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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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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4.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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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49,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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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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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DUMMY

-젊은 짐승-



“허억!”


벌떡 일어나 재빨리 주변을 돌아봤다.


“씨발! 영감, 영감 어딨어!?”


문이, 문이 왜 열려있지?


나는 밖으로 나가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나 어디에도 영감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간 거야?”


설마, 괴물한테?


괴물이 안으로 들어온 건가?


그래서 문이 열려 있었던 거야!?


영감, 문을 열어버린 이유가 뭐야!?


“아야!”


갑자기 온몸에서 쓰라림이 느껴져 확인해보니 온통 상처투성이였다.


“내 몸은 또 왜 이래? 뭐가, 씨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생각하자, 생각해.


흥분하지 말고, 천천히 생각해보자.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생각해보자.


안으로 들어가서···.


“멈추거라.”


이 목소리는··· 아까 뒤에 있던 괴물이잖아!


나는 다리가 굳어버려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사부작사부작하는 소리가 들렸고 내 뒤에서 멈췄다.


“뒤로 돌아보거라.”


괴물의 말에도 나는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여전히 내 몸이 말을 듣지 않았기에.


“뒤로 돌아보라고 말했다.”


“도, 돌아볼 수가 없어요.”


“이놈!”


괴물의 고함이 쩌렁쩌렁 울렸다.


모순되게도 그 고함 덕분에 통제를 찾을 수 있었다.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아, 안녕하세요?”


괴물이 부채를 펼치며 날 내려다봤다.


홀린 듯이 뻥 뚫린 눈구멍을 쳐다봤는데 안에서는 조그마한 불이 일렁거렸다.


“이놈이 어딜 감히 눈을 마주 보느냐!?”


“아, 죄, 죄송합니다!”


나는 바짝 엎드려 사죄를 표했다.


“지도는 어디 있느냐?”


“예, 예?”


“어허, 이놈이. 지도는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무슨 지도를 말하는 거지?


다짜고짜 지도를 찾으면 나보고 어떡하라는 거야?


··· 출입구에서 받은 지도를 말하는 건가?


씨발, 그걸 찾을 리는 없잖아.


“저, 저 안에 있어요.”


“가져오거라.”


“네, 네.”


서둘러 안에 들어가 지도를 쥐고 바쳤다.


“지금 날 놀리는 건가?”


“네?”


“정녕 피를 봐야 정신을 차릴 놈이군. 좋다.”


“끅.”


괴물이 바닥에 엎어져 있는 내 목을 움켜쥐고 자기 눈높이로 들어 올렸다.


“팔 하나를 잘라내면 말을 듣겠나?”


아, 안돼!


제발··· 하지 마, 이 개새끼야!


“끄윽!”


그러나 내 마음과는 다르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대답이 없는 걸 보니 동의하는 모양··· 응?”


괴물이 자신의 얼굴을 내 얼굴에 가까이 대어 유심히 쳐다봤다.


“무당 놈이 여길 다녀갔군.”


괴물이 혼잣말하더니 내 목을 움켜쥔 손을 풀었다.


때문에, 나는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볼썽사납게 뒹굴고 말았다.


“너와 같이 있었던 늙은 사람이 지도를 가지고 있었나?”


앙갚음이 준 지도를 말하는 거야!?


“아, 앙갚음이 준 지도요?”


“그래, 그···. 그 지도.”


괴물이 뭔가 말하려다 황급히 말을 맺었다.


“네, 네. 영감이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 무당 고것이 늙은이를 꾀어서 내 지도를 가져갔단 이 말이지.”


그, 그럼 그 괴물이 영감을 납치한 거야?


지도를 가지고 있어서?


그나저나, 도무지 이해가 안 돼.


괴물의 지도를 왜 앙갚음이 가지고 있었으며, 앙갚음은 그걸 돌려주는 게 아니라 왜 굳이 우리에게 준거지?


우리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그럼 넌 쓸모가 없겠군.”


“잠깐만요!”


괴물이 내 말을 듣지 않고 붓을 꺼냈다.


“저도 그 영감을 찾아야 해요. 그러니까 저도 도울 수 있게 해주세요.”


“종놈이 되겠다는 말인가?”


종놈?


이 새끼가···.


“네, 네! 종이요, 종! 종이 돼서··· 저, 제가 어떻게 부르면 될까요?”


“네놈한테 알려주기엔 내 이름이 너무나 고귀하니, 나리라고 있느냐고.”


