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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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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4.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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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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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DUMMY

-젊은 짐승-



“하나?”


범이 날 못마땅하게 쳐다보며 물었다.


“어, 나 혼자야.”


“어린놈이 말버릇이, 쯧.”


“그럼 너도 나한테 반말하던가.”


“됐고, 주의 사항을 말해주지. 도깨비산에 방문한 적은 있나?”


“없어.”


“앙갚음이 나타난 이래로 산에 괴물이 폭증했다. 알고 있지?”


“어, 알고 있어. 3년 전부터 그랬다고.”


“그래, 네놈들이 벌인 미친 짓의 여파가 여기까지 미쳤지.”


“허! 그래도 괴물이 밑으로 내려오지 않아서 속으로는 안심하고 있는 거 아니야? 특히, 너희 나머지 인간들은.”


“하지만, 우리는 이웃이 전쟁하고 있는 꼴을··· 내가 어린놈하고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하여튼, 괴물이 폭증했으니 이전까지 네가 알고 있던 모든 사실은 부정된다.”


“뭐래 씨발, 본척만척하고 있으면서. 뭐, 어쨌든, 좋네. 알고 있었던 것도 없으니까.”


“구역간 이동이 차단됐다고 했지만, 이곳을 통해선 넘나들 수 있다. 알고 있어?”


“그래, 그러니까 내가 여기로 온 거야. 좆같은 앙갚음 새끼.”


“소식이 제법 빠르군?”


“내가 이걸로 밥 먹고 살거든.”


“도깨비산에 숨으면 앙갚음이 널 못 죽일 거로 생각하나보지?”


“뭔 개소리야? 하던 말이나 빨리해. 나 시간 없으니까.”


앙갚음은 짐승을 노리지 않아.


내가 몇 번이고 확인한 사실이니까.


“그래, 그래야지. 음. 할말이 없네? 네 잘못된 상식을 바로 잡아줬어야 하는데 상식마저 없었으니 내가 말할게 없어.”


이 황당한 새끼 좀 보소.


“그래도 말이나 해봐. 돈 받고 하는 게 없어, 뭐가.”


“흠. 내가 해주고 싶은 조언은 들어가지 말라는 거야.”


“뭐라고? 너. 길을 만드는 인간 아니야?”


“맞아.”


“그런데 길을 사용하지 말라니?”


“내가 길을 만드는 인간이니까 말하는 거야. 저 산에 올라가면 너는 죽어. 우리도 안들어가지 않은 지 꽤 됐으니까.”


“아니, 너희가 안 올라가면 어떡해, 직무 유기 아니야?”


“어이쿠. 그런 어려운 말도 알아? 하여튼, 조만간 들어간다고 하는데, 나는 잘 모르지.”


“씨발, 그럼 돈은 왜 받아?”


“흐흐. 그래도 6개월 단위로 우리가 관리하고 있으니까 받아야지.”


아하, 아예 방치하는 건 아니라는 말이네.


“싫으면 다른 곳으로 가던가.”


“됐어. 그래 얼마···.”


쿵-!


세상이 둘로 쪼개질 듯한 굉음이 들렸고 이내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씨, 씨발 이거 뭐야!?”


“이리 들어와, 빨리!”


범이 문을 열어 나를 보고 손짓했다.


“어, 어!?”


내가 멍청하게 보고만 있자 우악스럽게 내 어깨를 잡아당긴다.


“아, 고마워.”


“무슨, 우리 고객님인데 이렇게 하는 게 당연하지.”


생각보다 좋은 범이네···.


“어디서 멍청한 놈이 도깨비한테 피라도 먹인 거 같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도깨비가 폭발한다는 거야?”


“맞아. 그런데 애송이는 애송이구나. 이런 걸 처음 겪어봤나 보지?”


나는 대답하지 않고 얼빠진 채 고개만 끄덕거렸다.


“그나저나 다 끝났다. 이제 나가봐.”


“어···.”


문을 열고 나가 주위를 한바퀴 둘러봤다.


“생각보다···.”


“멀쩡하지?”


“어, 그렇네.”


“하지만 폭발이 일어난 곳은 완전 아수라장일 거다. 아니,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고 보는 게 맞으려나, 이건 알지?”


“어, 들어본 적이 있어.”


도깨비가 피를 마시면 모든 게 사라져 버린다고 했지.


“정신 차려. 그래서, 들어갈 거야 말 거야?”


나는 범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충격파가 들이닥쳤던 곳을 쳐다봤다.


“저 방향은···?”


“왜 저기가 어딘데?”


저쪽에 원로가 있는 방향인데··· 아니겠지.


“아냐, 아무것도. 그래서 얼만데?”


범이 요금표를 내민다.


“자, 여기.”


