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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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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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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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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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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DUMMY

-선-



천과 짐승을 기다리며 입구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얍얍은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내 등위에 업혀 세상모르게 새근새근 자고 있다.


이따금 내 등에 얼굴을 비비며 잠꼬대로 디쿤이라고 말한다.


입구를 지나는 천과 짐승이 내 눈에 들어온다.


경비병은 짐승, 더구나 저렇게 수상한 모습을 한 짐승을 들이고 싶지 않았겠지만, 사람인 천이 보증한다고 했으니 어쩔 수 없이 들여보냈겠지.


약간의 뇌물도 썼을 것이다.


표식이 없어 목줄 비슷한 걸 채워 내 쪽으로 끌고 온다.


짐승은 질질 끌려오며 주변을 구경하기 바쁘다.


이 모습이 인간들의 이목을 끈다.


저마다 삼삼오오 모여 짐승을 쳐다보며 숙덕거린다.


내가 시행하기 전에 저 인간 중 용기 있는 자가 혹은 미친놈이 나서서 짐승을 죽여줬으면.


“데려왔소.”


천이 내 앞에 서서 말했다.


짐승은 지금까지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주변을 휙휙 둘러본다.


“쟤 저러고 있는데 괜찮은 거 맞아?”


“아무것도 못 하면 돌려보내야지.”


“알았어.”


나는 마지못해 대답하고 얍얍이 숨겨둔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



장소에 도착해 팔짱을 끼고 천을 쳐다본다.


그 사이에 얍얍도 잠에서 깨 천과 짐승을 쳐다본다.


“여기에 있는 귀한 물건을 누군가가 훔쳐갔다.

흔적을 찾아.”


짐승이 천의 말을 듣지않고 정신 사납게 고개를 휙휙돌리며 주변을 쳐다본다.


천의 눈가가 꿈틀거린다.


이내 목줄을 강하게 당겨 짐승의 주의를 끈다.


하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다.


“안 되겠네.”


“내 말 안 들리나?

네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흔적을 찾아.”


“나, 나는 사람이니까···.”


그제야 짐승이 천의 말에 반응해 이리저리 살펴본다.


“저 짐승이 찾을 수 있을까요?”


얍얍이 내 바지를 살짝 잡아당기며 말했다.


“두고 봐야지.

쟤가 제정신일 때는 저런 거 하나만큼은 기막히게 잘했으니까.”


“그런데 왜 제정신이 아니에요?”


얘는 짐승에 대해 잘 모르나?


“그냥 사고가 좀 있었어.

머리를 심하게 다쳤거든.”


“와- 선님은 그런데도 짐승을 데리고 다니는 거예요?”


“응? 뭐··· 그렇지.”


“와아- 선님은 엄청 좋으신 분이네요!”


얍얍이 박수를 짝짝치며 말했다.


나 좋은 사람 아니야.


이제 저 짐승을 죽여버릴 거니까.


아무것도 못 하면 오늘 내로 죽을 것이고 제 몫을 한다면 조금 더 살겠지.


그래 봤자 내일까지지만.


저 병신을 지금까지 데리고 있었던 것 만으로도 난 내 할 일을 초과해서 한 거야.


그것도 한참 초과한 거지.


나는 많이 참았어.


그리고 이제는 못 참아.


“단서를 찾았나?”


“차, 차, 찾았어요!”


“앞장서.”


짐승이 앞장서고 우리는 뒤따라서 걸었다.


짐승의 발걸음이 멈춘 곳을 보니 용병조합이다.


용병 새끼가 훔쳤나?


그러고 보니 요즘 일이 뜸하다고 했지.


“여긴가?”


“네! 여기예요!”


“멍청한 놈이네.

훔쳐서 곧장 이쪽으로 기어들어와?”


“얍얍이 추적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나 보군.”


“여기에 범인이 있는 게 확실해요?

그러면 제 물건을 찾을 수 있는 거죠?”


얍얍이 반짝거리는 눈으로 날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니까 조금만 있어 볼래?”


“네···.”


난 또 다시 얍얍이 실망하는 모습을 보기 싫어 일부러 기대치를 낮췄다.


짐승이 몸으로 문 비집고 들어갔고 우리도 뒤따라 들어갔다.


모든 용병의 시선이 짐승에게 쏠린다.


대충 세어보니 열 명쯤 되어 보인다.


“저거 짐승 맞지?”


“이 짐승 새끼가!”


이어 흉흉한 분위기를 발산하며 짐승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저는 사람이에요! 왜 저보고 짐승이라고 하시는지···.”


“이 개새끼가! 얼마나 사람탈을 써댔으면 저렇게 행동하는 거야!?”


용병들이 점점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러나 한 명의 용병만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데, 자세히 쳐다보니 전에 나에게 짐승을 죽이겠다고 제안한 용병이다.


