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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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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4.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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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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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DUMMY

-의문이 해소되는 짐승-



“알겠습니다. 하루의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하루··· 어떻게든 시간은 벌었어.


“하루 안에 모든 정보를 가져오시길 바랍니다.”


“하루 안 에라니. 지금까지 우리가 그놈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아나? 온갖 고문과 회유를 해봐도 안 됐는데 하루 안에 해결하라니 이건 말도 안 돼.”


“지금 당신이 그럴 처지가 아닐 텐데요?”


“그렇게 나를 몰아붙여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되게 만드셔야죠. 죽고 싶지 않다면.”


짐승이 약간의 비웃음과 함께 날 빤히 쳐다본다.


앙갚음도 나를 쳐다보는데 얼굴이 가려져 있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파악할 수 없다.


“··· 알겠다.”


“좋습니다.”


“어디서 시간을 보낼 예정이지?”


“주인님 저희는 어디서··· 아! 알겠습니다.”


짐승이 대답하며 앙갚음을 쳐다보자, 검지로 바닥을 한번 가리킨다.


그래, 차라리 곁에 두는 게 나아.


눈 밖에 있다면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니깐.


“여기서 머물겠습니다.”


“알았다. 게 누구 없느냐?”


“부르셨습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시비가 들어온다.


“이 두 분을 가장 좋은 방으로 안내하거라.”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시비가 앙갚음과 짐승을 데리고 나간다.


둘이 나가자마자 또다시 기다렸다는 듯이 사령관과 군의관이 들어온다.


“일단 치료 시급하니 응급조치부터 하겠습니다.”


“부탁하네.”


“서두르게.”


“네.”


군의관이 내 어깨를 이리저리 살펴본다.


한참이나 심각하게 살펴보더니 침을 꿀꺽 삼키고는 조심스럽게 날 쳐다본다.


“왜 그러나?”


“외람되오나···.”


“말하게. 어느 정도는 짐작되는 바가 있으니.”


심각할 경우 절단, 혹은 평생 장애를 안고 가야 하겠지.


약간의 객기치고 비싼 대가지만, 그 상대가 앙갚음인 걸 감안하면 적당해.


“네, 말씀드리겠습니다. 생각보다 상태가 심하지 않습니다.”


“뭐라고!?”


“네, 네?”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여 군의관을 움츠러들게 했다.


“상태가 심각하지 않다고? 앙갚음이 내 어깨를 박살 낼 정도로 꽉 쥐고 쇄골에 엄지를 박아 넣었는데. 아니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알았네. 일단 치료부터 하게.”


내 어깨 부상이 심하지 않다고?


“아, 알겠습니다.”


군의관이 조처하고 어깨에 붕대를 감았다.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 걸 보니 정말로 상태가 심하지 않은듯하다.


“끝났습니다.”


“고맙네. 나가보게.”


군의관이 고개를 숙이고 방을 나간다.


“다행이군요.”


“앙갚음이 내게 자비를 베푼 건가?”


“그, 럴리가 있겠습니까?”


“그럼, 앙갚음의 손아귀 힘이 그렇게 강하지 않다는 말이오?”


“그것도 아니··· 허, 참. 원로님의 말씀대로 앙갚음이 힘 조절을 했다고 보는 게 맞겠군요.”


“그렇소. 앙갚음은 충분히 내 어깨 정도는 박살 낼 수 있지.”


“하지만, 왜···?”


나도 그게 의문이오.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팔 하나쯤 없어도 자신이원하는 걸 얻는 데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 텐데.


어쩌면 내 생각만큼 그리 무자비한 사람이 아닐지도.


“앙갚음이 원로님 눈치를 보는 게 아닐까요?”


“허허, 우리 사령관께서 농담도 할 줄 아는군.”


“아···.”


아니었나?


“일단 이건 차차 생각하고. 중요한 건 서기관이 숨겨둔 정보를 찾아야 하는 건데. 어떻게, 방법이 있소?”


“그게 문젭니다. 지금까지 못 얻었는데 하루만이라니···.”


“원로님. 긴히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알현을 요청하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게.”


수하 하나가 들어와 고개를 숙인다.


“무슨 일인가?”


“서기관이 볼일이 있다며 방을 나섰습니다.”


“뭐라, 그게 사실인가?”


“네. 그렇습니다.”


앙갚음의 영향인가.


