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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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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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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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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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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DUMMY

-자살하는 짐승-



[경고. 삼년상이 끝나기까지 하루 남았습니다. 원죄를 가진 자 중 죽지 않은 자는 자살하십시오. 앙갚음을 번거롭게 하지 마십시오. 자살하십시오. 자살하십시오. 자살하십시오]


이제 이틀 남았어요.


주인님이 더러운 짐승을 처단할 시간이 하루 남았어요.


이럴 때일수록 제가 더욱더 열심히 보필해 드려야 해요.


주인님의 복수가 매끄럽도록요.


짐승이 얼마나 자살했을까요?


부디, 부디 많은 수의 짐승이 자살했으면 좋겠어요.


주인님이 번거롭지 않게요.


아, 저요?


저도 자살할 거예요.


두렵진 않아요.


주인님의 수고를 덜어드리는 일이니깐요.


튼튼한 노끈도 준비했고 이곳과 떨어진 곳에 목을 매달 나무도 알아봐 뒀어요.


내일이 기다려져요.


내일이면 주인님이··· 기척이 느껴져요.


또 불청객이 왔나 봐요.


사람이거나, 짐승이거나 둘 중 하나겠죠.


여태껏 이 둘밖에 오지 않았거든요.


죽여버릴 거예요.


의도를 가지고왔든 아니든 상관없어요.


사람인지 짐승인지도 문제 될 것이 없어요.


다만, 제가 염려되는 건··· 경계 안까지 들어오는 것이에요.


아가씨의 묘지에 더 이상 불경한 것이 들어오면 안 되니깐요.


아, 잡생각이 길었어요.


어서 가야겠어요.



///



“씨발, 그 노친네 구라까는거 아니야?”


“등신아, 찾기나 해.”


“애미, 씨발 좆같은 앙갚음 새끼. 아쥔타가 뒈졌으면 돌이 돼서 무덤이나 지킬 것이지 무슨 복수를 하겠다고 난리를 피우는 거야?”


“그렇긴 해.”


“근데, 이제 탈은 벗으면 안 되나?”


“왜?”


“너무 오래 썼잖아. 너희들은 얼마 안 됐지만, 난 부관 놈의 탈을 쓴 지 제법 지났다고. 변장도 구별이 될 텐데.”


“그냥 쓰고 있어. 남은 탈도 없는데.”


“잠깐.”


셋 다 짐승이에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분명히 짐승이에요.


탈을 쓰고 여기까지 온 것으로 봐서 바람직하지 않은 목적을 가지고 이곳에 온 게 틀림없어요.


그리고 주인님을 언급했어요.


더욱더 살려두면 안 돼요.


“왜, 뭐 있어?”


“쉿, 좀 닥쳐!”


짐승이 계속해서 주변을 둘러봐요.


제 기척을 느낀 걸까요?


“누가 우릴 보고 있는 거 같아.”


“아니, 씹··· 언제부터?”


“방금 느꼈어. 이제부터 아가리 물고 움직여. 간격 좁히고 일렬로 움직이고.”


확실해요.


제 기척을 느꼈어요.


짐승이 일렬로 서고 조심조심 앞으로 걷기 시작해요.


정확히 주인님이 계시는 방향이에요.


재빨리 나무 위로 올라가 올가미를 만들었어요.


나무 위에서 올가미로 하나를 낚아 올릴 목적으로요.


나무 위를 뛰어 짐승들이 지나갈 위치의 나무 위에서 대기했어요.


짐승들은 제가 나무 위에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좌우만 두리번거리고 있어요.


맨 앞에 있는 짐승이 저를 보지 못하고 지나쳐요.


가운데 있는 짐승도 저를 보지 못하고 지나쳐요.


제 목표는 마지막 짐승이에요.


공교롭게도 감이 예민한 짐승이에요.


신이 저를 도우시나 봐요.


올가미를 내려 짐승의 목이 걸리길 기다렸어요.


짐승은 자신의 앞에 올가미가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른 채 그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금살금 걷기만 해요.


제 기척은 느꼈지만, 올가미가 내려오는 건 느끼지 못하나 봐요.


걸렀어요!


저는 힘껏 올가미를 잡아당겼고, 목이 걸린 짐승은 당황해하며 자기 목을 이리저리 긁어대요.


그리곤 아무런 말 없이 축 늘어져 버리고 말아요.


죽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대로 놔두면 죽는 건 시간문제니 놔두고 다시 짐승들 따라가야겠어요.


운이 좋았어요.


