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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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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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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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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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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30-2(1)

DUMMY

-랑-




“천은 어디 갔지?”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방금까지 보였던 천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어디선가 깡충깡충 뛰며 이쪽으로 오는 주비님이 보였다.


기분이 정말 좋으신가 보네.


저렇게 기쁜 듯이 오다니 말이야.


“주비님?”


“아, 네!”


“그렇게 좋으세요?”


“네?”


“아뇨, 주비님이 이쪽으로 깡충깡충 뛰면서 오시길래요.”


“하하, 방금 엄청 기분 좋은 일이 또 생겨서요. 겹경사라고 해야 할까요?”


“진짜요? 뭔지 모르겠지만 축하해요.”


손뼉을 작게 치면서 축하의 표시를 했다.


“헤헤, 고마워요.”


흐음, 그런데 천은 어디 갔지?


다시 한번 한 바퀴 돌아 찾아봤지만 천이 보이지 않았다.


“누구 찾으세요?”


“천이요. 방금까지 저랑 같이 있었는데 어느새 보이질 않네요.”


“천님은 방금 저와 같이 있던 분과 할 얘기가 있다면서 가셨어요.”


아는 사람인가?


그렇다고 하기엔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고 얘기도 나누지 않았는데.


“그래요? 서로 아는 사인가요?”


“그렇겠죠?”


자기도 잘 모른다는 뜻인가?


“그런가요··· 흐음, 언제··· 아!”


실망하려는 찰나 천이 주비님과 왔던 방향에서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천-!”


나는 서둘러 손을 크게 흔들며 천을 불렀다.


천이 날 보자마자 헐레벌떡 뛰어온다.


“네. 아가씨.”


“그분과 얘기는 잘 됐어?”


“네, 네?”


“그런데 왜 너 혼자 오는 거야? 그 사람은?”


천이 보기 드물게 당황해하며 주비님을 한번 쳐다본다.


주비님은 어깨를 으쓱거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왜 그래? 내가 물으면 안 될 걸 물어봤어봤어?”


“아, 아닙니다. 그 사람은··· 급히 처리할 일이 있다면서 가버렸습니다.”


“그래? 그렇구나. 근데 그 사람 이름도 모르네. 이름이 어떻게 돼?”


“아··· 이름이요? 저도 오늘 본 사람이라 잘 모르겠습니다. 주비님이 아시지 않을까요?”


“에? 그러고 보니 이름도 안 물어봤네.”


“주비님도 몰라요?”


“헤헤, 그렇게 됐네요.”


“둘 다 너무 무신경한 거 아니에요?”


“하하, 그럴 사람이 아니라서 그랬겠죠. 자, 어서 저쪽으로 가요.”


“맞습니다. 아가씨.”


“괜찮은 거 맞죠?”


“네, 아무 문제 없습니다.”


“맞아요. 이제는 아무 문제 없어요.”


둘 다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뭐, 괜찮겠지?



///



저녁.


우리는 곰무덤에서 벗어나 어느 한적한 곳에 모여 모닥불을 피운 채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눈다.


천은 오랜만에 만난 나를 보고 한껏 신이 난건지 내 옆에 앉은 채 웃음을 보이며 대화를 주도한다.


하지만, 언니는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아까부터 내 눈도 마주치지 않고 고개만 푹 숙인 채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다.


주비님은 산어르신님과 불개가 있는 곳으로 먼저 갔고, 짐승 3마리는 내가 어느 정도 적응이 됐는지 아까의 떨림은 보이지 않는다.


“하하. 아가씨, 그래서 어떻게 됐는지 아십니까?”


“으, 응? 어떻게 됐는데?”


“글쎄 그 남자가 물에 빠진 생쥐 꼴로 도망치지 뭡니까? 하하하!”


“그, 그렇구나.”


예전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천은 웃긴 얘기엔 전혀 소질이 없어.


“하하···.”


천이 데리고 다니는 짐승만이 눈치를 보며 웃는다.


“재밌지 않습니까?”


약간 눈치도 없는 거 같고···.


반응이 없자 천이 짐승 3마리를 노려본다.


“하하하.”


“그래서··· 아가씨.”


“응.”


“이제 끝입니까?”


여정이 끝이냐고 물어보는 거겠지?


“응, 끝이야.”


“아··· 드디어. 그럼 저는···.”


“그래. 나랑 같이 가자.”


“네. 아가씨.”


“저 짐승들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천이 품에서 칼을 뽑으며 일어섰다.


그 모습을 본 짐승들이 기겁한다.


“아니.”


“아가씨께서 처리할 생각입니까?”


“제,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짐승 3마리가 무릎을 꿇고손을 싹싹빈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너희들은 그냥 가.”


“네? 아가씨 저놈들은 사람의 탈을 쓰고 있지만 짐승입니다.”


