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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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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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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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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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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DUMMY

-의문이 해소되는 짐승-



“어, 얼마나 죽었다고?”


떨림을 주체할 수 없다.


원로가 된 짐승으로서 감정을 사사로이 내비치지 않아야 하건만 통제 할 수가 없다.


“대, 대략 파악한 바로는 1백 마리···명이 넘습니다.”


우리 짐승을 마리하고 한 사령관의 실수를 질책해야 마땅하건만 그러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


“얼마나?”


“네?”


“시간이 얼마나 걸렸나?”


“추상적이지만···.”


“말해보게.”


“눈 깜짝할 새라고 합니다.”


“씨발···.”


평소 부하들에게 천박한 말을 하지 말라는 내 입버릇이 무색하게 욕을 내뱉고 말았다.


“앙갚음이 먼저 공격했나?”


“아, 아닙니다. 보고받은 바로는 사람으로 추정되는 자가 웬 짐승 한 마리를 대동하고 나타나 최고 지휘자에게 안내하라고 했답니다. 아, 수정하겠습니다. 사람은 아무 말이 없었고 짐승이 그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짐승?”


“네.”


“앙갚음으로 추정되는 자가 짐승을 대동하고 나타났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계속해 보게.”


“짐승이 말하길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 주면 아무 일 없이 돌아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미련한 놈들이 그 말을 믿지 못하고···.”


“다짜고짜 손톱을 들이밀었군.”


“네.”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누구라도 그 상황을 맞이했다면 똑같이 행동했을 테니까.


“지금은 어떻게 하고 있지?”


“일단 제가 모셔놨습니다.”


“잘했네. 대화는 나눠 봤는가?”


“네. 나눠보긴 했지만···.”


“했지만?”


“앙갚음이라고 추정되는 자는 아무 말 없이 짐승만 입을 열고 있습니다.”


나를 만나기 전까지 입을 열지 않겠다는 속셈인가.


그래, 어설픈 말보단 침묵을 유지하는 게 백번이라도 낫지.


현명하군.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할말이 있으면 해보게.”


“외람되오나··· 그자가 정말로 앙갚음이 맞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자네가 나보고 앙갚음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땐 경황이 없어 앙갚음이라고 단정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한둘이 아니다?”


“네. 우선 짐승을 데리고 다닌다는 것 자체가···.”


나는 사령관을 노려봤다.


저 말은 복수의 대상이 짐승이 아니라는 사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말이기에.


“아···.”


따가운 시선에 사령관이 내 생각을 눈치채고 입을 다물었다.


“죄, 죄송합니다. 제 말을 그게 아니라···.”


“됐네.”


사령관이 고개를 푹 숙인다.


나무라는 게 마땅하건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나조차도··· 그 말에 의문을 품고 있기에.


우리가 복수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다면 앙갚음의 출현 소식을 듣고 공포에 떨 이유가 없겠지.


“전으로 돌아가서. 앙갚음은 어디에 있나? 내가···.”


굳이 내가 움직일 필요는··· 아니, 앙갚음과 기 싸움은 무의미하다.


진위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야.


“이리로 데려올까요?”


“아니, 내가 가겠네. 일단은 앙갚음을 최고로 좋은 방에 모시고 극진히 대접하도록 이르게.”


“알겠습니다.”


둘 중 하나겠지.


앙갚음이거나 아니거나.


앙갚음이 맞는다면 우리는 복수의 대상이 아닐 것이고, 아니라면···.


“그리고 죽은 짐승들의 장례는 후하게 치르게.”


“그게···.”


“왜 그러나?”


“시, 시신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시신을 못 찾는다니?”


“그러니까, 시신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뭉개져···.”


사령관이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눈을 감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알았네. 자네가 적당히 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그래, 나가보게. 내가 그곳에 미리 가 있을 테니 그렇게 알고. 그 사람을 부르게.”


방금 내가 간다고 말했잖아.


방금 한 말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두렵단 말인가.


“서기관 말씀입니까?”


“그래. 고문받던 서기관.”


“알겠습니다.”


사령관이 허리를 숙이고 방을 나선다.


나는 사령관이 떠나자마자 가까스로 지탱하던 다리에 힘이 풀려 근처의 의자에 허물어지듯이 앉았다.


