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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4.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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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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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49,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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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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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2

DUMMY

-선-



“이제 슬슬 필요한 물건을 사려고 하는데 같이 갈래?”


“나는 남아있겠소.

당신 혼자 갔다 오시오.”


예상대로 천은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고 했다.


확실히 이상해.


짐승 그놈이 뭐라고 저러는 건지···.


“어디 가세요?”


혼자서 잘 놀고 있던 얍얍이 호기심 가득해 보이는 표정을 하며 묻는다.


“응. 밖에 나가서 필요한 것 좀 사 오게.”


“와-.”


얍얍의 귀여운 행동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같이 갈래?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진짜요? 진짜 같이 가도 돼요?”


“당연하지.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신난다! 야호!”


얍얍이 자리에서 일어나 펄쩍 뛰며 환호성을 내지른다.


“필요한 건 따로 없어?”


“없소.”


“그래. 우린 나갔다 올 테니까 집 잘 지키고 있어.”


얍얍과 함께 밖으로 나가 이것저것 구경하며 돌아다닌다.


“얍얍아. 너는 여기서 계속 살았던 거야?”


“아뇨. 저는 여기 온 지 한 달 정도 됐어요.”


“그러면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생활하는 거야?”


“네. 조만간 또 다른 곳으로 옮겨가려고요.”


“위험하지 않니? 한마을에 정착하지 않고?”


“헤헤···. 그러고 싶은데 찾아야 할 곰이 있어서요.”


얍얍이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사정없는 인간 없다고 얍얍이도 말 못 할 사정이 있구나.


“혹시 디쿤을 찾는 거니?”


디쿤 이야기를 꺼내지 말았어야 했지만, 혹시나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싶어 물어보았다.


“아, 아니에요. 제 디쿤은··· 돌아가셨는걸요.”


괜히 꺼냈어.


이 주둥이가 문제야, 이 주둥이가.


내 입을 탁탁 때리고 싶었지만 얍얍이 볼까 봐 그러지 못했다.


“그, 그럼 누굴 찾는 거야?”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묻지 말아야 할 걸 또 물어버렸다.


“아··· 짐승이요.”


짐승? 아까는 곰이라며?


“지금 짐승이라고 했어?”


“네···.”


“왜, 왜?”


그러자 얍얍이가 자신의 가방을 뒤적이더니 무언가를 꺼내 보여준다.


곰의 탈이다.


“이건···?”


“제 디쿤의 가죽이에요.”


뭐라고?


지금 제 디쿤 얼굴 가죽을 벗겨버린 거야?


이게 무슨 엽기적인 행각인가 싶어 얍얍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이상하죠?

이상한 거 저도 알아요.”


“그, 그래 조금, 아니.

많이 이상하다.”


정말 이상해서 내 솔직한 생각을 말해버렸다.


“왜 하나밖에 없는지 알아요?


”그, 글쎄?“


그러게.


디쿤이 되면 둘로 분열해서 부모행세를 하는데.


왜 하나밖에 없지?


“킥킥.”


우, 웃어?


얘 정말 미친 곰 아니야?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쳐 얍얍에게서 떨어지려 했다.


“하하!”


이내 얍얍이가 자신의 배를 잡고 웃기 시작한다.


얘 왜 이러는 거야!?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어 칼에 손을 가져다 댄다.


“죄송해요 선님.”


다 웃은 얍얍이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얍얍이를 쳐다보기만 했다.


“장난을 조금만 치려고 했는데 너무 잘 속으셔서 그만···.”


얍얍이가 나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한다.


이놈이?


“그, 그러면 그 탈은 뭐야?”


“이거요? 주웠어요.”


“네 디쿤 탈 아니지?”


“에이, 어떤 미친 곰이 디쿤 얼굴 가죽을 벗겨서 들고 다녀요?”


너.


“진짜지?”


“네. 죄송해요.

선님의 반응이 너무 재밌어서 저도 모르게 선을 넘었어요.

정말 죄송해요.”


아, 갑자기 화나네.


나는 정색하며 얍얍이를 뒤로 한 채 앞으로 걸었다.


“서, 선님!?”


얍얍이가 급히 뛰어와 내 옆에 서서 날 올려다보며 걷는다.


“죄송해요, 네?

선님이랑 천님의 분위기가 너무 어두워 보여서 장난친 거예요.”


나는 얍얍이의 사과에도 무표정을 한 채 앞만 보며 걸었다.


요녀석아 이제 네 차례다.


“서, 선님···.”


“저리 가줄래?

너랑은 기분 나빠서 같이 못 있겠다.”


“네, 네?”


얍얍이의 눈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이쯤 해두자.


정말 울겠어.


