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4.22 21:00
연재수 :
177 회
조회수 :
4,961
추천수 :
1
글자수 :
949,932

작성
22.12.04 21:00
조회
31
추천
0
글자
12쪽

48

DUMMY

-선-



족장이 사는 곳으로 돌아가니 이곳도 다른곳과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경비병들은 자신의 무기가 없어져 우왕좌왕하고 있고 돌아온 몇몇의 기사 또한 자신의 검이 없어져 연신 찾기 바쁘다.


“온! 너도 칼 잃어버렸어?”


그중 우리를 발견한 기사 하나가 온에게 물었다.


“너도?”


“지금 기사는 물론이고 경비병도 자신의 무기가 없어져서 난리야.

도대체가 이게 무슨 일인지.”


“대장님은, 대장님도?”


“어, 지금 대장님 완전 뚜껑 열렸어.

그 괴물을 반드시 찾아내서 두 주먹으로 패 죽여버리겠다고 날뛰고 있다니까?”


“하긴, 그 칼 엄청 소중하게 여기셨지.”


“으응. 일단 너도 잃어버렸다는 거지? 알았어.”


기사는 날 알은체도 하지 않고 돌아가 버렸다.


“심각하네요.”


“맞습니다. 저는 대장에게 보고하러 가야 하니 이쯤에서 헤어지는 게 좋겠습니다.”


“알았어요.”


“다음에 또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네, 그래요.”


내가 긍정적인 답을 하자 온은 환한 미소를 짓고 돌아갔다.


나는 자리에 가만히서서 돌아가는 온을 가만히 바라본다.


미안하지만 난 사명이 있어 연애 같은 건 할 수 없어요.


소용돌이에 들어오려고 하지마요.


우리와 휘말리려 하지마세요.


방으로 돌아가니 천과 짐승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왔소?”


“무슨 얘기를 그리 심각하게 하는 거야?”


“당신도 여기 앉아서 들어보시오.”


“뭔데? 말해봐.”


바닥에 앉아 짐승을 재촉했다.


“주인님과 선님. 혹시 무기를 잃어버리지 않으셨나요?”


“잃어버렸다.”


“어, 지금 그래서 이 난리잖아?”


“제 생각엔 바늘도둑 같아요.”


“뭐? 바늘도둑 그게···.”


생각해보니 허무맹랑한 말은 아니다.


돈을 훔쳐가고 다음엔 날붙이까지 훔쳐갔어.


계속 다른 걸 훔친다면···.


“네. 돈을 훔쳐가기 전에도 분명 무언가를 훔쳐갔을 거예요.

하지만 워낙 사소한 물건이다 보니 눈치를 채지 못한 거죠.”


“그래서 그놈이 계속 훔쳐댔고 결국엔 티가 나는 물건들까지 훔쳤다는 말이야?”


“맞아요.”


“흠. 터무니없는 건 아니야. 충분히 일리가 있는걸?

천, 너는 어떻게 생각해?”


“제법이군.”


“가, 감사합니다.”


짐승은 천의 칭찬에 황송해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좋아, 좋아. 그러면 우리 생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찾아야 해.”


“찾을 게 뭐가 있겠소? 족장에게 말하고 해결하라고 하면 되지.”


“족장이 믿겠어?”


“머리가 꽤 돌아가는 자니 우리가 말해주면 충분히 알아듣지 않겠소?

타당하다고 생각하면 조사를 하겠고, 아니면 뭉개버리겠지.”


“근데 조건은 우리가 해결하는 거잖아?”


“일단 족장에게 말해봅시다.

차후는 나중에 생각하고.”



///



“그러니까 자네들 생각은 물건을 훔치는놈이 바늘도둑이다?”


“그렇습니다.”


천의 입에서 바늘도둑이라는 말이 나오자 아직 붉으락푸르락하고 있는 기사 대장을 비롯해 기사들이 수군거렸고 가신들 또한 귓속말로 말을 주고받는다.


두부류 다 작게 말한다고 했건만 사람이 많아서인지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어허! 조용히 하시오!”


족장이 좌중을 둘러보며 말하자 순식간에 정적이 된다.


“반응을 보아하니 바늘도둑이라는 가설이 제법 타당한가 보군.

대신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돈만 훔치는 게 아니라 날붙이까지 훔쳤다?

이건 바늘도둑 말고는 하지 않는 짓입니다.”


“그래? 기사들 생각은?”


“저희 역시 바늘도둑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훔치기 전에도 사소한 것들을 훔쳤을 겁니다.

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물건이라 눈치를 못 챘을 것이고 잡아내지 못했으니 나날이 간이 커졌을 겁니다.”


“흠. 일단 무엇이 없어졌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겠군.”


“지금 당장 조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자네가 조사해보게.”


족장의 허락이 떨어지자 가신 중 한 명이 고개를 숙이고 알현실을 나갔다.


굳이 조사할 필요가 있나?


뭐, 나랑 상관없으니까.


“내가 바늘도둑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니 누가 말해보게.

대체 어떤 괴물인가?”


