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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4.22 21:00
연재수 :
1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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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49,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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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6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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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자귀추적자-



“슬슬 데리와야 안되긋나?”


“맞아요, 언니. 짐승의 세력이 점점 고조되는데 우리만으로는 역부족이에요.”


하, 씨발.


급하면 너희가 갔다 오던가.


천이 잘하고 있을 텐데 왜 갑자기 난리야?


“산어르신하고 불개 네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으면 이런 상황이 안됐을 거 아니야?”


“어머!? 언니는 저희가 사람을 위해서 밤낮으로 움직였던 게 마음에 안 드셨나 보네요.”


밤낮은 개뿔.


족장들한테 들러붙어서 뜯어먹기 바빴으면서 씨발새끼들이.


“음, 아무래도 처한 상황이 다르니까. 당사자는 다르게 느낄 수도 있지.”


쳐 죽일 새끼들.


신은 이런 새끼들을 왜 사도로 만든거지?


이런 개차반도 못 한 새끼들을 말이야.


“그러게요. 조금 서운하다. 우리일 도 아니고 선의로 도와주는 건데.”


“미안해.”


하지만 내가 아쉬운 처지니 웃는 상을 하며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부터 이런 거지?


처음엔 이것들이 이러지 않았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관계가 형성된 거지?


“저는 그게 이해가 안 돼요. 언니가 그냥 주비를 데려오면 되지 왜 다른 사람을 시켜서 찾아오라는 건가요? 아, 언니가 말해줬었나?”


나는 불개가 짖어대는 걸 듣고 싶지 않아 서둘러 곰무덤으로 향했다.



///



마지막 주막.


피 냄새가 진동한다.


주위에는 온통 사람의 시신과 그것을 뜯어먹고 있는 동물뿐이다.


내가 나타나자, 자신의 먹이활동에 방해받는 거로 생각했는지 건방지게 내게 이빨을 들이민다.


약간의 기운을 흘려주자, 꼬리를 말고 도망가 버린다.


뭐야,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어떤 씨발놈이 감히 사람을··· 응!?


여기에 사도가 있나?


왜 사도의 기운이 느껴지지?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니 불이 켜져 있는 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방에 시신이 가득한데 불이 켜져 있다?


가만, 한군데가 아닌데?


불이 켜진 2곳의 방을 쳐다보는데 그중 1곳의 방문이 열린다.


사도의 기운이 느껴졌던 방이다.


“아, 반가워요.”


어린 곰이 내게 고개 숙여 인사한다.


주비다.


“··· 반가워.”


“저를 찾으러 오셨어요?”


그래, 나도 느꼈으니, 너도 느끼겠지.


“여기 이 사람들. 네가 그런 거야?”


“하하, 아니에요. 절대로요.”


“누가 이 사람들을 죽인 거지?”


“글쎄요. 제가 이곳에 오니 이런 참상이 벌어졌던 상태라서요.”


주비가 알 듯 말 듯 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도 모르게 눈에서 파란빛을 뿜고 말았고, 주비도 내 눈빛에 반응해 초록빛을 뿜어낸다.


“내가 참고, 또 참으면서 너한테 다시 말해. 누가 이랬어?”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몰라요. 그렇죠?”


“네, 맞습니다. 저희가 올 땐 이미 이 사태가 벌어진 후였습니다.”


주비가 있던 방안에서 남자 사람···이 나와 말했다.


저 남자 왠지 거슬리네.


“시신을 수습해 줄 생각도 못 했어?”


나는 남자를 무시하고 다시 주비를 쳐다봤다.


“그게, 보시다시피 저는 어린아이잖아요? 그리고 날도 늦었고 해서요.”


개새끼가 그게 변명이 된다고 생각하고 내뱉은 말이야!?


“적어도 시신은 훼손당하지 않도록 조치는 취했어야지.”


“죄송해요.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사과드릴게요.”


“··· 천은? 여기에 분명히 들렀을텐데.”


“아, 천님이요! 물론 봤죠. 여기서는 아니지만.”


“봤는데 왜 떨어져 있는데? 천이 널 데려가려고 했을텐데.”


“제가 천님에게 부탁 하나를 해서요.”


“무슨 부탁?”


“곰무덤에 이무기가 나타났는데 알고 계세요?”


