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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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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4.22 21:00
연재수 :
1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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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49,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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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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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DUMMY

-회의적인 사람-



“특이 사항은 없었나?”


첫째와 둘째가 버섯과 산나물을 한 아름 가득 가지고 돌아온다.


저렇게까진 필요 없을 텐데.


“네. 없었습니다.”


“그래. 먹도록 하지.”


딱히 시장하지 않았지만, 막상 눈앞에 한가득한 음식을 보니 입맛이 돌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살겠다고 처먹는다니.


“사령관님, 잠시만···.”


내 앞에 놓인 버섯을 하나 집어 드는데 부관이 날 쳐다보며 말렸다.


“왜 그러나?”


“혹시 독버섯일 수 있으니, 제가 먼저 확인해 보겠습니다.”


“크흠. 저 병사가 알아서 했겠지.”


“혹시나 모르지 않습니까? 버섯은 조심해서 먹는 게 좋습니다.”


버섯을 먹고 이 자리에서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알았네. 자네,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게. 이 친구가 원래 융통성이 없어.”


“하하, 아닙니다. 저도 부관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버섯은 아무거나 먹으면 안 되니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는 생각으로 검사해야죠.”


우리의 대화는 들리지 않는 건지, 부관은 버섯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필뿐이다.


어두워 뭐가 보일까 싶지만, 버섯을 아는 사람의 눈엔 다르게 보이는듯하다.


“이상 없군요. 드셔도 됩니다.”


“그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 다들 들게.”


내 허락이 있자 나를 제외한 모두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도망가는 입장에선 허기가 가실 정도로만 먹어야 하지만 나는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


“입맛에 맞지 않으십니까?”


“아니, 나는 원래 소식을 하는 편이라. 늙으면 소화가 잘 안된다네.”


“그렇군요.”


폭풍과 같던 식사 시간이 끝나고 이제는 모두가 잠에 빠져 꾸벅거린다.


“불침번 순서를 정하지.”


“예. 제가 첫 번째, 그다음 저 병사를 순서로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로 하겠습니다.”


부관이 본인을 처음으로, 첫째, 둘째, 셋째 순으로 배치했다.


다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걸 보아 불만은 없는듯하다.


“내가 빠졌군.”


“사령관님은 편히 주무십시오.”


“아니. 나도 서겠네.”


“아닙니다.”


부관이 무례할 정도로 내 눈을 빤히 보며 단언했다.


내가 잠든 사이에 병사들에게 뭔가 할 말이 있는듯하군.


그래, 부관의 뜻대로 해야지 뭘 하겠나.


“알았네.”


“감사합니다.”


부관의 뜻대로 적당한 곳을 누워 잠을 청했다.



///



“허억!”


[··· 나흘 남았습니다. 원죄를 가진 자 중 죽지 않은 자는 자살하십시오. 앙갚음을 번거롭게 하지 마십시오. 자살하십시오. 자살하십시오. 자살하십시오]


하아··· 또.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자살을 종용하는 정체불명의 목소리를 듣자니 죄를 짓지 않은 나까지 불안에 떨게 만든다.


족장의 말대로 불안을 느낀 짐승 중 몇몇은 자살할···.


“자네는 왜 우리가 아쥔타의 무덤에 가야 한다고 사령관님께 말한 건가?”


이 목소리는 부관인데.


“그곳에 저희가 살길이 있기 때문입니다.”


“뭔가 알고 있나 보군?”


첫째의 대답이 없다.


“뭔가, 모른다 이건가?”


“··· 네.”


“그런데 그곳으로 가자고 했다. 이 말인가?”


“맞습니다.”


“자네. 미쳤나?”


부관이 상당히 화가 났군.


“아닙니다. 저는 지극히 정상입니다.”


“지극히 정상인데 우릴 사지로 몰아?”


“그곳이 사지인지 아닌지···.”


“씨발, 그곳에서···!”


부관이 큰소리치다 말을 끊는다.


나를 보고 있는 거겠지.


“그곳의 정보가 아무것도 없다는 건 그곳에서 살아나온 인간이 아무도 없다는 걸 왜왜 생각하지 못하는 건가? 그 대갈통은 장식인가?”