용병들이 계속 다가오자 천이 짐승의 목줄을 놔버리고 품에서 단검을 꺼내 위협하기 시작한다.


“거기서 한 걸음이라도 더 움직이면 이 짐승의 먹이로 던져주겠다.”


천의 말에 용병들이 움찔하며 자리에서 멈춘다.


하지만 그뿐.


“저게 미쳤나?

너희들은 셋이고 우린 열인데?”


“얌전히 있으면 남은 팔 하나만 잘라내고 살려주지. 하하!”


“근데 저놈들도 짐승 아니야?

탈을 써서 미친 짐승을 데리고 다니니 저놈도 짐승일 게 틀림없어!”


“죽여버리자!”


“자, 잠깐!”


누군가가 큰 소리로 말했고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한다.


“저 사람 노예기사 아니야?”


도깨비 하나가 천에게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무슨···.”


이번엔 모두의 시선에 천에게 향한다.


“등이 굽었으면 노예기사가 맞긴 하는데···.”


“짐승이 노예기사가 탈을 쓸 수 도 있나?”


“그, 그냥 등이 굽은 거 아니야?”


용병들이 긴가민가하며 우물쭈물한다.


“나, 나는 빠질래.”


“어, 어···.”


용병들이 눈치를 보며 자신의 무기를 집어놓고 슬그머니 다시 자리에 앉는다.


천은 그때까지도 칼을 빼 든 채 용병들을 노려보았고 용병들은 불안한 티를 내며 애써 모른척했다.


“어, 어떻게 오셨을까요?”


촉새 같은 접수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애써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천에게 말했다.


천은 그제야 칼을 집어놓고 접수원에게 걸어간다.


“어제, 오늘 중 누군가가 단지를 맡겼거나 판매한 일이 있소?”


“자, 잠시만요.”


촉새가 장부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이내 천이 말한 걸 찾은 모양인지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저희는 고, 고객님의 인적사항을···.”


“내가 사겠소. 얼마지?”


“그, 그러니까···.”


“안녕하십니까?”


순간 촉새의 뒤에서 범이 나와 천에게 인사했다.


“찾으시는 물건을 저희가 보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번 확인해보시겠습니까?”


범이 아주 정중하게 말했고 천은 대답 대신 얍얍을 쳐다봤다.


“네! 확인할래요!”


“확인해보겠소.”


“알겠습니다.

이리로 오시죠.”


얍얍이 앞서고 그 뒤로 천과 짐승이 따라 들어간다.


내가 들어가지 않자 천은 뒤로 돌아봐 내게 묻는다.


“당신은 확인 안 하시오?”


“뭐, 내가 굳이 갈 필요 없잖아?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얍얍이 맞다고 하면 가져와.”


“알겠소.”


모두 안으로 들어가는 걸 가만히 쳐다본다.


전부 들어가자 나는 앉아있던 용병에게 눈짓을 한 번 하고 밖으로 나갔다.


이어 용병도 밖으로 나와 주변을 둘러보고는 나에게 다가온다.


“또 만나네요. 하하.”


“네. 다시 보네요.”


“저 짐승인가 봅니다.”


내가 시큰둥하게 인사를 받자 머쓱해 하며 본론으로 들어가 버린다.


“맞아요.

아까 저에게 한 제안 아직도 유효한가요?”


“글쎄요···.”


용병이 손으로 턱을 문지르며 생각한다.


생각하는척하기는.


할 마음이 있으니까 날 따라서 나왔겠지.


몸값을 올려보겠다는 속셈이 눈에 휜 하다.


“그런데 정말 저 남자가 노예기사 맞습니까?”


“네. 노예기사 맞아요.”


“으음···.”


용병이 앓는 소리를 작게 냈다.


“다구칠일이에게 고마워해야겠군.”


“당신은 안 나섰잖아요?”


“그래도 조합이 피범벅이 되면 한동안 출근조차 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시간을 때워도 조합에서 해야 이런일도 하는거죠.”


“아하···.”


“혹시나 해서 묻지만, 그 짐승이 주인은 아니겠지요?”


“설마요.”


“그렇다면 노예기사가 짐승을 애지중지합니까?”


“···아닐 거예요.”


“아닐 거예요?

확실하지 않다는 겁니까?”


천의 말로는 아니라는데 정말 믿을 수가 있어야지.


“아니, 아니에요. 애지중지 안 해요.

말이 헛나왔네! 하하.”


용병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시 한번 묻는다.


“확실한 겁니까?”


“네, 네. 맞아요.

그리고 짐승을 혼자 떨어뜨려 놓을 테니까 처, 노예기사는 걱정하지 마세요.”


“가격이 올라갑니다.