개새끼, 괴물 주제에 고귀는 무슨.


“네! 제가 종이 돼서 나리를 보필하겠습니다요!”


머리가 땅에 닿을 듯이 고개를 조아렸다.


하, 씨발.


인생 참 좆같네.


“그래, 못난 놈이지만 내가 거둬야지. 앞장서거라.”


그래, 병신아.


마음대로 지껄여라.


근데 뭘 앞장서라는 거야?


“어, 어디로 갈까요?”


“어허, 이놈이!”


아, 몰라.


마음대로 걸으면 알려주겠지.


나는 앞장서서 집을 나섰다.



///



“거기가 아니다. 이놈아.”


“예에···.”


따악!


“아야!”


반대편 갈림길로 숲을 가로질러 가려는데 괴물이 곰방대로 내 머리를 내리쳤다.


“이놈이! 나보고 길로 아닌 곳으로 가란 말이더냐!?”


“죄, 죄송합니다.”


진짜, 이 십쌔끼!


갈림길에서 어디라고 알려주면 되잖아!


왜 다른 길로 들어서고 난 후에야 알려주는 거냐고!


“커험, 시간이 없다!”


“서두르겠습니다.”


왔던길을 되돌아가 반대편 갈림길로 들어섰다.


그렇게 걷길 얼마간.


“멈추거라.”


괴물이 날 멈춰 세웠다.


“예? 네, 알겠습니다.”


“저 앞에 늙은이가 있군. 그것도 지도를 가지고.”


영감!?


“비키거라.”


괴물이 내 대답을 듣지 않고 붓을 꺼내 휘두르려 했다.


저러면 영감이 죽을 거야!


“자, 잠시만요!”


괴물이 휘두름을 멈추고 날 쳐다본다.


“이 천한 놈이···.”


“나, 나리께서 직접 움직이실 필요가 이, 있겠습니까?”


“무슨 뜻이지?”


“고, 고귀하신 나리께서 저 천한 놈의 행동이 일일이 반응하면 그것만큼 체통에 맞지 않는 것도 없지요.”


“흠, 그렇지.”


괴물이 붓을 집어넣고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제가 가보겠습니다. 제가 가서 지도를 가져와 나리께 바치겠습니다.”


“가보거라.”


“네에···.”


“왜 그러나?”


시원찮게 대답을 하고 괴물의 눈치를 보니 연유를 물었다.


“뭐 해주실 말씀 같은 건 없으신지···.”


“앞에 함정이 있다.”


알고 있으면서 나보고 그냥 가라고 한 거야?


“그, 그러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긴? 알아서 해야지. 자신 있으니까 네놈이 나선 게 아니더냐?”


“저, 저같이 천한 놈이 어찌···.”


“한심한 종이로고. 비키거라.”


괴물이 다시 붓을 꺼내 들었다.


“저, 저 사람을 죽이면 안 됩니다!”


“왜지? 저놈이 함정 한가운데에 있어서 불가피하다.”


“그, 그러면 지도에 손상이 갈 수 있습니다!”


“상관없다. 회수하든, 파기하든 난 상관없으니까. 내가 그려준 지도가 다른 놈의 손에만 없으면 된다.”


씹새끼!


“그, 그럼 제가 갔다 오겠습니다.”


“알았다.”


괴물이 팔짱을 끼고 날 내려다본다.


해골이라 표정을 읽을 수 없지만, 왠지 날 보고 웃고 있는 것만 같았다.


어떡하지?


조심조심, 한 발짝씩 앞으로 걸어가는데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함정이 있는 건 알지만, 어떤 함정인지 몰랐기에 긴장은 더욱 증폭됐다.


씨, 씨발!


영감쟁이, 너 때문에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니, 잠깐만!


영감쟁이는 씨발 날 봤으면 뭐라고 말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 영감도 괴물한테 잡혔다고 했지.


그래서 함정 한가운데서 멍청하게 서 있기만 하는 건가.


저거봐.


내가 분명 보일 텐데 죽은 거처럼 가만히 있기만 하잖아.


어느새 5미터 앞까지 당도했다.


“영감, 뭐라고 말 좀 해봐!”


역시나 아무 반응이 없다.


“씨발, 지금 나 죽게 생겼다고! 정신 좀 차려!”


기어이 영감의 앞에 도착했다.


내가 운이 좋았던 건가, 아니면 함정은 처음부터 없었던 거야?