이무기?


“그래서?”


“제가 천님에게 부탁했어요. 그 이무기를 해치워달라고.”


“뭐, 뭐라고?”


이무기는 내가 죽일 수도 없다고!


돕지도 못해!


나는 주비에게 벼락을 떨어뜨리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억누르고 되물었다.


내가 잘못 들었기를 바라며.


“저를 데리고 가고 싶으면 이무기를 해치워달라고 했어요. 보시다시피 저는.”


주비가 자신의 단지를 내보인다.


“이무기 때문에 아직 봉안 못했거든요.”


이 개새끼가.


“봉안한 기회는 이무기가 나타나기 전에도 충분히 있었던 걸로 아는데.”


나는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삭였다.


“하하, 네. 그리고 누나도 저를 찾을 수 있었던 기회가 충분히, 아니 차고 넘치도록 있었죠.”


“그래서? 봉안하기 전까지 못 가겠다는 말이야?”


“아, 말은 똑바로 하자고요. 이무기를 해치우는 거예요. 다른 곰도 봉안해야 하니까 말이죠.”


“천이 어떻게 이무기를···!”


“저기 무슨 일인가요?”


그 순간 불이 켜져 있던 다른 방에서 남자 사람··· 짐승!


가까스로 억눌렀던 분노가 짐승으로 인해 툭 터져버렸고 주제도 모르고 끼어든 짐승의 머리를 터뜨려 버렸다.


퍽하고 터지며 사방으로 더러운 살점과 피를 뿌려댄다.


엿 같았던 기분이 조금이나마 나아진다.


“좆같은 짐승 새끼가 어디서 인간의 대화에 끼어드는 거야!? 내가 탈을 쓰고 있으면 모를 줄 알았나 보지?”


“아, 안돼!”


방 안에 있던 다른 짐승 1마리가 뛰쳐나와 죽어버린 시체를 부둥켜안고 오열한다.


그래, 너도 친구 곁으로 보내···.


“저 짐승은 죽이시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쓸모가 있거든요.”


저 짐승의 머리도 터트려 버리려고 했는데 주비가 날 만류한다.


“쓸모?”


“네. 천님이 이무기를 해치우는데 말이에요.”


“좋아, 운이 좋네. 짐승.”


그러자 짐승이 살려준 은혜도 모르고 표독스럽게 날 노려본다.


“왜, 왜 죽인 거예요!? 왜!?”


“이유랄게 있나? 짐승이 보여서 죽인 건데. 굳이 이유를 찾자면 우리 대화에 주제넘게 참견했다?”


“고작, 고작 그 이유로 죽인 거예요!?”


“방금 말했잖아. 귀가 먹었나? 그렇게 슬퍼하는 걸 보니 네 남편이라도 되나 봐? 내가 잘 죽였네. 이대로 있었으면 쓸모없는 새끼 짐승만 까댔을 텐데.”


“죽어, 이 씨발년아!”


짐승이 겁도 없이 손톱을 빼 들고 내게 달려든다.


천한테 도움이 된다니까 죽일 수는 없고.


그렇다고 건방지게 행동한 벌은 안 내릴 수도 없고.


다리는 걸어야 하니까 제외.


팔은 괜찮잖아?


손톱 뽑을 팔이 없으면 천도 안심하겠지?


달려오는 짐승의 양 팔을 향해 번개를 작게 내뿜었다.


“아···!”


짐승이 작은 신음과 함께 눈을 뒤집으며 쓰러진다.


고기 타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이대로 놔두면 죽으려나?


죽으면 안 되는데.


“회복 좀 시켜줘. 얘 안 죽게. 팔은 회복시키지 말고.”


“분부대로요.”


주비가 미소를 지으며 짐승을 향해 초록빛을 쏘아낸다.


“팔은 뗄까요? 아니면 기능만 못하게?”


“네 마음대로 해. 어차피 손톱만 못 뽑으면 되니까.”


산어르신한테 말해서 세뇌를 부탁해야 하나?


아쉬운 소리 하기는 싫은데, 그렇다고 천이 위험하게 놔둘 수도 없고.


“흐음.”


일단 나중에 생각해 보자.


나는 못 볼 것 본 양 몸을 덜덜 떨고 있는 사람에게 시선을 옮겼다.