내가 깰 걸 염려해 목소리를 낮춰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하지만이고 뭐고. 다시는 사령관님께 그런 개소리하지 말게. 내 마지막으로 경고하는 거야.”


“··· 알겠습니다.”


흠.


부관이 욕하는 걸 처음 듣는군.


그나저나 저 병사도 나름대로 생각하고 내게 말했을 텐데 부관이 찍어 눌러버려 찍소리도 못하게 됐어.



///



“사령관님, 사령관님.”


“으음?”


“일어나실 시간입니다.”


“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이런, 나도 늙었군.


비상상황에서 늦잠을 자다니.


“네. 아침을 준비해 놓았으니 드십시오.”


“그래. 고맙네.”


부끄럽기 짝이 없군.


불침번을 선 부관과 병사들을 볼 면목이 없어.


민망함을 안고 자리에서 일어나 몇 발짝 떨어진 식사 장소로 향했다.


“크흠. 이건 어제 못 보던 버섯인데 오늘 아침에 따온 건가?”


“네, 사령관님.”


“수고가 많네.”


“감사합니다.”


첫째는 어제 두 번째로 불침번을 서서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었을 텐데.


상당히 부지런한 병사군.


“사령관님.”


“음, 왜 그러나?”


부관이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조용히 나를 불렀다.


“계획이 있으십니까?”


글쎄, 계획이라.


마음 같아선 모두 해산한 후 나 혼자 길을 떠나고 싶네만.


부족이 없어진 상황인데 살아서 뭣을 하겠나?


“제가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자 부관은 내가 아무런 계획이 없다는 걸 파악한 듯 다시 말을 이어갔다.


“뭔가?”


“저희는 아쥔타의 무덤 무덤으로 가야 합니다.”


“자네, 진심인가?”


어제까지만 해도 내게 열변을 토하면서 그곳에 가면 안 된다고 하던 부관이 하루아침에 말을 바꿔?


나는 첫째는 흘끗 보고 다시 부관을 쳐다봤다.


“네, 사령관님. 저는 진심입니다.”


“자네, 어제 나한테 한 얘기가 기억나지 않는 건가?”


“아, 기억합니다. 당연히 기억합니다.”


“그런데도 하루아침에 말을 바꾼다고?”


“저 병사와 대화를 나눈 결과 그리 허무맹랑한 계획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잠깐 깼을 때 듣던 대화를 말하는 건가.


하지만, 그 대화는 대화라고 불릴 수 없을 정도로 일방적이었는데.


흠, 내가 다시 잠든 후에 뭔가 더 있었나?


“그렇군. 내 자네를 잘 알고 있지. 자네는 어지간해선 의견을 바꾸지 않아.”


“그렇습니다.”


“그 이유는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심사숙고하고 또 하기 때문이지. 그래서 내가 자네를 부관으로 썼던 이유고.”


때때론 내 결정에도 쉽게 생각을 바꾸지 않던 부관이 무슨 말을 들었길래 생각을 바꿨을까?


“칭찬 감사합니다.”


“둘이 무슨 대화를 나눴나? 아니, 그전에 의견부터 들어보지. 아쥔타의 무덤에 가는 걸 찬성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게.”


부관과 첫째, 그리고 전까지만 해도 이 계획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둘째도 손을 든다.


셋째는 둘째가 찬성할 줄은 몰랐던 듯 손을 든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다.


“3명이 찬성하는군.”


“네. 사령관님,”


“그래서. 자네가 어떤 연유로 의견을 바꿨는지 들어볼 수 있을까?”


“사령관님. 저희는 도망자의 처지에 놓였습니다.”


고개를 끄덕여 계속하라는 표시를 했다.


“짐승은 우릴 계속해서 쫓아올 올 것이며, 저희는 결국엔 잡혀 죽임을 당할 겁니다.”


글쎄.


내가 어제도 말했다만, 고작 나흘 남은 짐승이 우릴 쫓아올 수 있는 여력이 있을까?


아직 목을 베지 못한 족장이 수두룩할 텐데 그곳에 온 힘을 쏟지 않고 5명에 불과한 우리를 신경 쓴다?


나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네만.


“그렇군.”


하지만,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본심과 달리 나는 부관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느껴지지 않는 대답을 했다.


“네. 맞습니다. 그렇다면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짐승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합니다.”