나는 요금표에 적힌 금액에 따라 돈을 냈다.


“어허, 이걸로는 부족한데.”


“아니, 짐승 1마리 요금 맞잖아!?”


“아니지, 거기다 여기 구조비도 내야지. 내가 널 구해줬잖아?”


“아, 씨발···.”


“큭큭, 감사합니다. 고객님!”


범이 지도를 턱 올려놓으며 낄낄거렸다.


“그런데 정말 내가 안 알려줘도 괜찮겠어?”


“됐어!”


“후회할 텐데···.”



///



“이게 맞아?”


나는 지도를 한참이나 뚫어지도록 쳐다봤다.


“아, 씨발! 조금 있으면 해지는데. 객기부리지 말고 들을걸.”


아니, 잠깐.


도깨비산에 관한 모든 상식이 부정된다고 했잖아.


“그렇다는 말은 해가 져도 괴물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뜻 아니야?”


“반대로 해가 떠도 괴물이 나타난다고 할 수 있지 않겠나?”


“뭐, 뭐야!?”


갑자기 들린 다 죽어가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뒤를 쳐다봤다.


눈에 보이는 건 늙은 사람 하나.


“괴, 괴물이야!?”


“보시다시피 사람이네만.”


“정말, 사람이야···요?”


“허허, 젊어 보이는데 벌써 눈이 먼 건가? 쯧쯧.”


“사, 사람 맞네. 하하.”


“왜, 도깨비산에서 괴물이 아닌 존재는 자네 혼자라고 생각했나?”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껄끄럽게 하필 사람이야, 씨발.


이 영감이 갑자기 미쳐서 난동을 부리면 어쩌지?


늙어 보여서 힘은 없을 것 같은데.


나는 영감과 살짝 멀어지며 고민에 빠졌다.


“허허, 내가 무섭나 보지?”


내가 느낀 불안함과 달리 영감은 뒷짐을 진채 구부정한 모습으로 날 쳐다보며 말했다.


이 영감쟁이는 우리가 전쟁하고 있는 걸 모르나?


“할배, 치매 왔어?”


“나는 멀쩡하네.”


“어, 어쨌든 나 따라오지 마슈. 피차 마주쳐봤자 좋을 게 없는 사이니깐.”


“자네가 그렇게 말하면야.”


영감이 앞장서 가길 바라며 길 한쪽으로 비켜섰다.


그런 내 의도를 알았는지 천천히 나를 지나쳐 걸어간다.


그런데, 문제는···.


“왜 이렇게 느리게 걷는 거야? 늙어서 관절에 기름이 안도나.”


“답답하면 먼저 가게.”


“됐어.”


어차피 나랑 가는 길이 같지는 않을 거니까.


“내 걸음 속도를 맞추다간 곤란해질 텐데?”


“곤란, 무슨 말이야?”


“해가 떨어진다고.”


“해가 떨어지면 뭐···? 아!”


“그래, 괴물이 나타나지. 서둘러 집안으로 대피하는 게 좋을걸세.”


“아, 씨발!”


영감의 말에 나는 재빨리 앞으로 뛰어가다 급히 멈춰서 뒤를 쳐다봤다.


“영감은?”


“이런, 날 걱정해 주는 건가?”


“아니! 뭐,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궁금해서.”


“난 걱정하지 말게.”


··· 같은 괴물이라 안 잡아먹나?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니 영감이 실실 웃기 시작한다.


“왜 쪼개?”


“자네 눈빛이 딱 저놈 괴물 아니야? 라고 하는 것 같은데.”


“아, 아닌데?”


“걱정하지 말고 가게.”


찝찝한 마음에 가지 않고 다시 한번 영감을 쳐다봤다.


내가 왜 이러지?


“자네.”


“어, 어?”


“젊은 나이에 벌써 치매가 온 건가?”


“뭐라고!?”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전쟁하고 있는 걸 모르진 않을 텐데.”


이 영감이 내가 했던 말과 생각을 그대로 돌려주네.


“알지.”


“그런데 내게 왜 관심을 기울이는 거지?”


“그러게. 내가 왜 영감한테 관심을 가질까?”


“흠. 사람은 살다 보면 아무 이유 없이 끌리는 사람이 있곤 하네. 아무래도 짐승도 그런 것 같구먼.”


그런가···.


[앙갚음이 도깨비산에 진입했습니다]


“어?”


도깨비산에 있다고?


“여, 영감도 방금 들었지?”


“들었네.”


왜 자꾸 나랑 동선이 겹치는 거야!?


“두려운가?”


“뭐라고?”


“앙갚음이 두려우냐고 물었네.”


“두렵기는 무슨!”


짐승을 소 닭 보듯 할 텐데 뭐가 두렵겠어?