불안함을 다스릴 수가 없다.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나 자신을 세뇌했지만, 막상 눈앞에 닥치니 씻겨버린 내 뇌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앙갚음에 대한 원초적인 공포만이 자리했다.


수없이 모의실험을 하고 계획했던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손이 주체할 수 없이 떨린다.


“누구 있으면 물 한 잔 가져오게.”


내가 말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시비가 쟁반 위에 물이 든 잔을 들고 문을 연다.


투명한 잔에 담긴 물에 파동이 인다.


시비가 떨고 있다.


앙갚음이 왔다는 소식에 시비조차 내 앞에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여, 여기 있습니다.”


“고맙네.”


타박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조차 두려움에 빠졌기에.


손이 얼마나 떨리는지 물잔에 입을 대는데 물이 튀어 온 얼굴을 적신다.


“잘 마셨네. 나가보게.”


모순된 상황이군.


그자가 앙갚음이 맞길 바라야 할까, 아니길 바라야 할까.



///



“앙갚음이라고?”


“그래.”


서기관이 못마땅한 얼굴로 날 쳐다본다.


“사칭하는 놈인 거 같은데. 정말로 앙갚음 맞는다면 네놈들이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이제 알게 되겠지.


“내가 말하지 않았나? 짐승은 아니라고.”


“별 같잖은 수를 쓰고 있네. 하긴 너희 멍청한 대갈통에서 나오는 수법이라 봐야 뻔하지. 어디서 등신 같은 놈 하나 데려와서 앙갚음 행세를 하게 하는 거잖아.”


“마음대로 생각해. 어차피 너도 보게 되면 믿을 테니.”


무미건조한 내 말에 서기관이 입을 걸어 잠근다.


그래, 네 입장이 이해되기는 해.


모든 걸 걸었던 희망에 금이 갔을 테니.


저 멀리서 저벅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서기관도 들었는지 자세를 고치고 문을 노려본다.


소리가 문 앞에서 멈춘다.


문이 열리고 거대한··· 저게 뭐지?


이상한 갑옷 같은 것을 입은 무언가가 고개를 숙여 안으로 들어온다.


거의 천장에 닿을듯한, 디쿤과 견줄법한 크기다.


앙갚음이 나와 서기관을 한 번씩 쳐다본다.


역시나 아무 말은 없다.


“반갑습니다.”


앙갚음의 뒤에서 짐승 하나가 나와 우리에게 고개 숙이며 말했다.


저 짐승이 동행한다는 짐승.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길래 앙갚음과 동행하는 거지?


“주인님께서 원하시는 걸 들으셨으리라고 사료···.”


“거짓말하지 마!, 이새끼야!”


서기관이 그새를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


“너 같은 놈이 앙갚음일 리가 없어, 네가 정말 앙갚음이라면 이 짐승 새끼들을 먼저 쳐 죽였어야지!”


앙갚음은 아무 반응 없이 서기관을 쳐다보기만 한다.


“이해합니다. 사람은, 아니 세상은 원죄를 가진자를 짐승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저도 그랬습니다.”


앙갚음 대신 짐승이 서기관을 쳐다보며 말을 받았다.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이제 답이 나온다.


내 동포들이 그토록 원하는 답을.


“앙갚음. 주인님이 복수해야 하는 대상은 짐승이 아닙니다.”


그래, 사실이었어!


짐승은 원죄를 가진자가 아니었어!


희열에 찬 눈으로 짐승을 쳐다봤다.


짐승이 이번엔 나를 쳐다본다.


“하지만, 원죄를 가지지 않았다고 해도 앞길을 방해한다면 주인님께서는 가만히 있지 않으실 겁니다.”


그러니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빨리 내놓으라는 뜻이군.


그래, 있는 정보 없는 정보 탈탈 털어서 너에게 주마.


“거기 아무도···.”


“지랄하지 마!, 이새끼야!”


서기관이 의자에 묶인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가 앙갚음이라고? 웃기고 있네! 네가 어딜 봐서 앙갚음인데, 어!? 같잖은 갑옷 하나 입고 덩치만 크다고 전부 다 앙갚음이면 나도 앙갚음이다! 이 개좆같은···.”


“밖에 아무도 없는가!?”