“원로님, 잘됐습니다. 하늘이 저희를 도우시는군요. 미행은 붙여놨겠지?”


“절대로 놓치지마. 워낙 주도면밀한 놈이라 우리가 따라붙는다는 걸 알고 있을 거야.”


“그런데, 사실 신경도 안 쓰는 모양샙니다.”


“신경을 안 써?”


“네.”


그런 걸 신경 쓸 여력이 없겠지.


당장 급한 건 그 문서를 확인하는 거니깐.


“그만큼 급하다는 거 아니겠나? 꿈그리든 앙갚음이 나타났는데 기대했든 바와 반대로 행동하고 있으니.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족장이 남겨둔 정보나 확인하자는 거지. 반박하기 위해서.”


“그렇군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눈에 선하군.


“그런데 정말 의문입니다.”


“뭐가 의문이란 말인가?”


“왜 그걸 확인해 보지 않았을까요? 상식적이라면 확인해 보는 게 정상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런데 왜? 정말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그건 나도 이해 불가야.


왜 확인해 보지 않았을까?


“그만큼 족장이 신망을 잃었다는 방증이겠지.”


“그렇군요.”


“자, 잡담은 여기까지로 하고. 내가 직접 가보겠네.”


“지, 직접이요? 위험하지는 않을지 걱정됩니다. 서기관이 갑자기 눈이 돌아 어떤 짓을 할지 모르지 않습니까?”


“자네가 옆에 있을 텐데 무슨 상관이 있겠나?”


“아, 철저히 준비해서 원로님을 모시겠습니다.”



///



“저곳입니다.”


“음.”


“저 집의 근처에 숨어서 동태만 살피고 있다 합니다.”


“가보지.”


참, 서기관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일삼고 있어.


대놓고 나가 활보하더니 갑자기 숨는 꼴이라니.


아무리 몰려있다고는 하지만 정말로 이해할 수 없군.


“어, 어!? 충성!”


날 알아본 병사 3명이 부리나케 일어나 경례했다.


“그래, 수고가 많네. 자네들은 이 집이 무슨 집인지 아는가?”


“자, 잘 모르겠습니다!”


“알았네. 내가 이 집에 긴히 볼일이 있는데 자리 좀 비켜주겠나?”


병사들이 죄를 지은 표정으로 시야에서 사라진다.


“이제 나오지?”


아무 반응이 없다.


“우리가 뒤를 밟고 있다는 거 알고 있지 않나? 너나 나나 피차 시간이 없는 건 마찬가지니 쓸데없는 낭비는 그만두자고.”


어두운 골목에서 서기관이 나타나 날 빤히 쳐다본다.


“뭐하나? 빨리 들어가지 않고.”


“너만 들어와.”


“말도 안 되는 소리!”


사령관이 큰소리로 서기관의 말을 받았다.


“너 혼자 안 오겠다면 확인하지 않겠다.”


“그게 무슨···.”


“됐네.”


“원로님!”


“급한 건 우리니까 숙이고 들어가야지.”


“··· 알겠습니다. 다만, 몸수색은 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대답 대신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서기관.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거야.”


사령관이 손짓하자 덩치 좋은 병사 셋이 나와 서기관의 몸을 이 잡듯이 뒤진다.


“이상 없습니다.”


“저 집안도 수색해.”


마찬가지로 병사 셋이 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다.


“특이점 없습니다.”


평소 같은 서기관이라면 입에 담기도 민망한 욕설을 내뱉으며 비아냥거렸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얼마나 몰리고 있는지 알려주는 반증이다.


서기관이 말없이 들어가고 나도 따라 들어갔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듯 이리저리 둘러본다.


“이곳이 아닌 거 같은데.”


“조용히 해. 경황이 없을 때 숨겨서 잘 기억나지 않을 뿐이야.”


“흠.”


나는 팔짱을 끼고 이곳저곳을 살펴보는 서기관을 빤히 쳐다봤다.


몇 년이 지난 것도 아니고 그게 잊어버릴 일인가?


기억력 저하도 상실감의 원인인가 보군.


고문에도 꺾이지 않던 사람이 이리 망가질 줄이야.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고, 얼마나 큰 상실감을 느낄지 상상도 못 하겠어.


약간의 연민마저 느끼게 만드는군.


내가 생각하는 사이 기억이 났는지 벽에 귀를 대고 이곳저곳을 두드려본다.


