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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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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4.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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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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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DUMMY

-의문이 해소되는 짐승-



“스스로 목을 매달아 목숨을 끊었다고?”


“네.”


“하아··· 제법 쓸만한 놈이었는데. 도대체 감시를 어떻게 했길래?”


“전향한다는 말을 듣고 방심했나 봅니다. 그리고 여기.”


병사가 내게 편지봉투를 내밀었다.


봉투엔 원로에게, 반드시 원로가 직접 열어서 읽어볼 것이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책상에 이 봉투가 있었습니다. 정황상 유서로 보입니다.”


유격대의 정보가 적힌 종인가?


그래도 죽기 전에 내게 선물을 주고 가는군.


“그래, 이만 물러가 보게.”


병사가 고개를 숙이고 방을 나간다.


“제 불찰입니다.”


“아닐세, 자네가 그런 걸 어찌 하나하나 신경을 쓰겠나?”


“송구스럽습니다.”


“이미 벌어진 일인데 어쩌겠나. 넘어가게. 그래도 이게 있지 않나?”


“그것이 뭡니까?”


“그놈이 전향 의사를 표할 때 내가 유격대에 관한 모든 정보를 내놓으라고 했지.”


“아, 그걸 적어둔 편지군요!”


“그렇지, 그래도 사람 주제에 쓸모는 있단 말이야.”


떨리는 마음으로 봉투를 뜯어 읽어봤다.


“이 개새끼가!”


봉투에 적힌 말을 보고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편지를 구겨 던져버렸다.


“무, 무슨 말이 쓰여 있길래 그러십니까!?”


사령관이 내가 집어던진 편지를 들어 읽어본다.


“유격대에 관한 정보는 니 애미 뒷구멍···.”


사령관이 내 눈치를 보고 읽기를 멈췄다.


이 새끼가 죽을 때조차 날 모욕하다니!


“그 입구를 지키고 있던 병사를 처형하게.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리고 알리게. 이제부터 보이는 족족 사람을 죽이라고.”


“하, 하지만 탈도 수확해야 하며 원로님께서 말씀하신 전향자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차피 6구역은 짐승의 손에 넘어왔는데 탈이 더 이상 무슨 소용인가!? 더더욱 이동이 차단됐으니 우리는 6구역만 신경 쓰면 되네! 그리고 전향자를 만든다는 계획은 폐기네, 사람이란 족속은 잘해주면 기어오르는 게 일상이니 없는 것만 못해!”


“아, 알겠습니다.”


“이만 나가보게!”


“네, 네.”


사령관이 허리를 숙이고 방을 나간다.


“괘씸한! 내가 인격적으로 대해줬더니···!”


똑, 똑!


“뭔가!?”


“워, 원로님. 앙갚음과 함께 다니는 짐승이 찾아왔습니다.”


빌어먹을 짐승.


하필 내가 평정심이 깨진 때에!


앙갚음과 같이 다니니 제가 뭐라도 되는 줄 알고 다니는 게 눈꼴셔 볼 수가 없군!


“··· 모시게.”


잠시 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짐승이 들어온다.


짐승의 날 한번 훑어보고 탁자에 놓인 구겨진 종이를 한번 쳐다본다.


“그것도 제가 알아야 할 정보인가요?”


그리곤 다짜고짜 종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읽으면 자네 기분만 나빠질 거다.”


“그런가요? 흠.”


정신 차리자, 정신 차려.


서기관이 원하는 대로 반응하면 안 돼.


그걸 원하고 저딴 말을 써 놓은 거라고.


지금까지 잘 참지 않았나.


그리고, 이미 죽은 놈한테 화를 내봐야 무슨 소용인가?


관심 끄자.


“한번 봐도 될까요?”


“그러시던가.”


짐승이 종이를 들어 읽어본다.


저놈은 어떤 반응을 내보일지 궁금하군.


“이 편지는 누가 쓴 건가요?”


“서기관이 썼다.”


“서기관이라면··· 아, 저희가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이군요.”


“그렇지.”


“그래서, 정말로 원로님의 모친 되시는 분의 항문에 정보가 있나요?”


“뭐, 뭐!?”


이 새끼는 또 뭔 개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지금 날 조롱하고 있는 건가?


하지만 표정이 너무 진지해 화를 낼 수 없었다.


“자네. 지금 진심으로 말하는 건가, 아니면 날 모욕하기 위해 그러는 건가?”


“네. 진심으로 말하는 겁니다. 원로님의 모친···.”


“그만, 그만하게! 내 어머니의···! 그런 곳에 있을 리가 없지 않나!?”