근데, 솔직히 내 눈앞에 있으면 조금 쫄리기는 할 것 같네.


그놈 장난 아니라던데.


“두려워 말게. 짐승은 그러지 않아도 되니까.”


이 영감도 뭔가 아나 본데?


“뭐 알고 있는 거 있어?”


나는 짐짓 모르는척하며 물었다.


“두려워해야 하는 건···.”


영감이 씁쓸한 얼굴로 독백하는데 목소리가 너무 작아 들을 수가 없었다.


“뭐라고!? 좀 크게 말해봐!”


“자네 안가나?”


“어, 어? 가야지. 아무튼, 영감은 괜찮다 이거지?”


더 캐물어 보고 싶었지만 일단 집으로 가는 게 우선이었기에 물어보지 않았다.


“그래, 괜찮으니까 자네 먼저 가보게.”


이상하네.


짐승인 내가 왜 저 영감을 신경 쓰는 거지?


으흠.


정말로 영감의 말대로 그냥 끌리는 건가.


아이쿠, 해가 저무네.


일단 집 안으로 들어가서 생각해야겠다.


나는 영감을 뒤로하고 지도에 그려진 집을 향해 뛰어갔다.



///



“헉, 헉.”


찾았다.


“안에 누구 있어요?”


문을 똑똑 두드려봤지만, 안에선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긴, 있을 리가 없지. 이런 상황에서 도깨비산에 올리가··· 아니지, 이런 상황이니까 도깨비산에 오는 방문자들이 많아야 하는데. 이곳을 통해 지나갈 수 있다는 게 안 펴져서 그런가? 하여튼, 지금은 안에 아무것도 없는 거고.”


문을 열고 들어가 서둘러 불부터 지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훈훈한 기운이 돌아 긴장되었던 내 몸과 마음을 녹였다.


“그 영감은 괜찮겠지?”


아니, 진짜 이상하네.


왜 자꾸 그 영감이 신경 쓰이는 거지?


더군다나 짐승도 아니고 전쟁 중인 사람인데.


“이제 해가 저물었을 텐데.”


문을 열고 확인해 보니 과연 캄캄한 밤이 되었다.


“아이씨. 잊자, 잊어!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나는 중요하게 할 일이 있다고!”


괜히 문을 쾅! 하고 닫아버리고 탁자 앞에 앉았다.


그리곤, 가방을 풀어 간단한 식사를 하고 곱게 접어둔 종이를 펼쳐 뚫어지게 쳐다봤다.


몇 번이나 봤는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보고 또 봤지만, 나는 오늘도 이 짐승 놈들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개새끼들··· 너희들은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 내가 목숨을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씨발, 차라리 앙갚음이 짐승을 노렸으면 좋으련만. 내 죽음이 확정되듯이 그놈들 죽음도 확정될 테니까.”


다시 한번 짐승 놈들의 그림을 유심히 쳐다보고 곱게 접어 가방에 넣었다.


“산에서 내려가자마자 그림 그리는 놈을 찾아 다시 그려야겠어. 얼마나 봤다고 벌써 너덜너덜해지는 거야?”


흐음.


혼자 있으려니까 좀 을씨년스럽네.


영감하고 같이 왔어야 했나?


다시 한번 문을··· 아.


저녁에는 안에서 문을 열면 안 된다고 했지?


여기는 왜 창문도 안 만들어 놓은 거야?


나는 투덜거리며 구석에 누워 잠을 청했다.


“조용하기도 더럽게 조용하네. 세상에 있던 모든 괴물은 도깨비산으로 갔다더니 이거 순 뻥 아니야?”


괴물도 제 말 하면 온다지만 지금은 통용되는 말이 아닌 것 같다.


“진짜 큰맘 먹고 왔는데 정말로 평온하네. 쓰읍, 이대로 가면 얼마나 걸리지?”


자겠다는 방금의 다짐도 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지도를 살펴봤다.


“어디 보자··· 내가 여기고. 5구역은··· 여기네. 입구부터 여기까지 반나절··· 6시간 걸렸으니까. 아, 이거 여유롭게 닷새는 잡아야겠는걸?”


다행히 오늘은 괴물이 안 나타나서 빠르게 움직였지만, 내일도 안 나타나는 보장이 없으니까.


음, 발걸음 소리?


내가 소리는 눈치채자마자 문이 벌컥 하고 열렸다.


깜짝 놀라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쳐다보는데 나타나는 건 낮에 봤던 영감이었다.


“여, 영감?”


“어, 자네. 살아있었군?”


“영감도 살아있었네?”


“그래, 말했지 않았나? 내 걱정은 하지 말라고.”


“마, 맞네. 주제넘은 짓이었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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