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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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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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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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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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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DUMMY

-떠난 짐승-



흥미롭네.


“그래서, 도깨비산을 뚫고 6구역에서 여기까지 왔다. 이 말이야?”


짐승이 여전히 넋이 나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자세히 좀 말해봐 봐.”


이놈을 잘만 이용하면 밖에서 뺑이 치는것도 끝이야.


나도 안에서 근무 좀 서보자.


하지만 내 기대와는 다르게 고개를 젓고 입을 다물어 버린다.


“내가 먹을 것까지 줬잖아. 요즘에 이런 걸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줄 알아?”


내 말을 무시하고 짐승이 자리에서 일어나 터벅터벅 걸어간다.


“야, 내가 물어··· 케엑!”


뛰어가서 짐승의 어깨 잡았는데 그대로 날 엎어 쳐 무릎으로 내 갈비뼈를 짓누르고 손톱을 뽑아 내 목에 갖다 댄다.


최근에 부러진 모양인지 상당히 거칠었는데, 그것이 날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여태껏 보던 넋이 나간 표정이 아니라 매우 살벌한 표정을 한 채 날 내려다본다.


“왜, 왜 이러는 거야? 난 단지 물어보려고 했을 뿐이라고. 진정해.”


“방해하지 마. 난 반드시 족장의 딸을 죽여야 하니까.”


족장의 딸?


5구역에 족장이 한둘이겠느냐마는··· 딸을 가진 족장이라면 어느 정도 압축이 가능한데.


“너 5구역에 족장이 몇이나 있는 줄 알아? 대족장이라고 불려야 할 족장부터 족장이라는 말이 아까울 정도의 족장까지. 세는데 두 손이 부족할걸?”


짐승의 눈빛이 흔들린다.


됐어!


“그걸 너 혼자 어떻게 찾을 작정이야? 그냥 머리부터 들이밀려는 생각은 아니겠지? 그러면 네 머리부터 깨져버릴걸?”


짐승의 눈빛이 흔들린다.


“그럴 바에 준비하고 가는 게 어떨까? 그것도 아니라면 조력자를 구하는 것도 좋잖아.”


짐승이 눈에 띄게 동요한다.


좋아, 거의 다 넘어왔어!


“내가 도울 수 있을 거 같아. 내가 이래 보여도 군에 속해 있거든. 네가 중요 인물을 죽이려면 군의 동조를 얻는 게 나을 거야. 어차피 군도 노리고 있을 테니까 널 전폭적으로 지원할 거라고.”


짐승이 마침내 의심을 거두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 좀 일으켜 세워주지?”


손을 내밀었다.


짐승이 날 똑바로 바라보며 일으켜 세워준다.



///



“저기야. 보이지?”


내 말에 고개만 끄덕일 뿐 별다른 답은 하지 않는다.


“허리에 찬 건 검인가? 특이하네 짐승이 검도 차고.”


짐승이 자신의 검집을 한번 매만진다.


“이걸로 죽여야 해.”


“뭐라고?”


“이걸로 그 딸이란 사람을 죽여야 해.”


손톱을 놔두고 굳이 검으로?


그러고 보니.


자기가 죽여야 할 사람인데 인적사항을 모른다는 게 말이 되나?


원한을 산 게 아니라면 청부를 받은 건가.


아니, 청부를 받았다고 해도 이상한데.


어떤 멍청이가 두루뭉술하게 5구역에 있는 족장의 딸을 죽이라고 해?


짐승을 한번 쳐다봤다.


짐승도 나를 쳐다본다.


급히 시선을 돌려 딴짓을 했다.


이놈 이거, 위험한 놈 아니야?


이런 시국에 도깨비산을 넘었다고 해서 앞뒤 생각 안 하고 데리고 오긴 했다만.


좀 껄끄럽네.


그냥 무시하고 갈 걸 그랬나.


갈등하는 사이에 1차 검문소까지 당도해버렸다.


빌어먹을 이제 빼도 박도 할 수 없어.


그냥 적당히 던져놓고 나는 빠져야겠다.


“출입하길 요청합니다. 저 짐승은 방문객입니다.”


“너는?”


“정찰소속입니다.”


인식표를 건네줌과 동시에 소속을 밝혔다.


경비병은 인식표는 보지도 않고 의심스러운 눈길로 나와 짐승을 샅샅이 훑어본다.


“기다려.”


명부를 뒤져 보더니 다시 내게로 걸어온다.


“나간 기록이 없군.”


“다, 다시 살펴보세요. 분명 여길 통해서 나갔다고요. 없다는 게 말이···.”


경비병이 손톱을 빼 든다.


“이걸 어디서 얻었는지 모르지만···.”