“족장님.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서로 눈치를 보다 아까보다 얼굴빛이 좋아진 기사 대장이 나섰다.


괴물의 정체를 파악해서 기분이 조금 나아졌나 보지?


“말해보시오.”


“흔히 알려진 것처럼 이 개새···.

크흠. 죄송합니다.”


큭큭, 정말 아끼던 검이라던데 화가 많이 났나 보네.


“이 괴물은 물건을 훔쳐 자신만의 저장고에 보관해둡니다.

처음엔 말그대로 바늘같이 사소한 것들만 훔치지만, 발각되지 않으면 돈을 비롯해 가치가 있는 물건으로 서서히 눈길을 돌리죠.”


“흠, 계속해보게.”


“가치가 있는 물건을 훔쳐도 잡아내지 못하면 일명 소도둑으로 변모하곤 합니다만 이건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으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잠깐만. 꼭 그렇게 자신하면 이뤄지던데 정말 괜찮나?”


“괜찮습니다. 바늘도둑을 잡는 방법은 아주 쉬우니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렇군. 그런데 만에 하나 소도둑으로 변한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어 물건을 내어놓으라고 말하고 결국엔 목숨까지 가져갑니다.”


족장이 자신을 믿지 않는다고 생각해 심기가 불편해 진건지 대장이 잠깐 뜸을 들였다.


“대놓고 나와서 내놓으라고 한다고?

별 미친 괴물을 다 보겠군.

그래서 해결방법은 뭔가?”


“바늘도둑은 노리는 물건을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훔쳐내야 속이 풀리는 놈입니다.

가치 있는 물건을 여러 기사와 병사가 쳐다보는 곳에 두고 지켜보면 반드시 나타날 겁니다.”


가치 있는 물건이라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품에 손을 넣어 선비가 준 지도를 확인한다.


“지금까지 소리소문없이 훔쳐갔는데 눈에 보이기는 하는 건가?”


“인지하지 못하면 발견하지 어렵지만 인지한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렇군. 알았네.

내 자네만 믿지.”


아무리 뒤적여도 없자 더 깊숙하게 손을 넣어 확인해본다.


내 모습을 본 천이 가까이온다.


“뭐 하는 거요? 지금 여기서.”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아니고 자시고 간에 왜 여기서 당신 가슴을 주물럭대는 거요?”


“뭐!? 미쳤어!?”


내가 소리를 빽 지르자 시선이 모두 내게로 모여든다.


“무슨 문제 있는가?”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죄송해요.”


얼굴이 빨개져 천을 한번 노려보고 고개를 숙였다.


“이만하면 충분할듯하니 노예기사 일행은 남고 나머지는 물러가시오.”


알현실엔 족장과 측근 그리고 우리만 남아있다.


“잘해주었군. 대장도 특정하지 못했던 괴물을 알아내다니.

솜씨가 훌륭해.”


“과찬입니다.”


“그래. 하지만 내 조건은 괴물을 알아내는 게 아니라 해결하는 거지.

무슨 말인지 알겠지?”


“알고 있습니다.”


“그래. 이만 물러가게.”



///



없어, 없다고!


방으로 돌아가서 연신 품속을 뒤져봤지만 역시나 없다.


“내가 아까도 말했지만 왜 자꾸···.”


“크, 큰일 났어. 지도가 없어.”


“지도? 선비가 그려준 지도 말이오?”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


“어디 다른 데···.”


“내가 다른 곳에 두는 거 봤어? 항상 고이 접어서 내 품 안에 둔단 말이야.”


“너, 네가 훔친 건가?”


“제, 제가 안 훔쳤어요, 정말이에요!”


천이 짐승을 보며 말하자 손사래를 치며 기겁한다.


“바늘도둑이 훔쳤나 보군.”


나도 모르게 이마를 짚고 바닥에 허물어졌다.


내, 내 보물이···.


“찾아야 해. 이 개새끼를 찢어 발겨버릴 거야!”


“자, 자. 진정하시오.”


“진정? 지금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내가 광기 어린눈으로 천을 쳐다보자 움찔한다.


“야, 너 지금 당장 뛰어가서 내가 맡겨둔 혹 찾아와.

그 새끼 내 혹도 노리고 있을 거야.

중간에 잃어버리면 네 목숨도 잃어버리게 될 거야.”


“네, 네. 알겠어요.”


짐승이 후다닥 방을 뛰쳐나간다.


“그 괴물만 죽이면 찾을 수 있으니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시오.”


“너! 지금 네 지도 아니라고 너무 쉽게 말하는 거 아니야?

네 것이 아니니까 대충해도 된다 이거지?”


“당신이 지도를 잃어버렸다는 분노로 제정신이 아니란 건 알지만 말이 너무 심하군.

그건 당신의 보물이지만 우리의 보물이기도 하오.

당신과 내가 언제 헤어질지 모르지만 같이 다니는 한 나도 그 지도 덕을 본단 말이오.”


아.


그래.


따지고 보면 내가 지도를 얻을 수 있었던 건 천 덕분이었지.