“그렇군요. 실례했습니다. 서기관이 썼다는 말에 그만.”


진정하자, 진정해.


생각해 보면 별것 아닌 일로 너무 흔들리고 있어.


“흠, 아무튼 그곳엔 없네. 그리고 자네가 필요로 하지도 않지 않나?”


“네, 맞습니다. 저는 유격대에 관한 정보가 필요 없죠.”


그런데 왜 물어본 거야?


“그런데···.”


아니지, 더 이상 이 주제로 대화를 나누지 않는 게 좋겠군.


“네?”


“이제 여기서 떠나주겠나?”


“축객령인가요?”


“내가 자네에게 박한 대접은 하지 않았는데. 내 병사들을 죽여도, 나에게 해를 가해도 가만히 있었네. 그리고 앙갚음이 말한 정보도 주었지, 하루 안에.”


짐승이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이제 피차 관심 없는 사이로 바뀌었는데 여기서 헤어지지.”


“알겠습니다. 주인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놈을 조사해 봐야겠어.


도대체 무슨 관계였길래 앙갚음과 같이 다니는지 통 모르겠단 말이야.


“자네가 결정하지 않고?”


“저는 권한이 없습니다.”


이놈을 조금 긁어봐야겠어.


“내가 보기엔 자네가 결정권을 가진 거로 보이네만.”


“주인님께서 가지고 계십니다.”


“그런 벙어리가 결정··· 켁, 케엑!”


짐승이 내 입에서 앙갚음을 헐뜯는 말이 나오자마자 달려들어 내 목을 움켜쥐었다.


반대쪽 팔에서 손톱을 빼내 내 폐가 있는 부분에 갖다 댄다.


“이게 무슨···!”


이토록 극단적인 행동은 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는데!?


“큰 소리 내지 마. 내 장담하건대 네가 소리치면 근위대가 들어오기 전에 넌 죽는다.”


“그, 그렇게 되면 너도 무사하지 않을 텐데?”


짐승이 코웃음을 친다.


“내가 죽음을 두려워할 것 같아?”


짐승이 광기에 물든 눈으로 날 빤히 쳐다봤다.


“원로님, 괜찮으십니까!?”


전에 내가 무작정 들어온 것에 대해 화를 냈더니 이번엔 들어오지 않고 내 안부만 물었다.


하필, 지금 이런 때에!


“괜찮다고 말해.”


짐승이 손톱을 살짝 찔러 넣는다.


“괘, 괜찮으니 들어오지 말도록!”


“··· 정말입니까!?”


이 멍청한!


의심되면 들어와야 할 것 아닌가!?


“대답 속도가 느려.”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게!”


“알겠습니다.”


그제야 짐승이 자리에 돌아가 앉는다.


“주인님께서 몇 번이나 살려주시니까 네가 뭐라도 된 것 같아?”


나는 대답 없이 목을 매만지며 짐승을 노려봤다.


“나는 짐승 새끼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 이것들은 조금만 잘해주면 은혜도 모르고 기어오르기에 바쁜 족속들이거든. 너 같은 것들 말이야.”


모욕적인 발언에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차라리 서기관의 천박한 욕설이 나을 지경이다.


“주인님과 내가 떠나고 말고는 주인님께서 결정하실 사안이다. 네까짓 게 결정할 게 아니야.”


짐승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방을 나간다.


“이런 개새끼가!”


나는 손에 잡히는 물건을 있는 대로 집어 던졌다.


저깟 짐승 하나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너무나도 굴욕적이었다.


“무, 무슨 일입니까!?”


그제야 사령관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후우, 후우. 자네 왔나?”


“네, 네. 방금 앙갚음과 같이 다니던 짐승이 원로님 집무실에서 나오는 걸 봤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체통을 지켜야 하건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정말로 속이 터져 죽을 것 같아서 그랬네. 미안하네.”


“아랫것을 불러 치우라고 일러도 되겠습니까?”


“그래, 그러게. 우리는 밖으로 나가서 산책이라도 하지.”


그동안 진정하는 겸, 생각도 정리해야겠어.



///



“아···.”


“내가 생각하기엔 무리는 아닌 것 같아 보이네만. 자네는 어떤가?”


내 말에 생각에 빠진 모습으로 한동안 말없이 걷기만 한다.


“노파심이 아닐까 합니다만, 자칫···.”


사령관이 주위를 한번 둘러본다.


반란으로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그건 반란이 아닙니까?”


내 예상대로 사령관은 속삭이며 우려를 표했다.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치지 않은 걸 보니 약간의 관심은 있는 모양이다.