아시다시피 일반적인 짐승은 아니라···.”


“알겠어요.”


“또한, 3시간 걸린다는 것도···.”


“내일 아침까지 완료한다면 상관없어요.”


“원하시는 죽음의 방식은 있을까요?”


“어머? 그런 것도 받아요?”


암살자 출신인가?


“하하, 혹시나 해서 물어본 겁니다.”


“그냥 깔끔하게 해주세요.

시체를 안 남기면 더 좋고요.”


“알겠습니다.”


순간 천이 밖으로 나와 우리 둘을 쳐다본다.


순간 나도 모르게 용병의 뺨을 후려쳤다.


“싫다니까 왜 자꾸 그래요!?”


“네, 네?”


영문을 모른 채 따귀를 맞은 용병의 눈이 급격히 커졌다.


“나는 당신한테 관심 없다고요!”


“아, 아. 미, 미안합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용병이 허둥지둥하며 자리를 벗어났다.


“무슨 상황이오?

고백이라도 받았소?”


“어, 뭐···.

내 미모가 워낙 꽃처럼 화사하다 보니까 저런 똥파리가 꼬이네.”


“똥파리가 꽃에 꼬이나?

똥파리는 똥에 꼬이는 거 아니오?”


“그건 그렇지··· 뭐!?”


천이 농담하는 걸 보니 잘 풀린 모양인데.


얍얍을 쳐다보니 제 몸의 반 크기인 단지를 들고 싱글벙글 웃고 있다.


“찾았니?”


“네! 찾았어요!”


“그래. 이제 돌아가자.”


“먼저 돌아가시오.

나는 이놈을 데려다 놓을 테니.”


“어? 밖에다 내놓게?”


“할 일이 끝났으니 그래야지.”


“알았어.”


의외네.


같이 있으려고 할 줄 알았는데.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돌아오겠소.”


///



깜깜한 밤이 되었건만 천이 돌아오지 않는다.


“선님. 천님은 안오는거예요?”


“조금 있으면 올 거야.

너 잠오니?

일찍 자야 일찍 일어나니까 어서 자.”


“네, 그럼 저 먼저 잘게요.

안녕히 주무세요.”


얍얍이 인사를 꾸벅하고 이불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이내 코를 고는 소리가 들린다.


얍얍이는 많이 피곤할 거야, 다사다난한 하루였으니까.


미소를 지은 채 꿈나라 빠진 얍얍을 한참이나 쳐다봤다.


어느덧 자정이 되었건만 천은 여전히 오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밖으로 나가 주변을 살펴본다.


입구 경비병에게 천이 들어왔는지 물어봐야겠어.


한달음에 입구로 뛰어가 물어본다.


“여기 등이 굽은 사람 들어왔어요?”


“등이 굽은 사람이요?

아, 짐승이랑 같이 들어온 사람 말하는 거예요?”


“네, 네 맞아요.”


이 마을로 들어와서 밖으로 안 나갔는데요?”


“네? 그러면 전 근무자한테 물어봐 주시면 안 될까요?

제 동료가 해 질 녘에 밖으로 나갔거든요.”


“지금 12시간째 서고 있는데 그런 사람은 안 들어왔어요.

나간 적도 없었고요.

다른 곳을 통해서 나간 거 아니에요?”


이상하다


여기가 제일 가까운 곳인데.


굳이 둘러서 갈 이유가 있나?


“아, 네.

감사합니다.”


반대쪽의 입구로 걸어가 물어봤지만 대답은 같다.


“모르겠는데요.

등이 굽고 짐승을 데리고 있으면 기억할 텐데···.

기억에 없는 걸 보니 나가지 않았고 들어오지 않았나 봅니다.”


“그, 그러면 소동같은게 있었나요?

막 미친 짐승이 난동을 부린다거나 그런거요.”


“글쎄요. 어이 그런거 들은거 있어?”


“없는데?”


“없다고 하네요.”


내가 돈을 찔러주지않아서 대충답하는건가?


눈치를 살폈지만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고 무작정 마을 중심지로 돌아갔다.


천은 어디간거지?


그 짐승은 또 어떻게 하고?


역시 말로만 신경안쓴다고 했지 거짓말이었어.


천은 짐승을 그렇게 만들어 죄책감을 느끼는거야.


왜 짐승 따위에게 그런 죄책감을 느끼는거야!


짐승은 우리 자리를 빼으려고하는 새끼들인데!


문뜩 청부를 맡긴 용병이 생각났다.


멍청하게 천이 있는데 시도한건 아니겠지?


노예기사인걸 알면서도 그런 무모한짓은 하지 않았을거야.


만에 하나 무모한짓을 벌였고 사로잡은 천이 누가 의뢰했는지 물으면···.


나는 재빨리 용병 조합을 향해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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