날 보던 경비병의 눈이 왕방울만 하게 커진다.


“어, 어!?”


뭐, 뭔데 그러는 거야!?


경비병의 기겁하는 모양새에 나도 움츠러들어 뒤를 쳐다봤다.


단단해 보이는 초록빛 쇠를 두른 거구··· 앙갚음!


“씨, 씨발!”


“비상, 비상!”


목청이 터지도록 외침과 동시에 종이 땡땡땡 울린다.


이어 초소에서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나온다.


“너! 가서 앙갚음이 나타났다고 알리고, 나머지는 전투 준비해!”


지목받은 짐승이 부리나케 뛰어간다.


나머지는 손톱을 뽑은 채 무릎을 굽혀 언제라도 뛰쳐나갈 수 있도록 준비한다.


“아, 앙갚음!?”


여태껏 반응 없던 짐승이 급히 뒤를 돌아본다.


“죽여버리겠다!”


내가 말릴 틈도 없이 부러진 손톱을 뽑아 달려나간다.


앙갚음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오기만 한다.


짐승이 앙갚음의 심장을 향해 손톱을 내지른다.


손톱이 갑옷을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간다.


그 후에도 짐승은 여러 번 손톱을 내지르지만 번번이 뚫지 못한다.


“흐으윽! 왜, 왜!? 왜 영감에게 그 지도를 준 거야! 네가 그 지도를 주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어! 네가, 네가 그 지도를 주지만 않았어도···.”


짐승이 자리에 쓰러져 울부짖었다.


저 짐승이 앙갚음과 연관이 있었던 모양인데.


앙갚음이 고개를 숙여 짐승을 내려다본다.


사정은 모르지만 억울함을 내비친 걸 보아 위로라도 해 줄 거로 생각했지만, 내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행동을 한다.


앙갚음이 짐승의 가슴께를 발로 차 쓰러뜨리고 그대로 머리를 밟아 터뜨려버렸다.


방금 죽여버린 짐승은 안중에도 없는 듯 다시 천천히 이쪽을 향해 걸어온다.


“주, 준비해! 정신 차려!”


방금 상황을 전부 본 소초장이 병사들을 닦달했다.


어떡하지?


나도 끼어들어야 하나?


아니면 도망이라도 가야 하나?


“그만!”


갈팡질팡하는 와중 고함이 들려 뒤를 쳐다보니 원로님께서 주요 수뇌부들과 함께 나타나셨다.


그 뒤엔 수많은 병사가 있었는데 기민한 움직임으로 앙갚음을 포함해 전부를 둘러쌌다.


앙갚음이 걸음을 멈추고 원로님을 쳐다본다.


원로님이 주변 수뇌부들을 물리치고 단독으로 앙갚음을 마주하셨다.


“반갑소. 나 5구역의 짐승을 책임지는 원로요.”


악수를 청함과 함께 자신을 소개하셨다.


앙갚음은 고개를 숙여 쳐다만 볼뿐 악수를 받지 않는다.


“안 받을 거요? 이거 민망해지려고 하는구먼.”


원로님의 너스레가 효과가 있었던 건지 그제야 앙갚음이 손을 맞잡았다.


“허허, 그래요! 반가워요. 어디 보자··· 옆에는 말로만 듣던 앙갚음님을 보좌하는 짐승이고, 다른 쪽에는···.”


원로님의 표정이 굳어진다.


“족장의 딸이시구먼.”


여자 사람이 족장의 딸이라··· 이거 왠지 저 사람이 죽은 짐승이 노리던 대상 같은데.


머리가 박살 나 바닥에 널브러진 짐승을 쳐다봤다.


“내가 여기서 원로의 상판대기를 볼 줄이야. 내가 그렇게 쑤셔대도 겁먹은 개새끼처럼 나오지 않더니.”


“큼, 이곳에 오신 목적을 물어봐도 되겠소?”


원로님이 족장의 딸을 무시하고 앙갚음에게 시선을 돌렸다.


“왜 왔겠어? 네놈들을 전부 죽여버리려고 왔지.”


겨우 펴졌던 원로님의 얼굴이 다시 굳었다.


뭐, 뭐라고!?


“뭐, 뭐라고?”


원로님께서 정확히 내 생각과 같은 말씀을 하셨다.


“귀가 안 들리나? 여기 앙갚음이 너희 짐승을 죽이러 왔다고.”


“사, 사실인지 물어봐도 되겠소?”


“맞습니다.”


앙갚음 대신 옆에 있던 짐승이 대답했다.


“왜, 왜 우릴 노리는 거요? 우리는 원죄를 가지지 않았는데!”


“거래를 했습니다. 저항은 무의미하니 얌전히 계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 거래가 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가 대신 이뤄주겠소!”