“그래, 자네 말도 일리가 있네. 하지만, 반란이라고 해도 어떤가?”


“그, 그걸 말해도 됩니까?”


사령관이 또다시 주변을 두리번두리번한다.


참, 이 친구는 다 좋은데 간이 작아서 문제란 말이야.


“들으라지. 누구한테, 어떻게 보고할 텐가? 아니, 보고를 받아도 여기까지 올 수나 있을지 모르겠군.”


구역간 이동이 차단된 이상 절대 못 온다.


“도깨비산으로는 이동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동물들도 이동이 가능하다고 보고를 받았습니다.”


아예 막힌 건 아니라는 거군.


“어떤 미친놈이 거기로 이동하겠는가? 죽을 생각이 아닌 이상.”


“그건 그렇습니다.”


“어떤가? 6구역은 우리가 꽉 잡고 있네. 또한, 명분도 있지.”


“명분··· 말씀입니까?”


“그렇네. 우리는 이미 6구역에 있는 사람의 주요 근거지를 장악했네. 우리 임무는 끝났으며 이제는 안정이 필요할 때지. 우리 병사들은 지쳐있네. 그들을 이제 자신의 생업으로 했던 일로 보내야 하지 않겠는가?”


“아직 유격대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람이 멸종되지도···.”


“알고 있네, 나도 알아. 그래서 그 정보를 원한 건데 참으로 아깝게 되었어. 하지만, 그놈들은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걸세. 이미 대세는 기울어지지 않았는가?”


“맞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전멸시킨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자네도 그렇게 생각할 텐데.”


“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사령관이 내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원로의 명에 반하는 생각을 가졌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서 멈칫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씨를 말려버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자네도 알겠지. 또한, 우리 원로도 그 정도까지는 바라지 않았어.”


하지만, 난 개의치 않고 말을 기어갔다.


“그, 그렇군요.”


내가 신경 쓰지 않는 태도를 보이자 안도하는 모습으로 답했다.


“잘 생각해 보게. 자네만 동의한다면 6구역이 우리 손에 들어오는 거야.”


“하지만···.”


“다른 원로들이 걸리나? 내 장담하건대 그놈들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걸.”


그 욕심 많은 것들이 안 할 리가 없지.


그럴 바에 내가 먼저 선수 치는 게 나아.


이것 참, 구역간 이동이 차단되는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어.


“여기 계셨군요?”


불청객 짐승이 나타났다.


손엔 조그마한 상자와 함께.


포장이 제법 고급스러운 걸 보니 값비싼 물건이 있는 게 틀림없어 보인다.


“무슨 일이지?”


“주인님과 저는 6구역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그거 아주 좋은 소식이야.


“6구역엔 원죄를 가진자가 없나 보군.”


“글쎄요. 있다면 다시 올지도 모르죠.”


짐승이 날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어쨌든, 주인님께서 보답의 의미로 한가지 선물을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손에 든 저건가?


내 예상대로 짐승이 상자를 내민다.


“받으세요. 주인님의 마음입니다.”


“괜찮네.”


한두 번쯤 거절해야 내 면이 서겠지.


사령관도 보고 있고 말이야.


“원로님, 내용물은 모르지만, 앙갚음의 선물이라고 하면 필히 대단한 물건이지 않겠습니까?”


“흠, 그래도 우리 짐승을 죽이고 다닌 사람인데···.”


짐승이 상자를 탁자 위에 올려놓는다.


“이곳에 두겠습니다. 그럼, 이만. 아, 주인님께서 우리가 이 성과 한참이나 떨어져 있을 때 풀어보라고 하셨습니다?”


짐승이 미련 없이 뒤로 돌아갔다.


“나중에 풀어보라고?”


무슨 소릴?


선물을 바로 풀어야 하는 법.


나는 서둘러 포장을 뜯었다.


“이건 뭐지?”


작은 원기둥 모양의 물체에 안에선 틱, 틱 거리는 소리가 일정하게 들렸다.


“자네, 이게 뭔지 알겠나?”


“글쎄요, 먹는 건 아닐 테고. 이상한 소리가 나는 걸 보니 어디에 쓰는 물건인가 봅니다.”


“어쨌든, 선물이니까 잘 보관해야겠지.”


뭔지는 모르지만 귀한 물건임이 틀림없어.


이 내가 한번도 보지 못한 거니까.


나는 점점 멀어지는 짐승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작가의말

95랑(1)에서 제가 터부시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터부시의 터부가 영어네요;

 

적당한 단어로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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