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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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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4.22 21:00
연재수 :
1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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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
글자수 :
949,932

작성
24.01.0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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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30(2)

DUMMY

-석-



양팔을 쓸 수 없는 여인이 짐승과 대화하더니 무언가에 홀린 듯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옆에 있는 짐승은 그런 여인을 향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속삭이고 있고, 여인은 듣는 건지 마는 건지 호수를 멍하니 쳐다만 본다.


짐승이 마침내 여인의 귀에서 입을 떼자, 여인이 천천히 호숫가를 향해 걸어간다.


자신의 신변을 비관해서 극단적인선택을 한다??


재빨리 여인을 구하러 뛰어가는데, 여인이 내 기척을 느낀 건진 뒤를를 돌아본다.


여인이 그 어떤 근심걱정 없는 해맑은 얼굴로 날 쳐다본다.


호수로 걸어가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는 믿음이 얼굴에 만연하다.


“이보시오, 그쪽으로 가면 안 됩니다!”


여인은 내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호숫가로 천천히 걸어간다.


“야, 짐승! 빨리 막아! 뭐 하는 거야!?”


짐승은 내 고함을 들은 척하지하지 않고 어디론가 뛰어간다.


여인은 어느새 호숫가를 넘어 안까지 들어가 버렸다.


그리곤, 무언가를 경배하듯 하늘을 향해 고개를 치켜들고 양팔을 앞으로 뻗어 위로 올린다.


“팔을 들어 올렸어?”


햇볕이 쨍쨍하던 날씨가 별안간 그늘이 져버렸고, 내 눈앞엔 초록색의 거대한 무언가가 기척도 없이 호수에서 나타났다.


“저게 대체···.”


“저게 말로만 듣던 이무기군.”


“천!?”


어느새 천이라는 노예기사가 내 옆에 서서 흥미롭게 이 상황을 관찰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옆엔 도망쳤던 짐승이 서 있다.


“이, 이무기라고요?”


“정황상 이무기로 보이는군.”


“저, 저게 이무기라는 말인가요?”


나는 선을 찾으러 온 거지 이무기 따위를 찾으러 온 게 아니야!


고개를 끝까지 젖혀 쳐다보니 거대한 뱀이 하늘 높이에서 우릴 쳐다보고 있다.


“이지옵올으서움악액”


이무기의 목소리가 내 뇌를 파고든다.


“짐승, 뭔가 느낌이 오는 게 있나?”


“없어요. 도저히 모르겠어요.”


이무기는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끝으로 빤히 쳐다보기만 한다.


하지만 여인은 아까의 그 자세만 취할 뿐 아무런 행동도 말도 하지 않는다.


“넙욷넙욷”


이무기가 고함과 함께 성난 목소리로 무언가를 말하더니 여인을 향해 달려든다.


빌어먹을, 빨리 피해야···!


도망치려는 나와 달리 천은 세상 평온하게 품에서 사람의 머리만 한 돌을 꺼낸다.


돌이 바스러지더니 단검의 형상을 취하기 시작했고 이내 3자루의 단검이 만들어졌다.


천이 단검 2자루를 양손에 하나씩 쥐고 남은 하나를 땅에 꽂는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지만 나는 한시가 급해 서둘러 뒤로 물러났다.


이무기가 여인을 삼켜버림과 동시에 천이 2자루의 단검을 이무기를 향해 던졌다.


“악이우아뜨말앗낳넟임가아얔”


당연히 이무기의 비늘에 막혀 튕겨 나갈 거라 예상했지만, 단검은 너무나도 부드럽게 이무기의 살에 박혀버렸다.


이무기가 비명과 함께 몸부림을 치다 호수 속으로 사라진다.


천은 그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을 감고 양팔을 부들부들 떨며 무언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세히 보니 양 손가락이 괴이하게 뒤틀리는데 징그럽기 짝이 없었다.


“이봐요,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다가오지 마세요.”


나는 다짜고짜 이무기를 공격한 천에게 연유를 물으려 했지만, 옆에 있던 짐승이 손톱을 빼 들고 나를 막아섰다.