“네 부하 한 마리 불러봐. 망치 큰 거 하나 하고.”


“급하게 했다더니 석회까지 발랐나?”


“부르기나 해.”


누군가가 조금만 더 꼼꼼하게 살폈으면 이곳을 발견할 수 있었을 텐데.


오래된 석회와 구분이 됐을 테니까.


나는 문을 열고 나가 사령관을 불렀다.


“덩치 좋은 병사 한 명을 큰 망치를 쥐어서 들여보내게.”


“네, 알겠습니다.”


“오래 걸리겠나?”


“최대한 빨리 가져오겠습니다.”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군.


“알겠네.”


집 안으로 들어가니 서기관이 의자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힘든가?”


“너 따위한테 연민을 받을 정도는 아니야.”


조금 더 흔들어서 뭐라도 캐내 봐야겠어.


“글쎄. 내가 보기엔 누구라도 너를 위로해 줘야 할 것 같은데.”


“지랄하네! 병신이. 날 흔들어서 뭐라도 얻어보겠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역시 보통이 아니야.


“내가 뭐 하러 널 흔들까? 넌 이미 위태롭게 휘청이고 있는데. 오히려 걱정될 지경이야. 네가 자살할까 봐.”


“씨발, 내가 자살하기 전에 네 목부터 따고 자살한다.”


반응이 온다.


“느낌이 어때? 유일한 희망이 사라진 느낌이.”


“이 등신이 자꾸 왜 이러는 거야?”


“내가 듣기론 상실이 크면 마음이 한구석이 뻥 뚫린 것 같다던데 정말인가?”


“이런 씹···.”


서기관이 버럭하려는 와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거, 문을 두드리는 시기 한번 절묘하군.


거의 다 온 것 같았는데 말이야.


“들어오게.”


허락이 있자 병사 하나가 손에 대형 망치를 들고 나타난다.


“어이, 그걸로 여기 허물어봐.”


병사가 날 한번 쳐다본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 허락을 표했다.


“그만, 그만!”


망치로 벽을 몇 번 두드리자 조그마한 상자가 나타났고, 서기관이 급히 저지했다.


“수고했네. 나가보게.”


병사가 묵례 후 집을 나간다.


서기관은 그런 병사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상자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


“안 볼 거면 이리 줘.”


“웃기지 마!. 내가 먼저 볼 거니까.”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군. 왜 그걸 보지 않은 거지, 상관이 꼭 집어서 보지 말라고 했나?”


“입 닥쳐.”


“아니면 신빙성이 없어서, 노망난 네 족장이 믿을 수 없어서 읽지 않았나?”


“조용히 하라고 했어.”


“족장도 참으로 불쌍하군. 가장 신망을 받아야 할 신하에게 버림받다니.”


“씨발, 우리는 내팽개치고 앙갚음만 좇으니까 그런 거 아니야.”


서기관이 문서에서 눈을 떼고 날 노려보며 말했다.


반응했다!


“족장은 그런 대우를 받아도 싸. 너는 족장이 말년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모르잖아. 염병할 족장은···.”


서기관이 속으로 삭이는 숨을 삼켰다.


“됐어.”


다시 문서를 읽는다.


“염병할 족장이 너희를 버렸다고, 앙갚음이 그런 것처럼?”


“··· 그래.”


“아니지, 그게 아니야. 버린다는 말의 뜻을 잘 모르는 모양이군. 버리다 말은 가지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씨발, 학자 납셨네. 무슨 개소리야?”


“앙갚음은 너희를 품은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버렸다는 말은 잘못된 거지.”


“이 개새끼가···.”


“이 모든 건 너희 사람의 착각에서 온, 작은 사건에 불과해. 앙갚음은 너희를 도울 생각조차 없었는데 사람이 지레짐작해 이 사달을 만들었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을 알 테지. 지금 너희들의 상황이 어떻지? 당장 너만 봐도 모든 게 무너져 내리는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잖아.”


서기관은 내말에 반응하지 않고 종이에 눈을 고정하고 있다.


하지만 온 신경은 내 입에 집중되어 있을 테지.


“이대로 간다면 어떻게 될까? 불 보듯 뻔한 일 아닌가.”


“그래서. 씨발, 어쩌라고?”


“전향해라. 전향한다면 내가 널 사람일 때는 구경도 못 했던 온갖 금은보화를 주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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