뒤를 돌아보니 괴물은 꼼짝도 않은 채 나를 쳐다만 보고 있다.


저놈이 뭔가 했을 리는 없고.


아차, 이럴 때가 아니지.


“영감, 영감! 괜찮아!?”


내가 앞에 있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씨발, 영감! 정신 좀 차려봐, 제발!”


팔을 잡고 흔들어 봐도 껍데기만 있는 사람처럼 반응이 없다.


“영감, 제발! 흐윽···.”


영감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무너져 내렸다.


“나, 나 무섭다고 말하는 거야···. 나 못하겠어. 더는 못하겠다고.”


“허허, 젊어서 그렇게 나약해서 아무 대도 못 써먹겠군.”


“어, 어?”


“일어나게. 사내가 그렇게 눈물을 흘려서야 하겠나?”


서둘러 일어나 영감을 쳐다봤다.


“정신이 들어?”


“정신은 아까부터 있었네.”


“아, 아까 집에선 어떻게 된 거야?”


“약간의 소란이 있었네. 하지만 걱정 말게. 아무 문제 없으니.”


“아···.”


아무래도 석연치 않아 더 물을까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영감이 깨어났다는 기쁨이 내 의문을 덮어버렸기에.


“몸은 괜찮아? 저 괴물이 말하는데 무당이 우리 집에 왔다면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않은가? 어서 저 괴물을 죽이세.”


“뭐라고?”


“저 선비 놈을 죽이자니까.”


영감이 저 괴물의 이름을 어떻게 아는 거지?


“저, 저걸 어떻게 죽여? 방법이라도 마련해둔 거야?”


“그렇지. 다 마련해 뒀네.”


“뭐, 뭔데?”


“저 선비 놈을 이리로 유인하게. 그럼 그분께서 다 알아서 하실 거야.”


“그분이 누구··· 아, 알았어. 내가 어떻게 하면 돼?”


“저 선비 놈이 분명 지도를 찾는다고 했지?”


“어.”


“여기 있네.”


영감이 품에서 지도를 꺼냈다.


나는 그걸 받아 손에 쥐었다.


“그걸 휘두르면서 저놈을 유인하게. 분명 올 거야. 부르면서 신경을 긁어 놓게. 그래야 올 테니까.”


모르겠다.


그냥 하자.


너무 힘들어 이제.


나는 몇 발짝 앞으로 나가 지도를 흔들었다.


“여기 지도가 있다.”


“잘했다! 이리로 가져오너라!”


“안되네. 저놈을 이리로 끌어들여야 하네.”


“다리가 아파서 못 가겠어요! 나리께서 오세요!”


“이놈이!”


“흔들리지 말게. 어차피 자네 말을 듣게 될 테니.”


“나리, 이쪽으로 안 오시면 저 그냥 가요?”


“내 반드시 네놈을 찢어 죽이겠다!”


“걱정 말게. 그분께서 지켜주실 테니.”


그러니까 그분이 누구느냐고.


내가 꼼짝도 않고 있자 괴물이 마지못해 이곳을 걸어온다.


그 상태로 붓을 휘두를 만도 하건만 무슨 이유에선지 휘두르지 않는다.


“흐흐, 저 선비 놈 상당히 화가 났군.”


그래, 화가 나서 이성적인 판단을 못 하는구나.


의외로 괴물도 그런 면이 있네.


[앙갚음이 5구역에 진입했습니다]


쨍그랑!


신의 목소리가 있고 나서 온 사방에서 사기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크하하! 함정이 파훼되었군! 그것보다 저놈들을 지도와 함께 사라지게 하면 될 것을 이게 무슨 헛수고 인가!”


괴물이 정신 차렸어!


“씨발! 영감, 튀어야 돼!”


“어, 어!? 자, 자네가 왜 여기 있나?”


“갑자기 자다가 무슨 봉창 두드려!? 무슨 개소리야, 아까부터 계속 있었잖아.!”


“여, 여기는?”


“띾띾띾띾띾”


“피, 피해야 하네! 여기에 무당이 있어!”


“무, 무당!?”


“선비가 공격한다! 빠, 빨리 숙이게 어서!”


영감이 내 팔을 끌어내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괴물을 처음 봤던 때와 마찬가지로 앉자마자 동시에 검은 먹이 머리 위를 지나갔다.


“간사한 무당년! 내 오늘 반드시 네년을 찢여죽이고 저것들도 죽이고 말겠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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