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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러버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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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러버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3.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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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9,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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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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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7

DUMMY

-선-



분명히 내가 나갈 때만 해도 이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그 사이에 많은 인간이 돈이 없어졌다며 난리를 피우고 있다.


그 모습을 보니 괴물의 짓이란 게 더욱 확신이 든다.


우리가 밥을 먹었던 가게로 돌아가니 주인이 날 쳐다보고 “돈 가져오셨소?”라고 묻는다.


“아, 아뇨.”


“그렇군. 당신뿐만 아니라 나도, 그리고 손님들의 돈도, 이웃들의 돈도 없어졌소.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네, 저희도 오면서 봤어요.”


“이것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그나저나 아까는 내가 경황이 없어서 대답을 못 했소.

당신의 혹은 내가 잘 맡아두고 있겠소.”


주인이 내게 혹을 보여주고 금고로 보이는 곳에 넣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반드시 돈을 찾아서 올게요.”


“응원하겠소.”


주인과의 대화를 끝내고 밖으로 나가 상황을 살펴보니 어느새 경비병들이 돌아다니며 소란을 잠재우고 있었다.


그 덕분인지 아까와 같이 돈을 찾고 있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대응이 빠른 걸 보니 이 마을은 제대로 된 모양이군.”


“마을 족장의 돈도 없어졌나 보지 뭐.”


“큭.”


내 말에 짐승이 웃었다.


“웃어?”


“죄, 죄송해요.”


짐승을 한번 흘겨보고 천에게 시선을 옮긴다.


“우리는 어쩌지?”


“당신. 혹이 중요하오?”


“왜 물어?”


“우리가 굳이 여기 있는 괴물을 해결할 필요가 없지 않소?”


“그건 그래.”


“그래서 물어본 거요. 포기할 수 있는지 말이오.”


흠.


포기하긴 아까운데.


“목숨을 걸만한 가치가 있는 건지 묻는 거요.”


그건 아닌데···.


내가 미쳤지 하필이면 혹을 줘서!


지금이라도 혹을 돌려받고 다른 거로 줘버릴까?


“괴물이 뭔지도 모르잖아?”


“그러니까 그게 문제지.

무슨 괴물인지 모르니까 섣불리 나설 수가 없지 않소?

혹여나 가급 괴물이거나 미발견 괴물이면 골치 아프단 말이오.

그리고 난 이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소.

한시라도 서둘러 아가씨를 찾아야 한단 말이오.”


“그래서 그냥 벗어나자?”


“당신이 판단하시오.”


도둑질하는 괴물이 한두 마리여야지.


그래, 그냥 포기하자.


랑을 찾는 게 우선이니까.


“포기하···.”


“지금 괴물이라고 했습니까?”


내가 포기하자고 말하려는 순간 누군가가 우리의 말에 끼어들었다.


고개를 돌리니 기사가 우리를 보고있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괴물이라고 하셨습니까?”


이거 골치 아프게 됐네.



///



우리는 지금 족장을 알현하고 있다.


“그러니까 자네들 말은 괴물이다. 이건가?”


“그게··· 확실하진 않습니다.”


천과 짐승이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이 없자 내가 입을 열었다.


“괴물이겠지. 그게 아니라면 누가 그런 짓을 하겠나?

허, 참. 내 마을에 괴물이 들이닥치다니.”


“족장님, 저에게 명령하신다면 단칼에 괴물의 목을 잘라서 바치겠습니다.”


여덟이나 되는 기사 중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말했다.


제법 큰 마을답게 기사가 여럿이네.


“가급 괴물이면 어떡하려고?

당신들만으로 되겠소?”


족장이 턱을 괸 채 부정적인 투로 말했다.


그러나 대장으로 보이는 자는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도둑질이나 하는 괴물이 가급일 리가 없습니다.

제가 가급 괴물을 빠삭하게 알고 있지만 도둑질하는 괴물은 듣지도 배운 적도 없습니다.”


“나도 그렇게 알고 있네만 만에 하나라는 게 있지 않은가?

미발견 괴물이면 어쩌려고 그러나?”


“그럴 일은 없습니다. 미발견 괴물이라뇨?

그렇다면 족장님은 이렇게 놓고만 있을 겁니까?”


족장이 이마를 매만지며 생각한다.


“알았네. 자네에게 모두 위임할 테니 최선을 다해주게.”


“감사합니다!”


대장이 족장에게 고개를 숙이고 뒤로 돌아 나가고 나머지 기사들도 뒤를 따른다.


일부는 그 와중에 우리를 흘끗 보고는 코웃음을 친다.


우리가 거슬렸나?


그러고 보니 우리를 데려온 기사는 안 나가네.


저 사람은 파벌에 끼지 않은 모양이야.


꽤 피곤하겠는걸?


“자네.”


“네?”


“아니, 자네 말고 저기 있는 등이 굽은 남자 사람 말이야.”


천이 고개를 들어 족장을 쳐다본다.


“네.”


“자네는 노예기산가?”