원로님이 다급히 앙갚음을 향해 말씀하셨다.


“앙갚음, 빨리 저것들을 죽이지 않고 뭐 하는 거야!? 거래했잖아!”


원로님의 제안에 다급해진 족장의 딸이 앙갚음을 재촉했다.


“주인님?”


원로님의 제안이 흥미로운 듯 앙갚음이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여, 역시 앙갚음이오! 이렇게 현명한 판단을 하다니. 자, 자! 이럴 게 아니라 이쪽으로 오시오. 뭣들 하는가? 어서 모시지 않고! 사령관, 어서 병사들을 물리게! 그러니까 내가 분명히 말하지 않았나? 병사들을 끌고 오지 말자고! 내 그렇게 말했건만!”


“예, 예. 전 병력 철수한다!”


앙갚음과 짐승이 원로님의 안내에 따라 안으로 걸어간다.


“우리와 먼저 거래했잖아!”


하지만 족장의 딸은 움직이지 않고 앙갚음을 향해 소리쳤다.


“허허! 그게 무슨 상관인가? 우리가 더 좋은걸 드릴 수가 있는데. 자, 자. 저 사람의 말은 듣지 마시고 안으로 드십시다.”


족장의 딸이 앙갚음과 원로님을 한참이나 쳐다보더니 뒤로 돌아간다.


별안간 죽어버린 짐승 앞에 서서 잠깐 내려보더니 차고 있던 칼을 들고 가버렸다.



///



“그러니까. 앙갚음이 죽인 그놈이 도깨비산을 넘어서 왔다고?”


“네.”


“흐음.”


중대장님이 몸을 뒤로 젖히며 턱을 쓸었다.


“흥미롭긴 한데··· 죽었잖아?”


“그, 그렇죠.”


그놈이 거기서 헛짓거리만 안 했어도.


“안타깝지만 위에서 관심을 가지지 않을 확률이 높아. 짐승이 죽어버렸고, 더군다나 지금 여기는 초비상상태니까.”


그래, 앙갚음이 등장한 시점부터 모든 관심은 그쪽으로 쏠릴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래, 나가봐.”


중대장님께 경례한 후 천막을 나왔다.


빌어먹을.


이러면 또 밖에서 나돌아다녀야 하잖아.


괜히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힘없이 걷어찼다.


돌멩이가 내 꼬여버린 삶처럼 힘없이 굴러가다 멈추고 만다.


“어이, 언제 돌아온 거야?”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나와 가장 친한 친구가 실실 웃으며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나간 지 얼마 안 됐잖아?”


“방금 돌아왔어.”


“뭐 하나 물었나 본데?”


“아니, 그전에 내가 하나 좀 물어보자. 원로께서 어떻게 그렇게 빨리 나타나신 거야?”


“앙갚음한테 꼬리를 붙여놨지. 당연한 거 아니야?”


아, 그래.


그렇겠지.


당연한 건데.


“내 물음에 대한 답은?”


“그게··· 아니다.”


“뭔데 말을 해봐.”


“됐어. 어차피 나가리됐으니까.”


“그러니까 더 궁금한데.”


“에휴, 그러니까···.”


나는 여태껏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진짜야? 도깨비산을 넘는 미친놈이 있었다고?”


“그래, 드디어 내 삶에도 꽃이 피나 싶었는데 그놈이 그런 짓을 할 줄이야.”


“와 씨. 내가 다 아깝네. 근데 그 칼에 뭐가 있는 거 아니야?”


“뭐가?”


“족장의 딸이 보고 주워갔다며. 뭐가 있으니까 주운 거 같은데.”


그놈이 분명 그 칼로 족장의 딸을 죽여야 한다고 했지.


그 칼에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건가.


“미심쩍은 게 또 있는데 자기가 죽여야 할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나서나?”


“내 말이. 목표도 모르면서 도깨비산을 넘어? 이해를 못 하겠다니까.”


“괴물한테 홀렸나? 그 칼은···.”


그러고 보니, 그놈이 앙갚음과 무슨 연관이 있었던 거 같은데.


그러지 않고서야 그런 행동을 했을 리가 없잖아.


둘이 도깨비산에서 만났나?


접점이 있었겠지?


있었으니까 그놈이 발작적인 반응을 내보였지.


아, 씨바.


이것도 보고를 해야 하나.


앙갚음에 관련된 정보니까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근데, 나만 본 게 아니니까 누가 했을 수 도 있고.


지금 들어가서···.


“야, 내 말 듣고 있어?”


“어? 미안. 뭐라고 했는데.”


“그 칼이 수상하다고.”


“일단 알았어.”


친구를 뒤로하고 다시 중대장님이 계신 천막으로 걸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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