냉철한 짐승이었다면 곧바로 손톱을 꺼내 밧줄을 잘려버렸을 텐데 그러지 않았거든요.


부디 저기 남은 두 짐승도 냉철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너무 조용한데?”


“괜히 앙갚음이 있다고 하니까 쫄아서 그런거 아니야? 야.”


당연히 대답이 없어요.


대답이 없자 짐승 둘이 동시에 뒤를 돌아봐요.


“뭐, 뭐야!?”


“어디 갔어!?”


“씨발,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해!? 네 뒤에 있었잖아!”


“아무 소리도 안 들렸어.”


“아니, 등신 같은 새끼야. 적어도 발소리는 들렸을 거 아니야!?”


“모, 몰라···.”


“뒤로 돌아가자.”


“뒤는 왜?”


“찾아야지! 이 새끼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는데 뒈졌는지 똥 싸러 갔는지 딸딸이 치러 갔는지 알아내야 할 거 아니야!”


“마, 맞다.”


흥분한 짐승을 노려야 할까요, 겁먹은 짐승을 노려야 할까요?


올가미에 걸린 짐승을 보기 전에 서둘러 결정해야 해요.


“야, 야! 앞뒤로 서지 말고 옆으로 서. 그래야 무슨 일이 벌어져도 알지.”


“아, 알았어.”


겁먹은 짐승부터 처리해야겠어요.


아무래도 대처가 늦을 테니깐요.


올가미에 걸린 짐승을 보고 당황하는 틈을 타 급습할 거예요.


짐승들이 나란히 서서 조심조심 돌아가기 시작해요.


손톱을 뽑아 언제라도 공격할 수 있게 함은 물론이고요.


그런데 왜 위는 보지 않을까요?


나무 위에서 움직일 거란 생각은 못하는 걸까요?


올가미에 걸린 짐승이 있는 곳 바로 밑에 서서 주변을 두리번거려요.


여전히 위는 보지 않아요.


아직 기다려야 해요.


목이 매달린 짐승을 보고 몸이 굳어지는 틈을 노려야 하거든요.


“하, 미치겠네. 어디 간 거야?”


뚝, 뚝.


“뭐지?”


죽은 짐승의 체액이 떨어져 겁먹은 짐승의 머리 위로 떨어졌어요.


짐승이 묻은 걸 확인하고 냄새를 맡아봐요.


“으윽!”


“뭔데?”


“몰라, 뭐가 위에서··· 저, 저게 뭐야!?”


둘이 동시에 위를 쳐다봐요.


그 순간 저는 손톱을 빼든 채 뛰어내려 겁먹은 짐승의 입에 쑤셔 넣었어요.


손톱이 식도를 넘어 깔끔하게 심장에 박혔다는 확신이 들어요.


확신을 증명해주듯 손톱을 빼내자마자 겁먹은 짐승이 뒤로 쿵 하고 넘어져요.


이제 하나 남았어요.


“씨, 씨발! 너 뭐야!?”


“당신을 죽일 짐승입니다.”


“자, 자, 잠깐!”


욕쟁이 짐승이 두 손으로 손사래 치며 뒤로 물러나요.


“나, 나도 짐승이야, 짐승이라고!”


알고 있는 사실을 왜 굳이··· 아!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어 제가 이들을 죽였다고 생각한 모양이에요.


탈을 썼으니, 겉모습은 사람이니깐요.


하지만, 어쩌죠?


저는 짐승인 걸 알고 있거니와, 사람이라고 해도 죽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거든요.


“타, 탈을 쓴 거야! 씨발, 탈 썼다고!”


자기 말을 증명하듯 재빨리 탈을 벗어요.


부질없는 행동인데···.


“우, 우린 동지야. 봐! 나도 짐승이잖아.”


탈을 벗자, 짐승의 모습이 드러났어요.


생각해보니 저 짐승의 착각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어요.


겸사겸사 정보도 얻어내고요.


“아, 그렇군요···. 죄송해요.”


손톱을 집어넣고 고개를 숙여 사과했어요.


“하, 그래. 그래. 알았으면 됐어.”


짐승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크게 한숨을 쉬어요.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두 마리를 죽여버려서···.”


죄송한 표정을 짓고 일부러 말을 끝맺지 않았어요.


정말로 그렇게 믿도록.


“어, 어쩔 수 없지. 이미 벌어진 일이고 우리가 오해받게 행동했으니까. 그러게 씨발, 내가 탈을 벗자고 할 때 벗었어야지.”


짐승이 바닥에 내팽개친 탈을 짓이기며 화를 냈어요.