“뭐라고!?”


“오지 마세요. 주인님은 지금···.”


“됐다.”


“아, 네!”


짐승이 천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이무기를 죽이려고 했소.”


“이무기를 죽인다고요, 왜 그런 짓을 하는 겁니까!?”


천이 내 말에 답하지 않고 땅에 박아 넣은 단검을 주워 품에 넣는다.


그러자 이무기에게 던진 단검이 호수 속에서 날아와 천의 양손에 쥐어진다.


분명 물에 씻겨 나갔어야 할 이무기의 피가 검날에 흥건하다.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오.”


“아니···!”


“아니고 자시고 내 일에 참견하지 마시오. 지금 내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으니 내 신경 긁어대지 말라고.”


천이 날 빤히 쳐다본다.


양손에 쥐어져 있던 단검이 요술을 부린 듯 허공에 둥둥 떠 있다.


“아시겠소?”


“아, 알겠습니다.”


“나한테 더 볼일 있소?”


“호, 혹시 선이 어디 있는지 알고···.”


“선과 헤어진 지 오래됐소.”


천은 그 말을 끝으로 짐승과 함께 사라졌다.



///



“후, 이게 어떻게 된 건지.”


꿈이었나?


아니, 그럴 리가 없지.


내가 꿈과 현실을 구분 못 하는 사람도 아닌데.


하지만, 이건···.


생각을 정리할 요량으로 이무기와 달을 담고 있는 호수를 빤히 쳐다봤다.


“옆에 앉아도 될까요?”


“네? 아, 그러세요.”


인기척이 안 느껴졌는데.


내가 너무 몰두했나?


나에게 말을 건 인간은 어린 곰이었고 옆엔 성인 사람이 있었다.


“고마워요.”


어린 곰이 내 옆에 앉는다.


“예쁘죠?”


“그래, 예쁘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그러니까···.”


됐다.


말해봤자 나만 미친놈 취급당할 게 분명한데.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거 같은데요.”


“그게 말이지, 참. 분명히 무슨 일이 일어났거든? 그런데 아무도 안 믿어.”


“무슨 일이요?”


“그래, 내가 자세히는 설명할 수는 없는데. 이 자리에서, 굉장한 일이 일어났거든? 그런데 아무도 못 봤대.”


“이무기요?”


“어, 이무기··· 뭐!?”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어린 곰을 쳐다봤다.


하지만 어린 곰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기만 한다.


“아저씨 앉아봐요.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뭐가?”


“시치미 그만 떼시고요. 이무기가 어떻게 됐냐니깐요.”


“나도 자세히는 몰라. 어떤 사람이 이무기를 공격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사라졌었어.”


“흠. 실패했나? 아저씨, 어떡하죠? 실패했다는데요.”


어린 곰이 여태껏 쥐 죽은 듯이 있던 남자를 쳐다봤다.


“그렇구나. 앞으로 이무기는···.”


남자가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다.


“볼일 다 봤으니 나는 가봐야겠다.”


“벌써요?”


“그래, 애초에 이무기가 어떻게 됐는지 확인하러 온 거니까.”


“이곳에 다시는 안 오실 거예요?”


“결과는 바뀌지 않으니까. 굳이 이곳에 다시 찾아올 필요는 없지.”


“저와의 내기는 잊지 않으셨죠?”


“하하, 그래. 꼭 기억하고 있을게.”


남자가 어린 곰을 한번 쓰다듬어주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저기, 꼬마야.”


“네.”


“아저씨한테도 설명해줄래?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건지 말이야.”


왠지 모르게 이 어린 곰이 내게 답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네, 설명해드릴게요. 제 눈을 잘 보세요.”


말을 잘 들으라는 게 아니라 눈을 잘 보라고?


어린 곰의 말대로 눈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네 말대로, 어···?”


툭.


세상이 몇 번이나 뒤집히더니 어린 곰과 그 아이를 마주 보고 있는 남자가 눈앞에 보인다.


저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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