“맞습니다.”


천이 순순히 인정할 줄 몰랐다.


등이 굽은 거로 눈치챘으니 부정해도 소용없다는 건가?


“그렇군. 나도 말로만 들어서 긴가민가했는데 정말이었을 줄이야.”


천은 아무 말 없이 족장을 쳐다만 보고 있다.


“이 여자가 주인인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네 옆에서 땀을 흘리며 안절부절못하는 남자가?”


“아닙니다.”


두 번이나 되는 부정에 흥미가 돋는지 눈빛이 변하며 천에게 몸을 기울인다.


“그렇다는 건 아쥔타가 없다는 말이군?”


“아닙니다.”


세 번째 부정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기울였던 자세를 바로 한다.


“그래? 네 주인은 어디 있지?”


“말할 필요를 못 느끼겠습니다.”


“허어, 그래. 내가 알 바는 없지.”


천의 건방진 태도에도 불구하고 족장은 노여워하지 않았다.


“내 자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할까 하는데 괜찮겠나?”


“거절하겠습니다.”


“저, 저! 족장님의 제안을 듣지도 않고 거절하다니!? 이게 무슨 무례인가!”


충성심 넘치는 신하 하나가 족장을 대신해 나섰다.


점수 좀 따고 싶은가 보지?


“괴물을 잡아달라는 의뢰 아닙니까?”


천의 말에 족장은 아쉬운 듯 손바닥으로 의자 팔걸이를 탁 쳤다.


“알았네, 거절한다면 할 수 없지.

그나저나 이상하군. 노예기사는 제 주인과 떨어지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자네 정말 노예기사 맞나?”


“믿고 싶은 대로 믿으십시오.”


“어허! 이놈이! 네놈이 아무리 노예기사라···.”


“이보게, 괜찮으니 나서지 말게.”


“하오나···.”


“괜찮다니까.”


아까 점수를 따기 위해 나선던 신하가 다시 무례함을 꾸짖으려 했지만, 족장이 괜찮다며 제지했다.


이번에야말로 족장의 인내심이 끊어질 거라 생각했지만 내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동안 개차반인 족장만 만나서 그런지 왠지 이 족장에게 호감이 간다.


“우리는 가봐도 되겠습니까?”


“그러게.”


족장이 허락했고 뒤로 돌아 나가려는 순간.


누군가가 들어오더니 족장에게 귀를 대고 무언가를 보고하기 시작한다.


“사도?”


족장의 입에서 사도라는 말이 나왔고 우리는 하나같이 멈춰서 다시 족장을 돌아봤다.


우리가 돌아보자 족장의 귀는 보고자에게 향했고, 눈은 우리에게 향한다.


“사도가?”


족장이 다시 한번 사도라고 말했고 그 순간 우리의 눈이 반짝이는 걸 잡아낸 듯 입가에 미소를 띤다.


“알았네. 돌아가게.”


족장의 말에 보고자는 고개를 숙이고 알현실을 나섰다.


우리가 나가지 않고 쳐다보고 있자 족장이 팔걸이에 팔을 얹은 채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두드린다.


“사도의 행방에 관심이 있나 보군?”


우리는 무언으로 긍정을 표시했다.


“거래하지 않겠나?”


“좋습니다. 뭘 원하십니까?”


“이 사태를 해결하게. 이게 괴물의 소행이든 도둑의 소행이든.

이 사달을 일으킨 놈을 잡아서 내 앞으로 데려오게.

죽이든 살리든 상관없어.”


“바로 전에 기사들이 출동하는 걸 직접 승인하지 않으셨습니까?

저들이 못 미더우십니까?”


천의 말에 족장이 “못 미덥기보다···.” 라고 말하고 남아있는 한 명의 기사를 쳐다본다.


기사는 자신을 본다는 걸 알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내가 확실한 걸 좋아해서 말이야.

하나보다는 둘이 낫지.

안 그런가?”


“좋습니다. 해결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단, 한가지 말씀드릴 건 저를 가지려는 허튼수작은 부리지 마십시오.”


“아무렴. 나도 보고 들은 게 많아서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어.”


“알겠습니다.”


“그럼 방을 내어줄 테니 여기서 묵게.”


족장의 말에 천이 나를 쳐다본다.


괜찮은 생각이다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



방 안.


우리는 간단히 짐을 풀고 막 얘기를 나누는 참이다.


“이 사건에 대한 얘기만 하는 게 좋겠소.”


귀가 있다는 거지?


“알았어.”


“너, 생각나는 괴물이라도 있나?”


“물건을 훔친다는 특성 하나 가지고 만 특정하기엔···.”


죄송스러운 듯 짐승이 말끝을 흐린다.


“너는 나가서 정보를 모아와.”


“네, 알겠어요.”


천이 “그리고.”라고 말하고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조심해.”라고 한다.


짐승은 고개를 크게 한번 끄덕이고 방을 나섰다.


“쟤가 뭘 알겠어?”