“나도 알고 있어.”


“저 탈도 선량한 사람의 얼굴 가죽을 벗겨 만든 겁니다. 그런데 왜 살려주시는 겁니까?”


“그냥··· 그냥. 오늘은 누가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너희들은 가.”


짐승 3마리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서로를 쳐다본다.


“못 들었나? 아가씨께서 가라고 하셨잖아.”


“아, 아! 감사합니다!”


“···충고하자면 가담하지 말고 산속 깊은 곳에 숨어 지내는 걸 추천해. 내가··· 너희를 다시 보지 않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짐승 2마리가 연신 고개를 숙이고 사라진다.


“원로는 거기서라.”


“응?”


원로가 긴장하며 뒤를 돌아본다.


“너는 이걸 가지고 가도록 해라.”


천이 품에서 돈주머니를 꺼내 던진다.


“이걸 왜···?”


“그 아이들에게 필요할 거다. 특히 앞으로는.”


“아··· 고마워.”


원로가 천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 사라진다.


“돈이야?”


“네.”


“굳이 줄 필요 있어?”


“어린애들이 있습니다. 저 짐승이 사람의 아이를 거둬들여 키우고 있었죠.”


“아··· 그래서?”


“네.”


“잘했어.”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그런데 넌 왜 안 가지?”


천이 남은 짐승을 쳐다봤다.


“저, 저도요?”


“그래. 아가씨께서 다 끝났다고 하지 않았나?”


“저, 저는 가기 싫어요!”


천의 표정이 험악해진다.


“죽고 싶다는 말인가? 아가씨가 오늘은 죽음을 보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그, 그런 게 아니라···!”


“됐어.”


천과 짐승이 나를 쳐다본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저 짐승을 천에게 보냈는지 모르겠지만. 이것도 인연이라고 해야 할까? 그냥 천이 계속 데리고 다녀.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었잖아.”


“하지만, 아가씨. 짐승입니다. 제가 짐승을 데리고 다닌다면 아가씨께 누를 끼칠수 있습니다.”


“괜찮아. 명색이 사도인데 무슨 말이 나오겠어.”


“알겠습니다.”


천이 짐승을 쳐다본다.


“뭐 하는 거지? 아가씨께 감사 인사를 하지 않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래.”


“땔감이 부족하군.”


“제, 제가 주워 올게요!”


짐승이 산속으로 사라진다.


“선.”


“응.”


여태껏 고개를 푹 숙인 채 있던 언니가 천을 쳐다본다.


“계속해서 헤어지자고 했는데 이젠 정말 헤어질 시간이군.”


“그래··· 그렇게 됐네.”


“함께해서 즐거웠소.”


천이 손을 내밀었고 언니가 손을 맞잡았다.


하지만 눈은 나를 보고 있다.


“자, 이제 가시오.”


하지만 언니는 천의 말에 반응하지 않고 나를 또다시 흘끗하고 쳐다본다.


뭔가 할말이 있는 걸까?


“언니, 저한테 할 말 있으세요?”


“어? 아, 아니 그냥···.”


“있으면 하세요.”


“그게, 그러니까···.”


언니가 우물쭈물하며 말하지 못한다.


“말하기 곤란한 거예요?”


언니가 갑자기 눈물을 흘린다.


“미, 미안해! 언니가··· 미쳤나 봐. 내가··· 내가 너한테···.”


“네? 무슨 말씀이세요?”


“흑, 흐윽. 내, 내가 너한테···.”


“언니가 저한테?”


“내가 너한테··· 으아앙-!”


언니가 말을 맺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왜 그러는 걸까요?


“천, 언니가 나한테 뭘 잘못한 모양이야.”


“잘못했으면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아니, 됐어.”


“네?”


“별거 아니겠지.”


“하지만, 아가씨. 사람 일은 모릅니다.”


“됐어. 지금까지 아무 일 없었잖아?”


“하지만···.”


“내가 용서해.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내가 용서하는 거야, 천.”


“네.”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용서했다는 뜻은 너도 용서하라는 말이야.”


천이 입술만 달싹일 뿐 대답하지 않는다.


처음이다.


천이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그래. 이제 가야 하는데 짐승이 안 오네. 천이 가서 좀 데려와 줄래?”


“하지만···!”


천이 여전히 울고 있는 언니를 보며 망설인다.


“데려와 줘.”


“··· 알겠습니다.”


천이 짐승이 사라진 쪽으로 뛰어간다.


“언니. 언니가 저한테 뭘 했는지 모르지만 전 용서해요.”


“아, 아니야. 난 정말 몹쓸 년이야. 난 정말···.”


나는 말없이 울고 있는 언니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제가 용서해요. 제가 용서하니까 천도 용서할 거예요. 괜찮을 거예요, 언니. 괜찮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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