“큭큭, 미안 네가 장난쳤길래 나도 한번 쳐봤어.”


“네, 네? 그, 그럼 저랑 같이 있어 주시는 거죠?”


“어, 어? 그렇지.

내일까지 같이 있을 거지.”


“으아앙-!”


별안간 내게 달려들어 울기 시작한다.


내가 너무 심했나?


“왜, 왜 울어?”


“정말 저를 버리는 건가 싶어서 무서웠어요.

다시는 그런 장난치지 않을게요.”


“그, 그래.

나도 이런 거 다시는 안 할게.”


얍얍이를 들어 올려 품에 안고 말했다.


“저, 정말이죠?”


얍얍이가 눈물 가득한 얼굴로 날 쳐다보며 말했다.


지금까지 의연하게 행동했지만 역시나 어린 곰이었어.


디쿤의 보호를 받는 곰이라도 생존하기 힘든데, 하물며 보호를 받지 않는곰은 말할 필요가없지.


한창 디쿤의 품안에서 놀아야할 어린곰이 세상에 내쳐졌으니···.


얼마나 많은 두려움을 느끼며 지금까지 살아왔을까?


나도 모르게 안쓰러운 표정을 하며 얍얍이를 쳐다본다.


그리곤 있는 힘껏 껴안는다.


“수, 숨막혀요 선님.”


“미안.”


포웅을 풀고 얍얍이를 바닥에 내려놓는다.


“사실 곰무덤에 가는 중이에요.”


“곰무덤에?”


아··· 디쿤을 거기에 모시려고 하는구나.


우리랑 같은 목적지네.


아니지, 목적지였네.


“우리 얍얍이 착하네?

요즘 곰은 그렇게 잘 안하는데.”


“헤헤.”


쑥스러운듯 머리를 긁적인다.


“그런데 단지는 못봤는데?”


“저한테 중요한 물건이라 숨겨놨어요.”


“누가 훔쳐가면 어떡해?”


“괜찮아요. 아무도 모르는곳에 숨겨뒀거든요.”


“그래도···. 그래! 어차피 우리랑 있을거잖아?

안전하게 우리가 맡아둘게.”


우리의 목적지가 여전히 곰무덤이었다면 너랑 같이 갈 수 있었을지도.


하지만 목적지는 도깨비눈물로 바뀌었고 그곳에서도 다른곳으로 바뀔테지.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을거야.


반드시 랑을 찾고 말거야.


“어···.”


표정을 보아하니 싫은 눈치는 아니다.


내심 얍얍이도 밖에 내버려두는게 불안했던 모양이다.


“폐를 끼치는건 싫은데···.”


“괜찮다니까. 이왕 말이 나온김에 지금 찾으러 가자.”


“지금이요?”


“응. 이런거는 빨리해야 되는거야.”


내 말에 동의한건지 얍얍이 앞으로 걸어갔고 나도 뒤따라 걷기 시작했다.



///



“여기야?”


“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얍얍이 으슥한 골목 사이로 들어간다.


중요한 물건을 숨기려면 여기에 숨기는 게 최고야! 라고 말할 정도로 완벽한 곳이다.


인간의 왕래가 거의 없고, 어둡고, 후미지다.


역설적으로 이런 곳이 위험할 때도 있지.


이곳에 누군가가 들락날락하면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니까.


“어, 없어!”


바로 지금처럼.


엥?


없다고!?


화들짝 놀라 얍얍이 들어간 골목으로 부리나케 뛰어갔다.


얍얍이 주변을 마구잡이로 헤집어 놓는 모습이 보인다.


“어디 갔지!? 분명 여기에 잘 숨겨놓았는데!”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어, 없어요. 제가 분명히 여기에 꼭꼭 숨겨놨는데···.”


울상이 된 얍얍이 날 보며 말했다.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듯하다.


“다시 한번 생각해봐 정말 여기에 숨긴 거 맞아?

혹시 모르니까 진정하고 다시 생각해봐.”


“여기 맞아요.

이 마을에 있는 동안 매일매일 와서 확인했고, 어제도 확인했단 말이에요.”


누군가가 얍얍의 행동에 흥미를 느끼고 미행했어.


그리고 물건을 훔쳐낸 거지.


왜 훔쳤을까?


디쿤의 뼛가루는 아무 쓸모가 없는데.


“어, 어떡하죠?”


“일단 방으로 돌아가자.

돌아가서 천하고 상의해보자.

걔가 이런 일엔 도가 텄으니까 나보다 더 도움이 될 거야.”


그리고 짐승을 불러서···.


아, 지금 제정신이 아니지.


쓸모없는 짐승 새끼.


도움이 되는 게 하나도 없어.


“하, 하지만···.”


“이 상태로 두고 가자.