“왜? 뭐 못 볼 거 봤어?”


“아, 아니. 그러니까···.”


사람 맞지?


“고맙게 생각해. 눈과 귀가 있으면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알잖아?”


“네? 아, 네. 그, 그렇죠. 세상이 전운으로 감돌고 있죠.”


“저것들 짐승인줄 알았어?”


“아, 아뇨. 저는 생각도 못했어요.”


“그것봐. 저놈들은 우리 주변에 이곳저곳, 말 그대로 산재해있다니까. 나 아니였으면 저놈들이 당신 등에 손톱을 꼽았을거야.”


“그렇군요···.”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고 생각에 잠긴다.


“아차. 제가 경황이 없어 감사 인사를 못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남자가 내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예의는 있네.


“그래.”


무언가 할말이 있어보이는듯 내 옆에서 쭈뼛거린다.


“왜?”


“호,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나 사도 맞아.”


“역시! 그러면 저 애, 아니 저 분도···.”


“쟤도 사도 맞고.”


“허, 이런 일도 있네. 내가 몇번이나···.”


뭐라고 중얼거리는거야?


잘 안들리는데.


“뭐라고? 좀 크게 말해. 안들리니까.”


“아, 아니에요. 그냥 혼잣말 한거예요.”


“랑님. 다 됐어요.”


치료를 마친 주비가 내 옆에 다가왔다.


팔이 그대로 있네?


“팔 못 쓰는 거 맞지?”


“그럼요.”


“좋아. 아까로 돌아가서. 이무기를 무찌를 때까지 못 가겠다?”


“네.”


나는 남자를 쳐다봤다.


“좀 비켜줘. 우리끼리 할 얘기가 있으니까.”


“네. 아저씨 미안해요.”


“알겠어요.”


우리 대화에 관심이 있는 듯 남자가 머뭇거리며 방 안으로 들어간다.


“저 사람 뭐야?”


“신기한 사람이요.”


“사람 맞지?”


“랑님과 제가 짐승이라고 느끼지 못했으면 사람이 맞지 않을까요?”


“뭐 하는 사람인데?”


“몰라요. 새로운 곳을 방문하는 걸 습관으로 들인다는 사람이요.”


뭐라는 거야?


이상한놈이네.


“하여튼, 그건 됐고. 천이 이무기를 무찌를 때까지 안가겠다?”


“네. 죄송해요.”


그래, 모든 사도는 자기 종족이 우선이지.


“이해해 주실 거죠?”


“아니.”


“미안해요.”


“내가 천을 도울 수도 없어. 그건 나뿐만 아니라 너도. 사도라면 모두.”


“알아요. 그래서 천님에게 부탁했어요.”


“이무기를 죽일 수 없다는 걸 알면서 그런 말을 했어? 이무기는 단순한 괴물이 아니야. 신수가 되냐, 마냐의 갈림길에 선 괴물인데 뭐?”


주비가 아무 말 없이 듣기만 한다.


“그런데도 죽여달라고? 내가 그 말을 듣고 화가 안 날 수 있겠어? 애초에 네 부탁은 들어줄 수 없는 거였어.”


“좋아요. 그럼 죽여달라는 대신 다른 곰이 봉안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조건을 고칠게요. 단, 조건이 있어요.”


조건?


이 새끼 이거.


처음부터 이럴 생각으로 그런 말도 안 되기는 부탁을 한 거였어.


쪼그마한 놈이 엄청 음흉하네.


“뭔데?”


“작은 부탁이에요. 정말이에요.”


“지금 말 안 하고?”


“아직은 때가 아니라서요.”


하, 씨발.


싫다고 할 수도 없고.


“알았어. 단, 마음에 안 들면 안 할 거야.”


“알았어요.”


“그래. 난 간다. 그리고 이 짐승.”


아직 안 깨어났나?


“네가 천을 도울 짐승이라고 했으니까 살려두긴 했는데, 난 잘 모르겠으니까, 네가 알아서 해.”


“알겠어요. 이제 가실 건가요?”


“어.”


씹새끼.


넌 짐승을 쓸어버리면 넌 나한테 죽을 줄 알아.


말 그대로야.


넌 내가 죽여버릴 거야.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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