내가 공격 의사를 보이지 않자, 긴장이 풀어졌는지 바닥에 주저앉아 심호흡해요.


“그래서, 넌 어디 소속이야···요?”


“알고 싶으세요?”


제가 미소를 보이며 말하자 짐승의 표정이 다시 하얗게 변해요.


“아, 아뇨. 알고 싶지 않아요.”


말까지 높이네요.


제 연극이 정확히 먹혔어요.


“알려 드려도 돼요. 어차피 살날이 별로 안 남았는데.”


주인님이 복수를 활동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깐요.


“제, 제발 살려주세요!”


이런, 제 말을 다르게 받아들였나 봐요.


“아뇨, 제 말은 그게 아니라. 앙갚음이요.”


“네? 아, 아! 아, 앙갚음.”


“하루 남았잖아요.”


“그, 그렇죠. 저기 근데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이 상황에서 질문한다고요?


“뭔데요?”


“정말 그게 사실이에요? 짐승이 아쥔타를 죽였다는 거 말이에요.”


··· 굳이 옛 기억을 들추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글쎄요. 저는 위에서 하라면 하는 처지라.”


“하긴, 전우분이나 나나 위에서 까라면 까는 처지긴 하죠. 아, 그럼 혹시?”


“네?”


“전우분도 이곳에 앙갚음을 찾으러 오셨나요?”


방금 전우분도 같다고 했죠?


주인님을 찾으러 온 짐승이 맞아요.


“네.”


“그런데 혼자서 오셨어요? 아, 맞다. 혼자서 활동한다고 했지? 그나저나 그 노친네 말이 맞았네?”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혼잣말하더니 수긍해버려요.


저를 일종의 특수부대원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에요.


그런데 노친네요?


일행이 더 있는 걸까요?


“이거 어떡하죠? 제가 동료분들을 전부 이렇게 만들어버려서.”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어쩔 수 없죠. 오해하게 만든 건 우리니깐요.”


정상적인 반응이라면 화를 내는 게 맞지만, 저의 무력이 자신보다 강한 걸 알았으니까 저런 말을 하는 거겠죠?


화를 냈다간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게 된다는 걸 아니깐요.


“어쩔 수 없네. 대장한테 가야겠다.”


노친네와 대장.


최소 둘 이상은 있다는 말이네요.


이 짐승을 활용하면 찾아다닐 수고를 덜 수 있겠어요.


“같이··· 가실래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네요.


하지만, 덥석 받아들였다간 의심을 살 수 있겠죠?


아니면 또 다른 꿍꿍이가 있을 수도 있고요.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전우님도 앙갚음을 찾고 저희도 찾고 있으니, 힘을 합치면 더 빨리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긴 하네요.”


“그럼 같이 가시는 거예요?”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저 혼자서도 잘하고 있는데 굳이 만날 필요까지야.”


“아! 혹시 저희가 배신한 짐승이라고 의심하시는 건가요?”


“네?”


아뇨.


짐승을 배신한 짐승이라면 저로서는 환영해야죠.


제가 염려하는 건 저를 유인해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예요.


죽음이 두려운 건 아니에요.


다만, 주인님을 끝까지 보필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망설이는 거죠.


“저랑 대장님. 그리고 늙은 사람 하나밖에 없어요.”


“사람이요?”


배신한 사람일까요?


“네. 그 사람이 이곳에 앙갚음이 있다는 걸 알려줬거든요. 처음엔 긴가민가했지만, 전우님을 보고 나니 확신이 드네요. 이곳에 앙갚음이 있다는걸요.”


짐승이 이곳을 어떻게 찾았겠느냐고 생각했더니.


사람이 알려줬군요.


위치를 알 정도면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일 게 분명할 텐데요.


반드시 죽여야겠어요


“좋아요. 같이 가보도록 해요.”


함정은 아니겠죠?



///



해가 떠올라요.


제가 보는 마지막 일출이에요.


수없이 보던 일출이지만 기억에 새기기 위해 빤히 쳐다보고 있어요.


“무슨 문제 있으세요?”


“아뇨. 오늘따라 해가 떠오르는 모습이 평소와 달라서요.”


“하하! 그렇긴 하죠. 내일이면 그날이니깐요.”


같이 지낸 몇 시간 동안 친해졌다고 생각하는 건지 웃기까지 하네요.


“저기 있네요, 대장!”


짐승이 자기 대장이 있는 곳을 가리키고 뛰어가기 시작해요.


미안해요.


제가 당신을 속였어요.


하지만 억울해하지는 마세요.


당신이 자초한 일이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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