그런데 천은 순순히 내게 소유권을 양보했고.


지도를 뺏겼다는 분노에 휩싸인 나머지 천에게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을 했어.


나는 미안해서 고개를 살짝 숙이고 눈만 위로 올려 천을 쳐다봤다.


“미안한 감정이 들긴 하나 보는군.”


“미안해.”


“알았으면 됐소.”


“아잉- 미안하다니까.”


천에게 달라붙어 애교를 부리니 썩은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하지 마시오.”


“어, 어. 이건 좀 너무 나갔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떨어지시오.”


내가 떨어지자 날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입을 열기 시작한다.


“이제 방법을 생각해봅시다.

짐승이 혹을 찾아오면 그걸 미끼로 삼아 잡을 생각이오?”


“어, 그것도 훔쳐가지 않을까?”


“글쎄. 지도만큼 가치가 있는 물건인지 모르겠소만.”


“그래도 쉽게 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훔쳐가겠지.”


“좋소. 그렇다면 족장에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오?”


“아니? 내가 귀한 물건을 가지고 있다고 동네방네 소문낼 일 있어?”


헙.


지금까지 우리가 말한 거 다 듣고 있었던 거 아니야?


황급히 입을 가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이미 보고가 들어갔을 테니 괜한 뒷북치지 마시오.”


이상하게 나오는 건 아니겠지?


“족장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 없다면 셋이서 괴물을 유인해봅시다.”


“좋아. 그러는 게 좋겠어.”


“거기가 범이 운영하는 주막이었나?

길을 잘 모르겠으니 앞장서시오.”



///



주막으로 돌아가니 짐승이 혹을 돌려받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상황을 보니 혹을 대신할 다른 것을 맡겨야 하는데 우리에겐 돈이 없고 그만큼의 가치가 나가는 물건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내 칼을 맡길 걸 그랬어.


“미안하네만 돈으로 주든지 아니면 이것과 같은 가치의 물건을 내놓기 전까지 못 주겠네.”


주인의 말에 나는 골치가 아파서 머리를 긁적였다.


“그렇다면 혹이 잘 있는지 확인만 시켜주시오.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소?”


“그건···.”


주인이 머뭇거리자 천이 강경하게 나온다.


“만약 그 혹도 누군가가 훔쳐갔으면 배상은 주인장 당신이 해야 할 것이오.”


“내, 내가 왜!?”


“당신에게 우리 물건을 맡겼으니 관리 감독은 당신에게 있는 게 아니겠소?”


“그게 무슨 억지야!”


“억지라니? 물건이 우리에게 없는 상태에서 없어졌는데 책임을 우리가 지는 게 맞소?

당연히 가지고 있는 자가 지는 게 맞지.”


천이 말에 주인이 쩔쩔매며 대답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지키고 있을 테니 보여만 달라는 거요.

벌써 팔아먹은 건 아니지 않소?”


“안 팔아먹었어!”


“그렇다면 안 해줄 이유가 뭐가 있소?

우리가 도둑으로부터 혹을 지킨다니까?”


“좋아! 너희들이 지키고 있는데도 잃어버리면 그건 너희들 책임이야.

알아들었어!?”


“알겠소.”


천의 확답이 있자 주인이 안으로 들어가 혹을 꺼내온다.


다행히 아직 안 훔쳐갔네.


천이 주인에게 혹을 전달받고 식탁에 올려놓는다.


“자, 이제 도둑놈이 훔치러 올 때까지 기다려봅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04. 23 /// 67화 대사 추가 23.04.23 21 0 -
공지 (1)과 (2) 중에 하나만 읽으시는걸 추천합니다 23.02.19 80 0 -
공지 12. 16 /// 17, 18 업로드 X 22.10.16 133 0 -
177 153 24.04.22 1 0 11쪽
176 152 24.04.21 3 0 11쪽
175 151 24.04.15 3 0 12쪽
174 150 24.04.14 4 0 11쪽
173 149 24.03.25 4 0 11쪽
172 148 24.03.24 4 0 11쪽
171 147 24.03.18 5 0 11쪽
170 146 24.03.17 4 0 11쪽
169 145 24.03.11 5 0 11쪽
168 144 24.03.10 4 0 11쪽
167 143 24.03.04 5 0 11쪽
166 142 24.03.03 4 0 12쪽
165 141 24.02.26 5 0 11쪽
164 140 24.02.25 4 0 11쪽
163 139 24.02.19 4 0 12쪽
162 138 24.02.18 5 0 11쪽
161 137 24.02.05 5 0 12쪽
160 136 24.01.28 5 0 11쪽
159 135 24.01.22 5 0 11쪽
158 134 24.01.21 5 0 11쪽
157 133 24.01.15 7 0 12쪽
156 132 24.01.14 13 0 11쪽
155 131 24.01.07 7 0 11쪽
154 130-1(2) 24.01.06 14 0 3쪽
153 130(2) 24.01.06 7 0 7쪽
152 130-2(1) 24.01.06 12 0 9쪽
151 130-1(1) 24.01.06 5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