“옆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거보다 낫지.

그리고 군에서 활동했으니 어지간한놈보다 쓸모가 있을거요.”


“하긴. 그나저나, 너 방법은 있는 거야?”


“없소.”


“그런데 그 제안을 받아들여?”


“당신도 승낙했지 않소?”


“그건 그런데···.”


“나는 피곤하니까 자겠소.”


얘 왜 이래?


너무 태평한 거 아니야?


“그래. 나도 밖에 나가서 동향 좀 살펴봐야겠다.”


문을 열고 방을 나서니 우리를 이리로 데려왔던 기사가 내게 말을 건다.


“어디 가십니까?”


“네, 밖에 나가서 정보를 좀 모아보려고요.”


“그러십니까? 혹시 괜찮다면 저도 동행해도 되겠습니까?”


초면에 너무 훅 들어오네.


잘생겨서 봐준다.


“그래요. 초행이라 헤맬 줄 알았는데 잘됐네요.”



///



“그렇군요. 이런, 그러고 보니 제 이름도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정식으로 인사하겠습니다.

저는 온이라고 합니다.”


온이 내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제 이름은 선이라고 해요.

반가워요. 온 씨.”


나도 화답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나저나, 말씀 들어보니 좋으신 분 같네요.”


“그렇습니다. 굉장히 어진 분이시죠.

여러 곳에 파견을 나가봤지만 저분 같은 족장은 보지 못했습니다.”


“개인재산을 털어서 보상을 해주다니.

비록 일부만 해준다지만 금액이 어마 무시할 테고, 거짓말하는 인간도 있을 텐데 굉장하네요.”


“네.”


우리는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발길 닫는 대로 길을 걷는다.


“조사 같은 걸 하신다고 하셨는데 제가 방해가 되는 건 아닌지요.”


“아니에요. 말만 조사한다지 그냥 이렇게 걸으면서 이리저리 둘러보는 게 다인걸요?”


“그렇습니까?”


“네. 그런데 온 씨는 이렇게 나와 있어도 되는 거예요?

누군가는 족장님을 지켜야 하잖아요.

아까보니 7명 전부다 나간 것 같은데요.”


“하하, 괜찮습니다.

애초에 허락을 받고 나온걸요?”


“아하, 그렇구나.”


“그러고 보니 선 씨도 칼을 사용할 줄 아시나 봅니다?”


“칼이요? 그냥 나 칼 가졌으니까 가까이 오지마라 그 용도죠.”


나도 당신처럼 기사랍니다.


겉모습을 보아하니 나랑 나이 차가 얼마 안 나보이는데 양성소에서 마주쳤을 수도 있겠네.


“그렇군요. 요즘 세상이 흉흉합니다.

짐승이 인간이 되겠다고 난리를 피우지 않나, 괴물이 날뛰질 않나.”


“그, 그렇군요.”


“참, 괜찮으시면 제가 칼을 한번 봐 드려도 될까요?

기사다 보니 이런걸 못 넘어가네요. 하하.”


얘 나 좋아하나?


기사라고 남의 무기를 손질해주는 게 어디 있어?


그래도 싫진 않으니까 보여줄게.


“고마워요. 그럼 부탁 좀 할게요.

제가 무기를 손질하는데 서툴러서···.

녹이나 안 슬었는지 모르겠네요. 헤헤.”


말하면서 허리춤을 만지는데 익숙한 칼집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


“아, 불편하시면 건네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아니요. 그게 아니고요.”


이상해서 허리춤을 보니 내 칼이 감쪽같이 사라진 상태였다.


“칼이 사라졌어요.”


“네? 제가 방금까지만 해도···.”


온은 내 말을 믿지 않았지만 정말로 없자 황당해한다.


“아, 헤헤. 장난치시는구나? 이리 주세요.”


“아, 아닙니다. 제가 가져간 거···.”


온이 말하며 자신의 허리를 만지는데 있어야 할 칼이 보이지 않는다.


“어?”


“어?”


심상치 않은 상황에 온과 함께 주변을 뛰어다니며 상황을 파악하니 주방 칼부터 호신용 검까지 모든 날붙이가 사라졌다며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가, 가까운 대장간에 가봐요! 빨리요!”


“아, 알겠습니다.!”


서둘러 대장간으로 향하니 대장장이의 뒤편에 걸려있어야 할 날붙이가 하나도 없다.


대장장이는 그것도 모르고 열심히 망치질한다.


“저기요!”


“응? 뭐 사러 왔수?”


“여, 여기 물건 다 팔렸어요!?”


“다 팔려? 웃기는 사람이군.

그러면 얼마나 좋겠어?

여기 내 뒤에 물건들이 얼마나···.”


대장장이가 뒤로 돌아보더니 입을 닫아버린다.


“시벌!? 내 피 같은 물건 다 어디 갔어!?

네, 네놈들이야!? 네놈들이 훔쳐갔어!?”


“이, 일단. 성으로 돌아갑시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온은 내게 성으로 돌아가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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