첫째가 부관이 자신을 쳐다보자, 말을 이어받았다.


“그곳에 가면 짐승은 자연히 쫓는 걸 포기할 것이며 저희는 살 수 있을 겁니다.”


“그게 단가?”


“네?”


“그게 자네가 마음을 바꾼 이유의 전부냐고 물었네.”


“그렇습니다.”


“흠.”


그런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쇠고집인 부관을 설득했다라···.


나는 부관과 첫째를 쳐다봤다.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여태껏 조용하던 둘째가 입을 열었다.


“말해보게.”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섭니다.”


“소문을 확인한다고?”


“네. 그동안 무성히 많은 소문이 있었지만 정작 사실을 확인한 자는 없었습니다.”


“그렇긴 하지.”


정말로 사실을 확인하러 간 사람이 없었던 건지, 아니면 사실은 확인했으나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한 건지는 모르지만.


“그렇기에 저희가 그 사실을 확인해서 희망을 줘야 합니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그러니까 자네 말은, 우리가 그곳에 간 후. 앙갚음에 대한 소문의 진위를 알아내어 만인에게 알려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희망을 줘야 한다기엔 모든 사람은 이미 앙갚음의 존재를 사실처럼 받아들이고 있지 않나?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솟구쳐 올랐지만 하지 않았다.


“자네들 뜻은 알···.”


“아, 안 됩니다!”


“응, 자네는?”


“사령관님. 그곳에 가면 절대 안 됩니다! 저희 모두 죽을 겁니다! 죽을 거라고요!”


아직 말도 끝나지 않았건먼, 셋째가 지레 겁을 먹고 완강히 반대했다.


이보게, 사람이 그렇게 급해서야 되겠나?


나는 어차피 반대하려고 했네.


“하하, 이 친구.”


첫째가 기겁하는 셋째에게 다가가 어깨동무한다.


“사람이 그렇게 겁이 많아서야 되겠어?”


“사, 사령관님. 왜, 왜 저희가 희망을 줘야 하는 겁니까?”


셋째가 어깨동무한 첫째는 무시하고 날 쳐다보며 계속 말을 이어간다.


“그거야 당연히···.”


“이미 사람은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나 대신 첫째가 대답하려 했지만 셋째가 다급히 말을 끊는다.


“모든 사람은 저 목소리가 앙갚음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임을 알고 있고, 나흘 후 앙갚음이 온 짐승을 도륙 낸다는 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왜 저희가 그곳에 가서 들쑤셔야 하는 겁니까!? 혹시라도 갔다가 괜히 저희에게 앙심을 품을 수도 있습니다!”


정확히 내가 생각했던 걸 셋째가 말하는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령관님. 제가 아는 사령관님이라면 누구보다 공명정대한 분입니다. 이미 3명이 거수를 한 순간 결정은 되었습니다.”


소리치며 난리를 부리는 셋째를 뒤로하고 부관이 내게 다가와 말했다.


“그렇지, 하지만.”


“네?”


“결국엔 내 결정이 가장 중요하지.”


“그, 그렇습니다.”


“사, 사령관님, 이 제안은 반드시 거부하셔야 합니다. 반드시!”


셋째가 부정적으로 말하는 내게 희망을 얻었는지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린다.


이 모습을 본 첫째와 둘째가 내게서 셋째를 떼어낸다.


“부관, 자네의 제안은 못들은것으로 하지.”


“네, 네?”


내가 거부할 줄은 몰랐던 듯 부관이 심히 당황해한다.


“저 병사가 반대하지 않나? 모두가 찬성하는 게 아니라면 나도 하지 않겠네.”


“그렇군요.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자네가 그렇게 가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겠네. 내가 처음에 말했다시피 찢어져도 괜찮다고 했으니.”


“하, 하지만···.”


그래.


그곳이 어디인지 모르겠지.


그곳은 일부의 일부만이 알고 있는 극비사항이니까.


이것도 추측이긴 하지만.


“그렇게 하겠나?”


“아닙니다. 저는 사령관님의 부관. 끝까지 사령관님을 모시겠습니다.”


나는 부관의 말을 끝으로 첫째와 둘째를 쳐다봤다.


“저도 사령관님을 따라가겠습니다. 사령관님 없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니깐요.”


“저도 끝까지 따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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