내 고함과 동시에 문이 벌컥 열리고 병사가 들어와 서기관을 끌고 나간다.


서기관은 끌려 나갈 동안에도 앙갚음을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짐승은 당황하며 앙갚음과 서기관을 번갈아 쳐다보고, 앙갚음은 이런 소란에도 오직 나만 빤히 쳐다보고 있다.


왜 계속 날 보는 거지?


긴장을 풀기 위해 주먹을 쥐었다 폈다.


“저에게 주실 정보가 있습니까?”


어느새 정신을 차린 짐승이 날 보며 물었다.


복수의 대상이 아닌 이상, 내가 수작만 부리지 않는다면 앙갚음은 날 소 닭 보듯 한다.


지금 여기서 해야 할 일은 나만 순순히 정보를 넘겨주는 게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쌍방적인 관계가 되어야 해.


네가 정보를 주면 나도 주겠다는.


“없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제가 말씀드렸습니다. 앞길을 막는다면 가만두지 않겠다고요.”


“모르는 게 왜 앞길을 막는 거지? 모르는 게 죄는 아니지 않나.”


“정말로 가진 게 없습니까?”


“글쎄. 그건 네가 어떻게 행동, 끄아악!”


앙갚음이 내 어깨를 꽉 쥐고 쇄골에 엄지손가락을 찔러넣었다.


내 비명이 들리자마자 병사들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그러자 앙갚음의 왼쪽 어깨에 있는 기역자 모양의 무언가가 벌떡 일어서더니 들어온 병사에게 머리를 돌린다.


뭔지 모르지만, 상당히 불길한 물건임이 틀림없다.


“나가, 전부 다 나가!”


“하, 하지만···.”


“나는 괜찮으니까 나가라고!”


내 큰소리에 쭈뼛하더니 이내 방을 나간다.


기역자 모양의 물체가 다시 접힌다.


“흐으, 흐. 왜, 왜 이러는···.”


앙갚음이 날 빤히 쳐다보며 어깨를 쥔 손에 힘을 준다.


씨, 차,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해.


가까이에 온 김에 투명한 안면 가리개 사이로 얼굴이라도 파악하려 했건만, 어째선지 얼굴을 완벽히 가리고 있어 그러지 못했다.


보이는 건 피범벅인 내 어깨와 고통에 가득 찬 얼굴이다.


“감히 주인님과 거래하시겠다고요? 복수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드니 보이는 게 없어졌나 봅니다. 고마워하세요. 주인님께서 다시 앞을 보게 해드렸으니.”


앙갚음이 피가 덕지덕지 묻은 손을 어깨에서 떼고 내 머리를 쥔다.


피가 얼굴로 흘러내려 짐승의 말과는 달리 내 시야를 방해한다.


“아직도 앞이 보이지 않으시는가요?”


그래 안 보인다.


“알겠으니까 네 주인에게 손을 치우라고 말하지 그래?”


“아···.”


짐승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앙갚음을 쳐다본다.


하지만, 앙갚음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제가 말한 말에 답이나 하시겠습니까?”


역시나 앙갚음이 주고 짐승은 종이군.


“아무도 없느냐!?”


내 말이 끝나자마자 병사가 아닌 시비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부르셨습니까?”


“앙갚음에 대한 정보. 모조리 가져오게.”


“네, 네?”


“어허!”


“아, 알겠습니다.”


내가 채근하자 시비가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나간다.


“보면 알겠지만, 완벽하지 않다.”


“그건 제가 판단하겠습니다.”


“이제 손은 치우지 그래? 네 덕분에 머리가 안 돌아가는데.”


앙갚음을 보며 말하자 머리를 쥔 손에 힘을 푼다.



.

“주인님께 비아냥거리지 마세요.”


“그나저나 넌 뭐지? 보이는 모습을 보아하니 짐승인 것 같은데.”


“짐승, 맞아요.”


“넌 뭐지? 뭐길래 앙갚음의 종노릇을 하는 거지?”


“부럽습니까?”


“뭐?”


저 짐승은 진심으로 생각하는 모양이군,


하지만, 나는 네 생각과 다르네.


나는 인간의 애완동물로 사는 삶을 만족하지 않고, 그 이상을 보고 있지.


똑똑.


“들어오게.”


내 허락에 시비가 종이 한아름을 품에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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