이미 단지는 잃어버렸고 그 말은 누군가가 훔쳐갔다는 거야.”


“누, 누가 훔쳐갔어요?

제 단지 돌려주세요! 제발요!”


얍얍이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소리 질렀다.


“가서 천을 데리고 다시 돌아오자.

혹시 알아?

우리가 떠난 사이에 제자리에 돌려놓을지?”


“그, 그렇겠죠?

저희가 갔다 오면 제 물건을 돌려놓았겠죠?

제가 이렇게까지 부탁했는데.”


돌려놓는다는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어.


괜히 희망을 품게 했잖아.


“그건···.”


“어서 가요.

제 말을 들었으니 저희가 사라지면 분명히 돌려줄 거예요.”


돌아왔을 때 얘가 실망하면 어떡하지?


이 주둥이가 문제야.


나는 결국 내 입을 찰싹 때리고 말았다.



///



방안으로 돌아와 천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천은 느긋하게 앉아 내 말을 들었고 얍얍은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고 싶은지 엉덩이를 들썩거린다.


“그러니까 얍얍의 중요한 물건이 없어졌단 말이오?”


“응.”


천이 얍얍을 한번 쳐다본다.


여전히 안절부절못하며 엉덩이를 들썩인다.


“일단 가봅시다.”


“어서 가요! 제가 앞장설게요!”


천의 승낙에 얍얍이 벌떡 일어나 우리를 재촉했다.


얍얍이 전력을 다해 뛰어갔고 우리는 빠른 걸음으로 뒤쫓아 갔다.


물건이 없어진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얍얍은 자신의 물건을 돌려놓았는지 확인했고 역시나 없었다.


“선님··· 없어요···.”


얍얍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나에게 걸어온다.


“괜찮아. 천이 찾아줄 거야.”


얍얍을 들어 올려 품에 안고 등을 토닥토닥하며 말했다.


얍얍이 내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울기 시작한다.


“일단 한번 보겠소.”


천이 주변을 돌아다니며 흔적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나는 울고 있는 얍얍을 달래주며 눈으로는 천을 유심히 보고 있다.


천도 마음이 편치 않을 텐데.


그런데도 직접나서 도와주는 걸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리저리 둘러보던 천이 내게로 온다.


얍얍도 그걸 느꼈는지 울음을 그친다.


“모르겠소.”


모르겠다는 간결한 말에 나는 대답도 않은 채 멍하니 있었다.


“모르겠단 말이오.”


“그, 그러니까 못 찾겠다는 거야?”


“그렇소.”


천이 말하자마자 얍얍이 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찾을 방법은 있지.”


얍얍이 울음을 멈추고 귀를 쫑긋거린다.


이상하게 볼지 모르겠지만 얍얍의 어린아이 같은 행동에 잠시 웃음이 났다.


천은 내 웃음을 눈치챈 듯 보였지만 굳이 내색하진 않았다.


“짐승을 데려와야겠소.”


“어, 어? 짐승을?”


걔 지금 제정신이 아니잖아?


그리고 천은 짐승이 저렇게 된 게 자신 때문이라며 자책하고 있는 거 아니었어?


그런데도 짐승을 이용해?


“그렇소. 그놈이 이런 일엔 전문이니까.”


“그런데 걔가 해낼 수 있을까?

미친 짐승이잖아.

그러다가 난동이라도 부리면?”


“내가 옆에서 통제하겠소.”


얘 지금 짐승을 안으로 불러들이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야?


나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천을 쳐다봤다.


“꼼짝 못 하게 해놓고 데려오면 문제없지.”


어떡하지?


천의 의도를 모르겠어.


정말 순수하게 얍얍을 돕기 위해서 짐승을 데려오는거야?


아니면 마을 근처에서 말한 것처럼 짐승이 불쌍해서?


모르겠어.


무슨 의도로 짐승을 불러들이는 거지?


“선님···.”


내가 반응이 없자 얍얍이 힘없는 목소리로 부른다.


“짐승을 부르면 찾을 수 있는 거예요?”


찾을 수 있어.


그놈이 제 몫을 완벽히 해낸다면 말이지.


하지만 그놈은 그럴 가능성이 작잖아!


미친 짐승이라고!


···아니지,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마을로 들어왔으니까 적당한 주정뱅이를 골라 돈을 쥐여주고 죽여버려야겠어.


짐승이 있는 곳까지 찾아가서 죽여버리는 건 나를 의심할 여지가 있지만 여기서는 아니잖아?


마을에 들어온 이상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그 위험을 감수하지 못해 죽어버렸으니까 나를 의심하지 않을 거야.


그래, 일단 받아들이자.


“좋아. 네가 가서 단단히 준비해놓고 데려와.”


“알겠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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