람이 있다.”


“누군데?”


“앙갚음.”


“뭐라고!?”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앙갚음이 날 찾아봤다고!?


아, 아니 그전에.


앙갚음이 찾아왔는데 이놈은 왜 살아있는 거야!?


“따라와라.”


짐승이 내 대답도 듣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고, 나는 서둘러 뒤따랐다.


작가의말

다음주 업로드 X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04. 23 /// 67화 대사 추가 23.04.23 21 0 -
공지 (1)과 (2) 중에 하나만 읽으시는걸 추천합니다 23.02.19 80 0 -
공지 12. 16 /// 17, 18 업로드 X 22.10.16 133 0 -
177 153 24.04.22 1 0 11쪽
176 152 24.04.21 3 0 11쪽
175 151 24.04.15 3 0 12쪽
174 150 24.04.14 4 0 11쪽
173 149 24.03.25 4 0 11쪽
172 148 24.03.24 4 0 11쪽
171 147 24.03.18 6 0 11쪽
170 146 24.03.17 5 0 11쪽
169 145 24.03.11 5 0 11쪽
168 144 24.03.10 4 0 11쪽
167 143 24.03.04 5 0 11쪽
166 142 24.03.03 4 0 12쪽
165 141 24.02.26 5 0 11쪽
164 140 24.02.25 5 0 11쪽
163 139 24.02.19 4 0 12쪽
162 138 24.02.18 5 0 11쪽
» 137 24.02.05 6 0 12쪽
160 136 24.01.28 5 0 11쪽
159 135 24.01.22 6 0 11쪽
158 134 24.01.21 5 0 11쪽
157 133 24.01.15 8 0 12쪽
156 132 24.01.14 13 0 11쪽
155 131 24.01.07 7 0 11쪽
154 130-1(2) 24.01.06 15 0 3쪽
153 130(2) 24.01.06 8 0 7쪽
152 130-2(1) 24.01.06 12 0 9쪽
151 130-1(1) 24.01.06 5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